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25화 〉@29. 비밀을 지닌 여자는 그만큼 매력적이다. (225/377)



〈 225화 〉@29. 비밀을 지닌 여자는 그만큼 매력적이다.

물론 다른 여자와 이 위험한 놀이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단지 그녀에게 내가 길이 들여질까 무섭다.



잠시 동안 그녀와  위험한 놀이를 하며 그녀의 절정을 즐겼다.


"큭! 흐으윽!"
내가 목을 노아주고 나자, 그녀는 얼굴을 마구 일그러트리며 쾌락의 마지막을 마음껏 향유했다.

나도 그때쯤은 더이상 참지 않고 그녀의 몸안에 사정했다.



"하아... 하아... "
정미가 한참만에 숨을 몰아쉬며 행복한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사실... 이거 굉장히 좋아해요. 나..."
그녀가  손을 잡으며 말했다.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참을 수 없어요. 이런 거 아주 오랜만이에요. 하아... 하아..."
정미는 방금전까지 자신의 목을 누르던 내 손을 만지작거렸다.




"나 굉장한 변태죠?"


"좋군."
여느 여자들과는 다른 조금 특별한 성벽을 지니고 있는  같지만, 그게 무슨 흠이 되지는 않는다.

"후우... 어디까지 말했었죠? 학! 어째서 이렇게 줄어들지도 않는 건가요? 전부터 묻고 싶었어요."


"그것도 내 비밀로 해두지."


"알았어요. 당신의 비밀에 비하면 내가 숨기고 있던  아무것도 아닌 거 같아요. 흐읍!"
절정의 순간이 지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느끼고 있었다.


"맞다. 그래서 정 회장과 그 가족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생각을 해보았죠. 우리가 파고들 수 있는 여지가 없을까? 있더군요. 정회장과 부인 사이가 그리 좋지는 않았어요. 어쩌면 내가 뭔가 할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아이가 둘 있었어요. 남자 아이 하나 여자 아이 하나. 둘  성격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그건 상관없었죠. 그 아이들과 연결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았구요. 여러가지를 고려해보니, 그 사람은 여자 아이를 노리고, 내가 정 회장을 노리는 게 적당해보였어요."


엄청난 여자였다.


처음부터 그녀는 윤진과 정 회장을 노리고 있었다.

"목표가 정해졌고, 계획을 세웠어요. 내가  이사에게 취직을 부탁하고,  사람이 윤진이의 가정 교사로 들어가 윤진이를 손에 넣는 거죠. 그리고  정 회장의 비서로 들어가 그 사람에게 가까워지는 거예요."

"둘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었나?"

"사랑했었죠. 그러니까 그런 계획을 세울 수 있던 거 아니겠어요?"
정미가 웃었다.


그랬다.

그녀의 윤리관은 여느 사람들과는 아주 많이 달랐던 모양이다.

"원래의 목적은  사람이 윤진이와 결혼하고, 사모가 죽고, 내가 회장의 후처 자리를 차지하고... "

그녀가 전부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있었다.

계획대로라면 그집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어요. 함 이사... 완전히  회장에게 충성스러웠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이라도 실수를 한다면... 생각보다 위험 부담이 컸죠.  회장의 마음에 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자칫 실수라도 해서 함 이사에게 우리 계획이 노출된다면 단순히 실패 정도가 아니라 목숨이 위험할 게 틀림없었어요. 휴우..."


정미는 그렇게 길게 말을 한 뒤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얼굴엔 다시 쾌락의 그림자가 어리고 있었다.



"하아... 사실은 말이죠. 당신한테 이렇게 털어놓을 수 있어 너무 기뻐요."
정미가 웃었다.


"어쩌면 말이에요. 나 오랜 시간 동안 누군가에게 이걸 털어놓을 사람을 기다려온 거 같아요. 학!"
그 말을 마치고 나서 정미는 입을 크게 벌렸다.


"큭! 흐으으... 어떻게 해! 아! 또 와요! 미칠 거 같아. 짐승! 흑!"
그녀가 말한 짐승이 나일지, 혹은 그녀 자신인지는 알 수 없다.


"정말로 이대로 죽어도 아무 여한이 없을  같아요. 당신이랑 하고 있을 때면."
정미에게 몇 개의 얼굴이 있는지 난 아직 모르고 있다.


어쩌면 아직 내가 마주하지 못한 얼굴이 여럿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길고 긴 계획을 잡았어요."
쾌락에서 벗어난 정미가 다시 말을 이었다.

