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0화 〉@34. 온천 이야기. 불순, 비도덕한 욕망이 휘몰아치던 밤에
마시지와 스파를 위한 건물이 한 채 따로 있었고, 로비에서는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스파 & 사우나 클럽 사장인 안나와 장신의 백인 미녀 민아가 여관 주인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두 분이 서로 아는 사이인줄 몰랐어요."
"제가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여관 주인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안나씨에겐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부족함이 많지만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꽤나 여러 의미가 담긴 것같은 뉘앙스를 풍기는 말이다.
"제가 잘 부탁드리지요. 참. 그러면 안에 들어간 사람은 아라양이겠군요."
"예. 아라와 다른 직원도 함께 있습니다."
아마도 베테랑 테라피스트가 함께 온 모양이다.
"얼마나 남았죠?"
"한 시간 반정도 남은 거 같아요."
"그럼 두 시간 지나서 보내도록 해요."
안나와 민아와 잠씨 기쁨의 담소를 나누다가 객실로 돌아갔다.
괜히 일을 치루는 도중 도연의 난입을 받는 것은 원치 않았기에, 확실히 해 놓고 싶었다.
객실에 들어와 정갈하게 깔린 이불 위에 누워 기다렸다.
생각지도 않은 일이 벌어져서, 생각지도 못한 퍼포먼스를 펼치게 되었다.
뭐. 세상엔 예상밖의 일이 생겨야 즐거운 법이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들이 돌아왔다.
문이 열리고 정 팀장이 먼저 들어왔다.
그녀는 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날 바라본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모양이다.
"영웅씨가 꾸민 일이야?"
정 팀장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
방금전 자신이 목격한 사건은 도저히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던 모양이다.
그리고 어쩌면 전부 누군가의 음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녀는 기억하고 있었다.
지난번 주은을 손에 넣던 날 있었던 일들을.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이상한 일이 한둘이 아니었을 테지.
정 팀장은 결코 멍청한 여자가 아니다.
대단한 엘리트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 부서의 장을 맡을 정도라면 적어도 상사에게 인정받을 눈치는 있어야 했다.
그러니까 내게 어떤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모를 수는 없다.
"아니. 절대로 아니에요."
난 웃음을 띄고 대답했다.
정 팀장은 여전히 의혹으로 가득한 눈으로 날 바라본다.
내게 굴복했고, 내게 깊은 애정을 지니고 있지만, 그녀가 날 믿는 것은 아니다.
사실 내가 그녀에게 어떤 믿음을 줄만큼 행동하지도 않았고.
"하긴... 자긴 거짓말 하는 사람은 아니지..."
정 팀장이 설핏 미소를 지었다.
만일 내가 꾸민 일이라고 해도, 그녀는 거부할 수 없다.
그녀는 내가 하는 말은 무엇이라도 따를 준비가 되어있다.
그러니 내가 그녀에게 거짓말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근데... 왜 이렇게 된 걸까?"
정 팀장은 여전히 남편의 행동을 납득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마가 씌운 모양이죠."
내가 대답했다.
"그래... 마가 씌였나봐."
정 팀장이 웃었다.
"근데 오늘...이 지나면 그 사람... 그때 주은의 남자 친구처럼 되는 거야?"
정 팀장은 그날 주은의 남자 친구가 나와 주은의 관계를 지켜보다가 이상해져버린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남편도 그렇게 될 것을 예감했다.
"딱히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 어떻게 하고 싶어요."
난 그녀에게 내가 한 짓이라는 것을 감추지 않았다.
"자기 뜻대로 하면 돼. 뭐든지."
정 팀장은 금세 남편에 대한 의리를 멀리 밀어버렸다.
"당신이 결정해."
"정말로 아무 상관없어. 난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어라도 좋아."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은 진실되었다.
"내 영혼의 마지막 한조각까지 난 당신 거야."
아주 흡족할만한 맹세였다.
난 손을 뻗었고, 그녀는 그걸 받아 손에 넣었다.
"영웅씨. 미안..."
반 팀장이 결심을 한 모양이다.
방을 들어서면서 그녀는 무척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결정을 하셨으면 남편분들을 부르셔야죠?"
아무래도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 중엔 나은이 가장 신이난 모양이다.
그녀는 반 팀장에게 여유를 주지 않고 몰아붙였다.
"어떻게 할까?"
반 팀장이 정 팀장을 보고 물었다.
"해. 전화. 그 사람들 원하는 걸 보여줘요."
"그렇지?"
반 팀장은 마지막 남아있던 미련을 던져버렸다.
