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1화 〉@37. 욕망이 흘러넘치는 예지의 아틀리에
차를 몰고 주은의 집으로 향했다.
예지와의 놀이로 잔뜩 오른 성욕을 풀 상대가 필요했다.
"왠일이에요? 주말에 날 다 찾아오고?"
싱글벙글 거리는 주은의 손을 잡고 침대로 가서, 그녀의 몸을 돌리고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팬티를 벗겼다.
"왜 이렇게 급해요?"
주은은 여전히 들뜬 목소리였다.
스커트를 들어 올리고 바지를 내리고 허겁지겁 그녀에게 삽입했다.
"으윽! 아직 젖지도 않았는데... 히잉!"
조금 아픈 것 같았다.
하지만 난 오히려 더욱 마음에 들었다.
어쩐지 그녀를 강제로 겁탈하는 기분이 들었다.
"윽! 아! 아픈데 조금만 살살... 흑!"
그녀에게는 미안한 기분이 들었지만, 주은의 사정을 봐주고 싶지 않았다.
당장 누구라도 덮쳐버리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상대가 꼭 주은 그녀일 필요는 없었다.
"오늘 이상해요! 학! 아!"
주은은 고통과 쾌락을 함께 느꼈는데, 그중에서도 고통이 좀 더 큰 모양이다.
"이거... 꼭 강제로... 당하는 거 같아요."
그녀도 느끼고 있었다.
"무슨 일 있었어요?"
"응."
"아... 무슨 일인데요?"
"어떤 여자를 만났어. 굉장히 하고 싶었지만, 안 했어."
"그럼... 그걸 나한테 풀려고 이러는 거예요?"
조금전까지 발랄하던 주은이 풀이 죽어 물었다.
"응."
내가 대답을 한 뒤로, 주은은 더이상 말이 없었다.
자신의 몸이 누구인지 모를 어떤 여자의 대체제라는 말에 기분이 좋을 여자는 없다.
아니. 만약 나은이었다면 오히려 즐거워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서 지금 내게 필요한 사람은 나은이 아니었다.
이제 알겠다.
내가 원한 것은 이 여자였다.
주은은 내가 소유한 여자 중에 가장 정상적이다.
그리고 무척 착한 여자이다.
그런 여자이기에 이렇게 괴롭히는 기분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흑!"
주은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난 그녀의 몸에 사정했다.
"흐윽! 흑!"
그녀는 아무런 쾌감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오직 느끼는 것이라고는 모멸감과 고통뿐일 것이다.
평소라면 기분이 나빠도 억지 웃음을 지으며, 돈 이야기 따위로 화제를 돌리고 했을 터이지만, 오늘은 그것도 못하겠던 모양이다.
난 흐느끼고 있는 주은의 몸을 돌려 침대에 눕혔다.
주은은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하며,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난 무심하게 그녀를 내려보며, 그녀의 셔츠를 위로 끌어올렸다.
날 위해 갈아입었던 것인지, 무척 화려한 브래지어가 눈에 띈다.
거기에는 그다지 눈길도 주지않고, 그녀의 등뒤로 손을 넣어 후크를 풀렀다.
주은은 스스로 올라간 셔츠를 벗고, 브래지어도 팔에서 풀었다.
"치마... 벗어요?"
주은은 착한 여자였다. 수치심을 느끼면서도 내가 원하는 것을 찾고 있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치마를 다리 사이로 벗어내리고, 알몸이 되었다.
"강제 플레이는 추가 요금 있어요."
주은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내가 미우면 깨물어도 돼."
난 손가락 하나를 그녀의 입에 대었다.
"아프게 할 거예요."
주은은 그 손가락을 입에 물고 아주 살며시 물었다.
다시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우는 것도 전부 비용으로 처리해."
나름 농담이라고 그렇게 말해본다.
"나빠요. 진짜. 흑!"
주은이 다시 눈물을 흘렸다.
어떤 여자는 그렇게 울고 있을 때, 훨씬 더 섹시하다.
주은이 그랬다.
난 다시 한 번 그녀를 범했다.
이번에도 그녀는 그렇게 쾌감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저 서러운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오늘 만난 여자..."
두 번째 사정이 끝나고 그녀가 물었다.
"이뻤어요?"
"응. 주은이랑 비슷한 정도로."
"나랑 생긴 게 비슷했단 말이에요?"
"아니. 전혀 달라."
주은은 조금 개성적인 얼굴의 미녀이다. 서양 여자처럼 위아래로 조금 길고, 눈은 꽤 길다.
그리고 조금전에 유희를 즐겼던 예지는 동글동글하고 자그마한 얼굴의 미인이다.
어느 누구도 두 사람이 비슷하다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왜 그여자랑 안 했어요?"
"안 하는 편이 훨씬 더 즐거웠으니까."
"뭔가 또 못된 짓을 꾸미고 있는 거죠?"
