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0화 〉@34. 온천 이야기. 불순, 비도덕한 욕망이 휘몰아치던 밤에
"그런데 당신들 팀에 이슬씨 말이에요."
주은이 다시 화제를 돌렸다.
"응."
"진짜 이슬씨랑 아무 일도 없는 거예요? 이슬씨가 당신 보는 눈이 진짜 심상치 않아요. 음... 도연씨랑 똑 같았어."
"응. 아직은."
"아직은이라면 앞으로는 그럴 예정이라는 거네요?"
"그건 두고 봐야 알겠지."
"하아... 진짜로 회사를 무슨 당신 하렘으로 만들 작정이에요? 우리 회사에서 이쁘다는 여자는 전부 차지하고?"
"그것도 나쁘지 않지. 그런데 회사에서 이쁘다는 여자는 전부라면 역시 주은이가 제일이겠지?"
"정말요?"
주은이 활짝 웃는다.
그녀도 자신이 이쁘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뭐. 사실 이쁜 여자들은 전부 자기가 이쁜 걸 안다.
우리 회사에서 미모로만 보면 확실히 주은과 도연이 가장 눈에 띈다.
그러니까 내가 이 여자를 손에 넣는 것을 조금도 망설이지 않은 거고.
주은과 도연 다음은 나은이 확실히 눈에 띄고, 이슬은 괜찮은 외모에 멋진 몸을 지녔다.
그리고 정 팀장의 가슴은 군계일학이고...
가만보자. 그러고보면 가슴으로 마지막 남은 한 사람은 반 팀장인가?
그녀와는 이미 한 번 관계를 맺었지만, 이제 슬슬 지속적인 관계를 생각해 볼 때도 되었다.
"반 팀장이랑은 친한 편인가요?"
주은의 발을 핥으며, 한 손으로 자신의 아래를 애무하고 있는 정 팀장에게 물었다.
"일로 얽히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아무래도 서로 편하니까."
같은 직급이니 종종 식사를 같이 한다거나, 술자리를 하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더군다나 그녀가 나에 대한 관심 때문에 요즈음은 정 팀장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면 주말에 반 팀장이랑 온천이라도 한 번 가보지 않을래요?"
"온천? 이 여름에요?"
대답을 한 사람은 주은이었다.
음. 하기는 한국에서 온천은 나이든 사람들이 겨울에 뭉친 근육을 풀기 위해 방문하는 조금 촌스러운 장소의 느낌이지.
"온천? 나쁘지는 않은데..."
하지만 정 팀장은 그리 거부감이 없는 모양이다.
뭐 사실 그녀에게 무슨 거부권 따위 없다는 사실은 그녀도 나도 잘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 내가 건드린 여자들 중에서도 정 팀장은 아주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러니까 내가 지연이나 수빈에게 하는 것처럼 긍정적인 의미에서 특별한 대우가 아니라 정 반대의 의미에서 특별한 대접이다.
정 팀장은 내 여자들 중에 가장 낮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딱히 그녀가 한참 동안 나를 괴롭힌 것에 대한 원한 때문은 아니다.
내가 그렇게 원한을 오래 품고 있는 사람인 것도 아니고, 어차피 내 손에 들어왔는데 굳이 악감정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저 그게 재미있기 때문이다.
왠지 정 팀장은 괴롭히는 맛이 있다.
그래서 주은에게 정 팀장의 몸을 마음대로 할 권리를 준 것이기도 하고.
"근데 무슨 온천인데요?"
정 팀장 보다 주은이 더 관심을 갖는다.
"노천탕도 있고, 히노키 욕실도 있다는데... 가본 적은 없으니 모르지."
"그럼 괜찮겠다. 나도 가고 싶은데..."
주은이 자기도 가고 싶다는 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 행사에 그녀가 끼어들 여지는 없으니 패스.
그날 나는 사이트 카드 < 온천 >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 방을 준비해달라 요청했다.
"영웅님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여인이었는데, 대뜸 나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주말에 방문하려는데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언제든지 찾아주시면 됩니다. 저희들은 언제라도 영웅님께 봉사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난 그녀에게 몇 개의 방을 이용할 수 있는지 물었고, 그녀는 모두 열 개의 방이 있다고 했다.
"그 중 하나는 영웅님을 위한 특실이고, 단체 숙박이 가능한 두 개의 대형 객실, 가족실이 두 개, 그리고 일반 객실이 다섯 개입니다. 특실을 제외한 나머지 객실은 모두 정통 화실입니다. 아직 다른 고객에게 오픈되지 않았으니 원하시는대로 사용하셔도 됩니다. 물론 영업을 개시하게 되어도 미리 언질을 주신다면 전부 비워놓겠습니다. 필요하시다면 사용중인 객실도 비워드리는 거야 당연하고요."
