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59화 〉@34. 온천 이야기. 불순, 비도덕한 욕망이 휘몰아치던 밤에 (259/377)



〈 259화 〉@34. 온천 이야기. 불순, 비도덕한 욕망이 휘몰아치던 밤에



"여기 아가씨들 참 참하데요."
이야기는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주제에서 여자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러지? 어째 하나 같이 섹기가 흐르더라고. 거 어린 아가씨들도 그런데 여관 주인이지?  여자하고 요리사 말야. 은근 색기가 장난 아니야."


"아니. 그 여자는 은근이 아니라 완전 대놓고 섹시한 거 아닙니까? 눈가에 진짜 섹기가 좌르르 흐르던데요. 뭐지?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일본 AV에 나올 법한 얼굴 아닙니까?"


"흐흐. 그지? 솔직히 딱 하나 고르라면  그 여자다."

"역시 형님하고는 뭔가 통하는 데가 있다니까."

"그려. 그려.  여자 말이야 요리도 그렇게 잘하고, 섹시하기도 하고 말이야. 뭔가 딱 오는 게 있지 않아?"

"그러니까요. 여기 아가씨 중 하나 골라서 벗기고 그 뭐냐? 나체 접시? 그걸 하면서."


"그지. 맞아. 참. 동생도 뭘 아는구만."

남자들은 술을 비우면서 입맞을 다셨다.


"여긴 그런 서비스는 없겠지?"

"있겠습니까?  보니까 아주 부자들만 상대로 조용히 영업하려는 거 같은데."


"아냐. 생각해보니까 부자들 상대로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어?"


"하긴. 그러네."

"내일 나가면서 여기 연락처나 알아가야겠네요. 언제 우리끼리 와봅시다."


"그래? 그거 괜찮은데? 하루 100만 원이면 둘이 뿐빠이하면 50아냐?"


"그죠? 뭐  일 없어도 여주인이랑 요리사랑 아가씨들 얼굴만 봐도 남는 거 아니겠어요?"


"그래! 그렇게 하자구!"
마음이 맞은 둘은 서로의 손을 굳게 잡고 결의들 다졌다.

"그래도 젊은 아가씨들도 참 참하드라."


"하나같이 색기가 흘러요. 어린 애들은 뭔가 청순하면서도 색기가 은은한게... 진짜 그런 영업하면 사람 잡아먹겠더라고요."

"그니까. 동생 말대로 다들 일본 성인물 배우 같더라고. 허우야..."

"참 좋은 곳이다. 돈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

"진짜 돈 벌어야겠다. 그래야 마누라도 좋고 나도 좋지."

"참. 형님은 금술이 좋이시데요."

"좋긴.  그냥 잡혀 사는  제일 아니냐? 동생도 그렇던데?"

"그죠. 흐흐.  서로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뭐. 나야 딱히 불만도 없고."

"그럼. 그런 몸매인데 불만이 있으면 쓰나? 흐흐..."

"흐흐... 하긴. 내가 그거 하나 보고 누나한테 장갈 들었죠. 형님도 그런 거죠?"

"어. 뭐. 나야...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맞다고 하면 맞아 죽겠지?"
 팀장의 남편이 쓱 뒤를 돌아본다.

저쪽 테이블에서는 같은 회사 사람들끼리 뭔가 열심히 대화를 나누느라 이쪽으로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휴우... 지금 한 대화들을 들켰더라면...


남자는 괜히 가슴을 쓸어내린다.

"나나 형님이나 운이 좋은 편이에요. 마누라가 딱 취향에 맞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맞아. 그래서  어지간하면 아무 소리 안해. 애초에 불화를 만들지 말아야지.  사람 놓치면 어디서 또 저런 여잘 만나?"

"그죠? 그니까 잡혀 사는게 좋아요. 뭐. 좀 흠이 있어도 덮어두고..."
정 팀장의 남편은 뭔가 씁쓸하게 말을 흐린다.


"무슨  있어? 혹시 다른 남자라도?"


"아이고! 무슨 큰일날 소리를... 그게 아니라 요즘 왠지 좀 뜸 해서요. 무슨 생각인지 손도 못 대게 하구... 하아... 나 아직 서른도 안 됐는데..."


"그래? 그거 참 난처하네..."

"형님은 부부 생활이 어떠세요?"


"뭐 그냥 그렇지..."
 팀장의 남편도 말을 흐린다.


"형님네도 그런가 보네요."

"뭐가 맘에 안드는  있는지... 한  쯤 됐나?"


"전 한 두 달 정도 되었나... 허유... 솔직히 나 마누라 사랑하는데 말이죠..."

"나도 그래."

둘은 이번엔 함께 풀이 죽어 술잔을 연거푸 비웠다.



