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6화 〉@35. 라인업 - 당신이 거느린 여자가 얼마나 많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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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6화 〉@35. 라인업 - 당신이 거느린 여자가 얼마나 많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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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6화 〉@35. 라인업 - 당신이 거느린 여자가 얼마나 많은 거예요?
마침 수빈이 얼마전부터 내 다른 여자들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있는 것을 생각하니, 두 사람을 만나게 해줘도 그리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두 사람을 만나게 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위험은 감수할 생각이었다.
기왕 하는 김에 지연도 같이 소개해주자. 그녀 또한 조금은 궁금해하는 것 같으니, 그래도 가장 상식적인 지아와 만나는 정도라면 괜찮을 거 같았다.
"내가 이쁘고 매력있어요?"
지연이 반색을 하며 내게 물었다.
"당연하지."
대답한 사람은 수빈이었다.
"남자들한테 너처럼 매력적인 여자는 찾기 힘들어. 이쁘고, 가슴 크고, 일편단심이잖아."
"다른 남자들 생각 따위 관심도 없어."
"정말로 이쁘고 매력있으니까 방송 출연에 소개를 시켜준 거 맞아."
"헤헤..."
지연은 주위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에는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자리를 만들게 된 거야."
지아가 자신의 기획을 설명해주었다.
"어때? 두 사람 생각은?"
둘 다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지아는 두근두근해하는 표정으로 수빈과 지연의 대답을 기다렸다.
"어떻게 해요?"
수빈이 물었다. 내가 시키는대로 하겠다는 의미였다.
지연도 날 바라보는 걸 보니 비슷한 생각인 모양이다.
"그건 너희가 판단해야지. 그런 일에 개입할 생각은 조금도 없어."
솔직하게 대답했다.
지아에게 도움이 되고 싶지만, 그렇다고 하기 싫다는 것을 강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 일 뿐이 아니다.
다른 여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나와의 관계와는 상관없는 부분에서까지 그녀들의 삶에까지 관여할 생각은 없다.
필요하다면 힘이 닿는 한 도움을 주겠지만, 그녀들이 원치 않는 행동을 강요할 필요는 조금도 느끼지 않았다.
이미 그녀들과 나와의 관계는 충분히 종속적이다.
만일 내가 그녀들에게 삶의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하게 되면, 정말로 노예와 주인 사이가 되어버릴 것이다.
그건 상대를 위해서도, 내 쾌락을 위해서도 조금도 바람직스럽지 않다.
"그럼 안 할래요."
수빈이 명쾌하게 대답했다.
지아의 얼굴이 금세 실망으로 물들었다.
"아빠 때문이에요."
수빈은 조금 미안한지 약간이나마 자신의 결정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그래?요즈음은 부모님들이라고 딱히 TV출연에 반대 같은 거 안 하시던데."
은희가 조금 편을 들어주고 싶은 듯 거들었다.
"평상시라면 상관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선거가 얼마 안 남았거든요. 괜한 구설수에라도 휘말리면 곤란해서요. 물론 아빠는 지금도 반대는 안 하시겠죠. 하지만 제가 좀 불편해요. 자칫 제 실수로 아빠의 앞날에 폐가 되기 싫어서요."
수빈의 말에 은희도 지아도 어리둥절했다.
"수빈이 아버님이 국회의원이신데, 이번 선거에 중책을 맡으신 모양이야."
결국 내가 부연 설명을 해주어야 했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나한테는 그런 말 안 했잖아?"
"지아가 물어본 건 이쁘고 매력있는 어린 여자였지, 가정 배경 따위는 아니잖아."
"하아..."
지아가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잠시뿐.
"지연이는 어때?"
"싫어요. 그거 해외에도 가야한다고 했잖아요. 난 해외에 안 나가요."
지연도 딱 잘라 말했다.
"아니. 왜?"
"첫 해외 여행은 오빠랑 가야해요."
"아!"
은희는 지연의 어이없는 이유에 황당해하며 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수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그런..."
지아는 여전히 당황하고 있었다. 차라리 수빈의 이유는 납득이라고 가지만, 지연의 이유는 이해할 수 없는 모양이다.
"음... 사실은 나 비행기 못 타요."
하지만 이어지는 지연의 말에 지아도 은희도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어려서부터 그랬어요. 제주도에 갈 때 비행기를 탔는데 막 어지럽고, 무서워서 울다가 정신을 잃었어요. 하마터면 비행기가 회항할 뻔 했어요. 그래서 올 때는 배를 타고 왔어요. 다음부터 비행기는 꿈에서도 보기 싫어요. 그래서 해외에는 못 가요. 음. 오빠랑 가면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아아..."
"그랬구나."