두 남자는 한강이 내려보이는 언덕에 올라 처량하게 앉아있었다.
"허우... "
반 팀장의 남편이 괴상한 한숨을 내쉬었다.
"흑! 흐엉..."
정 팀장의 남편은 울고 있었다.
두 남자는 방금전 자신들이 한 행동을 가슴 깊이 후회하고 있었다.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된 걸까?
마가 끼었다.
그렇게 밖에는 설명할 도리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물론 다른 여자의 가슴에 관심을 갖는 거야 하나도 이상할 게 없지만, 어째서 그런 소리를 한 걸까?
여기가 문제야...
왠지 여기는 음란한 기운이 떠돌고 있어...
"어떻게 될까요? 흑!"
정 팀장의 남편은 여전히 흐느끼고 있었다.
"나도 몰라... 저렇게 화난 모습 처음 봐."
"나도요. 흑! 어쩌죠? 이혼이라도 하자고 하면? 흑!"
"각오해야지... 도저히 발뺌할 도리가 없네... 아우... 씨발... 어쩌다가..."
"혹시... 그냥 용서해주지는 않겠죠?"
"그걸 내가 어찌 알아..."
내 마누라 마음도 모르는데. 하는 소리는 차마 꺼내지 못했다.
"확 죽어버릴까?"
"아서. 아서. 괜히 두 번 마음 아프게 하지 말고..."
"허엉! 여보 미안해..."
정 팀장의 남편은 다시 흐느껴울었고, 반 팀장의 남편은 하염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래도 독한 사람은 아니니까..."
반 팀장의 남편이 한 마디 했다.
"우리 그사람도... 이혼까지는 안 가겠죠?"
"혹시 모르지. 마음이 약해져서 소원을 들어준다고 할지. 하하..."
반 팀장의 남편이 스스로도 어이없는 생각을 떠올리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허유... 그러기만 해주면 내가 평생..."
남자들은 쉽게 희망적인 상상을 펼치고 만다.
그때 전화벨소리가 들려왔다.
"헉! 마누라다!"
반 팀장의 남편은 쉬지 않고 울리는 전화기를 바라보며 겁에 질려 쉽게 통화 버튼을 누르지 못한다.
저지른 짓이 있으니, 무슨 말을 들을지 두려운 탓이다.
"바. 받아봐요..."
정 팀장의 남편은 자신의 전화기가 울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지금은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용기조차 없었다.
"여. 여보..."
반 팀장은 용기를 내어 통화 버튼을 누르고 귀에 가져대었다.
"2호실로 와요. 당신들이 원하는 거 들어드릴 테니."
반 팀장은 차가운 목소리로 용건만 말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뭐. 뭐랍니까?"
"오라는데?"
반 팀장의 남편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왜요?"
"원하는 걸 들어준다는데?"
"지! 진짜요?"
정 팀장의 목소리는 마치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았다.
"응. 진짜로 그렇게 말했어."
반 팀장의 남편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점차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여보! 지혜씨! 지혜 누나! 흑!"
정 팀장이 감격스럽게 아내를 불렀다.
"흐흐! 역시 뭐든 시도는 해보고 볼 일이야."
반 팀장의 남편은 어쩐지 으쓱거렸다.
"이보게. 동생."
"예. 형님."
"우리. 오늘 잘 해보세."
"잘 해봅시다. 형님."
두 남자는 굳게 악수를 나누었다.
그렇게 의기양양하게 두 남자는 객실로 향했다.
"근데 왜 2호실이지?"
"거긴 영웅씨하고 나은씨 방 아니에요?"
"흐음? 방을 헷갈렸나?"
"뭐. 가보면 알겠죠."
두 남자는 살짝 찜찜한 느낌이 들었지만,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기대로 가득해서, 그런 사소한 오류 정도는 마음속 저 멀리 밀어버릴 수 있었다.
"어서 오세요."
나은이 방 앞에 기다리고 있다가, 두 남자를 반겼다.
"나은씨..."
"응?"
둘 다 당황하기 시작한다.
"기다리고들 계셔요. 들어가세요."
나은은 무척이나 고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두 남자는 어쩐지 나은이 무척 섹시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들은 방안에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그대로 얼어붙어버렸다.
왠지 모르겠지만 이불 위에 누워있는 그 남자는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신이 원하는 거 들어줄게요."
반 팀장이 말했다. 아까처럼 차가운 목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나 그쪽이랑 섹스하기는 싫어요. 어차피 다른 남자랑 섹스를 하는 거라면, 나도 고를 권리가 있어요."
