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2화 〉@37. 욕망이 흘러넘치는 예지의 아틀리에
"당신이 어제 말했었죠? 내게 어떻게 할 것인지."
예지는 웃으며 설명했다.
"그랬었죠. 예지 씨 주변 여자들과 섹스를 하면서 당신을 흥분시키겠다고."
"그래서 한 번 기회를 드리려고요. 은채는 내게 가장 소중한 친구예요."
어느새 벌거 벗은 은채가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녀의 벗은 몸은 꽤 괜찮았다.
키는 평균보다 살짝 큰 정도, 가슴은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제법 손을 채울 정도는 될 것 같았다.
몸은 무척 슬림하다. 딱히 운동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군살이 보이지 않는다.
다리는 조금 긴 편이고, 살이 없어서 그런지 엉덩이는 그리 큰 편은 아니다.
다리 사이에는 털이 적당히 나있다.
예지가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면 아주 만족스럽다.
"어디 한 번 은채를 마음대로 사용해서 당신의 욕망을 보여줘요."
그녀가 기대감으로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은채의 얼굴을 바라보니 꽤나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재미있군요. 사용해서라니, 마치 예지 씨가 사용하는 그 자위기구처럼 말이지요?"
"편한대로 생각해도 되요. 은채는 내게 제일 친한 친구이고, 그래서 기꺼이 날 도와주기로 했어요."
"예지 씨의 욕망을 위해서 기꺼이 말이죠."
"비꼬시는 건가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받아들여도 될까요?"
"천만에요.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단지 내 욕망을 에스컬레이트 시키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해 알아야 할 뿐이죠."
"흐음?"
"물론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대와 육체만을 나누는 행위도 즐겁지만, 내 경우는 어떤 여자와 관계하고 있는 지도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죠."
"좋아요. 그럼 은채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뭐든지 물어봐요."
내 대답이 마음에 드는지 예지는 다시 벌거벗은 친구의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예지 씨한테는 은채 씨가 가장 친한 친구라고 했는데, 은채 씨도 그런 건가요?"
"은채는 나밖에 친구가 없어요."
이번에도 예지가 대답했다.
"마치 두 사람은 친구가 아니라 아가씨와 하녀 같이 느껴지네요."
"친구라니까요."
"아니. 그보다도 더한데... 은채 씨는 어째서 예지 씨의 말이라면 전부 따르는 거죠?"
"제일 친한 친구니까요. 예지가 좋은 작품을 완성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기뻐요."
이번엔 은채가 직접 대답했다.
예지는 그 대답이 흡족한지 미소를 지으며 은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알았어요. 두 사람의 우정이 아주 돈독하다는 것은 틀림없는 거 같네요."
물론 다른 사람들과는 매우 다른 종류의 우정일 터이지만, 나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래서 내가 은채 씨를 어떻게 사용했으면 좋겠어요?"
일부러 예지가 했듯이 사용이라는 단어를 썼다.
은채의 눈이 떨리고 있었다.
틀림없이 그녀는 자신에게 닥칠 일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당신 마음대로요. 섹스를 하건, 무얼 하건 원하는대로 해요. 오늘 은채는 당신의 욕망을 위해 여기 왔어요."
예지는 친구의 두려움은 조금도 신경쓰지 않았다.
오직 자신의 욕망에만 충실한 여자였다.
그런 면에서 윤진과 무척이나 흡사하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그녀보다도 훨씬 더 잔혹한 여자였다.
어쩌면 스스로가 잔인하다는 자각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그녀들에게 세상은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고, 다른 사람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아마 그녀들 탓만은 아닐 터이다.
그렇게 자라났고, 그렇게 교육받아왔으리라.
"어제의 그 도구는 준비했어요?"
"여기요."
예지가 앉아있는 의자 옆에 두었던 작은 상자를 들어올렸다.
상자 안에는 제법 많은 자위 도구들이 들어있다.
"은채 씨는 어떤 걸 좋아해요? 평소 사용하던 것이 있어요?"
"은채는 자위 같은 거 안해요. 이건 내가 사용하는 거예요."
예지는 어제와 비슷한 자위기구를 들고, 다시 어제처럼 블랭킷을 들어 자신의 다리를 덮었다.
"오늘은 그걸 치우는 게 좋겠어요. 내 진짜 욕망을 보고 싶다면 말이지요."
"흐음?"
예지는 고민하고 있었다.
사실은 그녀도 내게 자신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명작을 완성시키고 싶은 욕망에 가득했다.
