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4화 〉@34. 온천 이야기. 불순, 비도덕한 욕망이 휘몰아치던 밤에
정 팀장과 반 팀장의 남편들은 서로가 상대의 부인의 가슴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얼굴을 찌푸리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웃기까지 한다.
어쩐지 둘이 뭔가 통하는 게 있는 모양이다.
"밖은 더운데 희안하게 이쪽만 오면 서늘하네."
"그러네요. 이런 한 여름에도 온천에 들어가고 싶어줄 줄 누가 알았겠어요."
온천에 도착한 사람들은 마치 당연한 코스라도 되는 듯 폭포에 몸을 한 번 식히고, 바들바들 떨면서 온천으로 들어갔다.
"와! 밥 먹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먹을 게 또 있네? 이거 며칠만에 돼지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온천 옆에 차려 놓은 테이블 위에는 안주들이 가득했다.
"근데 이거 너무 호사스러우니까 좀 미안하다."
수영복을 입은 젊은 여자 둘이서 테이블 옆에 서있다가 필요한 사람에게 다가가 눈치껏 술잔을 바꿔주거나 안주 접시를 채워주었다.
마치 두 여인은 우리를 위한 시녀처럼 잠시도 쉬지 않고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렇게 해서는 100만 원도 하나도 아깝지 않겠네."
"그러게요. 어라? 근데 그건 무슨 술이야?"
반 팀장의 남편이 새로 까는 술병을 보고 깜짝 놀라한다.
"닷사이 닷사이소노사키에입니다."
귀여운 단발 머리 여자가 술을 소개해주었다.
"그런것도 줘요? 여긴?"
"그게 뭔데요? 형님."
정 팀장의 남편은 반 팀장의 남편과 아주 죽이 잘 맞는 모양이다.
"그거 준마이 중에서도 아주 엄청 귀한 술인데. 일본에서 먹으려면 몇십만 원은 줘야 할거야. 한국은 술집에서 100만 원은 넘어."
"사케에 대해서 잘 아시는 모양이시네요."
단발 머리 여자가 미소지으며 물었다.
"내가 한국에 들어온 사케는 전부 먹어봤거든. 근데 저건 아직 한 번도 못 마셔봤어."
"술 마실 생각은 그만하고..."
반 팀장이 남편을 타박하려다가, 사람들이 잔뜩 있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참는 눈치였다.
"남자가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거야 자연의 이치지."
반 팀장의 남편이 다시 한 마디하고 부인의 눈총에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런데 이렇게 따뜻한 물에 잠겨 술을 마시니까 좀 빨리 오르는 거 같네."
정 팀장의 남편은 벌써 얼굴이 붉어졌다.
"오빠 오늘은 너무 취하지 마."
도연이 걱정스러운 듯 남자 친구에게 한 마디 했다.
"응. 그래."
하지만 도연은 정작 그가 술을 입에 대는 것은 한 번도 말리지 않았다.
"와! 이건 카오리네. 좋은 술이 진짜 많다."
"일본 술을 일본 사람보다 더 잘 아시네요."
"사케가 굉장히 합리적이잖아? 와인처럼 말도 안 되게 비싼 술도 없고, 좋은 술이라도 보통 몇 천 엔이면 산다고. 한국에 들어오면 세 배나 되서 문제지."
가장 신이 난 사람은 반 팀장의 남편이었다.
조금만 칭찬을 해줘도 바로 반응이 온다.
"자네도 마셔봐. 이게 사케 중에는 무척 가벼워서 술을 안 좋아하는 사람도 부담이 없거든."
"아. 예."
영민은 도연의 눈치를 보았다.
"괜찮아. 그렇다고 너무 눈치 볼 건 없고."
도연은 너그러운 여자 친구의 역할을 잘 해내면서, 자신의 목적도 이룰 수 있었다.
미인
"어. 오늘 참 즐겁네. 이렇게 멋진 여자들하고 술을 마시고 있으니까 세상이 다 내거 같네."
"그러게요. 참 좋은 시간입니다."
멋진 여자들이 잔뜩 있는 술자리는 맞았다.
단지 그 여자들은 아쉽게도 더이상 당신들 여자가 아닐 뿐이다.
나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근데 무슨 회사에 이쁜 여자들이 그리 많아요? 무슨 얼굴 보고 뽑아요? 거긴?"
반 팀장의 남편이 내게 물었다.
"뭐. 우리 회사에 미인분들이 많기는 하죠. 뭐. 그래도 여기 계신 분들이 회사에서 제일 가는 미모인 건 틀림없습니다."
"상사라고 아부해요?"
반 팀장이 내 말을 듣고 웃으며 한 마디 했다.
"아부 아니고 사실인걸요. 그렇지 영민씨?"
난 슬쩍 공을 영민에게 넘겼다.
"맞습니다. 정 팀장님과 반 팀장님이 제일의 미녀들이십니다."
