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48화 〉@33. 내 주변의 여자들이 전부 음란한 것은 모두 내 탓이다. (248/377)



〈 248화 〉@33. 내 주변의 여자들이 전부 음란한 것은 모두 내 탓이다.



논현동 한울 빌딩은 강남구청역에서 100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고층 빌딩이었다.

택시에서 내리면서 이슬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빌어먹을 변태 새끼. 이번엔  무얼 시키려는 거야?


목적지로 이동해서 지시를 따르라고?


지금까지의 다른 미션과는 다르게 누군가에게 지시를 따르라하니 벌컥 두려움이 몰려온다.



하지만 이미 그녀에게 저항해보려는 의지 따위는 없었다.

그저 할  있는 것은 무엇이든 시키는대로 따르며, 이 악몽 같은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릴 뿐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9층으로 가는 버튼을 눌렀다.


숫자가 19에 가까워질수록 가슴은 두근거린다.

그리고 아랫도리가 또다시 후끈 달아오른다.

 시간이나 딜도로 자위를 했는데, 아직도 그런 욕구가 남아있다고?

도대체 내 몸이 어떻게 된 거야?


이슬은 이 말도 안 되는 협박보다도, 끊임없이 쾌락을 욕망하는 자신의 몸뚱이가 더욱 징그럽게 느껴졌다.


팅!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어서요세요. 스파 & 사우나 클럽 엘릭시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엘리베이터 앞 인포 데스크에 서있던 멋진 제복을 차려입은 여자가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뭐지?  상황은?



"진이슬 고객님이시지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아..."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을 보니, 이곳이 틀림없는 모양이다.


이슬은 그 친절한 여자의 안내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밖이 무척 덥죠? 우선 씻고 나오세요."
여자가 이슬을 데려간 곳은  고급스러운 욕실이다.

스파 클럽이니 당연하려나?

그런데 이런 곳은 꽤 비싸지 않나?

얼마나 달라고 하는 걸까?


어딘지도 모르고 끌려온 탓에 그녀의 머릿속은 이런저런 상념으로 가득했다.

이슬은 긴장한 가운데 옷을 벗고, 샤워 부스로 들어갔다.

시원한 물줄기를 맞으니 조금 정신이 들기 시작한다.

이번엔 대체 무슨 일을 시키려는 걸까?


샤워를 마치고 욕실을 나가자 아까 그녀를 이곳으로 안내했던 여자가 가운을 주고 입게했다.

다시 그녀를 따라 꽤 어두운 장소로 이동했다.

"이곳에 계시면 되요."
여자가 사라지고 홀로 남은 이슬은 그 곳에서 무얼 해야하는지 걱정으로 가득했다.

그때 갑자기 그녀가 서있는 장소가  밝아온다.

저 멀리서 조명이 켜지며 이슬을 비추기 시작한 것이다.


깜짝 놀란 이슬이 어쩔줄 모르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닥에 보면 필요한 도구들이 있어요."
꽤 부드럽고 우아한 목소리였다.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본다.


조명의 뒷쪽이라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사람의 실루엣이 보인다.


여자라는 것은 목소리만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지만, 나이는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이 한 명 만은 아니다.


적어도 대여섯, 혹은 그보다 많을 것도 같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 모여있는 거지?

그리고 자신에게 무얼 시키려는 거야?


이슬은 조명 너머의 사람들을 확인해보려 눈을 찌푸렸다.

그렇지 않아도 눈부신 조명 때문에 알아보기 힘이 든데, 몇몇은 가면이라도 쓴 건지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뭘 하자는 거야?


그리고 도구라니?

이슬은 아래를 내려본다.


그리고 다시 얼굴을 찌푸렸다.



여자의 말대로 그곳엔 라면 박스만한 크기의 상자가 들어있었고, 그 안에는 각종 도구들이 들어있다.


하나 같이 망측한 것들이다.


바로 딜도나 로터 그리고 진동 안마기 따위의 것들이다.



이슬은 그녀가 자신에게 무얼 요구했는지 비로소 이해할  있었다.

자위를 하라고?

이곳에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것도 밝은 조명 아래?

숨이 막혀왔다.

미친 짓이야...

이슬은 입술을 깨물었다.

선택해야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여길 나가서 경찰서로 가 신고를 해야해.

