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97화 〉@39. 해변의 여인들 (297/377)



〈 297화 〉@39. 해변의 여인들

그녀가 사라지자 어딘지 모를 공허함이 닥쳐왔다.

억지로라도 그녀를 잡아서 지연과 함께 양쪽에 안고 잠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난 욕심이 많은 남자이다.


다시 지연이 잠들어있는 방으로 돌아가 침대에 누웠다.

잠이 들어있던 지연이 몸을 돌리더니 내게 안겨왔다.

 다시 사랑스러운 그녀를 안은채로 잠을 청했다.




아랫도리에서 기분 좋은 느낌을 느끼고 눈을 뜨니 지연이 저 밑에서 내 물건을 손으로 잡고 위아래로 흔들고 있었다.


아직 동이 트기 전인 것으로 보아, 새벽인 모양이다.



"밤에 바람폈죠?"
지연이 뾰루퉁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으응?"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알았지?

"안 잤어?"


"잤어요. 그래도 다 알아요. 밤에 몰래 도둑 고양이처럼 슬며시 빠져나가서 다른년이랑 하고 왔죠? 바람둥이!"

"하하..."
도저히 그녀에게 거짓말은 못 하겠어서 그냥 너털웃음만 지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나 같이 이쁘고 어린 여자를 두고? 휴가까지 와서는? 나랑만 논다면서요?"

"미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쩐다."
그리고 이어지는 지연의 반응은 내 생각을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흐으응... 이런  너무 좋아. 아저씨. 사랑해요."


"응? 화난 거 아니었어?"

"화난 거 맞거든요."
하지만 그녀는 웃고 있었다.

"질투도 사랑하니까 하는 거예요. 하앙!"
지연은 입을 크게 벌리고 내 물건을 입에 넣었다.


"흐윽! 진짜 좋아."
한참을 정신없이 빨다가 그녀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아저씨가 그렇게 몰래 바람을 피우고 오니까, 우리가 연인이라는 실감이 훨씬 더 들어요. 히히!"

음. 이 아이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변태가 맞는 모양이다.


"종종 이런거 부탁할게요. 흐응!"
지연의 눈은 정욕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냄새... 수빈 언니다."


"엉?"
무슨 냄새? 아!

"냄새만으로 그걸  수 있어?"


"그럼요.  코가 무척 좋아서요. 아저씨가  미터 쯤 떨어져 있어도 알 수 있어요."

"굉장한데?"

"흐음... 근데 바람 핀 상대가 수빈 언니면  실망이야."

"그러니?"
그러다가 수빈과 사이가 다시  좋아질까 걱정이 된다.

"기왕 바람을 피우면 좀 모르는 사람이랑 해요. 그래야 더 두근대지. 수빈 언니랑  거면 바람도 아니잖아."


"아... 그랬구나."

정말로 감을 잡기 어려운 아이이다.


"그래도 조금 두근거렸으니까 용서해줄게요."
지연이  위로 올라오며 말했다.


"담엔 좀 더 두근거릴만한 사람이랑 바람 펴야 해요."


"으응... 그렇게 할게."
그리고  뒤로는 우리  다 욕망에 이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의 대화는 하지 않았다.

 이 멋진 아이에게 완전히 빠져버렸고, 절대로 헤어나올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휴가 3일 째.


토요일이라 그런지 해변에 사람으로 가득했다.

8월도 벌써 중순으로 접어들고 있는데, 휴일이라고 사람들이 전부 해변으로 나온  같았다.


지연과 아침을 먹고 해변으로 나와 잠시 물놀이를 즐기다가, 카페에 들어가 빙수를 마시며 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기를 확인해보니 뜻밖에도 은희였다.



"응. 무슨 일이야?"

"우리 왔어. 지금 어디야?"


"응? 우리라고?"


"그래. 학원 원장님들하고 왔다고. 은지 원장님, 송아 원장님. 기억 하지?"

그녀들을 기억 못할리가 없지.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설마 은희에게도 수빈처럼 초능력이라도 생긴 걸까?

"지연이가 알려줬지."

아! 그러면 그렇지.


"지금 어디야? 내가 갈게."


"우리 호텔 로비."

"잠깐만 기다려. 금세 가."


전화를 끊고 지연에게 물어보았다.


"은희한테 이리로 오라고  거야?"

"네!"
그녀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왜? 이번 휴가는 우리 둘이서만 보내기로 했잖아?"

"둘이 보내는 휴가는 여기까지만 해요. 원래 바캉스는 국룰이 2박 3일 아녜요?"

그런 것도 국룰이 있었나?



"그리고 나 은희 언니 파벌의 2인자로서, 언니한테 잘 보여야  필요가 있다구요."


"파벌 놀이 계속 할거야?"

"놀이 아닌데. 빨리 가요. 언니 기다리겠다."
지연이 내 팔을 잡아끌었다.