벌써 취기가 돌기 시작한 것 같지만, 칭찬은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정 팀장님하고 반 팀장님 말고 이슬씨도 한 가슴 하는데요."
나은도 끼어들었다.
"맞다. 이슬씨도 있었으면 좋았겠다."
도연도 한 마디 했다.
"그래요? 좋은 회사네. 나도 거기 취직이나 할까?"
정 팀장 남편이 속 없이 한 마디 한다.
"아니. 거기 취직하면 미인들이 다 자네랑 재미있게 놀아주기나 하고?"
"하하. 그렇죠?"
"진짜 어지간히들 해요. 주책도."
"장소를 가리라고요. 아저씨들아."
죽이 잘 맞는 남편들은 술 기운을 빌어 그렇게 주책맞은 소리를 하고 다시 아내들의 눈총을 사고야 말았다.
술을 마시다보니 어느새 남자들은 남자들끼리 모여 마시고 있었고, 여자들은 여자들끼리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남자들의 이야기야 술 이야기, 주식 이야기 따위로 이어졌고, 여자들은 회사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다.
술자리는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술에 쉽게 취하는 봉봉이 아니었어도, 그 남자들 자멸했을 것이다.
비싼 술이 잔뜩 나왔다며 신이난 반 팀장 남편이 쉬지 않고 술을 권했고, 결국 영민은 금세 아웃되어버렸다.
"아이참! 그렇게 조심하라고 했는데... 여기까지 와서 뭐야... 걸어갈 수 있겠어?"
도연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녀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어. 미안... 가서 좀 누워야겠어. 하하... 괜찮아. 혼자 갈 수 있어."
"혼자 가긴 어딜 혼자가. 그러다가 넘어지면 어쩌려고. 조심해서 걸어."
남자 친구와 함께 방으로 돌아가는 도연은 내게 눈짓을 했다.
"어어... 술이 좀 오르네..."
그리고 뒤를 이어 정 팀장의 남편이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진짜 술도 잘 못 마시면서... 가요. 혼자서 갈 수 있어요?"
"그럼... 꺽!"
정 팀장은 매정하게도 남편을 홀로 보내버렸다.
"영웅씨는 술을 잘 하나봐. 하나도 안 취했어. 어떻게."
"저도 조금 취기가 올라오네요. 하하."
"아냐. 보통 잘 하는 게 아닌 거 같아. 이 사케가 먹을 때는 부드러워도 소주랑 크게 차이도 안 나거든. 확실히 남자는 남자야. 아주 대물이야. 크크..."
술자리에서 제일 신이 나던 반 팀장의 남편도 결국은 술을 이기지 못했다.
"하아... 가요. 여기서 잠들면 딴 사람들 피곤해진다구요."
"알았어요. 자꾸 구박하지 말아요. 나 아직 안 죽었어요. 끅!"
반 팀장의 남편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좀 들어가 볼게요. 다들 신경쓰지 말고 재미있게 노세요."
반 팀장은 남편을 부축해서 객실로 돌아갔다.
잔소리는 좀 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정은 있는지, 술에 취한 남편을 보는 눈은 부드러웠다.
그러고보면 지난번 지하 감옥에서 목숨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남편을 배신하지 않으려했던 여자였다.
그러니 그녀가 남편에게 가진 애정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물론 마지막까지 내게 눈길을 돌리는 것은 그녀 자신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일 터이다.
남자들과 반 팀장이 사라지고 나니 이제 나와 나은과 정 팀장 뿐이었다.
"이리와봐요."
내가 부르자 정 팀장이 기다렸다는 듯 옆으로 왔다.
난 서슴지 않고 그녀의 비키니 사이로 손을 넣었다.
항상 벗겨놓고 재미를 보다, 이렇게 수영복을 입혀놓으니, 그것도 나름 색다른 재미가 있다.
"하응!"
손가락으로 젖꼭지를 살짝 꼬집자 정 팀장이 소리를 낸다.
"저기... 사람들..."
정 팀장은 아직 서비스를 하기 위해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두 여자가 신경쓰인 모양이다.
"신경쓸 거 없어요."
한 손을 밑으로 내려 그녀의 팬티 안으로 집어넣었다.
"학! 그럼. 지금?"
정 팀장은 욕망으로 가득한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진짜 정 팀장님 남편도 있는데 너무하신 거 아녜요?"
나은이 놀리듯 물었다.
"학! 몰라... 그런거..."
정 팀장은 나은의 말에 신경도 쓰지 않는다.
"이따가 하지. 참 오늘 밤에 뭘 할지 알고 있죠?"
"응. 알았어. 그렇게 할게."
정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짓인데요?"
나은이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어왔다.
"재미있는 거."
난 나은에게 정 팀장이 할 일을 간략하게 말해주었다.
"진짜 못 됐어. 왜 그런 걸 시켜요? 그냥 따먹지. 그렇지 않아도 반 팀장 오빠한테 눈이 돌아있는 거 같던데."
나은은 오직 내가 다른 여자를 따먹는 것에 열심이다.
