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3화 〉@34. 온천 이야기. 불순, 비도덕한 욕망이 휘몰아치던 밤에
"그래요. 여기는 이따가 수영복 입고 와요."
여자들이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들의 눈길이 그녀들을 쫓는다.
"오빠. 이래가지고 어떻게 일어날거야?"
마지막까지 내 옆에 앉아있던 나은이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
"영웅씨는 그럼 천천히 나와."
반 팀장의 남편이 눈치가 빨랐다.
그가 다른 남자들을 데리고 온천을 나갔다.
그런데 다들 가운데가 불룩하네.
도연의 남자 친구도 남자는 남자였던 모양이다.
"쳇. 나 오빠가 일어나면 사람들 놀라는 거 보고 싶었는데."
나은이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생각해보니 이것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내 위로 올라온다.
수건을 걷어버리고 내 물건을 자신의 몸으로 집어넣는 것에 조금의 주저함도 없다.
"우리 잠깐 늦어도 되겠죠?"
벌써 그녀의 얼굴은 욕망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여기선 뭐든지 마음대로 해도 돼."
"진짜. 자기가 무슨 왕이라도 되는줄 알고. 학! 학! 근데 오빠."
나은이 갑자기 날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여기 여자들도 굉장히 이쁘던데..."
그녀의 얼굴에 새로운 욕망이 솟아올랐다.
"누가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나은은 물 속에서 몸을 움직이며 진지하게 물었다.
"전부."
솔직하게 대답했다.
"진짜 오빠 답다. 학! 근데... 오빠가 그 모녀들이랑... 하악! 하고 있으면... 크윽!"
"보고 싶어?"
"네! 정말로 보고 싶어요. 학!"
나은에게 새로 생긴 욕망을 과연 이번에 만족시켜줄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아도 할 일이 많은데...
겨우 이틀 동안 얼마나 재미를 볼 수 있을까?
"큭! 어떻게! 이렇게 좋은 거야?"
나은은 자신이 느끼고 있는 쾌감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학! 학! 아! 오빠!"
한참을 쾌락에 빠져있던 그녀가 갑자기 살짝 놀라며 내 귀에 속삭인다.
"누가 있어요. 저쪽에 사람 그림자가 보였어요. 바위 뒤쪽에..."
"누가?"
"아마 도연이 같아요. 계집애. 학! 오빠. 나 여기까지만 할게. 내가 가면 그 계집애랑. 흐윽! 걔한테 싸줘... 흐으윽!"
도연의 이야기를 하며 나은은 정신없이 느껴버렸다.
그만이라고 하면서도 몸의 움직임을 멈추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이미 쾌락에 완전히 잡아먹힌 모양이다.
"하아... 죽인다. 흐흐"
나은은 자신의 몸에서 내 물건을 빼면서 마치 엉큼한 아저씨처럼 웃고 있었다.
"그럼 이따가 방에서 봐요."
나은이 웃음을 흘리며 저쪽으로 걸어갔다.
잠시 그곳에 앉아있다 일어서려는데 누군가가 내 등을 껴안았다.
"오빠!"
나은이 말했던 것처럼 도연의 목소리였다.
"아직 안 갔어?"
"응! 전화기를 두고 가서 찾으러 왔어요."
도연이 물속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일부러 두고 간 모양이네?"
"당연하죠!"
수건도 두르지 않은 채로 물속으로 들어온 도연은 방금전까지 나은이 사용하고 있던 자리를 차지했다.
그녀는 서슴지 않고 내 물건을 자신의 몸안으로 삽입했다.
"아까부터 언니가 부러워 죽는 줄 알았어요. 나도 남들 앞에서 오빠랑 다정하게 있고 싶은데... 흑!"
도연의 얼굴에 쾌락이 어리기 시작했다.
"학! 하악!"
도연은 내 어깨를 잡은 채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지금이 더 좋아. 학! 이렇게 몰래 하는게 너무 좋아! 학!"
도연도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다.
"나 정말 못됐죠?"
"응. 못됐어. 도둑 고양이 같이 귀여워."
"흑! 빨리. 학! 빨리 내 안에 싸줘요. 오빠!"
난 도연의 요구를 충실히 만족시켜주었다.
"근데... 지금 빼면 물에 섞일텐데..."
도연은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온 정액이 물을 더럽힐까 걱정스러운 모양이다.
"오빠 정액 엄청 많자나요."
이제서야 그런 걱정을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만, 도연의 표정은 무척 진진해보였다.
"어쩔 수 없지 뭐. 저녁 먹고 나면 대충 사라지겠지."
"그때도 이러면..."
"알 게 뭐야."
"하아... 그래요. 알 게 뭐람."
도연은 웃으며 물 밖으로 나갔다.