내가 그녀의 몸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이상, 그녀가 내 요구를 배척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좋아요. 당신의 자제력을 믿어볼게요."
그녀는 다리를 덮은 블랭킷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바로 그 자위기구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아직 다소곳하게 다리를 접고, 날 바라보고 있었다.
"은채 씨한테도 그걸 주는 게 좋겠군요."
"흠..."
이번엔 그리 오래 생각하지 않고, 들고 있던 자위도구를 은채에게 넘겼다.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지?"
"미안..."
"괜찮아. 내가 알려줄게. 우선 다리를 벌려. 저 남자에게 내 성기를 보여줘."
은채는 살짝 몸을 떨면서도 지시를 따랐다.
"그리고 이걸 클리토리스에 가져다 대. 여기 스위치 보이지? 이걸 누르면 강도 조절을 할 수 있어. 처음엔 한 번만 눌러."
은채는 다리를 벌린 채, 그걸 자신의 클리토리스에 가져대었다.
그리고 불안한 눈으로 스위치를 누른다.
"앗!"
은채의 몸이 떨려왔다.
"아앗!"
은채는 당황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자위는 정말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요?"
"진짜라니까요. 은채는 내 말을 아주 잘 들어요."
예지가 그렇게 대답했고, 은채는 지금 아래에서 밀려오는 감각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남자 친구는요?"
"남자 친구 같은 거 없어요. 은채는 나중에 내가 골라주는 남자랑 결혼할 거예요."
"은채 씨의 결혼 상대를 예지 씨가 결정해도 되는 건가요?"
"네.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은채는 아직도 그 낯선 감각에 시달리면서도 이번 질문에는 직접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눈치가 빠른 여자였다.
그녀가 대답하는 경우는 대개 예지의 기분을 좋게하기 위한 것이었다.
"괜히 쓸모없는 남자랑 사귀고 지저분한 추억 따위 남기는 것보다, 훨씬 더 괜찮은 사람과 만나게 될 거예요."
예지는 은채의 대답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부연 설명을 했다.
너무나 제멋대로라서 다른 사람의 이의 제기 따위 먹혀들어갈 여지 따위 조금도 남겨놓지 않고 있었다.
"그럼 남자 경험도 없다는 말이로군요."
"혹시 남자 경험이 있는 여자쪽이 더 좋은 건가요? 뭐. 어떤 남자들은 그렇더군요. 굳이 처녀와 섹스를 해서 귀찮은 일이 생기는 것보다, 경험있는 여자와의 가벼운 관계를 더 선호한다면서요? 참! 그러고 보니, 당신은 남자가 있는 여자를 빼앗는 걸 좋아한다고 했죠?"
"아뇨. 남자가 있는 여자를 빼앗는 게 좋은 게 아니라, 멋진 여자들은 대개 남자가 있더군요."
"그래요?"
예지는 내 말의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듯 날 빤히 바라보았다.
"좋아요. 그럼 다행이네요."
"그런데 아까부터 자꾸 날 좀 못된 사람으로 몰고 가는 거 같은데요."
예지가 살짝 기분 나쁘다는 투로 말했다.
"절대로 당신의 성격에 대해서 논하려는 생각은 없어요. 솔직히 난 예지 씨의 그런 면이 마음에 들고요."
"내 어떤 면이요?"
"독선적이고, 스스로에게 확신에 차있는 모습 말이죠."
"흐응?"
이번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예술을 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품성이라 생각해요. 자신의 세계를 먼저 공고하게 하지 않으면, 결코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없죠."
내 대답에 예지의 얼굴이 조금은 풀어졌다.
"그리고 내가 지금 알고 싶은 것은 은채 씨의 마음이죠. 난 결코 두 사람의 관계를 비난하고 싶지 않아요. 비록 은채 씨가 예지 씨에게 노예처럼 메여 있는 관계라해도요."
다시 예지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오히려 내 쪽에서는 더 큰 기대감이 드는군요."
난 내 물건을 손에 쥐고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대감이라고요?"
"다른 여자에게 종속된 여자를 범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흔치는 않을 것 같군요."
"흐응!"
이번엔 조금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예지는 내 손의 움직임에 눈길을 주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은채씨한테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군요. 지금 기분이 어떤가요?"
"좋아요."
은채가 짧게 대답했다.
"괜찮아. 솔직하게 말해도 돼. 네가 솔직해야 저 남자가 욕망을 느낄 수 있다면 그렇게 해."
