〈 305화 〉@40. 예지의 탐욕 : 만나서 5초 만에 삽입
"그 내기 나도 끼어도 될까요?"
예지가 웃으며 끼어들었다.
"언니는 어느쪽인데요?"
지연이 냅다 받아들였다.
"당연히 지연 씨랑 같은 생각이죠. 내가 뭐 정말로 나쁜 년이라서 친구를 불행하게 만들 생각이겠어요? 혜진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뿐이에요."
예지는 뻔뻔스럽게 자신의 의도를 위장했다.
"에에... 언니도 같은 데에 걸거라고요?"
지연이 실망하며 말했다.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기에 같은 쪽에 내기를 건다면 지연에게 득이 될 것은 하나도 없다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나도 은희 씨 자유 이용권... 음 두 장만 주면 되요. 대신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보세요."
"음..."
은희는 예지를 빤히 바라보았다.
조금은 솔깃했던 모양이다.
"아뇨. 그런 내기 안 할래요. 어떻게 그렇게 사람의 불행을 가지고 내기를 해요."
하지만 양심에 찔리는 것인지 은희는 머리를 저으며 내기를 포기했다.
아니면 그저 눈치를 챘는지도 모른다.
지연은 몰라도 예지는 절대 믿을 수 없는 여자였다.
그녀에게 진다면 자신에게 무슨 가당치 않은 짓을 시킬지 걱정이 된 것이다.
은희는 위험을 눈치채는 데에는 누구보다도 빠른 여자였다.
이번에도 그녀는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슬며시 빠져나갔다.
만일 내기에 응했다면, 그녀는 틀림없이 패배했을 것이고, 예지는 은희를 담보로 잡고 내게 무언가를 요구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단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은희를 가차없이 이용했을 수도 있다.
"아쉽네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에는 짙은 실망이 서려있었다.
"그런데 친구라고 했어요?"
은희가 물었다.
"네. 중학교 시절부터 단짝이었어요."
"지금 친구한테 저런 꼴을 당하게 만들었다구요?"
은희는 극도로 분노한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혜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런 꼴이 어때서요? 아주 좋은 추억이 될 텐데."
지연이 또다시 말도 안되는 소리를 했다.
"추억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
하지만 은희는 아까와는 꽤나 다른 태도로 침대 위의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가 정말로 분노했고, 안쓰러워했다면, 그 불쌍한 여자가 그런 꼴을 당하는 모습을 그냥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은희는 반쯤은 호기심으로, 그리고 절반 정도는 기대감에 차서 여자의 얼굴을 지켜보고 있었다.
"읏!"
혜진은 때때로 고통을 이기지 못해 저절로 튀어나오는 신음 말고는 일체의 말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의 항의가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차라리 이 지옥같은 시간이 빨리 지나기만을 바라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난 그런 미녀의 눈빛을 즐기고 있었다.
아래에서는 열심히 허리를 움직이며, 한 손으로는 그녀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때때로 자그마한 그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쥐어보기도 하고, 파르르 떨고 있는 입술을 핥아보기도 했다.
아직까지 이 멋진 여자에게 캐스팅 카드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급할 것이 없다.
지금은 우선 이 여자의 경멸스러운 시선을 즐길 차례이다.
쾌락을 선사하는 것은 언제라도 할 수 있지만, 그녀가 불행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오직 지금 뿐이다.
그런 이유로, 난 이 아름다운 여자를 범하면서 최대한 비열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녀는 칼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나를 찌르고도 남을 것 같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엔 그녀의 뺨에서 머리 뒤까지 잡은 채로 엄지 손가락을 그녀의 귀에 살며시 집어넣었다.
여자가 입술을 깨문다. 아주 심한 모욕을 느낀 모양이다.
그녀가 싫어하면 싫어할수록 난 더욱 커다란 쾌감을 느낀다.
한순간도 쉬지 않고 그녀의 몸안에 박아넣는다.
어느덧 그녀의 몸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액체를 내뿜었고, 이제는 드나드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나저나 정말 이쁜 여자이다.
어쩐지 예지에게는 고맙다고 해야할 것 같다.
서로가 인사 한 번 한 것이 전부인 인연인데, 난 벌써 이 여자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물론 이 여자는 이세상 누구보다 날 증오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난 더더욱 커다란 기쁨에 사로잡힌다.
"빨리 싸!"
한참 동안 묵묵히 날 노려보던 여자가 입을 열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렸지만, 난 여전히 모르는척하며 몸을 움직였다.