역시 지난번의 스파 클럽에서처럼 온천도 달리 영업을 하지만 나를 위해 준비된 장소가 맞는 모양이다.
난 그녀에게 네 개의 평범한 객실을 요구했다.
비용을 물으니, 물론 필요 없다고 한다.
영업을 시작하면 어느 정도의 요금인지 궁금해 물어보니, 일반실이 100만 원 수준일 거라 한다.
그 가격에 온천을 묵으러 가는 사람이 있을까?
궁금한 것을 참지 않고 물어본다.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그런 가격을 책정한 거지?
"어차피 손님을 많이 받을 생각이 없으니까요. 영웅님께서 들러주시는 방해만 될 뿐이죠. 최대한 조용하게 유지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영업은 어디까지나 그 장소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단다.
"하지만 어느 료칸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제대로 된 서비스를 자신하고 있으니, 절대 비싸다 말할 수 없을 겁니다."
은근히 자부심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그럼 금요일 방문하시는 것으로 알고 기다리겠습니다."
그동안 이곳에도 가봐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가볼 기회가 생겼다.
겸사 겸사 재미있는 일도 하고 좋지 않은가?
"서희씨. 이번 주말에 혹시 시간 있어요?"
다음날 점심 시간 정 팀장은 내가 시킨 대로 반 팀장을 유인했다.
"딱히 대단한 건 없는데. 왜요?"
"주말에 우리 온천에 한 번 다녀오지 안을래요?"
"온천? 이 더운날?"
"응. 경기도에 있는 곳인데, 무스 관광 호텔 온천 같은 건 아니고, 전통 일본식 온천인 모양이야."
"그래? 그럼 괜찮겠다. 근데 갑자기 왜?"
"우리 팀 영웅씨 있잖아. 거기 숙박권이 몇 장 생겼데. 새로 생긴 곳인데 오픈 전에 몇몇 사람을 초대해서 평가를 받으려는 모양이야."
"정말? 그럼 우리 셋이 가자는 거야?"
반 팀장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니. 어떻게 그래. 남사스럽게. 그리고 숙박권이 네 장이라 네 커플이 묵을 수 있나봐. 그래서 영웅씨하고 우리팀 팀원 몇몇 하고, 그리고 난 우리 남편이랑 가고 자기는 자기 남편이랑 가면 되잖아."
"아! 그지... 호호. 그래. 그럼 되겠다."
반 팀장은 어쩐지 자신의 속내가 들킨 것은 아닌가 싶어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럼 갈거죠? 그렇게 알고 있는다."
"그래요. 근데 우리가 끼어도 괜찮아요?"
"뭐. 어때? 딴 사람들이랑 가는 거 보다 낫지."
정 팀장이 친근하게 웃었다.
점심 시간에 팀원들에게도 온천 여행에 대해 말을 꺼냈다.
"온천이요? 좋아요! 그지 오빠!"
그 이야기에 가장 신이 난 사람은 아마도 도연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곳은 비싸지 않아요? 비용은 같이 부담할게요."
도연의 남자 친구는 역시 모두에게 모범이 될만한 남자였다.
공짜는 바라지도 않고, 남에게 받기보다 베푸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20세기의 영화나 만화 주인공이라면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은 남자이다.
"어차피 공짜로 생긴 거라 그럴 필요 없어요. 뭐. 오픈 하기 전에 어떤지 평가를 해주는 것이니 완전히 공짜는 아니려나?"
"그래도. 그럼 가서 식사는 제가 부담할게요."
"료칸이라 밥은 전부 그곳에서 제공한다네요. 식사와 간식에 술까지 추가로 드는 비용도 없다더군요."
"아!... 그러면..."
"그만해 오빠. 어차피 영웅씨도 공짜로 얻은 거라잖아."
보다 못한 도연이 핀잔하듯 나서고야 그 순수한 사내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행동을 멈추었다.
"이슬씨는 어때? 시간 되겠어요?"
"아. 저도 꼭 같이 가고 싶은데... 주말에 약속이 있어서요."
결국 새 팀에서 이슬을 제외한 모두가 함께 가기로 했다.
"오빠! 오빠! 오빠!"
점심 시간이 끝날 무렵이었다.
기회만 엿보던 도연이 기어이 나와 단 둘이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남자 화장실로 들어가는 나를 뒤쫓아와 문을 닫고는 내게 달려들어 키스를 퍼붓고 생글거리며 물어왔다.
"오빠. 온천 가는 거 나 때문에 만든 거죠?"
"아니. 어쩌다가 숙박권이 생겨서 그런 거 뿐인데?"
"피! 진짜 못됐어. 말이라도 그렇다고 해주면 어디 덧나요?"
"그래. 사실은 도연이랑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그런 거야."
