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8화 〉@34. 온천 이야기. 불순, 비도덕한 욕망이 휘몰아치던 밤에
"나도 즐거웠어."
"큰일이다. 나 오빠한테 완전히 중독되어버렸어요."
도연은 눈을 반짝이며 고백했다.
"이제 나 다른 남자랑은 절대 못해. 그니까 오빠가 책임져야 해요."
"그러지."
"그렇다고 오빠 부인이 되겠다거나 그런 건 아녜요. 알죠?"
도연의 욕망은 무척이나 꼬여있었다.
"그럼 나 가운만 입고 올게요."
나은에게 이 방에서 잔다 말했으니 굳이 저쪽 방에서 자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다.
도연은 자신의 남자 친구가 잠든 방으로가서 가운만 챙겨입고 돌아와 내 옆에 누웠다.
그녀는 내 손을 잡아가 자신의 가슴으로 인도했다.
물론 가운 안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한손만 주고 자요."
도연은 그걸로 만족하는 모양이다.
난 한손에는 도연의 가슴을, 그리고 다른 한손에는 나은의 가슴을 쥐고 잠이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나은이 날 향해 몸을 돌리고 생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반대쪽에는 도연이 잠이 들어있다.
그녀의 가운이 벌어져 벌거벗은 알몸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심지어 그녀의 아랫도리에서는 어제의 흔적이 말라붙어 있었다.
아침부터 무척 좋은 장면을 보았구나.
"언제 일어났어?"
"방금전에요."
나은은 기분 좋은 표정이었다.
지난밤 그녀도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던 모양이다.
"나. 이제 씻으러 갈게요."
그녀가 도연을 눈짓했다.
"그래."
나은은 내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대로 욕실로 가나 싶었는대, 갑자기 도연의 다리 사이로 주저앉아 도연의 음부에 혀를 대었다.
나은은 조심스럽게 도연의 아랫도리에 말라붙어있는 지난 밤의 흔적을 핥아먹었다.
"난 오빠 거는 뭐든지 다 좋아요."
도연의 아랫도리를 깨끗하게 만들고 나은은 다시 즐거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은이 객실 한쪽의 욕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난 도연의 몸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흐응... 으음..."
도연은 잠결에 느껴지는 감각을 느끼며 천천히 잠에서 깨어났다.
"오빠... 언니는?"
"씻으러 갔어."
"의심 안 해요?"
"응. 전혀."
의심이고 뭐고 없지. 실제로 음모의 주제자는 그녀였는데.
"그럼 우리 모닝 섹스!"
도연이 칭얼거렸다.
나도 사양할 생각은 없다.
우리는 짧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 이제 가볼게요. 나도 씻어야지. 근데 오빠랑 같이 씻고 싶은데..."
도연이 입술을 삐죽거린다.
하지만 지금은 적당한 순간이 아니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도연이 사라지고 욕실로 들어갔다.
"즐거운 시간 보내셨어요?"
나무로 만든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던 나은이 날 반긴다.
내가 다가가자, 그녀는 기꺼이 입으로 방금전 도은과 섹스를 끝낸 그 걸 물었다.
욕조에 들어가서 나은의 몸을 한 번 즐겼다.
"평생 이렇게 살고 싶어요."
나은의 욕망은 아주 소박했다.
하지만 끔찍하게 변태스러웠다.
내가 아니면 그녀의 그 욕망을 들어줄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몸을 씻고 나서 나은과 함께 정원을 산책했다.
여관의 부지는 생각보다 꽤 넓었고, 곳곳에 정원을 배치해놓아 산책하기 무척 좋았다.
"무척 아름다운 곳이에요. 이런 곳에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요."
나은은 내 손을 꽉 잡고 사쁜 사쁜 걸으며 기뻐하고 있었다.
"그러면 그렇게 할까?"
나도 이곳에 사는 것이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까지 한 시간이면 갈 수 있고...
"뭐. 여기서 산다면 오빠랑 둘이 살지는 못하겠죠. 몇 명이야? 대체..."
나은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도대체 몇 명이랑 살게 될까?
속으로 내 여자들 전부를 이곳에 데려와 함께 사는 생각을 해본다.
음...
관두자.
여자들을 전부 한 곳에 모아놓다니. 그건 좀 무섭다.
지금이 딱 좋다.
각자의 삶이 있고, 나와 기쁨을 나누는 정도면 족하다.
한 곳에 모이게 되면 필연적으로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복잡한 건 싫어.
그러니까 난 과실만 따먹을 생각이다.
"언니!"
그때 우리 뒤에서 누군가가 부른다.
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다.
도연이 쫑쫑쫑 달려와 나은을 뒤에서 안았다.
"영민씨는?"
"아직 숙취로 정신을 못 차려. 술도 못 마시면서 맨날 무리한다니까."
"그러게. 그러는 너도 어제 잔뜩 취했다며?"
"그러기는 하지만..."
"너 그리고 안에 아무것도 안 입고 그렇게 널브러져 자면 어떻게 하니? 남의 방에서."