"싸! 싸라고 이 나쁜 놈아. 흑! 빨리 끝내. 제발..."
여자의 눈이 다시 젖어가기 시작한다.
이 끔찍한 경험이 언제까지고 계속되는 것 같아 도저히 참을 수 없던 모양이다.
"하아아..."
지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저렇게 한 번 쯤... 아저씨 매도도 하고... 그래보았으면..."
지연의 하소연에 은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넌... 진짜..."
"언니는 아니에요?"
"뭐하러 그러니? 그런 기억이 남아 있어서 좋은 게 뭐가 있다고?"
"하아아..."
그리고 예지도 입을 열고 신음을 내뱉었다.
지연의 것과는 달리, 그녀는 쾌락에 빠져 내뱉는 소리였다.
다른 여자들에게는 캐스팅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예지에게는 일찌감치 사용했다.
오늘 그녀는 아주 커다란 쾌락을 원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좋은 호텔 방을 이런 성수기에 며칠씩이나 쓰게 해주었으니 보답을 해줄 필요가 있었다.
물론 혜진이라는 이 멋진 먹이를 내게 가져다 준 것에 대한 보답의 의미도 있다.
예지는 가운 속으로 손을 넣고 기구를 사용해 스스로의 몸을 달구고 있었다.
눈은 침대 위의 우리에게서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지만, 때때로 그녀는 눈을 반쯤 감은 채로 쾌락에 빠져들고는 했다.
"흐윽! 하아! 하아!"
입술은 반 정도 벌린 채로 끊임없이 신음을 내뱉는 모습을 보니, 그녀가 이 자리의 진정한 주역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흐응?"
그리고 지연은 조금 더 적극적인 행동을 해서, 그렇지 않아도 혼란스러워하는 은희를 깜짝 놀라게 했다.
갑자기 의자에서 조심스럽게 일어난 지연은 침대로 살금 살금 다가왔다.
그리고 마치 짐승들의 교미를 훔쳐보듯, 침대 바로 옆에 쪼그리고 앉아 머리만 살짝 내민 채 사건을 지켜보았다.
아마도 자신이 바라마지않는 그 일이 벌어지는 장소에 조금이라도 가까웠으면 하는 모양이다.
난 지연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때때로 입술을 열고 아주 작게 신음을 내뱉으며, 어깨가 쉬지 않고 들썩거린다.
그녀의 손도 꽤 바쁜 모양이다.
"싸요. 제발. 흑! 싸고 끝내줘요. 당신도 사람이라면 제발 좀... 흐윽!"
혜진은 한 번 그렇게 입을 열고 나자 끊임없이 내게 애원을 해왔다.
어떤 깊은 계산을 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딱히 내가 들어줄 거라 생각하고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냥 그것밖에는 할 수 없는 것이다.
"흐윽! 싫어... 이제는..."
혜진이 머리를 마구 흔들었다.
아마도 공포와 스트레스가 극에 다다른 모양이다.
만일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섹스였다면, 그녀는 아마도 무척이나 커다른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야 했을 것이다.
흠...
잠깐 동안 난 이 여자에게 액티브 카드 < 치유 >를 사용하지 말까 고민했다.
내게 당한 마음의 상처를 지니고 있는 여자를 매번 다시 범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보라와의 관계가 그러했었다.
그녀를 처음 범했을 때는 아직 액티브 카드 < 치유 >가 손에 들어오지 않았을 때였다.
"싸줘요. 제발. 흑!"
"그걸 원하는 거야?"
처음으로 그녀의 말에 반응을 해보았다.
"네. 제발..."
"몸 안에 쌀 건데 괜찮지?"
마치 서로 합의된 섹스를 나누고 있던 것처럼 난 무심하게 물어보았다.
"맘대로 해요. 흑"
혜진은 너무 많은 것을 바란다면 하나도 얻어내지 못할 것이 두려웠는지, 빼라는 소리 따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싸고 나서 또 널 범할건데?"
난 그녀에게 실날같은 희망이라도 남겨줄 생각은 없었다.
"뭐라고요?"
혜진이 당황해서 내게 되물었다.
"싼다."
그리고 난 그대로 그녀의 몸 안에 사정을 해버렸다.
"하악!"
옆에 있던 지연이 다시 신음을 참지 못했다.
그녀의 눈이 조금 풀려있다.
오늘은 지연에게 캐릭터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지연은 이미 충분한 쾌락에 빠져있었다.
