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0화 〉@29. 비밀을 지닌 여자는 그만큼 매력적이다.
"아까부터 무슨 생각 하는 거예요?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나은이 물었다.
그녀는 아까 하 과장이 하던 스킬을 흉내내고 있었고, 자신이 뭔가 실수를 했나 걱정했다.
"별 거 아니야. 계속해봐."
"알았어요. 그럼"
그녀의 서비스를 받으면서 난 생각에 잠겼다.
내가 본 것이 사실이라면, 하 과장과 새신랑 두 사람은 꽤나 진지한 관계였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하 과장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을 달리해야 할 것 같았다.
그녀에게 비밀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걸 감쪽같이 숨길 능력이 있다는 사실은 내게 그녀를 더욱 흥미있게 만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녀를 배재해야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이다.
내 손에 들어온 여자의 선악은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 영상물 AVM-001의 정산을 시작합니다.
다음날 정산을 받았다.
지금까지 한 번 이상의 정산을 받았던 AVM-001에서 AVM-024까지의 작품 수익은 모두 14억 6천만 원.
정산 금액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이제는 더이상 돈 때문에 출시를 해야할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이다.
그중 오크물 정산이 7억원에 달한다.
지난번 정산에 비해서도 오히려 늘어났다.
아직도 사이트의 메인에 걸려있는 것을 보면, 꾸준하게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주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덕분에 다른 영상의 인기도 늘어가고 있다.
AVM 레이블이 이제는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인지도를 기반으로 해서, 기 출시작들의 매출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지금까지 등장시킨 여배우들이 다른 어떤 레이블에 비해 월등하기 때문이다.
보통 성인물을 유통하는 레이블에서는 한 달에도 수십 명이나 되는 신인이 데뷔하는데, 그중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을 정도로 외모가 괜찮은 경우는 아주 드물다.
대략 신인 배우들 90%정도는 평범이나 평범 이하이고, 겨우 10%도 안 되는 신인 만이 이쁘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는 수준이고, 1% 정도나 미인 축에 들 것이다.
그야 어쩔 수 없다.
정말 이쁜 여자들이 성인물 시장에 뛰어드는 일이 어디 흔한 일이든가?
그에 비해 내가 제작하는 영상의 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한 레이블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
비록 원본과는 조금 다르지만, 어디까지나 원래 인물과 구별이 가는 정도이지, 절때 미모를 훼손하면서까지 변형 시키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지난 몇 달 동안 내가 출시한 영상들의 여배우들 전부가 남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여자들이니, 인기를 끌 수 밖에 없는 모양이다.
아쉬운 점은 내가 직접 관여를 하는 게 없는 만큼, 달리 프로모션도 없고, 오로지 배우들의 퀄리티 만으로 사람들을 모으니 불꽃처럼 확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딱히 그점에 불만은 없다.
그게 내 전업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멋진 여자들과의 섹스의 부산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부산물로 열흘에 10억이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으니, 참 해볼만하다.
- 영상물 AVM-025의 정산을 시작합니다.
수빈과 단 둘이 찍은 영상은 1억 8,200만원의 매출이다.
지연과 함께 AVM 레이블의 대표적인 미녀인 수빈의 영상은 괄목할만한 수익을 올려주었다.
비록 가슴 크기에서 지연에게 밀리기는 하지만, 누구라도 미인이라 할 수 있는 수빈이 쾌감을 느끼고 있을 때의 표정을 보는 것 만으로도 감상할 가치는 충분하다.
- 영상물 AVM-026의 정산을 시작합니다.
보라와 오랜만에 스파에서 찍은 영상은 1억 3700만 원을 벌어들였다.
보라의 매력을 알아보는 팬들이 늘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기획물 치고는 등장하는 배우들의 외모가 워낙 훌륭한 탓일까?
이런 종류의 영상으로는 최고의 매출이다.
아주 흡족스럽다.
- 영상물 AVM-027의 정산을 시작합니다.
보라가 다시 잠입 수사관으로 분장한 영상은 1억 5200만 원을 벌어들였다.
몸에 쫙 달라붙는 라텍스 제복은 확실히 보라에게 잘 어울리는 코스튬이다.
그녀가 자신의 목숨을 빼앗으려하던 상사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장면이 이 영상의 하이라이트였다.
- 영상물 AVM-028의 정산을 시작합니다.
감옥에 나은, 도연, 지혜 그리고 반 팀장까지 잡아와 학대를 하던 영상은 1억 0300만 원을 벌어들였다.