그렇지 않으면 내 인생은 여기서 이대로...




하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걸린 덫이 얼마나 지독한 것인지 알고 있었다.


자신의 인생 또한 그것으로 끝이다.




어떻게 해야할까?


이슬은 다시 고개를 들어 조명 건너편의 사람들을 바라본다.


여전히 어떤 사람들이 얼마나 모여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그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불행을 즐기기 위해 그곳에 모여있다는 사실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흑!"
갑자기 눈물이 흘러내린다.


어쩌라고?


정말로 저 사람들 앞에서 그곳을 까고, 자위를 하라고?

그 순간이다.

다시 한 번 그 빌어먹을 쾌감이 아래에서 솟구쳐 올라온다.


아아...

그렇다.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줄 생각을 하는  만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슬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녀에게 씌워진 저주는 그렇게나 강력했다.

이날만 벌써 여덟 번이나 느꼈다.

자전거를 타면서 두 번, 햄버거를 먹으며  번, 극장에서 자위를 하며 네 번, 그리고 이곳으로 오는 동안 택시 안에서도 한  느끼고 말았다.


매 번 쾌락을 느낄 때마다, 쾌감의 크기는 점점 커져만 갔다.


사실은 그냥 그곳을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이슬의 몸은 아무때라도 느낄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지금 수많은 사람 앞에서 수치스러운 행위를 해야할 것을 생각하니 벌써 아랫도리가 젖어버렸다.


다리가 떨리고 있다.

이슬의 정신은 미친짓이라 외치고 있었지만, 그녀의 몸은 빨리 시작하라 닥달하고 있었다.



"흐윽!"
이슬은 그저 생각 만으로 느끼기 시작하는 자신의 몸뚱이가 너무나 끔찍했다.

"학! 하아!"
조금전에 극장에서 숨을 죽이며 쾌락을 즐길 때와 달리, 지금은 터져나오는 신음을 막을 필요도 없었다.

누군가에 들킬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마음껏 보여주면 된다.

"학! 하아... 하아..."
이슬은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진짜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관객석의 가장 앞줄 중앙에 앉아있던 수빈의 눈은 반짝 빛나고 있었다.

- 오늘의  번째 선물.
- 무대 위의 여자는 나와 한 번도 섹스를 해본 여자는 아니야.
- 남들 앞에서 난잡한 행위를 하며 쾌락을 느끼는 특별한 성벽이 있는 것도 아니야.
- 딱히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지도 않은 그냥 평범한 여자이지.
 그녀의 약점을 잡아 지금까지 몇 가지 괴로운 일을 주문했어.
- 내가 시키는 일을 하는 동안 그녀는 점점 이상 성욕에 눈을 떴고, 지금은 아마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거야.
- 내가 가진 힘에 대해 궁금하다면, 그녀를 통해 알아보는 것도 좋을 거야.



수빈은 자신이 받은 메시지의 한 글자 한 글자를 전부 기억해 낼 수 있었다.


그러니까  여자가 그 마법 같은 힘에 포획된 실험체란 말이지...


수빈은 자신이 받은 선물에 감사하고 있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것.

그리고 이번 수수께끼는 그녀에게 아마도 일생일대의 도전이 될 것이다.


"학! 하아... 하아..."
이슬은 천천히 걸치고 있던 가운을 벗어던졌다.

그녀의 나신이 드러나는 순간, 그녀의 가치는 훌쩍 올라갔다.


꽤나 장신의 늘씬한 몸매와 꽤나 공격적인 가슴은 그것 만으로도 많은 남자들을 유혹할만 했다.



이슬은 천천히 자리에 앉아 다리를 벌렸다.


조명을 받은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벌써 흠뻑 젖어있는 음란한 장소가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슬은 지금 이걸 보고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궁금했다.

다섯? 열? 스물?


"하악!"
수치심이 커지는만큼 그녀가 얻는 쾌감도 따라 증가한다.

미칠 것 같았다.


 세상 사람들이 자신의 그곳을 노려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흐으..."
이슬은 손을 뻗어 상자 안에서 작은 로터를 하나 꺼냈다.

그녀의 몸은 커다란 딜도가 좋다 말하고 있었지만,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 관객들을 위해서는 우선 작은 자극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미쳤구나...


이슬은 스스로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도저히 이 쾌락에 저항할 수 없었다.