"하아앙!"
내가 싸겠다는 말을 하는 순간부터 지연의 쾌락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었다.
"하앙! 아아아! 아저씨! 학!"
그녀는 내 눈을 빤히 바라보며 쉬지 않고 신음을 내뱉었다.
아마도 그녀는 자신이 내게 범해지는 모습을 머리에 그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살짝 고개를 돌려 지연과 눈을 마주쳤다.
흥분으로 붉어진 얼굴로 생글거리며 날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소녀를 보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흐으으으...."
지연은 오르가즘을 느끼고 있었다.
"윽! 으으... 으으으... 흐윽!"
그녀가 절정에 다다르는 모습을 보면서, 난 다시 내 희생양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여전히 경악에 차 있었다.
이게 끝이 아니라고?
"지금 기분이 어때?"
그리고 갑자기 그녀의 바로 옆에서 친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혜진은 황급하게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기분이 어떠냐고? 더러워. 죽고 싶어! 흑!"
이 사태의 주범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 혜진의 감정이 다시 폭발하고 말았다.
"대체! 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흑!"
"그거야 당연히 이런 모습이 보고 싶었으니까."
"뭐라고? 어째서? 내가 너한테 무슨 잘못을 했다고? 흑!"
"잘못이라니. 그런 거 없어.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럼 왜 그런 거야? 내가 이꼴이 되어서 너한테 뭐가 좋은데?"
"도움이 많이 됐어. 네 덕분에 이 남자의 더러운 본성을 충분히 볼 수 있었거든."
예지는 날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난 그녀에게 미소로 화답을 했고, 그녀는 혀를 내밀어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그리고 너한테도 즐거움을 주고 싶었어. 이제 너도 알 수 있을 거야. 내가 네게 주려던 것을."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혜진은 분노로 입술을 떨고 있었다.
"정말이야. 설마 내가 친구를 불행에 빠트리려고 그러겠어?"
예지는 아주 다정하게 말을 이어갔다.
뻔뻔스러운 여자였다.
얼마전 그녀가 자신에게 맹목적인 충심을 보이는 은채를 내게 던져주었을 때, 예지는 은채가 그런 쾌락에 빠질 것이라고는 조금도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이 여자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누구라도 희생시킬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여자였다.
"그리고 너도 동의했잖아. 오늘 무엇이라도 한다며?"
"하지만... 내가 생각한 것은 이런 게 아니었어. 흐윽!"
혜진이 다시 눈물을 떨군다.
"그럼 어떤 거였어?"
예지의 질문에 혜진은 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원망으로 가득한 눈으로 예지를 노려볼 뿐이다.
"말해봐. 대체 어떤 걸 생각하고 있던 거야? 내가 두 사람에게 주기로 한 대가로 무얼 하려던 거지?"
"나... 난. 그저 한빈 오빠랑... 나랑... 너랑 셋이서..."
"아하! 그랬구나. 근데 좀 이상하지 않아?"
"뭐가?"
"넌 한빈 씨랑 내가 섹스를 하는 것은 충분히 용납할 수 있다는 거잖아? 그런데 왜 네가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하는 것은 안 된다는 거야?"
예지의 말에 혜진은 딱딱하게 굳어져버렸다.
막상 대답할 말이 없던 모양이다.
"서로의 입장이 바뀐 거지, 사실 다를 바 없잖아."
"아냐! 그런 거..."
"그래? 그렇다면 뭐야? 설마 넌 나랑 함께 하고 싶었던 거야?"
예지가 웃으며 입고 있던 가운을 벗었다.
그녀의 눈부신 알몸이 눈에 들어왔다.
예지의 아랫도리는 벌써 스스로가 흘린 액체로 흥건했다.
내가 혜진을 범하는 동안, 그녀도 꽤나 즐거웠던 모양이다.
"그런 거 아냐! 내가 어째서 너와 하고 싶... 읍!"
혜진은 말을 다 마치지 못했다.
느닷없이 예지의 입이 다가와 그녀의 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흐으응!"
신음 소리의 주인공은 이번에도 지연이었다.
그녀는 다시 초롱초롱한 눈으로 예지와 혜진의 키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짓이야!"
예지가 입을 떼자 혜진이 항의했다.
설정 카드에 영향을 받고 있는 예지와 달리,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있는 혜진은 여자와의 키스가 조금도 달갑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흐응? 이런 걸 원한 거라면서?"
예지가 놀리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