보라까지 무려 다섯 명이나 되는 대규모 여배우를 동원한 것 치고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매출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다른 영상에 비해 그렇다는 것이지, 투입된 비용에 대비하면 아주 훌륭하다.
- 영상물 AVM-029의 정산을 시작합니다.
나은과 모텔에 갔다가 주은을 불러 셋이 함께 했던 날의 영상은 1억 2300만 원을 벌어들였다.
투입한 인원 대비로는 훌륭한 편이다.
- 영상물 AVM-030의 정산을 시작합니다.
나은의 집에서 도연과 불륜 섹스를 하던 영상은 1억 1700만 원을 벌어들였다.
나름 재미있는 컨셉이었고, 꽤나 즐거웠던 하루였다.
그럭저럭 만족할만한 수입이다.
- 영상물 AVM-031의 정산을 시작합니다.
나은, 주은, 정 팀장과 함께 회사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던 날의 영상은 1억 4700만 원을 벌어들였다.
하나의 영상에 몇 명의 등장인물이 나오느냐는 매출에 그리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보통 단독 출시 영상이 많은 것 닽다.
- 영상물 AVM-032의 정산을 시작합니다.
엘리베이터를 멈추고 하 과장과 윤진을 괴롭혔던 영상은 1억 6700만 원을 벌어들였다.
평범한 이벤트 작품이지만, 윤진과 정미 두 사람의 캐미가 좋았던 모양이다.
혹은 너무 많은 배우가 출연하는 것보다, 뚜렷하게 외모가 뛰어난 두 명 정도가 출연하는 쪽이 매출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 총 수익은 25억 8,800만 원입니다.
- 현재 정산 가능한 수익은 모두 54억 3200만 원 입니다.
이거야 대단하다 못해 수익을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런데 이렇게 큰 금액을 어떻게 관리한다?
지금까지야 그다지 크게 쓸 일이 없었으니 그냥 묶어만 놓고 있었지만, 이정도로 규모가 커졌다면 생각해야 할 것이 많아졌다.
- 출금의 방식에 코인 출금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리고 안내가 알려온다.
- 코인 출금은 거래 내역이 깨끗한 코인 지갑의 형식으로 지급됩니다.
- 2010년대 초반 구매 이력만 존재하는 지갑입니다.
호오...
이건 나쁘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들한테 돈을 코인으로 벌었다고 하고 다녔는데, 이런 게 있다면 편하겠군.
어쩐지 내 편의를 꽤나 봐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당장 뽑을 생각은 아니다.
어디 크게 돈이 필요하다면, 코인의 형태로 출금해, 코인 거래소에서 현금화하면 되겠군.
"그 사람하고는 이야기가 끝났어."
일요일 밤 보라가 찾아와 남편과의 사이를 정리하게 된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내일 서류 제출할 거야."
보라는 무척 피곤해보이는 얼굴로 말했다.
"아마 내일이라도 살 곳을 마련해야 할 거 같아. 그 사람은 집을 내 앞으로 넘겨주겠다고 했지만..."
보라는 어떤 감정으로 가득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내가 무슨 염치가 있다고..."
대충 이야기를 들어보니, 위자료도 재산 분할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는 보라가 키우기로 했고, 양육비도 받지 않을 것이란다.
보라의 얼굴엔 회한이 가득했다.
"일주일에 한 번, 주말엔 그 사람이 데려가기로 했어. 하지만 당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보라는 내게 자신의 모든 것을 주려 한다.
"상관없어. 아빠를 보는 것을 막을 수야 없지."
아마도 세상에서 나보다 그녀를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마워."
나 때문에 지금까지의 모든 행복을 포기하는 보라에게 미안함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한테 준 돈 말인데. 그걸로 나 집을 얻을까 해."
"그걸로 되겠어?"
제법 많이 주었다고 해도 집을 살 정도는 되지 않는다.
"그럭저럭 두 사람 들어갈 집이야 못 구하겠어?"
"그럼 이렇게 하지. 이걸로 합쳐서 구해봐."
난 그녀에게 작은 USB 메모리를 건내주었다.
"이게 뭐야?"
"코인. 아마 오늘 시세로 5억 정도 하겠지. 내일 거래소로 옮기고 인출하면 좀 더 오르거나 내리거나 할 거야. 어쨌든 하루 사이에 그렇게 차이는 나지 않을 거야."
그렇지 않아도 한 번 뽑을 생각이었다.
"5억?"
보라가 깜짝 놀라 날 바라보았다.
"무슨... 그렇게 큰 돈 필요없어."
