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6화 〉@36. 相互自慰 - 서로를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 그러는지, 그녀는 바로 내 사진의 정체성을 알아차렸다.
"좋아요. 하지만 엉뚱한 생각은 하지 말아요."
"그렇게 하죠."
그때 라운지 직원과 시계 매장 매니저가 함께 다가와 주문한 시계를 주었다.
"한 번 착용해보세요."
시계는 잘 맞았다.
"파텍 노틸러스네요. 그쪽이 산 거예요?"
조금 의외라는 표정이다.
당연한 것이 모델료를 고민할 정도의 사람이 사기에는 너무 고가의 물건이기 때문이다.
"선물 받았어요. 윤진씨한테."
"아항!"
그녀는 뭔지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희안하네. 윤진 언니 이제는 안 그런 줄 알았는데..."
'이제는' '안 그런'이라는 단어가 지닌 뉘앙스가 무척 묘하다.
"잘 어울려요. 윤진 언니가 고른 거죠? 안목이 있다니까."
그녀는 자신이 내뱉는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따위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것 같았다.
"그 사진들 나한테 보내줄 수 있어요? 고화질로요."
그녀는 내가 보여주었던 사진들을 보내달라며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럼 내일 시간 되세요?"
"몇 시면 괜찮아요?"
"음. 난 열두 시 쯤이면 좋겠는데. 괜찮죠?"
"그러죠."
"내가 아틀리에 주소 보낼게요. 거기서 봐요."
아틀리에라니. 아주 본격적으로 하려는 모양이다.
백화점을 나서 오후에는 보라와 데이트를 즐겼다.
"은영이는?"
"아빠랑 놀러 갔어. 신기하지? 갈라서니까 오히려 더 열심히 시간을 만들어. 은영이한테까지 미움을 받을까봐 무서운 모양이야."
"은영이는 어때? 힘들어하지 않아?"
"아니. 전혀. 착한 아이니까. 그리고 주말이면 아빠랑 놀 수 있어서 오히려 더 좋아하는 것도 같아."
그날 보라와 나는 섹스를 즐기지는 않았다.
함께 차를 타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차를 마시거나 저녁을 함께하고, 산책을 즐겼다.
그렇게 오랬동안 서로의 육체를 탐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우리는 처음으로 데이트를 했다.
보라의 새 직장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내가 다니는 회사에 대한 대화도 나누었다.
그녀는 내게 다른 여자들에 대해서는 전혀 묻지 않았고, 어째서 내가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아주 평범한 연인들처럼 우리는 일상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고, 그녀의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돌아올 시간이 되어 우리는 기분 좋게 헤어졌다.
그녀는 내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달라 요구하지 않았고, 딱히 어떻게 신경을 써주는 것을 원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온전히 서로에게 모든 감정을 쏟았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보라가 나에 대한 감정을 완벽하게 규정지은 것에 비해, 난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그녀에게 끌리고 있었다.
좋은 일이다.
한 사람의 육체를 지배하고 나면, 관심이 멀어지는 사람이 있지만, 보라에 대해서는 점점 더 많은 것이 궁금해진다.
집으로 돌아와 조금 있으니 백화점에서 내가 주문한 물건이 도착했다.
참 많기도 하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방 하나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양이다.
지난번에 받은 기프트 카드 < 포켓 클로젯 >을 꺼내 두루말이를 펴고 벽에 걸었다.
그림속의 손잡이를 당기자 끝을 알 수 없는 공간이 내 앞에 펼쳐졌다.
백화점에서 사온 옷들을 하나씩 꺼내 옷걸이에 걸었다.
신발은 박스 채로 적당한 자리에 넣었고, 시계는 풀어서 주은에게 구입한 두 개의 시계와 함께 작은 상자에 넣고, 한쪽 구석에 놓았다.
그렇게 정리하는 것만으로 벌써 한 시간이 지나버렸다.
이거 윤진에게 고맙다고 인사라도 해야할 것 같았다.
- 영상물 AVM-001의 정산을 시작합니다.
그날밤 다시 정산의 시간이 돌아왔다.
지금까지 한 번 이상의 정산을 받았던 AVM-001에서 AVM-036까지의 작품 수익은 모두 21억 3,400만 원이다.
- 영상물 AVM-037의 정산을 시작합니다.
보라와 찍은 유부녀물은 1억 5,7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보라의 영상도 점점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지연이나 수빈 그리고 지아와 함께 레이블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비록 다른 셋에 비해서는 나이가 많고 가슴도 그리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고혹적인 분위기만은 일품이기에 유부녀 매니아들의 인기를 얻는 모양이다.
