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2화 〉@34. 온천 이야기. 불순, 비도덕한 욕망이 휘몰아치던 밤에
물론 자신의 아내가 다른 사람에게 보여졌다는 것은 아쉬웠겠지만, 그보다 다른 멋진 여자들의 알몸을 잠시나마 볼 수 있던 것에 만족한 표정이다.
그리고 도연의 남자 친구는...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가장 앞에선 반 팀장의 알몸을 보는 순간 재빨리 고개를 뒤로 돌려버렸다.
진짜로 존경스럽다.
어떻게 남자가 그럴 수 있을까?
전생에 성인이라도 되었던 걸까?
"저기. 남자분들 잠깐 고개 좀 돌려줘요."
정 팀장은 금세 평정심을 회복하고 소리치며 들고 있던 수건으로 몸을 가렸다.
"그래요. 우리 물에 들어갈 때까지 고개 좀 돌리고 있어요."
반 팀장의 목소리였다.
"뭐. 이젠 다 가려서 보이지도 않아요."
반 팀장의 남편이 다시 한 마디 했다가, 아내의 서늘한 눈빛을 받고 억지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저 남자 이따가 꽤 혼이 나지 싶었다.
"어떻게 한국에 혼욕탕이 있는 거야?"
벌써 물에 들어온 반 팀장이 한 마디 했다.
"이제 고개 돌려도 되지?"
"좀. 좀... 하아... 그대로 있어요."
반 팀장이 다시 한 번 남편을 타박하고 나서야, 도연과 나은도 물속으로 들어왔다.
"이제 고개 돌려도 괜찮아요."
정 팀장이 말하고 나서도 도연의 남자 친구는 한참이나 밖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어쩐지 얼굴이 조금 빨개진 것은 단지 온천의 열기가 너무 뜨겁기 때문만은 아닌 듯 싶었다.
잠깐 동안 우리는 조용히 몸을 담그고 있었다.
방금 전의 소동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이다.
"어어... 좋다. 뜨끈하니 좋네."
반 팀장의 남편이 괜히 분위기를 살려보려 노력했다.
"물이 뜨거워서 좋아요? 아니면 여기 여자들이 잔뜩 있어서 좋아요?"
반 팀장은 남편의 주책에 익숙한 모양이다. 듣다보니 그다지 화가 난 목소리는 아니었다.
"뭐. 이렇게 미인분들이랑 함께 목욕하고 있으니 좋은 게 당연하지 않아? 흐흐흐."
반 팀장의 남편도 그렇게 나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단지 이 어색한 모임에서 가장 연장자로서 분위기를 이끌어가려는 욕구가 강한 것 뿐이었다.
"그러게요. 어떻게 다들 전부 미인이셔요들."
정 팀장의 남편도 한 마디했다.
"미인이야 우리 나은씨랑 도연씨가 미인이지. 나랑 서희씨는 벌써 서른 둘인데. 뭐."
정 팀장이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고, 슬쩍 날 바라보고 고개를 돌렸다.
아마도 그녀는 내가 자신을 홀대하는 것이 나이 때문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니. 자기가 어디가 어때서? 내 눈에는 당신이 세상에서 제일 미녀야."
정 팀장의 남편은 조금 팔불출인 모양이다.
뭐. 정 팀장이 사실 어디서 빠지는 외모도 아니고, 더군다나 거대한 가슴을 지닌 와이프라면 충분히 그래도 될 것 같기는 하다.
"그만해요. 여보. 남들 보는데 창피하게."
정 팀장이 부드럽게 어린 남편을 꾸짖었다.
지금 보여주는 그녀의 모습은 회사에서 상사로 만났을 때와는 사뭇 달랐다.
물론 내게 구박을 받아가며 쾌락에 울부짖던 그 여자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진짜로 난 당신이 제일 이쁘다구."
그런데 그 남자 자꾸 반 팀장의 가슴으로 눈이 가는 것을 보면 어쩐지 취향이 너무나도 명백한 것 같다.
틀림없이 거유 성애자였다.
"나도 당신이 제일 이뻐. 그니까 그렇게 노려보지 마."
반 팀장의 남편이 나은과 도연을 훔쳐보다 와이프에게 들키고 지레 겁을 먹고 빌고 있었다.
"하아... 진짜. 남자들이란... 그런데 영민씨는 진짜 신사답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도 여자들한테 눈길 한 번 안 줘요?"
"그러게. 도연씨는 좋겠다. 저렇게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남자친구라서."
정 팀장도 탄복할 정도였다.
"아니. 사람이 그러면 쓰나. 이런 자리에선 좀 봐 주고 그래도 되요. 뭐 벗고 있는 것도 아니고, 가릴 건 다..."
반 팀장의 남편은 오늘 밤 자신이 어떤 꼴을 당할지 상상이 갔는지, 아내의 눈길을 피하며 꼬리를 내렸다.
