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1화 〉@40. 예지의 탐욕 : 만나서 5초 만에 삽입
잠깐 동안 대화를 나누며, 두 사람이 긴장을 풀 수 있게 독한 술 한 병을 나눠 비웠다.
"오빠. 그럼 이제 우리 일하자."
혜진이 먼저 눈치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그래야지?"
"근데 어디서 하면 돼?"
"이리로 와."
예지는 늘 그림을 그리던 장소로 커플을 인도했다.
원래라면 의자가 있었어야 할 자리에 메트리스를 가져 놓았다.
그것만 보고도 두 남녀는 그곳이 자신들이 섹스를 보여주어야 할 장소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쨌든 예술을 위한 거니까."
혜진은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었다.
"오빠도 벗어. 그냥 편하게 모델 한다고 생각하고."
혜진이 억지로 웃으며 남자 친구에게 말했다.
"그럴까?"
두 남녀가 옷을 벗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예지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편히 앉았다.
그리고 블랭킷으로 자신의 무릎을 가리고, 숨겨 놓았던 기구를 클리토리스에 가져대었다.
한 손으로 의자 손잡이 옆에 놓아두었던 리모컨을 작동시키자 아까부터 엉덩이에 꽂아 놓은 전동 플러그가 부드럽게 진동을 시작했다.
이제 시작이로구나.
예지는 기대감으로 잔뜩 부풀어올랐다.
그 남자 때처럼 대단할 거라는 기대는 아니다.
하지만...
비주얼이 괜찮잖아?
누가 봐도 잘생긴 남자이다. 키도 크고 몸도 호리호리하다.
그러니까 멋진 장면이 나올지도 모른다.
혜진도 미인이다. 은채와 그 남자의 섹스가 처절하고 야성적이었다면, 저 멋진 커플의 섹스는 무척이나 우아할 거야.
'어쩌면 새로운 미장센을 발견할 수도 있어.'
"하하... 저. 벗은 몸은 좀 별로거든요. 너무 흉보지 마세요."
옷을 벗던 남자가 쑥스러운지 하지 않아도 될 소리를 한다.
살짝 기분이 나빠졌다.
그 남자는 거리끼는 것이 없었다.
처음보는 자신 앞에서 옷을 훌훌벗어버리고, 잔뜩 발기한 물건으로 자위를 하며 조금도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지 웃으며 대화를 이어갔었다.
그에 비하면 계속 쭈삣거리고, 쑥스러워하는 남자의 태도는 비록 그가 아주 훌률한 외모의 소유자이지만, 조금도 섹시하지 않다.
마이너스 1점.
그리고 남자의 심볼을 보는 순간 예지는 다시 한 번 실망감을 느끼고 말았다.
저 조그마한 물건으로 무얼 할 수 있는 거야?
물론 아직 긴장해서 발기하지 못한 것은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비교가 된다.
그 남자의 그 괴물 같은 물건은...
'하악!'
그 남자를 생각만해도 몸이 반응해버리고 만다.
"오빠. 이리와봐. 내가 안아줄게."
예지가 입을 살짝 벌리고 미약한 신음을 내뱉는 것을 목격한 혜진은 어쩌면 자신의 예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로 예지가 이 남자에게 눈독을 들인다면?
어쩌지?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외모라면 아마도 동격일 것이다.
하지만 그 외의 것은 어느 하나 예지에게 비할바가 못된다.
그녀는 아직도 쭈뼛거리고 서있는 남자가 혹시라도 예지에게 마음이 있어서 그렇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갑자기 휘몰아치는 두려움이, 그리고 질투가 혜진을 적극적이게 만들었다.
'흐음... 이건 좀 괜찮은데?'
남자가 제대로 못하지만, 혜진이 열심이니 그건 또 나름 그림이 된다.
어쩌면 지난 번과는 다른 종류의 자극을 얻을 수도 있겠다.
예지는 다시 살짝 기대감에 차올랐다.
혜진은 예지의 눈길을 신경쓰며 남자 친구에게 정열적으로 입을 맞추었다.
조심해야해.
