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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8화 〉@35. 라인업 - 당신이 거느린 여자가 얼마나 많은 거예요? (268/377)



〈 268화 〉@35. 라인업 - 당신이 거느린 여자가 얼마나 많은 거예요?





"지금은 안 그래요."
윤진이 애달프게 변명해보았다.


"절대로 주인님께 누가 될 일은 하지 않을 거예요."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넌 그냥 하고 싶은대로 하면 돼. 난 네게 착해지라고 강요하지 않을 거고, 또 누군가를 괴롭히고 사고를 친다고 불쾌해하지도 않을 거야."
 여자가 치는 사고라고 해봤자 겨우 갑질, 괴롭히기 수준이겠지.

그런 것은  과장의 선에서 충분히 처리할 것이다.

난 무슨 갱생 따위를 목표로 이 여자를 손에 넣은 것이 아니다.

그냥 외모가 괜찮았으니, 나은의 요청을 들어준 것이 전부이다.



"하지만..."
윤진은 내가 그녀를 괴롭히는 이유가 자신의 성격 때문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물론 전혀 관계가 없지는 않겠지만, 그보다는 그쪽이 더 즐거우니 그럴 뿐이다.



"윤진은 얼마전에 결혼을 했어. 남편은 같은 회사의 엘리트지. 음. 난 윤진이의 결혼식날 신부대기실에서 그녀와 섹스를 했고,  신랑에게도 그걸 보여주었지."
수빈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난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그럼 지금 유부녀인 건가요? 이혼을 준비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 일을 겪었으면 이혼이 다음 수순인 것이 당연하다.

"아니. 그 남자는 윤진에게 필요한 사람이야. 윤진이 회사를 물려받으면 경영해줄 사람이 필요한데, 윤진은 그다지 그쪽으로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했거든."

"그럼 그걸 보고서도 이혼은 하지 않는다는 거로군요. 흐음..."

나와 수빈이 자신에 대해 너무나도 적나라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윤진은 굉장히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가 그러는 이유는 물론 우리의 대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지금 그녀의 상태가 너무나 수치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알몸의 윤진은 지금 팔이 뒤로 묶인  다리를 양쪽으로 벌려 고정되어, 그곳에 로터를 집어넣은 상태였다.

심지어 목에는 개 목걸이까지 한 채이다.


어느 여자라도 그런 모습이라면 수치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오늘 처음 보는 어린 여자 앞에서 그런 꼴이니, 윤진은 아주 죽을 맛인 모양이다.

그리고 나와 수빈은 제대로 옷을 갖춰입은 채, 의자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며, 대화를 나누고,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흐윽!"
하지만 같은 신세인 정미는 오히려 기쁜 표정이다.

정미의 얼굴에서는 일말의 수치심도 찾아볼  없다.



"여기 정미 씨는 윤진의 부친인 대양 그룹 회장의 비서로 있는데, 최근에는 거의 윤진의 뒤를 봐주고 있지. 윤진이 사고를 치면, 그걸 처리하는 게 그녀의 가장  업무라고 해도 틀리지 않아."

 과장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윤진의 얼굴이 붉어진다.


자신의 행동보다 다른 사람의 평판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은 그런 종류의 사람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정미 씨는 회장의 비서이면서 동시에 그 남자의 숨겨진 여자였었지."

"흐음..."
수빈은 그리 놀라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흐윽!"
그리고  과장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에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윤진과 결혼한 새 신랑과도 밀회 관계에 있기도 했었고."


"뭐?"
수빈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는데, 윤진이 깜짝 놀랐다.


당연하다. 바로 자신의 남편과 부친의 정부가 육체 관계에 있었다는데 놀라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

"허... 진짜. 말이 안 나오네."
윤진이  과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 그동안 숨겨서..."
하 과장은 혀를 낼름거리며 사과를 했다.


아무리 보아도 사과라기보다는 놀림 같았다.



윤진이 무언가  말을 하려했지만, 내가 더 빠르게 말을 이었다.

"정미 씨는 이쪽 윤진보다 훨씬 더 위험한 여자야. 적어도 다섯 건의 살인에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연관이 되어있어. 정미 씨의 부친이 가장 먼저였고."


"아!"
좀처럼 놀라지 않던 수빈이지만 살인이라는 말에는 반응을 한다.

윤진도 흠칫하고 있었다.

아마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자신이 구박하는대로 받아주던 사람이 살인이라니...


더군다나 자기 아버지를?



"학!"
그순간 하 과장은 우리가 보는 앞에서 그곳에서 무언가를 흘렸다.

그녀는 자극을 원하고 있었다.

어떤 종류이건 강한 자극이라면 좋은 모양이다.