"차근 차근.  사람은 윤진에게 없어서는 안 될 남자가 되고, 난 회장과 밀회를 갖으며 그 사람의 하나뿐인 여자가 되어야 했죠. 상관은 없었어요. 오히려 즐거웠죠. 그 기간 동안 즐길 수 있으니까."


정미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그녀가 그 음습한 계획을 정말로 즐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정 회장의 마음을 사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요. 물론 내가 함 이사와 어떤 관계라는 것은 최대한 숨겼어요. 좋은 사람의 모습으로 꾸미는 것도 어렵지 않았구요. 하지만... 그 사람... 그 멍청이가 일을 그르쳤어요. 하필이면 그 여자랑 관계를 하고 말았죠."

그 여자?

"정 회장의 부인이 보기에도 매력있는 남자였던 모양이에요."


정미가 곧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말해주었다.

윤진의 가정교사이던 남자는 정 회장의 부인과 불륜 관계가 되어버린 모양이다.

"하아... 그건 계획을 완전히 수정해야할 만큼 큰 문제였어요. 혹시라도 정 회장이나 함 이사가 그걸 알아차린다면... 그래서 문제를 해결해야 했죠."


"당신이 직접 처리했어?"

정미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죽을 거라 생각했는데, 죽지는 않았더군요."
그녀가 씨익 웃었다.

맙소사.


이 여자는 진짜였다.

자신의 행위에 조금의 죄의식도 지니지 않았다.


"하지만 살아도 산 게 아니었고, 정신도 멀쩡하지 않았어요. 어찌어찌해서 미국으로 보냈어요. 혹시라도 정신을 차리고 쓸데없는 말을 하면 곤란하니까."


그건 알고 있다.

탐정 사무소에 의뢰를 해서 미국의 한 요양원에 있는  남자를 찾았고, 사람을 보내 그 남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보았다.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모양이다.




"정미... 무서워. 정미. 나빠..."

정미의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그 남자가 했던 말은 오직 그것 뿐이었다고 한다.


그 남자의 사고와 이 여자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알게 되었지만, 이 여자가 그 행동을 직접하고, 조금도 미안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사실 예상하지 못했었다.

아마도 함 이사를 통해 저지른 짓이거니 예상하고 있었다.


"그 뒤로는 나 혼자 해야했죠. 계획이 많이 뒤틀어졌고... 시간도 훨씬 더 걸릴 거 같았어요. 하지만 정 회장의 마음을 손에 넣는 것으로 계획의 절반은 달성한 거죠. 이제 정 회장의 부인을 탈락시켜야 했어요. 그런데 다시 문제가 생겨버렸죠. 윤진이 그것이... 갑자기 결혼을 한다더군요."

정미의 목표는  회장 가족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것이었던 모양이다.


정 회장의 부인을 탈락(?)시키고, 후처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나머지 가족 모두를 제거해 유산을 전부 손에 넣어야 만족할 모양이다.

하지만 윤진이 결혼하게 되면 계산이 복잡해진다.


그래서 그 남자마저 유혹한 모양이다.

거기에는 많은 장점이 있었다.


자신의 장기말로 쓰거나, 혹은 동반자로 사용할 수도 있었다.



"나름 취향이었으니까요. 나... 그런 남자를 좋아했었나봐요."
정미가 좋아하는 종류의 남자는 야망이 있는 사람인 모양이다.


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그녀의 발톱 아래 사그라질 운명이겠지.

어쩌면 그녀는 사마귀의 암컷을 닮아있었다.

남자를 유혹하고 원하는 것을 취하고 잡아먹어버린다.



"윤수를 유혹해서 그 아이와 잠자리를 하고, 그녀석을 이용해 윤진이를 제거하고... 그 아이까지 탈락시켜면 다 되는 거였어요."


윤진의 동생을 탈락시키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이었다.

그 아이가 정 회장의 자식이 아니라는 증거를 정미는 벌써 1년 전에 손에 넣은 모양이다.

그리 어렵지 않았던 모양이다.


함께 잠자리를 하고 머릿카락을 뽑아 정 회장것과 비교하면 되었다.



그녀의 말을 듣고 있으니, 나도 조금은 섬찟해진다.

대체 이 여자가 자신의 욕망을 위해 못할 일이 무엇일까?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만해도 괜찮았었는데... 간신히 지금에 와서야 정 회장의 마음을 완전히 손에 넣었는데 말이죠."

정미는 조금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상하죠? 하나도 아쉽지 않아요. 아마 그게 당신의 가장 큰 비밀이겠죠?"

"그렇다고 해두지."

"미리 알았어야 했는데요. 나 같은 포식자도 언젠가는 다른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수 있다는  말이죠."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워보였다.