비록 친구라는 허울은 있지만, 예지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성격이라, 조금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남자도 조금은 긴장이 풀리는지 혜진과의 키스를 하면서 점점 흥분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남자는 예지가 지켜보는 것이 싫지만은 않았다.
혜진이 말한 것처럼 아주 특별한 유희라는 생각이 더욱 컸다.
어쩐지 여자 친구의 친구와 함께하는 섹스의 느낌이랄까?
왠지 쓰리섬이 연상이 되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예지가 중간에 난입할 지 모른다는 아주 강렬한 기대감도 있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어쩌지?
물론 혜진은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예지는 두 사람의 스폰서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잘 해야지.
남자가 긴장한 것은 오히려 그런 기대감 때문이었다.
혜진과의 멋진 섹스를 선보여서, 예지에게 끼어들고 싶게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그의 의도가 성공적이라면, 그는 예지의 숨겨진 남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물론 그가 혜진을 배신할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예지와 같은 미녀라면 꼭 애인이 하나 뿐일 필요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더군다나 그 자신과 혜진의 앞날을 위해서 라는 훌륭한 핑계도 있었다.
혜진과 키스를 하는 동안, 남자는 다시 예지와의 쓰리섬을 머리에 떠올렸다.
그러자 그의 남성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아!"
남자의 발기한 성기를 보는 순간 예지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고 말았다.
물론 그게 너무 훌륭해서가 아니라, 너무 빈약해서이다.
절반도 안 돼...
굵기도 반이 안 될 거 같아...
도대체 저걸로 무얼 한단 말이지?
물론 예지도 남자의 평균적인 성기가 어느정도인지는 충분히 알고 있다.
아마도 지금 그녀가 보고 있는 물건이 대략 그정도일 것이다.
어쩌면 평균보다 큰 쪽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예지는 이미 그보다 훨씬 더 커다랗고, 굵고, 흉칙한 물건을 보았다.
그리고 그걸 자기 몸속에 받아들였었다.
원래 들어가야 할 장소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틀림없이 몸에 넣었고 느꼈었다.
예지는 다시 그 끔찍한 남자를 떠올렸다.
실수였다.
저런 남자로 대체가 될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던 것이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키스를 하면서 혜진은 예지가 내뱉는 탄성을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남자의 발기한 물건 때문이라는 사실 또한 알아차렸다.
혜진이 알기로 자신의 남자 친구의 물건은 엄청난 대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실한 편에 속했다.
남자 경험이 미천한 예지라면, 엄청난 물건이라 생각할 수도 있었다.
큰일났다.
진짜로 반한 거야?
어쩌지?
혹시라도 중간에 끼어들기라도 한다면?
난 과연 거절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남자는 어떻게 나올까?
혜진은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예지의 탄식을 들은 것은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순간 남자는 예지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 확신했다.
남자는 자신의 외모에 자신이 있었다.
언제 어디서건 그는 뭇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남자였다.
그리고 혜진을 만나기 전까지는 꽤나 많은 여자를 만나왔다.
그가 원했던 어떤 여자도 그를 거부한 적은 없었다.
그러니까 예지가 자신에게 반해있다는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물론 남자는 자신의 물건에도 꽤나 자신이 있었다.
엄청나게 큰 것은 아니라도, 여자를 만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물건이다.
남자는 예지가 자신의 발기한 성기를 보고 탄성을 내뱉는 순간 거의 90% 정도는 일이 자신의 기대대로 이루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야 말았다.
어쩌지?
좋긴 한데...
하지만 혜진의 마음은 어떻게 하지?
연인이 감내해야할 아픔을 생각하니, 또 마음이 흔들린다.
'도저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큰일이다.'
남자는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혼자서 걱정에 빠져버렸다.
아틀리에의 세 남녀는 서로가 다른 생각에 빠져있었다.
상념으로 가득했던 키스가 끝나고, 남자는 이제 조금전까지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연인의 몸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 연인의 가슴을 어루만지며, 그녀의 약점을 공략한다.
이미 오랜 시간을 알아온 사이라, 어디를 만지면 그녀가 반응할 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할 일은 제대로 해야지.'
벌써부터 예지의 난입을 확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남자는 연인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남자는 더더욱 연인에게 즐거운 경험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어쩌지? 거절 할 수 있을까?'
