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8화 〉@36. 相互自慰 - 서로를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며
내가 아무런 흑심도 없이 돈 때문에 모델을 하겠다고 나설 리 있겠는가?
그녀가 대단한 배경을 지녔을 것이라고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녀의 요구에 응한 것은 그 배경이 아니라, 그녀 자신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눈을 신경쓰지 않는 당당한 태도와 빼어난 미모는 내가 탐을 내기에 아주 충분했다.
"아!"
그녀가 말을 마칠 때 쯤, 난 알몸이 되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난 이미 충분히 발기해 있었다.
그녀처럼 멋진 여자를 보고 발기하지 않는다면 남자가 아니지.
화가는 힘차게 솟아있는 내 물건을 보고 조금 얼굴을 붉혔다.
"미리 경고하기를 잘 한 거 같군요."
그녀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 것 같네요."
여자 앞에서 알몸이 되는 것은 하나도 부끄럽지 않기에, 난 그녀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었다.
"잠깐만요. 아무래도 마실 게 필요하겠어요."
그녀는 자리를 떠서 몇 분 정도 있다가 돌아왔다.
아마도 내 발기한 놈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던 모양이다.
"혹시 지금 흥분해 있는 건가요?"
그녀는 솔직하게 물어왔다.
"성적으로 그런 거냐 묻는 거라면 그렇다고 해야겠네요. 예지 씨처럼 멋진 여자를 보고도 흥분하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잖아요? 더군다나 혼자서라고 하지만, 벌거벗고 있으면, 성적으로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는게 정상 아닐까요?"
"다른 남자 모델... 아니. 알았어요. 그런데 내가 한 경고는 알아들은 거지요?"
"한순간의 욕심을 이기지 못하고 평생 동안 후회할 짓을 할만큼 어리석지는 않아요."
"다행이로군요. 서로를 위해서라도."
화가는 내 말을 믿기로 했는지, 점점 침착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굉장히... 크네요."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꺼내놓는 것에 서슴이 없었다.
"칭찬은 아닌 거죠?"
"모르겠어요. 남자 성기에 대해서는... 음... 그렇게 경험이 없어서요."
"그런 것 치고는 그림들이 무척 적나라하더군요."
그녀가 그린 작품들에서는 하나 같이 성적인 뉘앙스를 잔뜩 풍기고 있었다.
그녀의 그림의 모델이 된 여자들은 하나 같이 다리를 벌리고 음부를 아주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었다.
물론 그녀가 그린 그림 중에 남자 모델이 없다는 것을 미루어보면 남자에게 경험이 없다는 말이 납득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가 남자를 불러 벗겨놓은 것을 보면 여전히 의혹은 남는다.
"그렇죠?"
여자가 씩 웃었다.
그녀의 웃음을 보니, 어쩐지 그녀가 이제 내 성기를 보았을 때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난 리비도가 무척 강한 편이에요."
그녀는 자신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내가 화가라고 말은 했지만, 난 미술을 전공하지는 않았어요. 아빠가 탐탁지 않게 생각한 이유도 있었지만, 나 스스로도 미술을 꼭 대학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그냥 평범하게 대학을 갔어요. 지금은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고요."
그녀가 말을 하는 동안 난 묵묵히 듣기만 했다.
좋은 목소리였다. 조금은 톤이 높기는 하지만, 너무 뾰족하지는 않았고, 자신이 있으면서도 어둡지 않은 성격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난 화가로서의 삶을 살고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다산 그룹을 물려받고 싶은 욕망도 있어요. 욕심이 아주 많거든요. 내 성격은 아빠나 할아버지의 것을 그대로 물려받은 모양이에요. 두 분 다 예술가적 기질이 아주 농후하신 분들이거든요. 다산 갤러리에 전시되어있는 작품 중에 좋은 그림들은 전부 두 분이 수집하신 것들이죠."
부친과 조부에 대해서는 좋은 감정을 가진 것 같다.
소설이나 드라마에서처럼 막장인 재벌 집안은 아닌 모양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경쟁자가 꽤 많지만요. 우리 오빠라든지, 사촌 오빠와 사촌 동생들까지. 그래도 도전도 해보지 않고 물러설 생각은 없어요."
우리가 약속했던 대로, 그녀는 먼저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예술에 대한 내 열정도 전부 진실해요. 난 둘 다 손에 넣을 생각이에요. 그렇게 욕심이 많은 만큼 리비도도 강한 모양이에요. 우리 할아버지도 그러셨거든요.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평생 건드린 여자가 세 자리는 훌쩍 넘나봐요."