"근데 형님. 어제부터 느낀 건데, 우리 집사람한테 관심이 있으신  맞죠?"
서로 어지간히 마음이 맞는다 생각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술기운인지 이제 그들의 대화는 점점 깊어져가고 있었다.

"어. 음. 뭐. 자네도 우리 와이프 자꾸 훔쳐보던데 말이야. 흐흐흐."

"흐흐흐. 죄송함다."


"뭐 죄송할 거까지야. 남자들이 다 그렇지. 근데 참 볼수록 좋아. 가슴은."

"예. 가슴 없는 여자는 여자도 아닌  같아요."

"자네 부인하고 우리 집사람하곤 정말 축복을 받은 거야."


"축복이야 우리가 받았죠."

"근데... 살다보면 뭐 집밥 말고 다른 것도 생각이 나곤 하더라고..."

"하아... 그니까요. 남자들이란..."

"근데 또 바람을 피우려니까 맘이 편치 않아."


"차라리 서로 짝을 바꾸면 조금 나을 것 같기는 한데, 우리 그사람이 그걸 들어줄리는 없고..."

"맞아. 우리 마누라도 그래. 당장 이혼하자고 할 거야."


"저. 형님."
갑자기 정 팀장의 남편이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


"우리 얘기를 하다보니 참 마음도 잘 맞고, 취향도 딱이네요. 그래서 그러는데..."

"허... 음..."


"하루만 바꿔볼까요?"

"나야... 좋은데... 근데 그게 될까?"


"오늘이 딱 아닙니까? 술을 잔뜩 먹이고 서로 방을 바꿔서..."

"그래! 그거야! 그리고 아침에 우리 잘못이 아니라고..."


"아예. 이걸 공론화하면..."

"해볼까?"

"해볼까요?"
남자들이 응큼하게 웃기 시작했다.




"해보기는  해봐요?"
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들짝 놀란  남자가 뒤를 돌아보았다.

"어머나!"
"어구야!"

두 사람은 각자의 부인이 무서운 표정으로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는 것을 보고야 말았다.



"여보!"
"아! 아냐! 그냥 농담. 농담이야!"

두 사람은 동시에 의자에서 일어나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진짜야. 절대 그럴 생각없었어."


"잘못했어요. 제가 죽일 놈이에요."

남자들은 손이 발이되도록 빌었다.




그리고 두 여자는 차가운 눈으로 각자의 남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팀장이 먼저 눈물을 떨구기 시작한다.

뒤를 이어 정 팀장도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여보. 내가 죽일 놈이야! 잘못했어..."


"다시는 엉뚱한 생각  할게요..."



"가요..."
반 팀장이 입을 열었다.


"지금 아무 말도 하기 싫으니까 가세요."
그녀는 눈물을 떨어트리며 손을 펴서  멀리를 가리켰다.


"더러워..."
 팀장이 남편에게 경멸스럽다는 듯  마디 했다.

"내가 왜... 당신 같은 남자를..."

남자들은 이제  변명도 용서를 구하지도 못한다.


"여보..."
반 팀장의 남편이 간신히 한 마디 했다.


"가라니까요. 흑!"
반 팀장이 손가락으로 다시 한 번   곳을 가리켰다.


남편은 안 되겠다 생각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주춤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당신도 가요. 지금 더 당신 얼굴 보고 있다가는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어요."
정 팀장이 서글프게 말했다.


"여보..."

"제발. 가라고..."

"미안..."
정 팀장의 남편은  팀장의 남편을 따라 힘없이 걸어갔다.

"흑!"
두 남자의 모습이 저 멀리 어둠속으로 사라지자  팀장이 눈물을 터트렸다.


물론 그녀는 자신이 도덕적으로 옳바르다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방금전 자신이 본 장면은 그녀에게도 충분히 충격적이었다.



"허엉!"
반 팀장이 울음보를 터트렸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흑! 흑!"
정 팀장은 하염없이 눈물을 떨군다.

"어떻게 해... 내가 벌을 받나봐..."
반 팀장이  팀장을 끌어안았다.


어젯밤의 일이 사무치게 후회된다.


그리고 다른 남자를 마음에 두고 있던 것도...

여자들의 울음은 남자들의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


단지 남편들의 무도한 계획에 분노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복잡했다.



자신들의 죄악에 대한 죄책감.

그녀들이 지닌 쾌락에의 기억.


그리고 남편들의 찌질함에 대한 분노.


"차라리 어디가서 딴 여자랑 바람이라도 피고 오지..."
정 팀장은 가슴이 쓰라렸다.

그랬다면 차라리 서로 잘못을 상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바꿔 먹는다니...
대체 무슨 생각이람?

세상 둘도 없이 멍청한 것이 다른 남자에게 자기 여자를 넘기는 행위이다.

"등신..."
 팀장도 비슷했다.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어라 했다면, 훨씬 좋았지.

