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24화 〉@29. 비밀을 지닌 여자는 그만큼 매력적이다. (224/377)



〈 224화 〉@29. 비밀을 지닌 여자는 그만큼 매력적이다.

"헙!"
숨이 막히는 모양이다.
정미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한다.

그리고 말문이 막힌 상태에서 그녀의 몸이 부르르 떨려온다.


고통 때문은 아니다.

아마도 절정에 다다르고 있던 모양이다.


정미는  손을  잡은 채 입을 벌리고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소리가 나지 않았기에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자신이 느끼고 있는 쾌감을 여실히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 오랜 시간 정미의 목을 잡고 있지는 않았다.

난 이런 취미는 없고, 어느 정도의 힘으로 사람이 위험해지는지 알지 못한다.

"흐으윽!"
손을 풀고 나서도 정미는 한참 동안을 쾌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정미는 자신의 음부를 어루만지는 내 손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어 내게 더 강하게 자신을 만져달라 요구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녀는 너무나 강렬한 쾌감에 빠져있었다.



"하아... "
한참만에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엄청나네요."
정미가  바라보며 씩 웃었다.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생각했어요. 어쩌면 저 남자가 내게 주어진 숙명이구나..."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는 아직 짐작하지 못했다.

"난.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없었어요. 심지어 호적에도 엄마의 흔적은 없었어요. 아빠 이름 아래에 나만 있었죠."
정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말하고 싶어하는 모양이다.

"아빠 말로는 뜨내기 같은 사랑이었데요. 엄마는 아빠와 잠깐 동안 함께 살다가 내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져버렸어요. 그래서 엄마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자라왔죠."

정미는 손을 뻗어  물건을 잡았다.

그리고 말을 하는 내내 아주 천천히 그걸 위아래로 움직였다.


"아빠는...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만 조금 못난 사람이었어요. 돈을 버는 재주도 없었고, 어딘가에 진득하니 버티고 있지도 못했죠. 그래도 그럭저럭 살아갔어요."


정미의 손길은 너무나 부드러웠다.

단순히 위아래로 흔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녀의 손은 쉬지 않고 힘을 주었다 뺐다 하며 그 물건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렇게나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데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정의 욕구가 치밀어올랐다.



"초등학교 때까지만해도 나쁘지만은 않았어요."
한 번 말을 시작한 뒤로, 그녀의 얼굴은 다시  유혹적인 표정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면서 내 일상이 바뀌었죠. 아빠가 술을 점점 더 많이 먹고 들어오기 시작하더군요. 아마 좋아하던 여자가 있었는데, 나 때문에 잘 안 되었던 모양이에요.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폭력을 쓰기 시작하더군요."

정미의 표정은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의 내용과는 사뭇 거리가 있었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문제가 조금 있었지요. 원래 나 어디서든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재주가 있었거든요. 근데 어쩌다 보니 나랑 다투게 되는 아이가 생겼어요. 지수라고... 걔도 무척 이쁜 아이였는데... 아마 서로 질투를 한 거 같아요. 남자들은 모르지만 여자들 사이에는 그런  조금 있어요. 파벌이라든지..."
한참 동안을 이야기하던 정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내게 얼굴을 대고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아마 그때 내 삶이 가장 격동적이었던 때였을 거예요. 집에 돌아오면 걸핏하면  남자에게 맞기 일수였고. 학교에서는 그 아이와 신경전으로 바빴어요."


그때쯤 난 당장이라도 사정하고 싶은 욕구에 휩싸여있었다.

아니면 그녀를 눕히고, 그녀의 몸안에 쑤셔넣고 마구 괴롭히고 싶어졌다.


조금전처럼 그녀의 목을 졸라보고 싶기도 했다.


확실히  여자는 요물이다.


남자를 손에 넣고 휘두르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여자였다.



"더군다나 언제부터인가  남자가 점점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괜히 몸을 만지고, 내가 옷을 갈아입는 것을 지켜보고."


무엇보다 그녀의 그 깊은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녀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마구 솟아오른다.


정말로 그녀를 완벽하게 소유하고 있는 나 자신조차 그러한데, 다른 남자들은 어떨까?


"아마 신경증이 있었던 모양이에요. 더는 참기가 어려웠죠. 어느날이었어요. 교실을 올라가는데, 급하게 계단을 뛰어내리던 지수를 발견했죠. 나도 모르게  거 같아요. 난  다리를 걸어버렸죠. 우당탕당..."