"됐네요. 이미 차 떠났어요. 흥! 칫! 핏!"
하지만 도연의 손은 내 급소를 더듬고 있었다.
"뭐가 제일 하고 싶은데?"
"음... 언니 몰래 뒤에서 한다든지, 아니면 그 사람 잘때... 옆에서..."
도연의 눈에는 죄책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강렬한 음욕이 죄책감을 덮어버린다.
"나... 나쁜 년이에요. 괜찮아요. 원래부터 그런 여자였으니까."
그녀의 남자 친구가 성인 군자에 가까운 남자인 때문에, 도연의 죄책감은 더 커졌고, 덩달아 그녀는 그런 비도덕적인 행동으로부터 오는 일탈감과 배덕감을 마구 즐기고 있었다.
"뭐. 나만 나쁜 년인가? 오빠도 나쁜 건 마찬가지인데."
"그래. 전부 나 때문이지."
"뭐. 그렇다고 오빠한테 떠넘기겠다는 건 아니구요... 아. 몰라. 욕할라면 욕하라지. 오빠랑 그러는 게 좋은 걸 어쩌라구."
도연은 내 바지의 지퍼를 내리고, 쪼그려 안더니 그걸 꺼내 입에 물었다.
"굳이 여기서 이럴 필요 있어?"
원한다면 지하의 스튜디오를 사용하면 된다.
"시끄러워요."
도연은 그걸 입에서 빼고 눈을 부라렸다.
아무래도 이 장소를 원하는 것이 틀림없다.
도연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내 물건에 침을 잔뜩 바르고 도로 일어나 뒤로 돌아 스커트를 걷어올리고, 팬티를 내렸다.
정말로 여기서 끝까지 가고 싶은 모양이다.
나야 싫을 것은 없다.
도연의 뒤에서 삽입을 하고, 그녀의 몸을 즐겼다.
회사의 화장실에서 이 회사 제일의 미녀와 스릴을 즐기고 있으니 반가울 뿐이다.
하지만 오래는 하지 못했다.
"이제 됐어요. 빨리 싸줘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스스로 결합을 끝내고, 다시 내 앞에 쪼그려 앉아 아직 번들거리는 그것을 입에 넣었다.
도연은 부리나케 손을 움직였다.
그리고 눈짓으로 자신의 입안에 사정해달라 요구해왔다.
점심 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둘 다 점심 시간이 지나 사무실로 들어가면 아무래도 눈치가 보일 것이다.
난 도연의 욕구를 만족시켜주기로 했다.
그녀가 원하는대로 그녀의 입안에 사정을 한다.
도연은 입을 꾹 다물고, 팬티를 올리고, 스커트를 바로 하고 화장실을 빠져나갔다.
아무래도 내 정액을 입에 남긴 채 사무실로 들어가려는 생각인 모양이다.
화장실을 나서기 전 마지막으로 본 도연의 얼굴은 자신의 욕망을 채운 것에 대한 만족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도연이 지향하는 쾌락은 육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에 좀 더 기울어있었다.
물론 나와의 육체 관계에서도 아주 강렬한 쾌감을 얻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남자 친구와 내 여자 친구를 속이는 것에서 아주 강렬한 쾌감을 얻는 것이다.
지금도 그녀는 내 정액을 입에 머금은 채 자신의 남자 친구와 나은을 볼 생각으로 가득했다.
아마도 한동안 그걸 음미하면서 자신의 남자 친구와 친한 언니를 보고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도연은 자신의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었다.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가기만 하는 도연을 바라보고 있으면, 언제고 그 욕망이 아주 커다란 파국을 부르고야 말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만든다.
물론 난 그녀가 불러올 결말이 어떤 것이든 조금도 개의하지 않는다.
그것이 비극이 되건 희극이 되건 내게는 그저 즐거운 유희에 불과할 것이다.
금요일 저녁 네 커플은 회사 앞에 모여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각각의 차를 몰고 온천으로 향했다.
목적지까지 가는 한 사간 남짓한 여정 동안 여덟 명 모두 아마도 각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네비를 따라 도착한 곳은 남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산자락이었는데, 주변은 온통 울창한 숲으로 둘러쌓여 있었고, 한강이 내려보이는 방향으로는 조망이 가려지지 않게 낮은 관목 따위로 세심하게 신경을 써서 조경을 꾸며 놓았다.
차를 예닐곱 대 정도 세워놓을만한 주차장 뒤로는 바로 잘 꾸며진 정원이 나온다.
정원 가운데로 놓여진 길을 따라 걸어가다보니 곧 고풍스러운 목조 건축물이 나타난다.
바로 우리의 목적지인 그 온천장이다.
부지는 꽤 넓었지만 건물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일본식 기와 지붕으로 덮여있는 단층 건물이 몇 채 서있는 것이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