이쪽이 오히려 더 납득할만한 이유였던 모양이다.
지아와 은희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혹시 비행기를 타지 않는 거라면 괜찮을까? 다음 번에라도 말이야."
하지만 미련이 남는지 다시 시도를 해본다.
"그럼 생각은 해볼게요."
지연은 어쩐지 거만한 태도가 되었다.
그런데 싱글벙글 웃고 있는 것은 내가 그녀에게 매력있다 했기 때문인가보다.
"수빈씨도 선거가 끝나고 나면, 혹시 생각해볼 수 있어? 꼭 이 기획이 아니라도 말이야."
"알았어요. 그런 기회가 있으면 같이 생각해봐요."
수빈은 관심이 있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긴 그녀의 관심사는 내가 사귀는 여자들에 대한 것이니, 은희와 지아를 관찰하는 것이 오늘의 목적일 터이다.
"그럼 이제부터 하는 건가요?"
지아의 용건이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지연이 다시 엉뚱한 소리를 내뱉는다.
"이제부터 뭘 해?"
은희가 물었다.
"섹스요. 당연한 거 아녜요?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 섹스 말고 뭘 해요?"
"뭐어?"
지아와 은희가 어리둥절한 틈을 타서 지연은 가방을 열고 안경을 꺼낸다.
아니. 그게 또 왜 지금 나오는 거야?
"안경은 왜?"
지아가 불길한 표정으로 물었다.
지연의 뚱딴지 같은 발언으로 그녀에 대한 모든 행동에 경각심을 가진 모양이다.
"이거 그냥 안경이 아니에요. 바로!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멋진 물건이 되겠습니다."
지연이 안경을 쓰며 신이 나서 비밀을 밝혔다.
"뭐어? 갑자기 동영상은 왜?"
이번에 놀란 사람은 지아 한 사람 뿐이다.
은희는 픽 웃었고, 수빈은 흥미진지한 표정으로 지아와 은희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지연의 엉뚱한 성격을 알고 있는 수빈에게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그리 놀랄일이 아니었고, 오히려 지아와 은희에 대해 관찰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었다.
"당연히 아저씨 보여주려고 찍는 거죠."
지연은 애꿎은 내게 공을 넘겼다.
"오빠!"
지아가 무서운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런 거까지 시킨 거야?"
"맹세코! 그런 어떤 비슷한 짓도 시킨 적 없어. 전부 자기가 좋아서 한 거야. 난 그런 거 보내지 말라고 부탁한 적도 있어."
꽤나 억울했던 모양이다.
난 비참하게 변명을 늘어놓았다.
"진짜?"
지아가 지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좋아서 보낸 거 맞아요. 뭐가 어때서요? 서로 자극 되고 좋죠."
지연은 뻔뻔스럽게 대답했다.
지아는 지금의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 서로 그런 사진 보낼 수도 있지."
그리고 엉뚱한 사람이 지연의 편을 들어준다.
"언니? 설마?"
지아가 은희에게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응? 아! 하하..."
은희는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의 실수를 자인하고야 말았다.
"진짜로... 언니도 저 남자한테 그런 사진 보내고 그랬어?"
"어? 아닌 건 아니고..."
어색하게 웃으며 지아의 눈길에서 눈을 피하고 마는 은희.
"무슨 사진이야?"
지아는 집요했다.
"자위하는 사진이요."
대답은 은희 대신 지연이 한다.
"지... 진짜야?"
지아는 은희를 추궁했다.
"아니... 막 성욕이 들끓어오를 때가 있잖아... 근데 섹스는 무섭고... 그래서 내 사진 보내고... 쟤가 그걸로 딸치는 거 생각하면 막 짜릿하더라고..."
어색해하면서도 있는 그대로 고백을 하는 것을 보니, 어쩌면 실수가 아니구나 싶었다.
어쩌면 다른 세 여자에 비해 자신의 존재감이 흐려지는 것이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아... 진짜. 변태 같아..."
지아는 은희를 경멸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변태 맞아요. 난 처음부터 알았다니까요. 언니 전화번호 알려주세요. 내가 좋은 거 보내드릴게요. 지난번에 아저씨랑 하면서 찍은 거 있어요."
"응!"
은희가 거리낌없이 자기 휴대폰을 꺼내 지연에게 넘기는 것을 보고 지아는 망연자실해 있었다.
"언니!"
"뭐 어때. 난 영웅이랑 섹스 안 하니까, 부스러기라도 좀 얻어먹자."
은희는 아예 뻔뻔하게 나가기로 마음먹은 모양이다.
"아... 수빈씨. 수빈씨는 괜찮아? 이런 거 보고도?"
지아는 조용하게 앉아 있는 수빈에게 도움을 청했다.