"막 흘러내려. 이러고 다녀도 될까 모르겠다."
그녀는 자신의 다리 사이로 흘러내리는 불순한 사랑의 흔적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다리에 묻히며 말했다.
어쩐지 일부러 저러는 것 같았다.
남들에게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그 흔적을 자신의 온몸에 묻히고 다니고 싶은 모양이다.
"그럼 이따 봐요. 참! 이따 또 해줄 거죠?"
"그래. 오늘 영민씨는 또 술에 취해 잠이 들겠네."
"못됐어. 진짜."
하지만 그녀는 더 없이 기쁜 표정이었다.
도연이 사라지고 나도 온천을 나와 가운을 걸치고 방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아직 나은이 돌아와있지 않았다.
내가 들어오고도 잠시 뒤에야 그녀가 왔다.
"늦었네?"
"도연이가 간 뒤에 나오느라고요."
나은의 얼굴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즐거웠나 보네?"
"조금 아쉬웠어요. 들키지 않으려고 너무 멀리 숨어있으니까 도연이 얼굴하고 오빠 머리밖에 안 보였어요. 폭포 소리 때문에 들리지도 않고요."
나은이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두 사람 모습을 보고 있으니까... 하아..."
문앞에 선 채로 나은은 손을 가운 안으로 넣어 그곳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이따가 밤엔 여기서 해요."
그녀가 말하는 행위의 주체는 틀림없이 자신이 아니다.
물론 그녀 자신이 훔쳐본다는 의미에서 나은 또한 참여자 중 하나일 수는 있다.
"그렇게 하지."
"참! 정 팀장님이랑은 언제 해요? 그리고 반 팀장님은요?"
왜인지 나은이 나보다 더 적극적이다.
"글쎄. 적절한 타이밍이 있겠지."
"무슨 계획 같은 거 없어요?"
"없는데? 뭐. 그런 거 필요해?"
"난 또 오빠가 뭔가 멋진 계획을 세워 놓은 것은 아닌가 기대하고 있었다구요."
"꼭 계획이 없어도 상관없지 않을까?"
"하긴. 오빠 딴 건 몰라도 여자 따먹는 것은 아주 천재 같으니까요."
칭찬이냐? 먹이는 거냐?
물론 나은의 얼굴에 떠있는 황홀감은 그녀가 아주 진지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때 밖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문을 열어주니 처음 여관 앞에서 보았던 흰 옷을 입은 요리사와 기모노의 여인이 상을 들고 들어와 방안에 차려놓았다.
"첫 식사이시니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시면 언제라도 말씀해주세요."
"와! 굉장히 맛깔스럽게 나왔다. 이건 뭔가요? 색이 무척 이쁘네요."
"킨메다... 아! 금... 금눈돔 구이입니다."
요리사가 직접 온 것은 자신의 요리를 설명해주기 위해서였나 보다.
나은은 나온 요리를 하나 하나 물어보았고, 요리사는 때때로 한국말로 뭐라할지 고민하며 정성껏 대답해주었다.
"이건 무슨 술이죠? 아까 온천에서 마신 술이랑 비슷한 거 같은데?"
"닷사이 소노사키에입니다. 아까 올려드린 술은 닷사이23이었으니 비슷하게 느끼셨다면 굉장히 좋은 미각을 지니시고 계신 듯 하네요."
"그래요? 내가 맛있는 걸 잘 고르기는 해요. 해해!"
나은은 요리사의 칭찬 하나에도 즐거워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요리사가 물러나고 우리는 식사를 즐겼다.
한강이 내려보이는 거실에서 하는 저녁 식사는 훌륭했다.
"식사는 만족하셨나요?"
식사가 끝날 무렵 이번엔 여관 주인이 방문했다.
"물론이죠. 이렇게 맛있게 먹어본 적도 드무네요. 요리해주신 분께 감사를 전해주세요."
"즐거우셨다니 다행이네요. 주방에는 꼭 말을 전하겠습니다."
"다 함께 술을 마실 생각인데, 준비해 줄 수 있어요?"
"물론이죠. 어디에 준비를 해드릴까요? 함께 연회를 즐기신다면 정원이 보이는 연회석도 준비되어있고, 온천에 자리를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원하시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괜찮지만, 아무래도 정원이나 온천 쪽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음. 아무래도 온천이 낫겠군요."
정원을 바라보며 마신다면 수영복이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럼 곧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걸 손님들에게 나눠주도록 해요. 이쪽은 남자, 이쪽은 여자들이 먹으면 됩니다."
난 준비해간 봉봉과 일반 초콜릿을 세 개씩 그녀에게 넘겼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생각했던 것처럼 여관 주인은 일말의 의문도 없이 초콜릿을 받아갔다.
"그건 뭐예요?"