호텔 로비에 도착하니 정말로 은희와 세 여자가 각자 짐을 하나씩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보고 세 여자가 손을 흔들며 반겼다.


"우리 왔어요!"
"보고 싶었어요! 영웅씨."


"잘들 오셨어요. 오랜만이네요."

"그런데 은희 원장님이 말도 안한거였어요? 우린 깜쪽 같이 몰랐네."


"그러게말야. 우리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은희 쌤이 속인 거니까."


"이렇게 말 안하고 와야 훨씬 더 재미있잖아요. 어때? 너도 좋지?"
뻔뻔스럽게도 은희는 이 사태에 대해 조금의 책임감도 느끼지 못한 모양이다.

그렇다고 뭐... 내가 기분 나쁠 거야 없다.

"근데 진아 언니는  같이 안 왔어요?"
지연이 물었다. 그녀가 은희 학원에 놀러다니기 시작하면서, 그곳 사람들과 제법 친해진 모양이다.


"진아는 좀..."
송아와 은지가 내 얼굴을 보며 말을 흐렸다.

아! 그랬었지.

은희의 말로는 세 사람 모두 나와의 재회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했었다.


은희와 비슷한 종류의 경각심인 모양이다.

그러고보면 은지와 송아가 날 만나러 내려온 것이 더 놀라웠다.



"진아 언니 혹시 우리 오빠 무서워해요?"
지연은 조금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그지. 무섭지. 엄청."
은지는 말을 하다 말고 쿡쿡거리기 시작했다.


송아도 조금 얼굴이 빨게지며 슬며시 미소지었다.

"그니까. 우리 학원 사람들 전부다  얼마나 무서워한다고."
은희가 거들었다.

"왜요? 울 오빠 생긴 것만 이렇지, 얼마나 착한데."

"착하기야 하지. 큭!"
은희도 웃음을 참기 위해 주먹으로 입을 가렸다.


"자! 올라들 가죠."
괜히 나만 놀림거리가 되는 것 같아 그녀들이 가져온 짐을 하나씩 들며 말했다.

"그냥 두세요. 저희가 들어도 돼요."

"그런데 정말 같이 있어도 돼요? 괜히 방해하는 거 아니죠?"

"방해 아니에요. 내가 언니한테 오라고  거니까."
지연이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아유! 우리 지연이 착하기도 하지."
송아 원장이 지연이를 꼭 껴안아주었다.

"원래 해변에는 여럿이 오는  좋잖아요?"
지연이 엉큼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맞아. 바캉스는 함께 즐겨야지."
은희도 비슷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진짜 엄청 고급진 곳이네."
방에 도착하자 은지 원장이 거실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러게요. 이렇게 화려한 룸은 처음이야. 무슨 스위트 룸 같은 거랑 비교도 안 되는 거 같다."
송아 원장이 동의를 표했다.



"여기 방이 셋이니까 편한 대로 쓰세요."
지연과 내가 쓰는 방을 제외한 두 개의 방이 남으니  사람이 추가된다고 딱히 나쁠 것은 없다.

은희와 원장들은 두 개의 방을 구경하고 짐을 놓고는 모두들 비키니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운동을 하는 여자들이라 그런지, 수영복을 입으니 무척 잘 어울렸다.



"이제 나가요. 우리."
"그래요. 여기까지 왔는데 빨리 해수욕장 가야죠."

"어때? 해수욕장에 멋진 남자들 많든?"
은희가 지연에게 물었다.

"하나도 없어요. 우리 아저씨보다 나은 남자 한 명도 못 봤어요."
지연이 너무나 뻔뻔스럽게 대답했다.


"뭐. 몸은 확실히 그렇지. 근데 너 요즘 무슨 운동 해? 갈수록 좋아지는 거 같다."


"운동 같은 거  시간도 없어."

"맞아요. 맨날 바쁘더라구요."
지연이 요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우린 가서 헌팅하자! 헌팅."
은지가 송아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말이야. 어디 짝 없는 사람들은 외로워서 살겠어요? 은지 쎔 말대로 하자 헌팅. 뭐 남자만 하라는 법 있어?"
두 여자가 헌팅이라는 단어를 말하자 갑자기 지연이 눈을 빛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원장님들 오늘 하루 종일 헌팅 아주 실컷 받을 테니 걱정들 마세요. 나갑시다. 이제."
은희가 소지품을 챙겨 먼저 자리를 뜨자, 나머지 여자들도 하나씩 밖으로 나갔다.


멋진 여자들과 해변을 나서니 꽤나 어깨가 으쓱해진다.

지연은 말할 것도 없고, 은희와 나머지 여자들도 어디서 빠지는 외모가 아니다.

더군다나 어느 한 명 군살 따위 찾아볼 수 없는 매끈하고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으니, 지나치는 사람들 중 우리 일행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 경우는 보기 어려웠다.