"뭐. 처음 거는 정미  부친이 학대라는 원인을 제공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있기는 해.
하지만 그 뒤로는 아냐. 전부 자신의 이익이나 쾌락을 위한 거였어.
고등학교 다닐 때 같은 반 라이벌도 한 명. 그외에도 몇몇의 죽음에 깊은 연관이 있지."

내 말을 듣고 있던 윤진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진다.



"흐으윽!"
하 과장은 쾌감에 이기지 못해 몸을 꿈틀거렸다.

아직 그녀에게 캐스팅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저렇게 좋아한고 있다는 것은 그녀의 욕망이 얼마나 뒤틀려있는지를 충분히 대변한다.

"가장 최근에는 윤진이의 모친의 죽음을 사주하기도 했고."


"네에?"
"뭐라구요?"
윤진이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려  과장을 보았다.

"너 무슨 짓을  거야?"
아무리 그다지 애정이 없었다고해도, 엄마는 엄마다.

자신과 거의 붙어지내는 하 과장이 엄마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소리에 분노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물론 그걸 시킨 진짜 장본인은 윤진의 부친이었고."

"네에?"
윤진은 다시 내게 고개를 돌렸다.

"거짓말! 아빠가 왜 그런 짓을 해요?"

"너희 엄마 사실은 널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
하 과장이 입을 열었다.


"시끄러! 넌 입 닥치고 있어!"
윤진이 소리쳤다.

"우선 정미 씨가 하는 말부터 들어봐.  듣고 나서도 맘에 들지 않는다면 그때 해결하고."
내 말에 윤진은 입을 닫고 하 과장을 쏘아보기만 했다.


"넌 너희 아빠와 너무 닮았지. 그리고 너희 엄마는 너희 아빠를 무척 미워했고. 어려서부터 네 동생 윤수만을 아껴왔었지.
아마도 네 성격이 그렇게 된 데에는 너희 엄마 탓이 클거야."
 과장은  허락이 떨어지자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그리고 윤수는 네 아빠의 아들이 아니야."
변명을 하려기보다, 사실을 말해주고싶은 모양이다.

"뭐라고?"
윤진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하 과장을 노려보았다.

"사실이야. 이미 유전자 검사까지 끝났어."


"거짓말! 아냐... 그 여자는 그러고도 남아..."
윤진은 너무나도 빠르게 자신의 모친의 부도덕을 납득해버렸다.

"하지만 너희 엄마는 그 사실을 속이고 대양 그룹을 윤수에게 넘기고 싶어했지."

"뻔뻔스럽기는..."
윤진의 비난은 명백하게 얼마전에 사망한 모친에게 향해있었다.

그동안 그녀는 대양 그룹을 물려받기 위해 자신의 동생과 신경전을 벌여왔었다.


둘다 경영권을 논하기에는 어린 나이였지만, 무엇이 되었던 자기 손에 넣으려 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윤수가 회장님의 핏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그리 오래전이 아니야.
그동안 회장님은 의심을 하면서도 차마 확인하려 하시지 않으셨지.
내가 설득했어. 회장님이 일궈온 유산을 다른 남자의 자식에게 물려준다는 것은 말이  되잖아?"

 과장의 설명에 윤진이 납득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의미에서 하 과장은 그녀의 은인이었다.

"원래는 차근차근 일을 진행할 생각이었어.
너희 엄마와 윤수에게 적당한 보상을 해주고, 네게 대양 그룹을 물려주려는 계획이었어.
하지만 얼마전 회장님이 사고를 당하면서 일이 꼬여버렸지. 너희 엄마는  적당한 보상을 거절했어. 회장님께서 돌아가시기만을 기다리면, 엄마가 그룹의 절반을 유산으로 차지하고, 윤수가 나머지의 반, 네 몫은 겨우 1/4 뿐이지."


하 과장의 설명을 듣고 있던 윤진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그러니까 그 여자가 남의 씨를 배어놓고, 날 빼돌리고 그 새끼한테 다 주려고 했단 말이야?"

"그래. 회장님의 용태를 확신할 수 없으니, 방법은 하나 뿐이었어. 그렇지 않고 만일 회장님이 영영 일어나시지 못한다면 넌 아마..."



"더러운 것들."
윤진은 분노했다.

그녀에게는 모친의 죽음의 방아쇠가 된 하 과장보다, 자신이 받아 마땅한 것을 빼앗으려한 모친이 훨씬 더 증오스러운 모양이다.

"회장님께서는 너한테는 알리지 않으려 하셨어. 윤수에게도 적당한 회사 하나쯤 남겨주려 하셨고."

"그 새끼가 뭔데? 아빠 자식도 아니라며? 아빠가 언제부터 그렇게 마음이 넓었다고?"

"물론 회장님께는 불쾌한 관계이지만 그래도 너한테는 동생이니까. 전부 널 생각해서 그렇게 결정하셨던 거야."