예지는 날 바라보며 말했다.
"부끄럽지 않아요?"
"부끄러워요."
은채는 짧게 대답하고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괜찮아요. 이 정도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어요. 읏!"
다시 그녀가 몸을 떨었다.
"자위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죠? 그런 느낌은 처음이겠군요."
"맞아요... 윽! 이런 기분 처음... 으윽!"
그녀는 클리토리스에서 전해지는 자극을 쾌감으로 느끼지 않고, 오히려 저항하려 하는 모양이다.
"마음을 풀어봐요. 음. 몸에서 조금 힘을 빼고. 그렇게 긴장을 하고 있으면 쾌감을 느끼기는 힘들 거예요."
"맞아. 쾌감에 몸을 맡겨봐. 그러면 아주 기분이 좋아질거야."
예지는 조금씩 쾌락에 다가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알았어."
예지의 말이라면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것이 체화가 된 모양이다.
은채는 정말로 몸에 힘을 풀어버리려 노력했다.
"아앗! 이런 거... 조금..."
"은채 씨는 오늘 처음 만난 남자 앞에서 자위를 하고, 그 남자와 섹스를 해야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어요?"
물론 그녀가 솔직한 대답을 하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이유가 어떤 것이든, 그녀는 예지에게 완전히 종속되어있는 여자였다.
그러니 그녀가 어떤 대답을 하건, 자신의 주인을 기쁘게 하려는 의지가 숨어있을 것이다.
"두려워요. 사실은..."
은채가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언젠가는 예지가 정해주는 남자와 연애를 하고, 섹스를 할 거라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불현듯이..."
그러니까 지금 하고 있는 말도 어디까지나 예지의 기분을 살피고 나온 대답이라 생각해야 한다.
"특히... 당신 성기가 좀... 끔찍하게 커서... 그게 내게 들어온다 생각하면... 겁이 나요. 많이."
"좋아요. 점점 더 마음에 드는군요."
난 예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은채를 유희의 도구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나도 예지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예지는 다리를 벌리고 다른 자위 도구 하나를 꺼내 자신의 클리토리스에 대었다.
점점 그녀 또한 쾌락을 즐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예지는 내게 자신의 비밀스러운 곳을 보여주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어제도 그랬다.
그녀는 계속 블랭킷 아래로 숨기고 있었지만, 막상 그게 떨어져내려가 내게 보여주었을 때,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나와 예지는 서로를 마주보며 자위를 했다.
그녀도 나도 서로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했다.
불쌍한 은채는 그저 우리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윽!"
그리고 예지의 쾌감은 무척 빠르게 다가왔다.
예지는 몸을 떨며 쾌락을 즐겼다.
여전히 불편한 얼굴로 낯선 쾌감에 어쩔줄 모르는 은채와는 사뭇 달랐다.
"예지 씨는 내가 은채를 어떻게 다루었으면 좋겠어요."
한참 동안 그렇게 욕망에 가득한 시선을 교환하며 자위를 이어가다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전부 은채에게 풀었으면 좋겠어요. 하아..."
예지가 숨을 가쁘게 내쉬며 대답했다.
"물론 그럴 거예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줘요."
"흑! 아... 음... 좋아. 학!"
예지는 잠시 대답을 하는 대신 쾌락을 즐겼다.
"좀 거칠게. 마치 강간이라도 하듯이. 학!"
예지는 자신의 욕망을 숨기는 성격이 결코 아니었다.
그리고 은채는 그다지 놀랐다거나, 화가난 표정은 아니다.
사실 그녀가 각오하고 있는 섹스가 예지의 말과 크게 다르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리라.
"윽! 으으..."
하지만 그와 별개로 아래에서 올라오는 자극은 그녀에게 조금씩이나마 쾌감으로 인식되는 모양이다.
은채는 점점 참기 어려워보였다.
하지만 그녀가 느끼고 있는 수치가 훨씬 더 크기 때문인지, 진정한 쾌락에 빠지는 것은 불가능한 모양이다.
"어째서 구경만 하고 있는 거죠? 내가 준비한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가요?"
예지는 이제는 은채를 친구라고 칭하지도 않았다.
"아주 마음에 들어요. 그런데 당신이 원하는 것은 내가 욕망으로 가득찬 모습을 보고 싶은 게 아니었나요?"
"맞아요. 욕망으로 가득해있던 어제의 그 모습을 보여줘요. 흑!"
예지는 몸을 덜덜 떨면서 내게 자신의 욕망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