정미가 다시 말을 멈추었다.


그녀의 짙은 검은 눈이 날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나도 모르게 그녀의 새하얀 목에 손을 가져대었다.


정미가 웃었다.

난 그녀의 목을 가볍게 잡고 내게로 이끌었다.

우리는 아주 진한 키스를 나누었다.



"사람의 목숨이 그렇게 가볍다는 사실은 그날 처음 알았어요. 학교에선 난리가 났죠. 하지만 그 장소에 있던 것은 오직 지수와 나 뿐이었고, 그걸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날 그 사건에 연루시킬 사람도 없었죠."

정미가 씩 웃었다.

다른 사람이 그 웃음을 보았다면 소스라치게 놀랄만큼 잔혹한 미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게는 더 없이 매혹적인 미소로 느껴졌다.



"다음은 그 남자였어요. 평소처럼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아빠를 기다렸죠. 계단 위까지 부축해주는 척 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힘이 빠진 것처럼 살짝 밀어버렸어요."

잠시 말을 멈춘 정미는 고개를 살짝 내려 물 아래에 있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진짜 대단해요. 사정하고 싶지 않으신가요?"


"하고 싶지."


"그걸 항상 참을 수 있는 거죠? 언제든지? 원할 때까지?"
정미는 내 비밀의 일부를 눈치챈 것 같았다.


마스터 카드 < 사정 조절 > 때문에 난 영미의 손길을 느끼면서도 참아낼 수 있었다.



"때때로 당신이 인간이 아닌 어떤 존재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사실 그건 나도 그렇다.

특히 시네마 카드 < 오크 >로 다른 존재가 되는 경험을 가져본 이후로는 더욱 그렇다.



"보호자가 없으니 보육원에 들어가야 했죠. 그래도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남자와 계속 살다가 어떤 일을 당하는 것보다는 나았으니까요. 근데 어느날 누군가 찾아왔어요. 저한테 이모라고 하더군요."


이모라는 말을  때 정미는 조금 더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엄마는 이미 세상을 떠났데요. 그래서 자신이 보살펴주겠다고 했죠. 같이 살지는 않았어요. 때때로 와서 내게 필요한 걸 주고 갔죠. 나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아주 열심히 살았어요. 마음에 가책 같은 것도 없었어요.  신경을 거스를 게 없으니 마음 편히 할 일을 할 수 있었죠. 조용히 학교를 다니며 열심히 공부를 했고, 제법 좋은 학교에 갈 수 있었죠."


정미는 아까보다 내 물건을 건드리는 손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일을 털어놓으면서 내가 사정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모양이다.


"내가 입학하던 날. 이모도 왔어요. 울더군요. 그리고 말해줬어요. 사실은 자신이 바로  엄마라고. 나도 알고 있었어요. 이모라고 하지만 그 눈빛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음...
이번엔 그녀가 자신의 살인을 고백했을 때보다 오히려 조금 더 놀랐다.

"하지만 여전히 그날 이후로도 엄마를 이모라 불렀어요. 엄마는 그때 다른 남자랑 살고 있었어요.  이사 말이에요. 젊었을 때는 꽤나 힘을 썼던 모양이에요. 그때까지는 아직 함 이사를 보지 못했어요. 엄마는  사람을 내게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았죠. 함 이사가 나쁜 사람이라 그런  아니에요. 사는 세상이 다르다는 이유였죠. 나한테 자신이나 이모부 같은 사람과 어울려 좋을 게 없다 생각한 거죠."



"하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을 만나게 되었어요. 엄마 장례식에서였죠. 그동안 많이 안 좋았던 모양이에요. 하지만 내가 좋은 학교에 가게 되어 긴장이 풀렸나봐요."
정미가 진짜로 포근한 미소를 짓는 것은 자신의 모친에 대해 말하고 있을 때 뿐이었다.

"함 이사에게 인사를 했죠. 이모의 조카라고 말했어요. 아마  이사도 진실을 알고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뿐이었죠. 그날 이후로 우린 다시 만날 일이 없었어요."

모친의 이야기를 끝내고는 다시 그 유혹적인 눈빛으로 돌아왔다.

난 다시 그녀에게 욕정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도  욕정을 알아차렸다.


정미는  물건을 손에서 놓고, 내 위로 올라왔다.