나은이 살짝 꾸짖었다.
"어? 속 보였어?"
"그래. 내가 먼저 일어났으니 망정이지."
"오빠도 봤어요?"
"아니. 아무것도 못 봤는데? 아쉽네."
"아쉽기는 뭐가 아쉬워요?"
나은이 짐짓 삐진 표정을 한다.
"응? 보고 싶으면 보여줄까요?"
나은이 가운을 열고 수영복을 보여주었다.
"진짜. 계집애가!"
그렇게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속이며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일찍들 일어나셨네요."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니 여관 주인과 두 딸이 우리 방 앞에 기다리고 있다가 인사를 한다.
"어젯밤엔 편히 주무셨어요? 혹시 불편하신 것은 없으셨나요?"
"아주 푹 잤어요. 기분 좋은 밤이었어요."
나은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럼 이제 식사 준비를 하겠습니다. 아침 식사는 일식, 한식, 양식으로 준비할 수 있습니다. 어떤 걸로 할까요?"
"음... 그래도 여긴 일식이 좋겠죠?"
도연도 나은도 같은 생각인 모양이다.
"그럼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여관 여자들이 사라졌다.
"무척 이쁜 분들이네요."
"그러게. 일본 여자들은 다 저렇게 이쁜가?"
"설마 그럴리 있어? 셋 다 일본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보다 더 이쁜 거 같은데."
"하긴. 언니는 일본 드라마 많이 봤지?"
"응."
나은과 도연 모두 이 여관 여인들에 관심이 가는 모양이다.
"근데 오빠. 저 여자들한테 왜 자꾸 웃음을 보여요?"
도연이 삐딱하게 물었다.
"그랬었나?"
"진짜 남자가 자꾸 여자한테 웃음을 흘리면 안 되요."
"얘는. 내가 가만히 있는데, 네가 왜 그러니?"
"언니만 이뻐해야지. 안 그러면..."
도연이 입을 삐죽거렸다.
"시끄러. 넌 가서 영민씨 깨워. 밥은 먹어야지."
"쳇! 흥이다!"
도연은 나은이 옆에 있을 때면 특히나 어린 모습을 보인다.
아마도 그녀에 대한 죄책감이 그런 식으로 표현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아유! 언제까지 자는 거야? 안 일어나요?"
그리고 저쪽 방에서 부부 싸움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술을 이기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퍼마시고."
"그게 다른 데서는 구경도 하기 힘든 좋은 술이라고. 이런 때 아니면 어디서 그런걸 맘껏 먹어."
"진짜. 시끄러우니까 일어나서 씻기나 해요."
"같이 씻을까? 우리?"
"헛소리 하지 말고 빨리 씻기나 해요."
반 팀장 남편은 구박에 익숙한 모양이다.
아침부터 아내에게 한소리 들으면서도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나쁜 사람..."
나은이 작게 한 마디 했다.
아무래도 나한테 한 거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니 무척이나 복잡한 감정이 드러나있다.
"당신은... 벌 받을 거예요."
나은이 조금 어색하게 날 비난했다.
"그러겠지?"
"하아... 그래도 나 보다는 낫겠죠. 사랑해요. 오빠. 정말로..."
나은이 내게 입을 맞춰온다.
아침 식사도 꽤 훌륭했다.
조금 달고 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불쾌할 정도는 아니었고, 재료의 원래의 맛을 살린 세심한 조리가 인상적이다.
그 여자 요리사의 솜씨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식사를 끝내고 모두가 정원에 모였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생각해봐야 했다.
"괜찮아? 너무 힘들면 방에 들어가서 좀 더 쉬어."
도연이 남자 친구에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지난번처럼 술로 구박을 하지는 않았다.
그녀도 조금은 미안한 모양이다.
아니면 그저 남자 친구를 치워버리고 싶은 모양이다.
아마도 여기서 그녀의 심리가 가장 독특할 것이다.
여전히 그와 헤어지지 않는 것은 그 남자에 대한 애정도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겠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그 변태적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 더 클 것이다.
하지만 때때로 그녀가 보이는 그 아련한 눈빛은 도연이 그에게 무척이나 죄책감을 지니고 있음을 말해준다.
"괜찮아. 밥도 먹었으니 금세 기운 날 거야."
그 남자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여자를 기쁘게 해주려 했다.
"뭐 낮에 할만한 게 없을까?"
반 팀장의 남편이 말했다.
"그러게요."
정 팀장의 남편도 동의했다.
온천은 젊은 남자들에게는 조금 심심한 장소이다.
"조용하니 정원에서 산책을 하면 좋죠."
반 팀장이 말했다.
"그래요. 여긴 휴식하러 온 데지, 놀러 온 데가 아니잖아요."
정 팀장도 마찬가지였다.
"으응... 그렇지?"
역시 가정에서 아내의 힘이 훨씬 큰 것을 여실히 증명하는 부부들이었다.
"여기들 계셨네요."
그때 여주인이 나타나 허리를 깊숙히 숙이며 인사를 했다.