"내가 주는 건 그냥 말없이 받아."
여전히 벌거벗은 채, 목에 개 목걸이를 하고 있는 보라는 자신의 처지를 기억해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그리고 어디에 구할 생각이야?"
"글쎄? 이 동네는 아마 힘들겠지? 그리고 앞으로 나도 일을 해야 하니까..."
"그러면 서울로 하지. 서울숲에서 가까운 곳으로 찾아봐."
"응!"
그녀는 내가 회사와 가까운 장소를 정해주자, 기쁜 듯 냉큼 대답했다.
확실히 이제 그녀에게 더이상 남편에 대한 미련은 없는 것 같았다.
행복한 듯 내 다리를 끌어안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내가 명령을 내린다면 딸도 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난 그럴 생각은 없다.
그날 저녁도 보라와의 관계는 여느날과 다름 없었다.
그녀는 완전히 내 노예가 되는 것을 마음속 깊히 받아들였고, 노예로서의 기쁨을 깨달았다.
다음날 탐정 사무소에 연락을 해서 몇 가지 사실의 확인을 부탁했다.
하 과장에게 직접 물어보아도 되지만, 그보다는 내가 직접 알아내는 편이 더 즐거울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연락을 드리려 했습니다. 지난번 말씀하신 건에 대해 의뢰인을 찾아낸 것 같습니다. 너무 오래 걸려 죄송합니다."
탐정은 어떻게 상대를 찾아내었는지 알려주었다.
그 흥신소에 의뢰인이 들렀던 시간 대에 주변의 CCTV를 찾아내어, 동선을 확인하고, 의뢰인이 선글라스를 벗는 장면을 찾아내서 얼굴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거 아무리 보아도 일개 탐정이 할 수 있는 업무 범위를 훌쩍 넘어서는 거 아니야?
그러고 보니 수사관 출신이 운영한다 했었지?
물어보지 않아도 경찰 따위와 어떤 커넥션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CCTV 하나도 아니고 동선까지 파악하고, 사진 한 장으로 신상을 밝혀내지는 못할 것이다.
"진이슬이라는 여자였습니다."
탐정 사무소에서 나와 정 팀장의 뒤를 쫓게 했던 의뢰인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보내주었다.
흠...
이슬이라...
알고 있는 사람이다.
경리팀 진이슬.
그러고 보니 지난번 주은이 우리 사무실 밖에서 정 팀장의 신음 소리를 들었을 때, 그 이야기를 경리팀 이슬에게 말한 적 있다 들은 적 있다.
그런데 그 여자가 왜?
이슬이라는 여자는 그저 얼굴 정도만 아는 사이일 뿐이다.
더군다나 흥신소에 사람을 따라다니게 하려면 적지 않은 돈을 주어야 했을 텐데...
하지만 그녀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읽는 동안 난 그녀가 어떤 이유에서 우리를 쫓으라는 의뢰를 했는지 얼추 알 수 있게 되었다.
진이슬 27세
독신.
같은 회사 상사인 권도술 이사와 불륜 관계.
보고서에는 권 이사와 함께 모텔을 드나드는 사진도 첨부되어있었다.
첨부된 사진에는 회사에서와는 달리 가슴이 한껏 부각되는 옷을 입은 이슬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권 이사의 취향이 이런 거였나?
진이슬은 미인은 아니지만 아주 육감적인 몸을 지니고 있다.
우리 회사에서 가슴 크기로는 셋 안에 들 것이다.
물론 가장 큰 여자는 정 팀장이다.
그리고 얼마전 감옥에 데려와서 괴롭혔던 CS팀의 반 팀장.
그리고 경리팀 진이슬.
세 여자가 걸어갈 때면 지나치는 사람들이 모두 그녀들의 가슴에 저절로 눈이 간다.
권 이사가 진이슬을 취하고, 정 팀장에게 손을 뻗는 것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어떤 남자라도 자신의 아래에 그런 여자들이 있다면, 욕심이 생기고 말 것이다.
흠. 그러고보니 반 팀장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봐야할 거 같다.
그날 지하 감옥에서의 일 이후로 이런저런 일이 많아, 그녀에게는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그 풍성한 육체를 생각하면 그냥 버려두기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게 드디어 나를 노리는 자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조사 기간이 길었고, 또 여러 협력인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 조사에는 무려 1,000만 원이나 되는 비용이 청구되었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생각보다 훨씬 더 쓸만한 곳이다.
이 남자가 아니라면 누가 날 노리고 있는지 감도 잡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