- 영상물 AVM-038의 정산을 시작합니다.
하 과장의 비밀을 밝혀내던 날 스파 클럽에서 찍은 영상은 1억 1,2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 과장의 미모와 독특한 눈빛 때문에, 인기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보라와 비슷한 정도의 위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 영상물 AVM-039의 정산을 시작합니다.
수영장에서 지연이 친구들과 함께 난장판을 벌이던 영상은 9,3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가슴과 나이, 그리고 미모로 레이블 탑 티어인 지연이 출연하고, 스무살 처녀들이 무려 스무 명이나 출연했지만, 매출은 시원치 않다.
어쩔 수 없다. 이런 종류의 기획 영상은 매니아 층에게나 인기를 끌 뿐이다.
더군다나 지연은 스무 명 중 한 명이기에 비중도 크지 않아, 매출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역시 메이저 배우가 여러명의 배우와 함께 출연하는 경우가 적은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녀들에게 지불한 개런티까지 생각하면 거의 폭망 수준이지만, 난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어차피 돈을 벌기 위해 출시한 것도 아니다.
그날의 추억은 두고 두고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 영상물 AVM-040의 정산을 시작합니다.
I컵의 거유를 자랑하는 우리 회사 이슬씨에게 정신 나간 미션을 주던 날의 영상은 1억 7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입 사원의 변태 미션이라는 제목으로 출시된 영상이다.
AV를 제작하는 회사에 처음 출근한 신입 사원이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며 AV 여우로 거듭나게 된다는 스토리로, 이슬의 표정 연기가 아주 일품이었다.
- 영상물 AVM-041의 정산을 시작합니다.
은희의 집에서 그날 처음 만난 청순한 여대생 유진과 섹스를 하던 날의 영상은 1억 9,6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역시 미인 신인 여배우의 데뷔물은 항상 기대 이상의 결과를 보여준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증명되었다.
더군다나 AVM레이블의 영상들은 표지 사진과 조금도 차이가 없어 신뢰감을 주고 있기 때문에 이런 대단한 매출이 나왔으리라 생각이 든다.
- 영상물 AVM-042의 정산을 시작합니다.
이슬의 두 번째 미션을 찍은 영상은 1억1,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입 사원의 미션은 점점 더 도를 더해갔다.
훨씬 더 변태적인 미션, 극장에서 대중 앞에서 자위 쇼를 펼치며 절정에 물들어가는 마지막 신의 이슬의 연기는 완벽했다.
물론 전혀 연기가 아니었지만 말이다.
결과적으로 첫 작품에 비해 오히려 더 높은 매출이 나왔다.
이정도라면 이슬씨를 괴롭힌 보람이 있다.
우리 회사 여직원들 중 정 팀장, 반 팀장과 함께 3대 거유로 일컬어지는 이슬은, 세 여자 중에 가슴은 가장 작은 편이지만, 가장 어리고, 키도 제법 큰 편이라 장점이 확연하게 눈에 띈다.
앞으로도 더욱 활약해주기를 기대해본다.
- 영상물 AVM-043의 정산을 시작합니다.
온천에서 두 유부녀 반 팀장과 정 팀장이 레즈 섹스에 빠지는 영상은 1억 2,2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K컵과 J컵 유부녀의 레즈물은 소장할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특히 처음엔 부끄러워하다, 정욕에 빠져버리고 마는 반 팀장은 레이블의 거유 여배우 라인을 두텁게 해줄 새로운 신인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만족할만한 데뷔작이라 할만하다.
- 영상물 AVM-044의 정산을 시작합니다.
온천에서 두 유부녀가 각자의 남편 앞에서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하는 더블 NTR 영상은 1억 4,2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역시 성인물의 대표장르라면 데뷔작과 함께 NTR 물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영상은 두 명의 거유 여배우가 출연하는 더블 NTR이라는 점에서 아주 만족스러운 매출을 올렸다.
- 총 수익은 31억 2,800만 원입니다.
수익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또한 그에 따라 지출도 커지고 있었다.
최근 보라에게 집을 구하는데 보태라고 5억 원을 주었고, 반 팀장과 정 팀장에게 4억 원을 주었다.
그리고 지연의 친구들 개런티로 나간 돈도 억 단위이다.
수중에 돈이 들어오고 나서야 알게된 사실인데, 아마도 난 그다지 돈에 연연하지 않는 성격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딱히 낭비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나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일은 거의 없다.
