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7화 〉@36. 相互自慰 - 서로를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며
기프트 카드 < AV-NAS >
- 10PB의 고속 저장장치가 내장된 네트워크 스토리지입니다.
- 특정 앱을 이용 데이터를 매우 안전하게 전송할 수 있습니다.
- 특정 앱을 통한 접속 이외에는 연결이 불가능한 네트웍을 사용하기때문에 해킹으로부터 완벽하게 보호됩니다.
- 자동 전력 공급 시스템이 내장되어 전력의 보급이 필요없습니다.
- 포켓 클로젯 안에 보관 가능하며, 네트워크 기능에 지장이 없습니다.
- 네트웍 상의 공개된 모든 성인 영상물을 자동으로 취합 분류 저장 가능하며, 언제라도 시청이 가능합니다.
처음엔 대체 이걸 뭐하러...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저장 용량이 10PB라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10페타 바이트면 10,000 테라바이트. 이건 무지막지한 용량인데?
대용량 10테라 하드 1,000개를 넣어두었다는 말이잖아?
NAS라기 보다는 거의 서버급 아닌가?
왠지 카드 찢기가 겁이 났다.
적어도 자동차 한 대 크기가 나올 것 같았다.
물론 HDD가 아니라 SSD를 썼다면 크기도 무게도 줄어들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결코 작은 크기는 아니겠다.
그런데...
마지막 줄이 너무 인상적이다.
응?
그러면 세상의 모든 성인물을 볼 수 있다고?
그건 또 꽤나 끌린다.
물론 지금으로서야 내가 그런 영상물을 꼭 다운 받아 볼 생각은 없지만, 일반적인 한국 남자라면 얼마나 좋아할만한 일인가?
결과적으로는 있어서 나쁠 것은 없지만, 꼭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 정도의 가치로 느껴진다.
그래도 포켓 클로젯 안에 넣어두면 그만이니, 바로 카드를 찢어보았다.
그리고 내 앞에 나타난 무식한 크기의 물건은 살짝 질리게 만든다.
대략 책상 크기의 검은 물체가 무려 열한 개나 된다.
이것들이 스토리지인 모양이다.
전부 하드 디스크는 아니고, SSD랑 섞여있지 않나 싶다.
가장 앞에 놓인 상자 위에는 연결 방법 따위가 적혀있는 설명서 한 장이 놓여있다.
읽어보니, 가장 앞의 상자에 다른 열 개의 상자에서 빠져나온 선을 꼽기만 하면 되는 것 같다.
설치는 그리 어려워보이지 않았다.
손잡이가 있는 것으로 보아 그걸로 들고 옮길 수 있는 것 같은데 이걸 사람이 들 수는 있는 거야?
약간 걱정을 하며 하나를 들어본다.
응? 그런데 생각만큼 말도 안되는 무게는 아니다.
그리 어렵지 않게 혼자서 포켓 클로젯 안으로 집어넣을 수 있었다.
열한 개의 금속 상자를 전부 들어서 포켓 클로젯 저 안쪽으로 옮겼다.
그리고 선을 연결하고, 메인 상자 상단의 스위치를 눌렀다.
반짝 빛이 난다.
이정도의 물건이라면 적지 않은 전력을 사용할 텐데, 어떤 방식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거지?
하지만 내 다른 능력을 생각해보면 이 정도는 사소한 불가사의에 불과하다.
포켓 클로젯을 나와 마지막 기프트 카드를 찢었다.
기프트 카드 < 최신형 스마트폰 >
- 강력한 해킹 방지 기능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 1억 화소 카메라가 전면과 후면에 내장되어 있습니다.
- AV 마스터의 의지에 따라 모든 데이터를 언제라도 삭제할 수 있습니다.
흠...
딱히 필요없어보이는 것은 이것도 마찬가지였다. 해킹 방지라...
맞다!
그러고보니 요즘 지연과 수빈이 보내준 영상 때문에 사실 조금 걱정이기는 했었지...
더군다나 데이터 삭제가 가능하다고?
그리고 조금전에 포켓 클로젯 안에 넣어둔 < AV-NAS >와 연결을 하면?
아무래도 이걸 준 것은 내 걱정을 덜어주기 위한것인 모양이다.
당장 카드를 찢는다.
내 손안에 들린 것은 한창 광고중인 최신형 접는 스마트폰 한 대이다.
아마도 시중에 판매중인 스마트폰을 개량한 모양이다.
그런데 어째서 박스는 커녕 충전지도 포함되어있지 않은 걸까?
요즈음의 트렌드에 맞게 친환경 포장인가?
왠지 새 스마트폰을 샀을 때의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뭐 내게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내 의지로 데이터를 삭제할 수 있다는 점이니까.