"오늘은 도연이랑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지."
"체! 알았어요. 그럼."
"이제 그만 있어도 될 거 같아요."
여관 주인의 딸 들에게 자리를 정리하라 시켰다.
여자들은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 우선 가지고 갈 것을 정리해 사라졌다.
잠시 뒤에 반 팀장이 돌아왔다.
"아직들 안 끝난 거 같아서. 그 사람 잠들어서 혼자 심심하잖아."
물론 그녀의 욕망은 따로 있었다.
그리고 난 그 욕망을 채워줄 생각은 아직 없었다.
"아무래도 가서 재워야겠네요."
잠시 뒤에 술에 취한 나은을 안아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그럼."
반 팀장이 아쉬운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그럼 재미있게들 노세요."
난 의미심장한 인사를 하고 온천을 나왔다.
"오빠."
술에 취한척하던 나은이 눈을 떴다.
"잠깐만..."
그녀가 내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춰왔다.
우리는 그렇게 서서 잠깐 키스를 나누었다.
"이제 됐어요. 이제 가도 되요."
나은을 안은 채 객실로 가 그녀를 이부자리 위에 눕혔다.
그때 문이 드르륵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도연이었다.
"응? 언니 벌써 자?"
그녀는 웃고 있었다.
"흐응? 도연이니?"
나은이 잔뜩 혀가 꼬부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많이 마셨어?"
도연은 나은이 걱정된다는 듯 그녀 옆에 앉았다.
그리고 나은의 눈을 피해 내 허벅지를 짚었다.
"으응... 술이 생각보다 강하네... 흐응... 기분 좋다."
"작작 마시지."
"흐응..."
"언니? 언니?"
도연은 연신 나은이 잠이 들기만을 기대하고 있었다.
벌써 그녀의 손은 내 물건을 잡고 있다.
"잠들었어?"
"흐응..."
나은은 계속 눈을 감은채 잠에 빠져드는 모습을 노력했다.
"언니 잠들면 오빤 또 심심하잖아."
"미안. 니가 놀아주렴. 흐응..."
나은의 대답에 도연이 살짝 놀라는 표정을 한다.
조금은 죄책감도 떠오르는 것 같았다.
"알았어. 그럼 내가 언니 대신 오빠랑 논다."
하지만 죄책감은 잠씨 뿐. 그녀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나은에게 물었다.
"맘대로 해. 나. 잘래..."
나은이 완전히 잠이 들어버린 것 같자, 도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오빠! 오빠! 오빠!"
도연이 내게 고개를 돌리며 눈을 반짝거렸다.
"나랑 놀아요. 언니가 그러래요."
"못됐네."
"알아요. 나 못된 거. 그래도 오늘은 아니에요. 언니가 허락했으니까."
도연은 내 팔을 끌고가 자신의 가운 안으로 넣었다.
언제 벗어버렸는지, 수영복은 없고, 맨살이 날 반긴다.
도연은 서슴지 않고 내 팔을 자신의 아래로 끌고갔다.
벌써 그럴 생각으로 가득했는지, 그곳이 흠뻑 젖어있다.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요? 1분이 한 시간 같았어요."
"그래. 알았어. 그럼 어디서?"
"음..."
도연은 고민했다.
둘 다 마음에 들어 선택이 어려운 모양이다.
"저쪽으로 가요."
마침내 결정을 내린 도연이 내 팔을 잡아끌며 일어났다.
도연에게 이끌려 방을 나서기 전, 난 나은이 실눈을 뜨고 우릴 바라보며 웃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남자 친구는?"
"자요."
자신의 객실 문을 열며 도연은 웃고 있었다.
객실 안에 들어가니, 그 사내는 이불 위에 정신 없이 골아떨어져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술이 약한 남자인데, 술에 잘 취하는 봉봉을 먹고, 권하는 술을 잔뜩 마셨으니 취한 정도가 아니라 정신을 완전히 잃었어도 이상치 않다.
"거기 서봐요."
도연은 날 방 한 가운데 세워놓았다.
그리고 자신은 가장 밝은 곳으로 가서 입고 있던 가운을 벗었다.
그녀는 내게 자신을 보여주고 싶어했다.
하필이면 자신의 남자 친구가 잠든 바로 옆에서 자신의 알몸을 다른 남자에게 보여주며 기뻐하고 있었다.
그것으로 전부가 아니었다.
그녀는 천천히 바닥에 주저앉았다.
색기가 가득한 눈으로 날 바라보며 도연은 다리를 세우고 양쪽으로 활짝 벌렸다.
이미 잔뜩 젖어있던 그곳이 불빛을 받아 속살을 남김없이 드러낸다.
"학!"
도연은 그것 만으로도 벌써 느끼기 시작한 모양이다.
"오빠! 오빠! 오빠!"
화급하게 날 부르지만, 결코 내게 와달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나 오빠랑 하고 싶어서 죽을 거 같아. 젖은 거 보여요?"
도연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그곳을 벌리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