그녀도 자신이 내가 쳐놓은 덫에 걸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아마도."
물론 이번엔 온전히 나만의 욕망은 아닐 것 같다.
하지만 예지가 원하는 결말과 내가 원하는 결말이 결코 같지는 않을 것이니, 못된 계획이라 말해도 틀리지 않다.
"왜... 당신 같은 남자한테..."
주은이 다시 눈물을 떨구었다.
착한 여자이다. 그래서 좋다.
난 다시 욕망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이번엔 아까 풀지 못했던 욕구가 아니라, 이 여자에 대한 욕망이다.
다시 그녀에게 욕구를 풀었다.
"당신은 어떤 때는 굉장히 착한 사람 같은데, 어떤 때는 굉장히 나쁜 사람 같아요. 종잡을 수가 없어."
주은은 여전히 서글픈 눈으로 말했다.
"세상 어느 남자라도 마찬가지야. 특히 주은이처럼 이쁘고 착한 여자라면 괴롭히고 싶어지지."
"날 정말로 그저 창녀처럼 생각하는 거예요?"
그러고보면 이 여자에게 가장 많은 상처를 주었던 것 같기도 하다.
처음 만난 날은 남자 친구와 비극적으로 갈라놓았고, 두 번째 만남에서는 그녀를 창녀로 만들었다.
그리고 다음엔 나은과 섹스를 하는 자리로 불러내어 다시 수모를 주었다.
솔직히 말해 이 여자는 그런 취급을 받을 만한 여자는 아니다.
"싫은가?"
"싫어요. 나도 여자라구요. 흑!"
처음으로 그녀는 자신의 본심을 털어놓았다.
"평생 내 창녀로 살게 될텐데?"
"그건 조금... 괜찮아요."
주은이 울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말 꼭 책임져요. 평생이에요."
"물론이지. 나도 너처럼 아름다운 여자를 손에서 놓치고 싶지 않아."
"아름다운 창녀겠죠."
조금 새초롬하게 말을 덫붙이는 주은은 더는 서글픈 표정이 아니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 마음에 들어 난 키스를 요구했고, 주은은 기쁘게 받아주었다.
그날 난 주은을 세 번 범하고, 그녀의 집을 나왔다.
주은은 내게 저녁을 차려주길 원했지만, 아직도 내 정욕은 충분히 풀리지 않았다.
차를 몰고 이번엔 다리를 건너 회사 근처의 한 비즈니스 호텔로 갔다.
호텔 방으로 들어가니, 미리 연락해 놓은대로, 두 여자가 벌거벗은 채 엉덩이를 들어올리고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난 우선 반 팀장의 몸을 탐했다.
그리고 중간에 정 팀장에게 바꾸어보았다.
쉬지 않고 세 시간 동안 두 여자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오늘은 어느 누구에게도 캐스팅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기에, 두 여자 모두 꽤나 힘이 들어보였다.
"학! 학! 오늘... 무슨 일 있어?"
정 팀장이 슬며시 눈치를 보며 물었다.
반 팀장은 말은 못하고, 그저 내 눈치를 살필 뿐이다.
여자들은 남자의 기분에 민감하다.
만일 그걸 눈치채지 못한다면, 그건 그 상대가 그만큼 대단치 않다는 증거일 뿐이다.
"그냥 하고 싶어서요."
"그랬구나. 마음대로 해."
정 팀장이 배시시 웃었다.
"오늘은 이정도면 충분해요."
"그냥 가는 거예요? 같이 식사라도..."
반 팀장은 서운한 얼굴이 되었다.
"약속이 있어서 그만 가봐야겠어요."
난 두 사람의 서운한 얼굴을 뒤로하고 호텔을 빠져나왔다.
정말로 다음 약속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 욕구는 아직 충족되지 않았다.
"오빠 온다고 해서 저녁 차려 놓고 있었어요."
나은이 기분 좋게 나를 맞아주었다.
두 사람이 먹기에는 너무 많을 것 같은 음식들이 식탁에 가득했다.
"언니! 나 왔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호들갑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도연이 도착했다.
나은에게는 그냥 온다 소리만 했는데, 그새 욕망을 참지 못하고 도연을 부른 모양이다.
우리 세 사람은 함께 나은이 정성껏 만든 식사를 했다.
그녀는 제법 괜찮은 실력을 가졌다.
그리고 도연은 끊임없이 다리를 뻗어 날 건드렸다.
식사가 끝날 무렵, 나은이 무얼 사러가야한다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오빠는 마저 드세요."
도연은 재빨리 식탁 아래로 내려가 내 바지를 허겁지겁 끌어내렸다.
나은이 돌아올 때까지 도연은 자신의 욕구를 마음껏 채웠다.
그날 밤은 나은의 집에서 보냈다.