"식사들은 어떠셨나요? 혹시 필요한 것은 없으신지요?"
"그럼 혹시 뭔가 할만한 게 있을까요?"
"낮에 즐길 거리를 찾으신다면 한강에 내려가셔서 보트나 수상 스키 따위를 즐기셔도 됩니다. 아니면 스파와 마사지도 준비되어있습니다."
"보트? 그거 좋네."
남자들은 뭔가 노는 것을 좋아한다.
"마사지요?"
여자들은 역시 그쪽을 선호한다.
가볍게 편이 나뉘었다.
정 팀장과 반 팀장은 마사지를 원했고, 나머지는 강에서 놀기로 한다.
"근데 마사지는 누가 해주는 건데요?"
반 팀장의 남편이 뭔가 기대하며 물었다.
"저희 여관과 연계된 스파 클럽에서 마사지 전문가들을 초빙했습니다."
여주인의 대답에 언뜻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다.
그러면 이따 확인해보도록 하자.
"아? 그런가?"
반 팀장의 남편은 이곳에서 본 여자들이 마사지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자 금세 흥미를 잃었다.
"한강으로 내려가실 분들은 저를 따라오세요."
여주인의 두 딸이 우리를 한강에 설치한 선착장으로 인도했다.
"보트는 누가 몰아요?"
"물론 저희가 하지요. 둘 다 자격증은 있으니 걱정 안 하셔되 되요."
단발 머리 처녀가 발랄하게 대답했다.
어쩐지 기모노 차림이 아니더라니, 보트를 몰기 위해서였던 모양이다.
그날 오후 우리는 한강에서 보트를 타고, 바나나 보트도 타고, 제트 스키까지 타며 신이나게 보냈다.
점심 시간이 되어서는 요리사가 만든 도시락을 먹으며 한강을 구경했고, 다시 물놀이를 즐기다 해가 질 무렵에야 다시 여관으로 올라갔다.
"뭐 했어요? 심심하지 않았어요?"
정 팀장의 남편이 와이프에게 물었다.
"산책도 하고 마사지도 받고 굉장히 좋았어요."
만족스러운 듯 대답을 하는 정 팀장과 반 팀장의 얼굴에 홍조가 가득했다.
"얼굴에 빛이 나는 걸 보니 좋긴 했나보네."
반 팀장의 남편은 속도 모르고 허허 웃는다.
"저녁은 바베큐로 하시는 게 어떨까요?"
흰옷의 요리사가 나타나 이틀을 연속으로 정찬을 드시면 지겨우실 것 같다며 우리 의사를 물었다.
"그렇게 하죠. 그럼."
모두들 찬성이다.
"그럼 곧 준비하겠습니다."
"여기 서비스가 진짜 좋네. 이정도 서비스면 진짜 돈이 아깝지 않겠네."
"돈을 내고 그런 소리를 해야죠."
반 팀장이 또 남편에게 한 마디 했다.
"그러게. 허허."
남편은 부인의 구박에 실없이 웃었다.
두 사람의 사이는 그런 것 같았다.
반 팀장은 계속 타박을 하면서도 알뜰히 챙겨주었고, 남편은 부인의 잔소리를 반박하는 일 없이 웃으며 넘겼다.
딱히 나무랄 데 없는 부부였을 것이다.
저녁 식사도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바베큐 파티인 만큼 바로 술자리로 이어진다.
"오빠 오늘은 그만 마셔."
도연이 남자 친구에게 걱정이 되는 듯 말했고, 남자 친구도 이틀 연속 술자리는 힘든 모양이다.
"그러지말고 둘이 마사지나 받고 와. 진짜 좋더라. 피로가 풀리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피부 관리도 해주는데, 막 뽀송뽀송해지고 굉장해. 몇 시간 정도 받는데. 아마 그때 쯤이면 술자리가 끝날거야."
정 팀장이 적당한 해법을 주었다.
"그럴까? 우리 그럼 마사지나 받으러 가자. 언니는 어쩔래?"
"난 괜찮아. 둘이 받고 와."
도연은 둘만 가는 것이 서운한 듯 입술을 삐죽거렸지만, 자기가 마사지를 받고 싶었던지 남자 친구를 끌고 사라졌다.
어영부영 술자리가 시작되었고, 곧 남자들과 여자들은 서로 자리를 달리해서 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지금은 주식이다 이거지."
"그래도 영끌로 부동산이 낫지 않을까요?"
남자들의 관심은 역시 재테크인 모양이다.
정 팀장과 반 팀장의 남편들은 술을 마시며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다.
나도 적당히 어울리다가 잠시 저쪽에서 여자들 사이에 끼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기를 몇 번, 다시 남자들 사이로 돌아가는데, 엉뚱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근데 형님. 어제부터 느낀 건데, 우리 집사람한테 관심이 있으신 거 맞죠?"
"어. 음. 뭐. 자네도 우리 와이프 자꾸 훔쳐보던데 말이야. 흐흐흐."
이 남자들 엉뚱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