"지랄! 뭐하러 남의 씨를 받아 낳은 놈에게까지 배려를 해준다고? 다 필요없어!"
윤진은 분노로 마구 날뛰고 있었다.




"흐음..."
수빈은 아주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두 여자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그때의 그녀 얼굴은 마치 실험실의 원숭이들을 관찰하고 있는 과학자와 비슷한 표정이었다.



"미안해. 하지만  사실을 너한테 말할 수는 없었어."


"어쨌던 니가 우리 엄마를 죽였다는 거잖아?"

"내가  건 아니야. 함 이사가 했지. 물론 회장님의 지시가 아니었다면  이사가 그럴 리 없지 않아?"


"아!"
윤진은  이사가 어두운 세계에 발을 담근 사람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가 부친에게 충성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하아..."
윤진은 더이상 하 과장을 추궁하지 않았다.

"그 새끼가 남의 씨였단 말이지..."
고개를 돌리고 생각에 잠긴 그녀는 동생에 대한 분노를 곱씹었다.




"참. 그리고 정미 씨는 "



"주인님의 애인이시면 저한테는 새로운 주인님이 되시겠네요."
하 과장은 아주 공손한 표정으로 수빈에게 말을 걸었다.

"두 분은 꼭 주인님이라고 부르네요. 이 남자의 취향이에요?"
수빈은 자신이 궁금해하는 것을 물었다.

"아뇨. 나은씨가 시켰어요."

"흠... 나은씨..."

"다음에 만나게  거야."

"알았어요. 그런데 정미 씨는 정말 오싹 오싹하네요. 결코 가까이 해서는 안  사람 같아요."


"감사합니다."
하 과장의 웃음에서는 조금의 가식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웃으면서 사람을 찌를 그런 사람. 맞죠?"


"음... 네. 바로 보셨어요."

"윤진씨 부친의 사주라고 하지만, 정말로 정미 씨의 의도와 관계가 없는 건가요?"
수빈에게는 그 짧은 대화에서조차 숨겨진 진실을 읽어내는 능력이 있었다.

"글쎄요?"
하 과장은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 고혹적인 표정을 지었을 뿐이다.

"그리고... 윤진씨의 남편과 육체 관계라니, 굉장하네요. 아주 위험한 장난 아니에요? 그만큼 매력적인 남자였던 건가요? 아니면 또다른 계획이 있었나요?"


수빈이 물었다.  과장은 미소로 대답했고, 윤진은 의혹으로 가득한 눈으로 수빈을 바라보았다.


"혹시 다음 희생자는 윤진씨 였던 건가요? 윤진씨의 모친의 죽음, 윤진씨가 회사를 물려받고, 당신은 그 남자와 비밀스러운 관계를 이어가다가 윤진씨가 죽으면  사람이 그걸 물려받았겠네요? 그리고 당신은 그 왕국의 안주인이 되고."

수빈은  과장의 계획을 꽤나 정확하게 뚫어보고 있었다.

"너?"
윤진이 새하얗게 질려버린 얼굴로 하 과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쾌락에 물든 얼굴에서 진실을 확인했다.



"흐으윽!"
하 과장은 자신의 모든 악행이 윤진에게 폭로된 것을 즐기고 있었다.

"죽여버릴거야!"
윤진이 소리쳤다.

"죽여버리고 말거야!"
윤진의 분노는 지금 이순간 가장 극에 달했다.

"맘대로 해. 학! 흐윽! 얼마든지 흐윽! 죽어줄게. 아아아!"
놀랍게도 하 과장은 정말로 오르가즘을 느껴버렸다.

"대단하네요."
수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으로 소름끼치는 여자에요. 무척이나 우아하고, 예의 바르고, 더군다나 미인이네요. 누구라도 당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소름이 끼친다 말하면서도 수빈은 침착하게 하 과장을 분석하고 있었다.

"넌 이제 끝났어. 죽여버린다."


"흐으윽!"
 과장은 수빈의 담담한 추리와 분노하고 있는 윤진의 울부짖음을 자신의 성적 쾌락의 동력으로 삼고 있었다.



"풀어줘요! 풀어주세요! 제발!  개같은 년을 죽여버리게 해주세요!"
윤진이  보고 애원했다.


"어떻게 할까?"
난 이 사태를 만들어낸 원인 제공자인 수빈의 의향을 물었다.

"둘 다 통제가 가능한... 아니. 물어볼 필요도 없는 거죠?"
수빈은 이미 자신의 경우를 통해 답을 알고 있었다.

"그럼 풀어줄게요."
수빈이 자리에서 일어나, 윤진에게 다가갔다.

"풀어줘! 저 개년을! 죽일 거야!"
윤진의 눈에 핏발이 서있었다.

찰싹!
갑자기 수빈이 윤진의 뺨을 한차례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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