스마트폰을 켜니 깨끗한 초기 화면이 나타났다.
화면 아랫쪽에 특이한 아이콘이 하나 눈에 띈다.
AV-NAS
틀림없이 아까전의 NAS와 연결하기 위한 앱이다.
그걸 눌러보니 스마트폰에 저장되는 모든 데이터는 자동으로 AV-NAS에 저장된다는 설명이 나온다.
그리고 AV-NAS에 저장된 데이터를 살펴볼 수 있는 폴더가 나오고, 검색창도 있다.
검색창은 아까 보았듯이 네트웍 상의 모든 성인 영상을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 들어있다.
다양한 키워드가 주어져있고, 또 달리 배우의 이름이나 영상의 품번 따위로 검색을 해서 바로 AV-NAS로 다운로드하고 감상할 수 있었다.
뭐. 이제와서야 그런 걸 보겠냐 싶어 그냥 기능 정도만 알아놓고 바로 닫아버렸다.
사실 이정도라면 성인물 사이트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sim 카드를 바껴 끼고, 지금까지 사용하던 스마트폰의 모든 데이터를 새 스마트폰으로 옮기고, 포켓 클로젯 안쪽에 휙 던져놓았다.
포켓 클로젯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 혼자 뿐이니, 이제 지연이 사진을 보내주어도 찜찜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새 스마트 폰으로 화면을 넓게 볼 수 있으니...
흐음...
좋은데?
카드팩으로 대단한 것을 얻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쁘지만은 않았다.
다음날은 일요일이라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다.
가볍게 아침을 먹고, 어제 만난 그 화가를 자청하는 여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녀가 알려준 주소는 회사에서 다리 하나를 건너면 바로 있는 곳이다.
영동교를 건너다보면 보이는 한강이 내려보이는 고급 맨션 중의 한 곳이다.
차를 대기 위해 주차장으로 들어가려하니 경비원이 나와 확인을 한다.
그녀에게 알려준 호수를 말하자, 연결을 해서 확인을 하고야 들여보내준다.
차를 넣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현관문이 딱 하나만 있다.
한 층에 한 집만 있는 것으로 보아 굉장히 넓은 곳 같은데...
어제 그 여자는 아틀리에라고 했었지?
"시간에 맞게 왔네요?"
백화점에서 보았던 바로 그 미녀가 나를 맞이했다.
정말 그림을 그릴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커다란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아틀리에가 좋네요."
그녀의 말처럼 아틀리에가 맞다.
어지간한 아파트 한 집 넓이 정도되는 넓은 거실에 온통 그림 투성이였다.
완성된 작품도 있지만, 상당수는 아직 미완의 그림들이다.
대부분 비슷한 화풍인 것으로 미루어, 한 사람의 작품인 모양이다.
"전부 직접 그린 건가요?"
"예. 어디 자랑할만한 그림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부 내 고뇌가 들어있어서 버릴 수가 없더군요."
"버려요?"
"음... 아직 마음에 드는 그림을 그리지 못해서인 거 같아요. 참. 커피? 아니면 시원한 걸로 드려요?"
"지금은 괜찮아요."
"그럼 바로 시작해도 될까요?"
그녀는 눈빛을 빛냈다.
"우선 이리로 오세요. 세팅을 해놨어요."
그녀를 따라 햇빛이 잘 드는 창가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의외의 것들을 보았다.
바로 내가 찍은 사진들이다.
우리 회사의 나은, 주은, 정 팀장 그리고 은희와 그녀 학원 원장들을 찍은 사진들이 커다랗게 프린트 되어, 액자까지 끼워 여기저기 걸어놓았다.
전날 내게 사진 파일을 보내달라고 한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나?
"혹시 기분 나쁜 건 아니요?"
그래도 최소한의 상식은 있는 모양이다.
그녀는 자신이 무단으로 내 사진을 뽑은 것에 내가 화를 내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었다.
백화점의 VIP라운지에서 느낀 이미지와는 조금 달랐다.
아마 적어도 자신과 비슷한 예술하는 사람으로 인정을 해 준 것이 아닐까 한다.
"아뇨. 이렇게 크게 뽑아놓으니 보기 좋군요."
"당신 그림을 그릴 때, 배경으로 쓰려고 뽑은 거예요. 사람은 굉장히 야성적인데, 찍은 사진들은 무척이나 우아하잖아요. 그 갭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물론 본질적으로 당신도 당신의 사진들도 아주 강렬한 성적 아우라를 마구 뿜어대는 것은 공통적이지만요. 사실 그냥 당신을 보았을 때보다, 당신의 사진을 보고 나니 더욱 탐이 났어요."