이미 이성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그녀에게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육체의 욕망뿐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이슬은 웃음을 지었다.

갑자기 모든 것이 즐거워졌다.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자신의 쾌락을 축복해주는 것만 같았다.

"흐으윽!"
이슬의 손놀림이 점점 빨라졌다.



지독해...
수빈은 생각했다.

자신이 읽은 내용이 맞다면 그녀는 며칠전까지만해도 아주 평범한 여자였다.

하지만 겨우 이틀의 조교 만으로 지금 세상에 둘도 없는 음탕한 여자가 되어버렸다.


어떻게 그럴  있는 거지?

도대체 무슨 방법을  거야?

약물?


아니. 그건 아니야.


수빈은 머리를 저었다.

하지만 약물이 아니고서야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 멋진 몸매의 여자는 지금 정신없이 자신을 위로하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을 보면 그녀가 지금 얼마나 커다란 쾌락에 빠져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내가 저런 모습이었다는 거지?'
수빈은 금세 이해했다.


그가 자신에게 저 장면을 보여준 이유를.


그녀 또한 지금 저기서 저 행위를 하고 있는 여자와 하등 다를 것이 없었다.


만일 자신에게 똑같은 짓을 시킨다면?

흠칫!


어지간해서는 그다지 놀라지 않는 수빈도 그 순간만은 등에서 식은 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할 거야...

수빈은 알고 있었다.


이런 폐쇄된 장소가 아니라, 시내 한복판에서 저런 짓을 하라고 해도 자신은 그걸 따르고  것이다.

그녀 자신이 그 쾌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존재조차 사라지고 마는 그 지독한 쾌감을.

그 걸 겪는 순간의 수빈은 차마 인간이라 부르기도 어려웠다.


그저 육욕만을 쫒는 한 마리 짐승.


등골이 싸하다.

도대체 왜 자신이 이렇게 된 걸까?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되어 갈까?

무서웠다.


그저  한 마디면 충분했다.


그녀는 정말 무엇이라도  수 있다.




끔찍해...

수빈은 다시 자신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을 머리에 떠올린다.

아!
순간 그 못된 남자에 대한 애정이 솟구쳐오른다.


자신을 한 마리 짐승. 육욕의 노예로 만든 그 나쁜 남자가 이루 말할 수 없을만큼 사랑스럽다.

도저히 그에 대해서는 어떤 악감정도 솟아나지 않는다.

수빈은 그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너무나도 명백하게 부자연스럽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니까  애정 또한 진짜는 아니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

원인이 무엇이든, 그녀의 사랑은 진짜였다.


그녀의 육욕이 진짜인 것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학!"
수빈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터트렸다.

그 못된 남자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그녀의 몸은 쾌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조금전 세 여자의 정성스러운 봉사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쾌감이다.


"그러네... 흐윽!"
수빈은 그 신비를 풀고 싶은 욕망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동시에 그에 대한 애정도, 그가 주는 쾌락에도 저항할 생각은 없다.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녀는 지금 행복했고, 그녀의 몸은 쾌락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다.





액티브 카드 < 모니터 >로 이슬을 지켜보다가, 수빈의 얼굴에 떠오르는 쾌락의 신호를 보았을 때,  꽤나 놀랐다.

 여전히 수빈에게는 캐스팅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녀가 이슬의 행위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쾌감을 느낄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수빈에게 이슬을 보낸 것은 그녀가 궁금해하는 것을 밝혀볼 기회를 주려는 것 뿐이지, 수빈에게 또다른 쾌락을 주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빈은 이슬의 행동을 지켜보며 한동안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가, 어느순간 쾌감을 느껴버렸다.




이유가 뭘까?

어쩌면 수빈은 내가 주는  쾌감에 너무나  길들여진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슬과 나 사이를 연결시키고, 생각해보다가 그녀 또한 쾌감에 빠진 모양이다.


뭐. 어디까지나 가설에 불과하다.

음. 나중에 수빈에게 직접 물어보아야겠다.





"학! 하아... 하아..."
이슬은 지금 무아지경에 빠져있었다.

너무나 커다란 쾌감이 쉬지 않고 밀려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리고 어느순간부터인가 저쪽 관객석에서도 여자의 신음이 들려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엔 아주 가냘픈 여인의 신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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