나은의 몸을, 도연의 몸을 아주 충분히 먹어치우고야, 간신히 내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다음날 약속 시간에 맞춰 다시 예지의 아틀리에에 방문했다.
"어서오세요. 영웅씨죠?"
그리고 이번에는 예지가 아니라 다른 여자가 문을 열어주었다.
나이는 예지와 비슷해보으는 이십 대 초반 정도. 예지 수준의 미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귀여운 얼굴이다.
"예지 지금 안에 있어요. 들어오세요."
편하게 호칭을 하는 것을 보면 고용인은 아닌 모양이다.
그녀를 따라 어제 내가 앉아있던 곳으로 갔다.
"오셨어요."
예지는 어제의 그 자리에 앉아 이젤 위의 그림을 노려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 내게 인사했다.
"어제부터 계속 이걸 잡고 있는데... 진도가 나가지 않아요. 도와주셔야겠어요."
시무룩한 얼굴로 그녀가 말했다.
"도움이 될 지는 모르지만, 말해보세요."
"음. 그냥 어제처럼 내 모델이 되어주면 되요."
예지가 설핏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어제처럼 이라는 단어에 너무 많은 의미가 들어있어 정확하게 감을 잡기 어려웠다.
"은채야. 마실 것좀."
"응. 잠깐만."
은채라는 여인은 예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방으로 가버렸다.
"그럼 바로 벗어주실래요? 참! 은채는 신경 쓸 거 없어요. 나한테 제일 친한 친구거든요."
"그러죠."
그녀의 말은 앞뒤가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난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
아마 혼자서는 자신의 욕망에 저항하기 힘들어 친구를 부른 모양이라 생각했다.
나로서야 내 벌거벗은 몸을 보는 여자가 둘이라고 갑자기 쑥스러워 질 것도 없다.
옷을 벗고 의자에 앉을 때까지, 예지는 내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역시 벌써 발기해있네요."
"예지 씨 얼굴만 봐도 흥분이 되는 군요."
"농담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예지의 얼굴엔 묘한 흥분이 서려있었다.
"오늘은 다리를 묶지 않을 건가요?"
그녀에게 웃으며 물어보았다.
"네. 어제 당신이 충분히 자제할 수 있는 남자라는 걸 확인했어요."
그렇게 잠시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은채라는 여자가 쟁반에 음료수가 담긴 컵 몇 개를 얹고 돌아왔다.
"아!"
벌거벗은 내 몸을 발견한 은채가 살짝 놀라고 있었다.
"놀라지 말고 앉아."
예지는 어째서인지 은채가 놀라는 모습에 만족스러워했다.
"으응..."
은채는 예지 바로 옆에 놓아둔 의자에 앉았다.
"저기... 여기... 콜라..."
은채는 나와 눈이 마주치지 않으려 살짝 고개를 돌리고 콜라잔을 내게 주었다.
"은채는 나랑 제일 친한 친구에요. 우리가 얼마나 오래됐지?"
"중학교 2학년 때부터니까.. 6년이 넘었어."
여전히 내게 눈길을 주지 않았지만, 은채라는 여자는 어느새 침착을 되찾은 모양이다.
"그렇데요. 여하튼 그때부터 우리 쭉 같이 어울려다녔어요. 학교도 같이 들어갔구요."
어제 듣기로 예지는 제일 이름난 사립 대학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은채라는 친구도 꽤 똑똑한 사람인 모양이다.
"성적은 좀 더 높은 곳을 지원해도 됐는데, 나랑 같이 다닐려고 낮춰 지원했어요. 꼭 나랑 다니겠다고 전부 나랑 똑같이 원서를 넣었어요."
"아하..."
뭔가 이상하다. 아무리 친하다고, 학교를 낮춰서까지 같이 다닌다고? 그것도 낮췄다면 국립대에 다닐 실력이었다는 이야기인데.
"우리 은채 이쁘죠?"
예지가 갑자기 친구의 턱을 아래에서부터 손으로 거머쥐고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그녀의 태도는 마치 사람을 소개한다기 보다는 애완 동물을 자랑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게 했다.
"예. 미인은 미인이랑 친한가봐요."
보통 여자들은 그런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지는 미인 맞지만, 난 그정도는 아니에요. 딱 조금 귀엽다 정도가 맞아요."
은채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아냐. 너 굉장히 이쁜 얼굴이야. 특히 남자들이 좋아할 얼굴이라고."
맞는 말이다. 갸르스름하면서도 어딘지 모를 섹기가 흐른다.
여자들은 몰라도, 남자라면 쉽게 빠져들 것 같았다.
"그럼 오늘은 두 분이 같이 그림을 그릴 건가요?"
그렇게 붙어다닌다면, 취향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물었다.
"아뇨. 은채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어요."
"예?"
무슨 소리야?
"정확하게 말하면 날 위해서이겠지만. 난 당신의 욕망을 이끌어내기를 원하니까요. 은채야."
예지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은채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벗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