특히 남자들은 아주 뚜렸하게 내게 부러워하는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근데 왜 한 명도 안해. 헌팅?"
은지가 서운하다는 듯 투덜거렸다.


"그러게 말야. 우리가 매력이 없나?"
송아가 대꾸한다.


"우리 아저씨 때문이에요."
지연이 끼어들었다.

"응? 왜?"


"좀 무섭게 생겼잖아요. 괜히 말을 붙였다가   맞을 거 같아 접근을 못하는 거예요."

"내가 무슨 건달이나 폭력배처럼 보이기라도 한다는 말이야?"

"건달보다는 더 무서워요. 폭력배가 맞겠다."

"좀 그렇기는 해. 아니 오히려 얼굴만 보면 청부 살인? 그런 거 생각나지 않아?"
은희는 한 술 더 떴다.


"사실 나도 영웅씨 우리 학원에 처음 왔을때, 진아가 무슨 사고라도 쳤나 싶었어. 사채빛 받으러 왔나 싶더라고."
송아가 덧붙였다.


"은희 선생님 친구라고 그러니까 은희  과거가 의심스럽다니까."

"진짜 내가 얘 때문에 오해 받은  한두 번이 아녜요."

"나두 그래요. 어제 커피숍에 갔는데, 어떤 언니가 혹시 협박을 당하는 거면 자기한테 몰래 알려달라고 했어요."
지연이 어제 있었던 일을 아주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진짜? 하기는..."
그리고 여자들은 모두 지연의 말을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은지와 송아에게는 아쉽게도 그날 하루종일 두 여자에게 접근하는 남자는 한 명도 없었다.

몇 번 쯤은 네 여자가 함께 모인 것을 보고 슬금슬금 다가서는 남자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녀들 옆에 서있는 나를 알아보고는 다들 얼굴이 하얗게 변해 마치 지나치는 사람인 첫 빠르게 사라져버리고는 했다.


"진짜. 영웅씨랑 같이 못 있겠어."
"그러게 말이야. 우리끼리 따로 놀아야 할까봐."

그렇게 말하면서 양쪽에서 내 팔을 잡고 가슴으로 비비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우리 저기까지 한 번 가보자."
바닷물 속에 들어가서 헤엄을 치다가 은희가 내게 제안을 했다.

그녀가 가리킨 곳은 해안가에서 제법 떨어져 있어서 사람들이 거의 없는 곳이었다.

"그러지 뭐."
은희는 수영을 무척 잘 했다. 나도 물에서는 그다지 겁을 먹지 않는 편이라 은희가 말한 곳까지 우리는 경쟁이라도 하듯 수영을 쳐서 갔다.


"하아... 여기 참 좋다."


"그러네. 잘 왔어."

"나 오니까 좋아? 아니면 우리 선생님들하고 와서 좋은 거야?"
은희는 약간 상기된 얼굴로 물었다.


"당연히 여자들이 잔뜩 오니까... 아! 아파!"
은희가 팔을 꼬집어왔는데, 그다지 아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픈척은 해주기로 했다.

"안아줘."
은희가 내게 가까이 헤엄쳐오며 말했다.

"키스만."
그녀가 살짝 눈을 돌리며 말했다.

우리는 아주 오랜만에 입을 맞추었다.

정말로 짜릿한 순간이었다.


저멀리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지연과 송아와 은지가 정신없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고, 우리는 수평선이 펼쳐진 바다 한 가운데서 키스를 나누었다.




"하아... 좋다."
입을 떼고  은희의 얼굴은 아까보다 훨씬 더 빨겠다.


"하고 싶어. 너랑."
은희가 발로 물살을 휘저으며 말했다.

"나도."


"그래도 안 할 거야."


"정말?"


"어. 대신 오늘 아주 정신을 잃을만큼 술을 먹을 거야."
은희는 그렇게  유혹해왔다.


그리고 손을 뻗어  물건을 잡았다.


"진짜 크다. 너 하루종일 이렇게 발기해 있는 거야?"

"설마. 너랑 둘이 있으니까 그렇지."


"흐응? 진짜려나?"


"진짜라니까. 물론 다른 여자랑 있을 때도 그러지만."


"나쁜 자식!"
은희가 웃으며 내게 욕을 했다.

"여하튼 이번엔 잊지마.  증거를 남겨둬야해."


"알았어."

"그럼 가자. 이제."

은희가 먼저 일행들이 있는 곳을 향해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참. 좀 난폭해도 돼. 아냐.  하고 싶은대로 해."
은희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고 말했다.


"진짜?"


"응. 마음대로..."
은희가 말을 다 하다 말고 고개를 앞으로 휙 돌려버렸다.

흐음... 마음대로라고...
어쩔 수 없이 난 음란한 생각에 빠져버렸다.



"둘이서 뭐 하고 왔어요?"
일행에게로 돌아가자 지연이 내게 달라붙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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