자기도 다른 남자를 마음에 품고 있는데...




"술 드려요?"
그때까지 옆에서 조용히 듣고만 있던 나은이 두 여자에게 술이 담긴 잔을 가져주었다.

"고마워..."
반 팀장이 불편한 눈으로 나은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정 팀장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술잔을 받았다.

두 여자는 각자 나은에게 받은 술을 꿀꺽 삼켜버렸다.

뭔가 독한 술이었는지, 가슴이 찌릿해온다.


"자기 보기 미안하네... 창피하고..."
반 팀장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아... 진짜... 살다보니... "
정 팀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살다보면 별 일  있잖아요."
나은의 목소리는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았다.

"겨우 이정도로 세상이 무너지지 않아요."

"나은씨는 뭐 더 대단한 거라도 겪은 것처럼 말하네."
 팀장이 조금 뾰루퉁해 물었다.

"그럼요. 제가 겪은 일들을 들어보시면 진짜 오늘 일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실 걸요."

"하아... 무슨 젊은 아가씨가 세상을  살아본 것처럼..."
 팀장은 여전히 마땅치 않은 모양이다.

"진짜 우리 오빠 아니었으면, 난 어떻게 살았을지 모른다구요."
나은의 목소리가 조금 발랄해졌다.


"어유... 그러세요?"
어쩐지 지금의 분위기와 너무 어울리지 않는 그녀의 목소리에 반 팀장은 반감이 들었다.


"반 팀장님. 지금 굉장히 화가 나셨죠?"

"당연하지."

"그럼 복수하세요."

"복수?"
 팀장이 고개를 들었다.

"남편  원하는대로 해드려요."

"뭐어? 그게 무슨 복수야?"

"단.  사람들이 원하는 그대로는 말고요. 다른 남자랑 하면 되죠. 훨씬 더 좋은 사람이랑."

"그게 무슨 복수야..."
반 팀장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우리 오빠 어때요?"
하지만 이어지는 나은의 말에 그녀는 눈이 번쩍 뜨이고 말았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꿀꺽!
반 팀장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혹시 자신이 그 남자에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들킨 걸까?

"농담도 가려서 해. 지금 같은 때에..."
반 팀장은 조금 화가 난 기색을 보이려 했다.

"농담 아니에요. 두 분이 우리 오빠랑 하면서 남편들한테 보여주는 거예요. 어디 다른 남자랑 하는  보니까 마음이 흡족하냐고."
말을 하는 동안 나은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꿀꺽!
 팀장은 다시 침을 삼켰다.


"나은씨는 자기 남자 친구가 다른 여자랑 해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거야?"
 팀장은 함정에 발을 내딛는 심정으로 물어보았다.

도저히 그녀의 얼굴이 장난 같지 않았다.

어쩐지...

말도 안 되지만 나은은 그걸 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럼요. 나 사실 그런 거 좋아해요.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랑 하고 있으면... 하아..."
나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맙소사...
반 팀장은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나 사실 두 분 팀장님이랑 조금은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단지 난 다른 남자는 하나도 원하지 않아요. 그냥 오빠가 다른 여자랑 즐기는  좋아할 뿐이에요."

나은이 반 팀장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반 팀장은 그녀의 눈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생각했다.


"나같은 변태 본 적 있어요? 어때요? 내 말이 맞죠? 세상엔 진짜 별 일이 다있다구요."

"하아..."
반 팀장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엔 안도의 한숨이었다.

무엇에 대한 안도인지는 스스로도 알지 못한다.

단지 안도하고 있을 뿐이다.

"가요. 가서 재미있게 놀아요."
나은이 반 팀장과  팀장의 손목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반 팀장은 왜 정 팀장은  마디도 하지 않는 것인지, 나은은  그녀를 신경쓰지 않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연이어 벌어지는 황당한 상황에 다른 사람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나은은  사람의 손을 잡고 경쾌한 걸음으로 객실을 향해 걸어갔다.

반 팀장과 정 팀장은 여전히 각자의 상념에 빠져 무언가에 홀린듯 끌려가고 있었다.


"들어가세요."
나은이 자신이 묵는 객실 앞에서  여자에게 말했다.

먼저 들어선 것은 정 팀장이다.

반 팀장은 여전히 생각에 잠겨있었다.


과연 이게 맞는 일일까?

정말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버리는 것은 아닐까?







두 남자가 꾸미는 사소한 음모를 듣고, 난 조용히 여자들에게 돌아가, 그녀들에게 남편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라 알렸다.

여자들이 조심스럽게 남편들의 뒤편으로 가고, 난 나은에게 할 일을 알려주고, 마사지 룸으로 갔다.




"여기서  줄 몰랐네요."

"예. 여기 계시다는 소리 듣고 내려왔어요."
안나는 언제나처럼 우아하게 인사를 해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