나은이 음모의 냄새를 맡고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별 거 없어. 그냥 술자리가 즐거워지는 초콜릿이야."
"흐응?"
"좀 잘 취하게 되는 일이 있는 정도랄까?"
"음... 그럼 나도 먹을까요? 아냐..."
나은은 아주 진지하게 고민에 빠졌다.
자신도 먹고 술에 취해 버리면 딱히 연기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막상 도연과의 장면을 보지 못한다.
"아니다. 그냥 연기할래요. 나 술취한 척 잘 할 수 있어요."
뭐. 지난 번에도 해 보았으니, 딱히 어려울 거야 없지.
식사를 마치고 잠시 나은과 함께 여관의 정원을 거닐며 산책을 즐겼다.
"정말 신경을 많이 써서 만들었네요. 여관이 아니라 무슨 궁전 정원 같아요. 대체 이렇게 만들어 놓고 객실이 10개 뿐이면 돈을 벌 생각은 있는 걸까요?"
"딱히 돈을 벌 생각이 없는 모양이지. 뭐 일본의 전통 문화를 알린다든지."
"돈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네요."
"나은이는 부자가 부러워?"
"음... 한 때는 나도 열심히 노력해서 부자가 되어볼까 하고 생각을 해본 적도 있는데, 사회에 나와보니까 알겠더라구요. 부자는 노력 같은 거랑 아무 상관없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차라리 마음 편하게 살기로 했어요. 너무 큰 걸 바라지도 않고, 그때 그때 만족하며 살기로요. 한 때는 그것도 쉬운 것 같지 않았어요."
남자 친구에게 배신을 당했을 때의 일이 생각난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행복해요. 아마 그 어떤 성공도 지금처럼 날 즐겁게 해주지는 않을 거예요."
"다행이로군."
"참! 아까 여관 여주인하고 요리사 말이에요."
나은은 다시 주제를 돌렸다.
"응. 둘 다 매력적이더군."
"그죠? 근데 두 사람 다 오빠한테서 눈을 떼지 않으려 하던데요."
다시 음심이 오른 모양이다.
"이번엔 아마 시간이 없을 거야."
"으음..."
나은은 꽤나 아쉬워하고 있었다.
산책을 마치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다시 온천으로 향했다.
"근데 오빠... 너무 야한 거 아녜요?"
나은은 수영복을 입은 내 아랫도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입은 수영복은 삼각 팬티형이라, 그렇지 않아도 묵직한 그 녀석이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네가 고른 거잖아?"
나은이 직접 준비하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는데 이런 것을 고를 줄은 몰랐다.
"일부러 그런 거지?"
"난 오빠가 자랑스러우니까요. 쿡! 그래도 신경을 쓰긴 했는데."
완전히 달라붙는 수영복은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든 그 물건의 정체가 가려지지 않는다.
"차라리 벗는 쪽이 덜 야하겠다. 풉!"
"재미있나 보네."
사실은 난 살짝 어색했다.
이런 몸이 되고 나서는 아직 한 번도 수영복을 입어보지 않았다.
"진짜. 그러다가 발기라도 하면 어쩔! 큭! 아주 여자들이 난리 나겠다. 도연이 그 기집애 신나겠네."
나은은 벌써 상상만으로 신이 나 있었다.
"아까 반 팀장님도 계속 오빠 흘깃거리면서 봤거든요. 이제 남편도 있는데 어째?"
"너무 신난 거 아냐?"
"재미있은 걸 어쩌라구요. 쿡! 근데 이렇게 보고 있으니까..."
만일 우리가 아직 온천에 도착하지 않았다면 나은이 그대로 달려들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끝낸 사람들은 우리처럼 산책을 하거나 방에서 잠시 쉬다가 하나둘씩 온천으로 나왔다.
역시 여자들의 수영복 차림이 눈에 띈다.
특히 정 팀장의 비키니 차림은 아주 발군이었다.
내가 골라준 노란색 비키니는 그녀의 그 폭력적인 가슴을 가려주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있었다.
반 팀장도 만만치 않았다.
그녀는 비키니가 아닌 원피스 수영복을 입었는데, 허리에서부터 아래로 뚫린 구멍 때문에 그 멋진 가슴과 몸매가 더욱 강조되고 있었다.
노출을 그리 두려워하지 않는 모양이다.
하긴. 주부라고는 하지만 이제 겨우 서른을 넘은 젊은 여자였다.
그리고 남편들은 자신의 부인의 노출에 그리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익숙한 때문일지. 아니면 자신의 부인이 그렇게 멋진 몸을 지니고 있는 것을 자랑할 수 있어 오히려 기꺼워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얼굴 가득한 흐뭇한 표정들로 보면 아무래도 후자가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두 남자는 서로의 아내를 바라보며 또 흐뭇하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