"뭐. 나도 그런 거 보낸 적 있는데요. 뭐."
"뭐어?"
"딱 한 번이지만. 음... 그래도 양으로는 내가 더 많을 거예요. 한 열 시간 분량은 됐으니까."
수빈도 부끄러움이 없는 아이였다.
"진짜... 전부들 그랬다고? 그럼 내가 이상한 거야?"
지아가 울상이 되어 날 바라보았다.
"난 진짜 한 번도 요구한 적 없어."
난 내 변명을 하기에도 바빴다.
"도대체 오빠는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거야..."
지아가 한숨을 내쉰다.
"넌 뭐 정상이고? 결혼식 얼마 남겨놓고, 옛 남자 만나가지고 섹스하다가 결혼식도 취소해버렸잖아?"
갑자기 은희가 지아의 과거를 폭로했다.
"우와! 진짜요?"
지연은 갑자기 지아를 존경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역시. 서열 1위."
수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는 뭐 달라? 남자 친구한테 남사친이랑 섹스한다고 자랑하면서!"
지아도 열이 받은 모양이다.
"역시 만만치 않아."
지연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흠...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수빈이 한 마디 했다.
지연이 꺼낸 안경으로 시작된 혼란 속에 여자들이 떠들기 시작한다.
난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계속 여기 있어봐야 좋은 꼴은 못 보겠다.
흥분한 여자들이 서로 떠들고 있어서 내가 나가는 모습을 눈치챈 것은 수빈 뿐이었다.
그녀는 무척이나 기분 좋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런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인 거 같았다.
"그런데 그 안경 카메라가 달린 거 절대 모르겠다. 그런 거 어디서 팔아?"
은희가 묻는다.
"아저씨가 주셨어요."
지연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날 배신했다.
"오빠!"
지아가 소리친다.
하지만 난 벌써 방문을 닫고 있었다.
"야! 안영웅!"
지아가 다시 소리친다.
하지만 난 모르는척 하기로 했다.
한 마디라도 대답을 했다가는 저 끔찍한 곳에서 결코 탈출할 수 없을 것이 너무나도 자명했다.
지아와는 그날 저녁 무렵 다시 만났다.
"그래 대화는 즐거웠어?"
살짝 걱정을 하면서 물어본다.
"나름. 나쁘지는 않았어. 둘 다 착한 아이들 같았고."
다행히도 그녀는 그날 있었던 일들에 대해 날 추궁하지는 않았다.
"오빠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게된 것 같기는 해. 생각보다 나쁜 사람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내가 알던 그사람이 맞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대체 여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지 궁금했지만, 한편으로는 절대 알고 싶지 않기도 했다.
"다들 공통점이 있으니까 이야기거리가 많더라."
지아가 씩 웃었다.
난 살짝 등이 서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걱정마. 험담은 안 했으니까."
하지만 지아의 눈빛은 조금 달랐다.
"그걸 그렇고 둘 다 놓쳐서 아쉽겠네."
난 이야기의 주제를 그녀의 일로 돌렸다.
내가 없던 사이 여자들 사이의 일은 모르는척 하기로 했다.
"어쩔 수 없지. 사실은 둘 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아이들이 아니었어. 피지컬은 좋지만, 성격들이 너무 튀어. 생방송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너무 농후해."
듣고 보니 그렇다.
두 아이 모두 거침없는 성격이어서 어디로 튈지 모른다. 특히 지연... 아니. 둘 다 마찬가지이다.
"근데 오빠 솔직히 말해봐. 나랑 은희 언니랑 둘 사이에서 고민한 적 있어?"
"아니. 그런 적 없어. 내가 은희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널 만나기 전이었고, 네게 반한 뒤로는 은희에게 그런 생각 안했으니까."
"흠. 확실히 지금의 오빠라면 절대 믿을 수 없지만, 그때 당신은 그랬던 거 같아."
그녀의 눈빛이 살짝 아련해졌다.
"그래도 지금 오빠가 더 좋아. 이상하다."
지아가 내게 입을 맞춰왔다.
그녀와의 키스는 언제나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생각해보면 내가 사랑했던 한 사람을 꼽으라면, 지아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때 우린 열렬히 사랑했었다.
"그런데 그 아이들 귀엽더라. 매력있고."
키스가 끝나고 지아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여전히 오늘 있었던 일들이 그녀에게 가장 나와 나누고 싶은 대화의 주제인 모양이다.
"이쁘지. 둘 다."
난 더이상 그 이야기를 피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처음 두 아이를 보았을 땐, 나 굉장히 두려웠어. 오빠가 저렇게 이쁜 여자들과 관계를 맺고 있구나. 언젠가 난 자기 마음속에서 밀려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