조곤조곤 말하는 반 팀장을 바라보며, 그녀의 남편은 가슴이 덜컥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내가 다른 남자랑 하는 거 보고 싶다면 보여줄게. 그러니까 실컷 구경해. 하지만 절대 저 남자랑은 안 해."
정 팀장의 목소리는 가라앉아있었다.
"그리고 다른 여자랑 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해. 말리지 않을게. 그게 당신이 원하는 거지?"
차갑지도 사납지도 않은 목소리였지만, 두 남편들은 어쩐지 부인들의 위세에 완전히 눌려있었다.
"그럼 시작해요."
반 팀장이 정 팀장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두 여자는 동시에 입고 있던 가운을 벗었다.
폭력적인 가슴을 지닌 두 여자의 나신은 정말 멋졌다.
역시 하나 보다는 둘이 낫다.
"그럼 미안 영웅씨."
반 팀장이 다시 사과를 했다.
"오늘 일은... 비밀로 하는 거야."
정 팀장이 협박이라도 하듯 위압적인 말투로 내게 말한다.
벌거벗은 두 여자가 내 옆에 앉아 내가 걸치고 있던 가운을 벗겼다.
그리고 팬티도 벗겨버린다.
그렇지 않아도 잔뜩 성이난 그 물건이 힘차게 솟구친다.
"아아..."
"헛!"
두 여자가 감탄사를 내뱉는다.
"저... 저기... 여보..."
정 팀장의 남편이 입을 열었다가, 뒤돌아보며 차갑게 쏘아보는 아내의 눈빛에 위축이 되어 입을 다물었다.
"그러면... 안 되는데..."
반 팀장의 남편도 무언가 시도를 해보려 한다.
하지만 반 팀장은 아예 그쪽으로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러지말고 앉아서 보세요."
나은이 마지막으로 방안으로 들어와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 남자들에게 방 한쪽에 놓여진 좌식 의자를 가리켰다.
"저기... 나은씨는 왜?"
반 팀장의 남편이 물었다.
어째서 저걸 그냥 두는 거야?
"회사에서 잘리는 것 보다는 낫잖아요."
나은이 설핏 미소를 지었다.
남자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설마 협박까지?
복수를 하려고 억지로?
머리가 핑 돌고 있었다.
나은은 불쌍한 오늘의 바보들을 한 번 바라보고 무대가 잘 보이는 특석으로 이동했다.
세 남녀의 행위가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에 앉은 그녀는 가운 아래로 입고 있던 팬티를 벗어내렸다.
그녀도 즐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멍청하게 부인들의 불륜을 지켜보고 있는 남자들은 이미 그녀의 안중에도 없다.
이렇게 신이 나는 이벤트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바빴다.
"진짜 크다."
반 팀장이 혀를 내둘렀다.
"자기가 먼저 할래?"
정 팀장이 통크게 양보를 한다.
"그럴까?"
반 팀장이 그 커다란 물건을 손에 쥔다.
그리고 정 팀장이 상체를 숙이며 입을 맞춰왔다.
"허억!"
정 팀장의 남편은 그 장면을 보고 멍하니 입을 벌려 탄식을 한다.
"으으으..."
반 팀장의 남편은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자신의 부인이 그 거대한 물건을 입에 넣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두 남자 모두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있었다.
두 사람 모두 분노와 좌절,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자극에 어쩔줄 모른다.
대체 왜 일이 이렇게 된 걸까?
정 팀장이 가졌던 의문은 내게도 동일하게 던져졌다.
난 두 사람을 아직 캐스팅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가 지닌 설정 카드나 액티브 카드가 두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응?
생각해보니 한 가지 있다.
캐스팅을 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카드가.
설정 카드 < 관능 >
- AV 마스터의 삶은 늘 자극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원하든 원치않든 항상 주위에서 관능적인 상황이 발생합니다.
내가 가장 처음 받은 카드.
그리고 그다지 신경도 쓰지 않고 있던 바로 그 카드.
그저 길을 지나치며 여자의 치마속을 보게 된다거나, 사무실에서 이쁜 여직원이 숙이고 있는 상체 사이로 가슴을 보게 되는 정도로만 생각해왔었는데...
어쩌면 그 카드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 주변에 벌어지는 모든 상황들이 돌이켜보면 무척이나 관능적이다.
뭐. 사실이 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저 남자들이 원래 그런 성향이었던 것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원인 따위 깊이 생각하지 말자.
지금을 즐기면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