혜진은 점점 더 불안해졌다.
'오빠가 싫어할거야. 그것만은 안 된다고 하겠지.'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믿고 있었다.
'그렇지만... 예지도 무척 이쁘잖아?'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크다.
만약에 그런 상황이 되면 이 사람이 정말로 거부할 수 있을까?
그녀는 자신은 절대로 거부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예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사랑해"
그녀는 소리내어 남자에게 말했다.
"나도 사랑해."
애정으로 가득한 연인의 말을 듣고 남자는 다시 한 번 고민에 빠졌다.
'안 돼. 이 여자를 그런 고통에 빠트릴 수는 없어.'
남자는 차라리 연예계를 포기하는 일이 있어도, 그런 불순한 짓은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남자는 당장 의뢰를 받은 일부터 완수하고,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대체 언제까지 저러고 있는 거야?'
그림 같이 멋진 두 남녀가 애무를 하고 서로의 몸을 어루만지는 동안 예지는 슬슬 지루해지고 있었다.
저게 섹스의 정석인 것은 그녀도 알고 있다.
여자의 몸은 무척이나 섬세해서, 쾌락을 느끼기 위해서는 성급한 삽입이 아니라 충분한 전희가 필요하다.
그래서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남자라면 기꺼이 긴 시간의 전희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는 한다.
어떤 의미에서 전희가 바로 섹스라고 할 수 있다.
키스를 나누고, 상대의 몸 구석구석을 정성껏 어루만진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을 받아들이며, 연인의 숨소리를 느낀다.
실제로 혜진의 남자 친구는 아주 섹스를 잘 하는 남자였다.
그는 자신이 상대했던 모든 여자들이 자신과의 섹스에 만족했다 생각하고 있었다.
하나 같이 그와의 섹스는 환상적이라 말해주었다.
그렇게 약올리듯 상대의 몸을 달구어가다가, 상대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삽입을 애원해 올 때에야 비로소 소원들 들어주는 것이, 그의 비결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그런 종류의 섹스를 하려 했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최고의 쾌락을 맛보게 하고, 저기 구경하는 여자에게 섹스의 진수를 보여주고 싶었다.
"하악!"
혜진이 신음을 내뱉었다.
마음이 불편했지만, 그녀의 몸은 점차 달아오르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질투 때문에 더욱 그러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것이 이 남자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서 하는 마지막 섹스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의 마음은 더욱 간절해져갔다.
'진짜... 지루해.'
하지만 예지가 원하는 것은 그런 종류가 아니었다.
그 남자는 달랐다.
아직 제대로 젖어들지도 않은 은채의 몸을 마치 짐승처럼 탐했다.
배려는 커녕 일부러 방심하게 만들고 고통이라도 주려는 것처럼 억지로 쑤셔넣었다.
하지만 은채는 그걸로 미쳐버렸었지.
예지는 그날 은채의 얼굴에 떠오른 열락의 표정을 떠올렸다.
알고 있었다.
그게 비정상이라는 것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겁탈을 당하면서 그렇게나 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인가?
"흐윽!"
예지는 다시 한 번 신음을 터트렸다.
그 남자의 그 거대한 물건이 다시 보고싶었다.
그 남자의 그 흉측한 물건이 다른 여자의 성기를 쑤셔대는 모습을 목격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끔찍한 물건이 자신을 파괴하는 순간이 애타도록 기다려졌다.
"하아악!"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기구를 작동시켰다.
미칠 것 같았다.
그녀의 두 눈은 두 남녀의 아름다운 섹스에 가 있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미 전혀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학! 학! 사랑해."
"흐윽! 나도. 사랑해."
예지는 두 남녀의 사랑에 이제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았다.
열심히 서로를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그뿐이다.
어쩐지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그냥 하품만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그 두 사람 덕분에 그 남자를 더욱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녀는 그 남자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느껴버렸다.
'언제 끼어들 거지'
남자는 계속 예지가 신경쓰였다.
그녀의 신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자신의 멋진 섹스에 흥분한 때문이다.
남자는 어쩐지 뿌듯해졌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솔직한 마음은 그녀가 빨리 끼어들기를 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