"존경할만한 분이로군요."
솔직하게 말했다.
"그런 나의 리비도가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통해 투사되는 것은 아주 당연하죠. 난 성애에 관심이 많고, 그런 내 감정을 가감없이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그녀는 자신이 누드화, 그것도 꽤나 노골적인 누드 그림을 그린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남자 관계는 아주 깨끗해요. 지금까지 남자를 사겨본 적도 없고, 남자와 섹스는 결혼 뒤에나 할 생각이거든요. 나한테는 순결을 유지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어요.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경고하지만, 엉뚱한 생각은 하지 말아줘요."
"물론이죠. 아까도 말했듯이 순간의 욕심 때문에 서로를 불행하게 만들 생각 따위는 없어요. 물론 이것 때문에 걱정이겠지만."
난 내 물건을 가리켰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리 현상은 어쩔 수 없으니 봐줘요. 정 못마땅하다면, 여기서 끝내는 편이 낫겠죠."
"아뇨. 당신 말대로 생리 현상이니까. 사실은 나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에요. 늘 화면으로만 보다가 직접 보니 신선하기도 하네요."
"발기한 걸 처음 보았다는 건가요? 아니면 남자 성기를 직접 본 게 처음이라는 건가요?"
"발기한 거요. 감히 내 앞에서 그걸 세우고 있을 남자 없었어요."
"그렇군요. 그럼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이제 영웅씨에 대해 물어볼게요. 사진 찍는 분이라고 했었죠?"
"본업은 아니에요. 평범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고, 사진은 취미라 할 수 있겠죠."
"흠. 그런 것 치고는 아주 욕망이 잘 표현되어 있어요. 좀 놀랐거든요. 그렇게 노골적인 성욕을 옷을 입고도 표출할 수 있다니."
그녀는 내가 찍은 여자들이 전부 성적으로 잔뜩 흥분한 상태라는 비밀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사실은 부러웠어요. 내가 추구하는 그림이 그런 종류였거든요. 대상이 지닌 리비도의 표출. 그런데 쉽지 않았어요. 아마 내 실력 때문이겠죠."
"아하! 어쩐지 전부 벌거벗고 그곳을 아주 적극적으로 내보이고 있더군요. 하지만 당신 말대로 리비도의 표출이라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어요. 그보다는 그냥 여기 내 성기가 있으니 한 번 봐라! 하는 정도라 할까요."
"음... 맞아요. 나도 그렇게밖에 느낄 수 없더군요. 그런데 당신 사진의 여자들은 전부 제대로 옷을 입고 있는데 성적인 이미지로 가득했어요."
그렇게 말하고 있는 예지의 얼굴은 욕심으로 가득했다.
"요체는 결국 벗은 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거죠.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해요."
"그러면 뭐가 중요해요?"
그녀가 허겁지겁 내게 물어왔다.
"예지 씨도 알고 있잖아요? 피사체가 가진 내면의 욕구. 그걸 표현해야하죠. 하지만 예지 씨 그림에서 모델들이 지니고 있는 욕구는 그런 게 아니잖아요."
"흠..."
그녀는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하면 그 욕구를 표출할 수 있을까요?"
"욕구가 있어야 표출하죠. 당신의 모델들이 당신 앞에서 자신의 욕망을 표출했나요? 아니면 그저 당신이 지정한 포즈를 열심히 취하고 있었나요?"
"아! 그렇군요. 다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렇겠죠. 당신이 원하는 그림이 그런 거라면... 상대의 욕망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아주 힘든 길을 가야겠어요. 돈을 받고 모델을 한다해서, 자신의 성욕을 내보이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겠죠."
"그럼 혹시 당신은 나한테 보여줄 수 있어요?"
화가는 욕망으로 번들거리는 눈으로 내게 물었다.
"뭘 원하는 건가요?"
"당신의 욕구를 보여줘요."
"지금요?"
"네. 만일 그걸 보여준다면, 모델료는... 아니. 수업료는 충분히 드릴게요."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보죠. 하지만 내가 지금 지닌 리비도는 예지 씨에 대한 것인데 상관없어요?"
"음... 내 몸을 건드리지 않는다면요."
"좋아요. 그럼 난 예지 씨에 대해 몇 가지 더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그리고 예지 씨는 날 관찰하면 되겠네요."
"좋아요. 뭐든지 물어봐요."
여류 화가는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에 드디어 닿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잔뜩 흥분해있었다.