"좋네요."
나은이 물살을 해치고 내 옆으로 다가와 팔을 잡으며 옆에 앉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나머지 세 여자의 눈꼬리가 살짝 매서워졌다가 풀려버렸다.
"즐거운 시간들은 보내고 계신가요?"
그때 발랄한 목소리와 함께 두 여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바로 여관 주인의 두 딸이었다.
그녀들은 각기 원피스를 입고, 바퀴가 달린 트레이를 끌고 있었다.
트레이 위에는 여덟 개의 나무 바구니가 올려있다.
"어떠세요? 온천은 마음에 드세요?"
상큼한 웃음을 지으며 물어보는 여자는 아까 기모노를 입고 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매력이 넘치고 있었다.
키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다리가 무척 길었고, 몸은 슬림한데 가슴은 굉장했다.
물론 정 팀장이나 반 팀장처럼 공격적인 가슴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거유라 부를 범주에 들어갔다.
다른 한 여자도 비슷했다.
그러고 보니 진짜 친자매처럼 두 여자가 닮아있다.
여관 주인에게 입양이 되었다고 해도, 둘은 원래 자매였지 싶었다.
"예. 아주 멋진 곳이네요."
정 팀장이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우선 식전에 가볍게 즐기실 수 있는 것을 준비했습니다."
여자들이 바구니를 들고 물속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그녀들은 온천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각각 하나씩의 바구니를 주었다.
나무로 된 바구니는 물에 동동 떠 있어서, 안에 들어있는 술잔과 가벼운 안주가 물에 젖지 않게 해주었다.
"서비스도 무척 좋다."
반 팀장도 도연도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을 표했다.
"근데 여기 수영복 입고 들어와도 되는 건가요?"
정 팀장이 물었다.
"물론이죠. 어떤 복장을 하시던 고객님들 편하신대로 하시면 됩니다. 여기는 일본이 아니고 한국인데 강요할 수는 없죠."
"아! 맞다. 그걸 먼저 말씀해드려야 하는구나. 죄송해요. 아직 처음이라... 헤헤..."
귀엽게 웃으며 사과하고 있는 여인에게 꾸짓을 사람은 없었다.
"괜찮아요. 그정도는."
그러고보면 정 팀장이 제일 어른답다.
"식사는 어디서 하시겠어요? 20분 정도면 준비가 끝나는데, 이쪽에 자리를 마련할까요? 아니면 객실에서 하시겠어요?"
"원래는 어떻게 해요?"
반 팀장이 물었다.
"보통은 객실에서 드시겠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고객님들이 원하시는 곳에 준비를 하겠습니다."
"그래도 전통식으로 운영하는 것 같으니까 원래대로 해요."
반 팀장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이 고풍스러운 장소에 준비된 대로 즐기고 싶은 모양이다.
"그러시면 객실로 식사를 가져가겠습니다. 참! 그런데 수영복 필요하세요? 마침 준비된 수영복이 있습니다."
"맞다. 수영복 입자. 우리. 괜히 남자들 설래게 하지 말고."
"그게 낫겠어요. 뭐. 무슨 차이일까 모르겠지만. 당신 좀 이따 봐요."
반 팀장이 다시 남편을 노려보았다. 그 남자는 이번엔 원피스를 입은 여관의 딸들을 훔쳐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린 수영복 가져왔어요."
반 팀장은 준비성이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도 그래."
정 팀장도 마찬가지였다.
"언니 가져왔어?"
도연이 불편한 표정으로 물었다.
"응. 혹시나하고."
"그럼 우리만 없네."
도연이 울상이 되어 남자친구를 바라보았다.
"그럼 두 분만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여관집 딸들이 바구니를 전부 돌리고 물을 빠져나갔다.
"야. 일본 여자들은 참 귀엽네."
"그러네요. 성인이라던데 아직 학생 같아."
"확실히 일본 여자들이 가슴이 발육이 좋아."
반 팀장의 남편과 정 팀장의 남편이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각자의 와이프에게 눈총을 샀다.
그러고 보니 두 남자 취향이 무척 비슷한 모양이다.
이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는 누가 뭐래도 도연인데, 그 둘은 여자들의 얼굴보다 가슴에 눈이 더 많이 가는 모양이다.
서로의 아내를 훔쳐보는 것은 당연하고, 그래도 제법 가슴이 큰 나은도 흘낏 흘낏 쳐다본다.
도연에게 눈길을 주는 사람은 그녀의 남자 친구 정도였다.
"이거 맛있어요. 오빠."
나은이 바구니에 담긴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즐거워했다.
"그러네. 무슨 일본술 같은데 꽤 맛있네."
술을 잘 모르지만, 좋은 술이라는 정도는 알 것 같았다.