그저 내 주변 여자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면 돈을 쓰는 것이 아깝지 않을 뿐이다.
그렇게 써도 다음 결산에서는 100억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수입을 확인하고 카드 팩을 구매했다.
그동안 모아놓은 캐스팅 카드가 꽤 되었었는데, 수영장에서 20장을 써버렸고, 온천을 다녀오고, 또 수빈에게 여자들을 소개시켜주며 잔뜩 써버렸다.
아무리 수중에 카드가 잔뜩 있어도 잠깐 정신을 놓아버리면 순식간에 써버리니 미리 준비를 해놓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드팩 10개!"
이제 1억 원 정도는 껌값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사실 2억원이라해도 고급 시계 하나 가격에 불과하다.
비싼 시계야 사봤자 자랑하는 것이 전부이지만, 카드팩으로 얻을 수 있는 카드들은 세상에서는 구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제 와서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카드팩 한 개에 천만 원은 헐값이나 다름없다.
내 앞에 늘어선 10개의 카드팩을 하나씩 들어 카드를 확인했다.
우선 당장 필요한 캐스팅 카드는 충분히 나왔다.
캐스팅 카드 < 여배우 >가 19장이다.
이제 카드팩 하나에 두 장은 기본이다.
하지만 너무 아깝다거나, 억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캐스탕 카드 < 여배우 >를 구하기 위해 카드팩을 뽑고, 나머지 카드는 보너스라 생각하면 된다.
역시 카드 뽑기의 기본은 < 여배우 >라 생각이 든다.
그래도 게임에서처럼 쓸데 없는 것을 뽑는 것보다, 내게 꼭 필요한 것을 준다는 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혜자로 느껴진다.
캐스팅 카드 < 빼앗기는 남자 >는 5장.
캐스팅 카드 < 능동적 주인공 >가 한 장
캐스팅 카드 < 수동적 주인공 >가 한 장
오랜만에 마스터 카드가 한 장 나왔다.
마스터 카드 < 초청각 >
- AV마스터의 청각(聽覺)을 향상시킵니다.
- 가청 주파수가 75~150,000Hz 수준인 돌고래 수준의 청각을 지니게 됩니다.
- 반향정위(echolocation) 감각을 지니게 됩니다.
마스터 카드는 내 신체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것이라, 무조건 환영할만한 카드이다.
그런데 방향정위가 뭐지?
검색으로 찾아보니 소리를 내보내고 돌아오는 음파를 분석해서 장애물의 위치 따위를 확인할 수 있는 능력인 모양이다.
어둠속에서 날아다니는 박쥐나 바다속을 헤엄쳐다니는 돌고래 따위가 가진 능력인 것 같다.
이정도면 거의 초능력 아니야?
더 확인해보니 시각장애인 중에는 이 비슷한 능력을 지닌 사람도 있다는 것 같았다.
심지어 학습을 통해 획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면 초능력 정도는 아니고, 대단한 능력 정도는 되는 듯 하다.
그런데 이런 걸 딱히 쓸 곳이 있을까?
뭐. 다른 사람들보다 귀가 좋다면 나쁠 거야 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필요하다는 생각도 해본 적 없는데.
그거 그렇고 외모 향상 같은 건 안 나오는 걸까?
지난번 받은 마스터 카드 < 밸런스 > 덕분에 몸이 아주 보기 좋아졌기에, 외모를 향상시킬 수 있는 또다른 카드에 대한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나머지 세 장은 전부 기프트 카드였다.
기프트 카드 < 어디에도 없는 카레 >
- 완벽한 한 끼를 책임지는 요리입니다.
- 갓지은 쌀밥만 있다면 다른 것은 일절 필요 없읍니다.
음...
조금 실망이다. 그냥 카레라고? 이걸 뭐...
하지만 아직 실망은 이르다.
지금까지 기프트 카드가 내게 실망을 준 적이 있던가?
바로 카드를 찢어본다.
내 앞에는 라면 상자 크기의 상자 하나가 나타났다.
상자를 열어보니 마트에서 흔히 보던 그 사각형 레토르트 카레가 가득 들어있다.
세어보니 얼추 30개 정도 된다.
맛이 궁금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배가 고프지도 않고, 함께 먹을 사람도 없어 우선 포켓 클로젯 안에 박스 채로 넣어두었다.
그러고보면 얼마전까지는 이렇게 카드팩을 까고 나면 보라를 불러 바로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조금 아쉽다.
다음부터는 보라를 바로 부를 수 있는 장소에서 카드팩을 까보아야 할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