"움직이지 말아주세요.  지금 굉장히 달아올라서 언제 느껴버릴 지 몰라요."

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가 다시 말을 이었다.


" 대학을 다니면서 그 사람을 사귀게 되었죠. 좋은 사람이었어요. 똑똑하고, 야망있고. 우린 꽤  어울렸죠. 하아... 진짜 이러고 있는 것만으로도 참을 수 없네요."

다른 말은 몰라도 지금의 말은 진실임이 틀림없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서로가 비슷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었죠. 육식동물이었죠. 남을 해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정미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웃음을 띄우고 말했다.

 순간의 그녀는 정말로 내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그 여자와 너무 달랐다.

하지만 난 이미 그 표정을 본 적 있다.

그녀가 함 이사와 통화를 하고 있을 때 보여주었었다.

그러니까 아마도 진실일 것이다.

"물론 마구잡이로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거나 한 것은 아니에요. 그저 필요하다면 그럴 수 있다는 것이죠. 우리는 서로의 비밀을 교환했어요. 그 사람은 한 번. 그리고 난  번이었죠."


정미는 윤진의 첫사랑이던 그 가정교사가 누굴 해쳤는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물론 나도 딱히 그게 궁금하지 않았다.

"사실은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죠. 누구도 믿으면  된다는  알아차리기에는 우린 서로 아직 미숙했었죠."

정미의 얼굴을 스쳐가는 후회의 기색은 아마 둘 사이에 어떤 중대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우리 둘은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갖고 싶은 것도 많았어요. 하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하지 않아요. 아무런 배경도 없는 두 남녀가 세상의 정점에 오르기 위해서는 딛고 올라갈 받침판이 필요했어요."


하기는 명문 대학을 나와도 고작 공무원 생활로 만족해야하는 시절이다.


지금부터 10년  쯤이라고 다르지는 않았다.

"우리는 굉장히 열심히 고민했어요. 둘 다 한탕해서 화려하게 살고 싶었죠. 그리고  함 이사를 떠올렸죠.  남자 어딘지 돈이 있어 보였거든요. 알아보는 것은 그 사람이 했어요. 의외였죠. 단순히 어두운 세계 출신으로 알았는데, 번듯한 기업의 임원이더라구요. 그것도 회장의 심복이었어요. 그리고 회장 일가에 대해서도 조사해보았어요."


꽤나 치밀한 커플이었던 모양이다.


"뭔가 파고들 곳이 없을까? 가족은 어떨까? 하하... 우리 그때 꽤 무모했었죠. 그 사실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잃을 게 없으니까요. 평범한 일상? 그건 그냥 아무것도 없는 삶이나 마찬가지였죠. 근데... 이제 도는 안 되겠어요. 하아..."


정미는 아주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얼굴을 지켜보아왔기에, 그녀가 얼마나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지 아주  알고 있었다.


"이제... 더는... 학!"
정미가 엉덩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겨우  번 만에 그녀는 상체를 뒤로 젖히며 느끼기 시작했다.


정미는 내 어깨를 잡은 채 몸을 움직이고 있었고, 그럴때마다 물이 마구 출렁였다.

"흐윽! 괴물!"
갑자기 그녀가 날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당신은 인간이 아니야. 인간일 수 없어. 학!"
정미는 다시 고개를 앞으로 하고 날 노려보았다.

"그날 느꼈어요. 당신은 나 같은 짐승을 잡아먹고 사는 괴물이라는 걸. 흐윽! 도저히 저항할  없어. 학! 흐으윽!"


멋진 여자가 느끼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이토록 비밀로 가득한 사악한 여인이 내게 안겨 사랑을 간구하는 모습을 볼  있다는 것 만으로 난 아주 충분히 만족했다.

"어떻게. 이렇게. 학! 7년... 학! 7년 동안 하아... 노력해왔는데. 흐윽!"

그녀는 무얼 하려고 했던 걸까?

"아아... 당신이 내게 와서... 학! 당신이면 돼. 하지만. 하악!"
아마도 내게 원망을 가지고 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내게 저항할 수 없었다.




"아아! 괜찮아. 이대로. 흑! 흐윽! 이걸로 충분해."


그녀는 점점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내 손을 잡아끌어 자신의 목으로 가져갔다.

이거 위험할지도 모르겠는데...


그녀가 잘못 될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다.

내가  장난에 재미가 드는 것이 무서웠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