확실히 예술쪽 인간인 모양이다.
자신의 감상과 그리려고 하는 이미지에 대해 말하고 있을 때의 그녀의 눈은 욕망으로 번들거렸고, 그녀는 빛이 났다.
"혹시 필요하다면 사진을 사용하는 대가를 지불할 용의는 있어요."
역시 그녀는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인간으로서는 모르겠지만,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칭찬할만한 자세였다.
예술가는 타협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비난 따위 아무렇지도 않게 귓등으로 넘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저 여자는 실력으로는 어쩔지 모르지만, 자세만은 훌륭한 예술가였다.
"그렇군요. 사진은 마음대로 쓰셔도 되요."
"고마워요. 우선 거기 앉아볼래요?"
이미 내가 앉을 자리까지 마련해 놓은 모양이다.
창가에서 2m 쯤 떨어진 곳에 놓인 투박한 나무 의자.
하지만 어쩐지 묵직해보이는 것이 평범한 의자는 아닌 모양이다.
그리고 그 위에는 낡은 라이카 카메라 한 대까지 놓여있다.
아마도 소품이겠지?
"원래 사용하시는 카메라가 뭔지 모르지만, 난 그게 어울릴 거 같아요."
타협을 위한 말은 아니다.
전적으로 통보였다.
"좋은 물건이군요."
굉장히 낡은 필름 카메라이다.
카메라로서의 가치보다는 수집품으로서나 의미가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지금 목적은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니, 오히려 그녀의 목적에 잘 부합될 것이다.
난 카메라를 손에 들고 의자에 앉았다.
그녀의 맨션이 북향이라 한강에 반사된 햇빛이 적절하게 내 왼쪽에서 들어온다.
아마 그것까지 고려해서 자리를 마련했을 것이다.
"지금부터 바로 작업을 할 건가요?"
"음. 서로에 대해서 조금은 알아가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난 아직 당신의 외면만을 알고 있을 뿐이니, 그걸로는 부족해요. 내 그림은 그런 게 아니에요. 당신의 겉모습뿐 아니라, 내면까지 체화해서 그림 안에 집어넣고 싶어요."
겉 모습 뿐이 아니라 모델의 내면을 그리고 싶다라.
사실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인물 사진을 찍는 사람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단지 그 사람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성격을 연구하고, 적절한 모습을 연출해서 가장 어울리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어떤 사물을 찍을 때와는 달리, 사람이 대상이라면 그러한 피사체에 대한 최소한의 연구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화가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
"그럼 무엇이 궁금한가요?"
"음. 사실 평범한 신변을 묻는 것으로는 당신의 실체에 접근하기는 그리 쉽지 않을 거 같아요."
"그러면 심층적인 분석을 위해 뭐가 필요한가요?"
"좀 무례한 질문 같은 것도 할 수 있어요? 괜찮죠?"
"마찬가지로 나도 당신에게 질문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군요."
"음..."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좋아요. 뭐 사실 난 감출만한 것도 없으니까요."
"그럼 그렇게 하죠."
"우선 다시 일어나서 옷을 벗어주세요."
그녀가 내게 전혀 엉뚱한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난 이미 그걸 예상하고 있었다.
그녀가 그려 놓은 그림들은 전부 누드화였다.
그리고 아주 명백하게 어떤 특징적인 욕망을 마구 풍기고 있었다.
"아! 이건 확실하게 해둘게요. 나한테 질문을 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날더러 옷을 벗으라고 하면 안 되요."
그녀는 선을 명백하게 그었다.
"그러죠."
난 그녀가 보는 앞에서 하나씩 옷을 벗기 시작했다.
"우선 나에 대해 말할게요. 자랑은 아니지만 적어도 몇 가지는 알려드려야 할 거 같아요. 우리 아버지는 다산 정유의 사장이세요."
다산 정유라... 꽤 큰 회사인데? 다산 그룹의 계열사였지?
다산 그룹은 십대 그룹 안에 속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꽤 이름있는 대기업 집단 중 하나이다.
그러니까 저 화가를 자칭하는 여자의 부친은 다산 그룹 사람이란 말이구나.
하기는 이런 맨션이라면 적어도 수십억을 호가할텐, 이런 비싼 부동산을 딸의 작업실로 쓰게 할 정도라면 어느 정도의 재력을 가졌는지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나한테 엉뚱한 생각은 가지지 않는 쪽을 권하겠어요."
그녀가 자신의 배경을 말한 것은 그 말을 하기 위한 것이었던 모양이다.
"물론이죠. 난 어디까지나 모델로서 여기 와 있는 것 뿐이니까요."
물론 거짓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