"예지 씨의 리비도에 대해 더 말해줘요. 어떤 성욕을 지니고 있는지, 어떤 환상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어째서 그런 성욕을 가지고도 결혼전까지 순결을 지키려고 하는지."
"제일 마지막 질문에 답할게요. 아!"
화가는 대답을 하려다가, 내가 내 성기를 손에 잡는 모습을 보고 살짝 놀랐다.
하지만 그녀는 금세 평정심을 되찾았다.
"약혼한 남자가 있어요. 가문끼리의 결정이었죠. 물론 무조건 따라야하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나도 그 결정에 동의했어요. 아주 좋은 조건이었으니까요. 어떤 집안인지는 말하지 않겠어요. 그냥 내가 경쟁자들과의 싸움에서 앞서나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만은 말할 수 있어요."
"그러면 사귀고 있는 사람이 있는 거네요."
난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화가는 잠시 그곳에서 눈을 떼고 내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계속 눈이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던 모양이다.
"아직은 이에요. 지금 영국에 유학중이거든요. 약혼이 결정된 내내 그랬어요. 방학이면 한 번씩 들르기는 했지만... 그쪽이 조금 연하이기도 했고... 사실 연애 감정이 들지는 않아서요."
"연하?"
"지금 고등학교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어요."
"그럼 예지 씨는?"
"전 지금 2학년이고요. 대학생이요. 훗!"
생각했던 것만큼 어렸다.
"여튼 그쪽과 약혼을 한 뒤로, 그 남자... 나한테 순결을 요구했어요. 내가 너무 이뻐서 걱정이 된다나? 풉! 그때 겨우 막 중학교 졸업할 때였다구요. 영국까지 날아가서 그 애를 만났는데, 나한테 누나라고 부르지는 않고 어른인철 하려고 애를 쓰더군요. 그래서 약속했어요. 서로 결혼식까지는 순결을 지키기로요. 나쁘지는 않았죠. 그 아이에게나 내게나."
그녀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또 그녀도 그 약혼자에게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되니 어쩐지 더욱 흥분이 되었다.
난 당장이라도 이 여자를 먹어치우고 싶은 욕망을 느꼈다.
"어? 어쩐지 당신 눈에서 진한 육욕이 느껴지네요."
예술가를 자처해서일까?
여자는 금세 내 변화를 알아차렸다.
"서로를 더 잘 알수록 욕망의 정도가 강해지는 법이죠."
"흐음..."
여자는 조금 경계심을 가졌다.
"약속은 지키는 사람이니, 걱정 안해도 되요. 물론 신경이 쓰인다면 언제라도 그만두고 나가라고 말해도 되요."
"알았어요. 믿을게요."
세상에 남자의 말을 믿은 것처럼 어리석은 행동은 없다.
그것도 벌거벗은 남자를.
"그러면 예지 씨의 리비도에 대해 말해봐요."
"아.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뭔가요?"
"당신의 모델들 말이에요. 당신의 말대로 사진을 찍고 있을 때, 모두들 각자의 욕망을 표출하고 있었다면, 그 욕망의 대상은 혹시?"
"물론 나였죠."
"흐음? 진짜요?"
지금까지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던 것과 달리 그녀는 조금 의심적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전부 다 말이죠? 하나 같이 미인이든데..."
"믿기지 않나 봐요."
"솔직히... 그래요. 내가 당신에게 모델이 되어달라고 한 것은 당신에게서 흘러 넘치는 에너지가 느껴졌기 때문이거든요. 그것도 무척이나 성적인 에너지였어요. 하지만... 내가 알기로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타입은..."
"하지만 사실이에요."
"좋아요. 아직 내가 모르는 당신이 남아있겠죠."
그녀는 그래도 납득을 해주려는 모양이다.
"그래서 당신의 모델들은 전부 당신에게 욕망을 투사하고 있었고, 당신은 그 순간을 포착해내었다는 말이지요? 좋아요. 그런데 그렇게 하고 있으면 어떤 기분이에요."
화가는 내 손을 바라보며 다시 물어왔다.
"굉장히 좋은데요?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솔직히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나를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를 앞에 두고, 자위를 하고 있으니, 어쩐지 그녀를 능멸하고 있는 기분이라고 할까?
아무래도 당장 이 여자를 먹어치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지금 나랑 섹스를 하고 있는 순간을 상상하며 자위를 하고 있는 거죠?"
리비도가 강한 여자라고 스스로가 말했고, 또 성적인 에너지로 가득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하더니, 말에도 거침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