"응? 이게 진짜 좋은 술인데? 적어도 준마이는 되겠다."
반 팀장의 남편이 아는척 하고 나섰다.
"형님은 술을 잘 아시나봐요."
정 팀장의 남편은 어느새 형동생 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내가 딴 건 몰라도 술은 진짜 좋아하거든..."
반 팀장의 남편이 신이나서 술 이야기를 꺼내다가 반 팀장의 눈초리를 보고 다시 꼬리를 말았다.
"이거 뭔지 알아요? 좀 징그럽다."
나은이 간장 종지만한 그릇에 담긴 오렌지색의 끈적한 요리를 보고 물었다.
"아! 그건 고노와다라고 해삼 창잔데."
이번에도 반 팀장의 남편이다.
재미있는 남자이다. 아는 것도 많고, 말도 많다.
호탕한 성격인데 와이프에게 잡혀사는 것 같다.
"먹는 거 맞아요? 으으..."
도연이 젓가락으로 그걸 찔러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먹는 거 맞지. 없어서 못 먹는데."
"이거 오빠 드세요. 난 자신 없어요."
나은이 그걸 젓가락으로 집어 내 입에 넣어주었다.
그 순간 난 모든 사람의 이목이 나은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이번에도 여자들의 눈빛이 마냥 곱지만은 않았다.
아무래도 험난한 밤이 되겠는걸.
"여기 참 좋다. 다행이다. 이런 곳에 오게 되서."
나은이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왼손은 물속에서 내 물건을 꽉 잡고 있었다.
"당신도 이리로 오지."
반 팀장의 남편이 부인에게 은근한 목소리로 불렀다.
"여보. 내가 그쪽으로 갈게."
정 팀장의 남편이 와이프에게 다가가려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두 사람은 나은과 나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무언가를 깨달은 모양이다.
"그냥 앉아 있어요."
정 팀장과 반 팀장이 거의 동시에 말했다.
정 팀장의 남편이 서운한 표정으로 도로 앉아버렸다.
"오빠. 이리와."
도연은 무언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남자친구를 불렀다.
그녀의 욕구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물론 그 욕망의 대상은 자신의 남자 친구는 절대 아니었다.
"그래. 좋을 때다."
"우리도 저랬는데..."
정 팀장과 반 팀장은 남편들은 각자 자신의 아내의 안색을 살피며 어색한 표정으로 술잔을 비웠다.
"오빠. 싸고 싶어요?"
나은이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다행히 폭포 소리 때문에 그렇게 작은 속삭임은 멀리 퍼져나가지 않는다.
그녀는 신이 나서 열심히 내 물건을 위아래로 흔들고 있었다.
정말로 내가 사정하기를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여자의 색정은 놀라울 정도라서, 충분히 그러고도 남는다.
"아니. 괜찮아. 지금은."
사실은 지금 난 저 남자들 앞에서 그들은 아내와 연인을 범하고 있는 기분이다.
실제로도 도연은 끊임없이 내게 욕망이 가득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고, 정 팀장은 요령껏 내 눈치를 살핀다.
그리고 반 팀장 또한 남편을 구박하면서 조슴스럽게 내게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이거 좋다.
굉장히.
그리고 내 짝인 나은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녀 또한 즐기고 있었다.
"이따가 도연이한테 싸려고? 아니면 정 팀장님? 그것도 아니면 반 팀장님?"
"셋 다."
"학! 나. 장난 아니에요. 지금. 아래에서 막 올라오고 있어요."
나은은 상상만으로도 기쁜 모양이다.
그녀가 눈치 채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은 지금 도연도, 정 팀장도, 반 팀장도 슬쩍 슬쩍 날 보면서 자신의 아래에 손을 넣고 있었다.
모두들 달아오르고 있었다.
남자들도 비슷했다.
비록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있지만, 멋진 여자들과 혼욕을 하고 있다 생각을 하고 있으니 사심이 올라오는 모양이다.
정 팀장의 남편은 연신 반 팀장과 나은을 훔쳐본다.
반 팀장의 남편은 정 팀장과 나은을 흘깃거렸다.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한데 모두들 자신의 정념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여덟 사람 중 단 한 사람 도연의 남자 친구만은 정말로 단 한 번도 다른 여자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자신의 여자 친구에게 부드러운 애정을 보이고 있었다.
"나은이도 영민씨처럼 자기만 바라보는 남자가 좋지 않아?"
"싫어요."
나은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런 남자 아무 매력도 없어요. 난 이쁜 여자라면 막 눈이 돌아가는 사람이 좋아요."
나은이 싱글거리며 대답했다.
"그래서 언제 할 거예요?"
"우선 저녁은 먹어야겠지?"
"우리 이제 일어나죠? 식사 준비 될 때 된 거 같은데."
반 팀장의 남편이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