"이제 다 말한 거 같아요. 당신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난 어쩐지 그녀가 아직 내게 털어놓지 않은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았다.

"그게 전부야? 7년 동안 그냥 착한  하며 살아왔다고?"
그럴 수 없다.
그녀는 타고난 여자이다.

 오랜 시간을 묵묵히 자신의 끓는 욕망을 죽이고 살아왔다 믿기지 않았다.



"정말 전부 듣고 싶으세요?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할 텐데요?"
정미는 즐거운 듯 웃고 있었다.

"아니. 우선은 그정도로 하지."


"알았어요. 그럼."
정미는 다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숨기고 있던 욕망 만큼이나, 그녀의 육욕 또한 대단했다.

그녀는  자리에서 몇 번이나 느껴버렸다.


때때로 내 손을 잡아가 자신의 목을 조르게 하고, 내게 안겨 비명을 질렀다.




"학! 하아... 사실은 나 이런 마지막을 원했던 거 같아요. 누군가 나보다 훨씬 더 무서운 남자에게 잡아먹히는. 흐윽!"


그녀의 욕망은 너무나도 극단적이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나? 당신이 원한다면 자수할  있어요. 아니면 당신의 손에 죽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정미는 자신의 파멸을 기대하는 표정이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처럼, 자신의 생명 또한 쾌락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있는 여자였다.


"그럴리 없잖아? 당신처럼 매력적인 여자를."

위험하고 사악한 여자이다.


정상적인 남자라면 이런 여자와 몸을 섞고 있다는 것만으로 질려버릴 것이다.


하지만 이 위험한 여자가  손에 들어있다면, 그건 아주 훌륭한 무기를 손에 넣은 것이나 다름없다.

날 위해 무슨짓이라도  수 있는 여자.


정말로 무엇이라도 할 것 같았다.

물론 내가 달리 그녀에게 원하는 것은 없다.

하지만 사람의 일은 알 수 없다.


언제 이 여자가 쓰일 데가 생겨날지 모른다.

"내가... 추악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추악하지. 당신 같은 여자는  번도 본  없으니."
하지만 어쩐지 난 이런 여자를 어디선가 잔뜩 보았던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여자들을 마음껏 사용하고...

무슨 소리야?

머릿속에 떠오른 엉뚱한 생각들을 지워버렸다.


확실히 이상해지기는 했다.

이런 끔찍한 여자를 조금도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니.




"고마워요."
자신을 추악하다 말했는데 그녀는 오히려 즐거워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조용히 지내도록 해. 쓸데 없는 문제 만들지 말고."
괜히 그녀 때문에 나까지 엉뚱한 일에 얽메일 생각은 없다.


어디까지나 그녀는 내가 사용할 여자이지, 내가 그녀의 문제를 해결해줄 생각까지는 없다.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정미는 냉큼 대답했다.


"그런데 왜  곁에 두려는 건가요? 나처럼 추악하고 못된 여자를?"
그녀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언젠가는 쓸 데가 있겠지."
솔직하게 말했다.

"흑!"
그녀가 다시 격정적으로 몸을 떨었다.

"좋아요. 학! 당신에게 쓰임이 된다면. 하악!"
정미는 내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진짜야. 당신은... 학! 괴물 같아... 흑!"


물속에서 그렇게 다시 한 번 느끼고 우리는 욕조에서 일어났다.

이젠 마사지를 받을 차례였다.

"그런데 여기 사장은..."
내 몸의 물기를 닦으며 정미가 말했다.


"어쩐지 나랑 비슷한 종류 같아요."

"그래?"
그건  놀라운 이야기이다.


물론 정미의 말을 전부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유유상종이라고, 서로를 알아보는 눈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무척 위험한 향기가 나요. 물론 멋진 여자이고요."

"마음에 드는 모양이네."

"정말 여기로 옮겨야겠어요."


"그렇게 해. 어쩐지 둘이 잘 어울릴 거 같은데."

"근데.  사람. 당신의 여자 맞죠? 나처럼?"

"응."
아마도 맞을 것이다.

"역시."
정미가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당신이 제일 위험한 사람이야. 나 같은 짐승을 잡아먹는 괴물."

그녀가 위험한 여자라는 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이루 말할 수 없을만큼 추악한 마음을 지닌 것도 맞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남자를 매혹시키는 아주 매력적인 여자인 것도 사실이다.

결국은 사용하기 나름이다.


"스파는 즐거우셨어요?"
욕실을 나오니 안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던 그 온화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여 사장 맞다.


여전히 난 그녀에게서 정미가 말한 위험을 감지해내지 못했다.


어쩌면 그냥 하는 말일수도 있고, 정미의 감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감이 맞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