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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8화 〉@29. 비밀을 지닌 여자는 그만큼 매력적이다. (218/377)



〈 218화 〉@29. 비밀을 지닌 여자는 그만큼 매력적이다.

정 회장도 그녀가 욕정을 참지 못해 그리한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두 사람은 아까보다 훨씬 더 열심히 영상에 탐닉했다.


"허허..."
너털웃음이 튀어나왔다.


아까와는 달랐다.


그의 목소리에 분노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탄사에 가까웠다.



"하악! 학!"
"아아..."

태블릿에서는 영상과 함께  여자가 지르는 신음도 가감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아... 하아..."
신음이 흘러나오는 곳은 태블릿이 아니라, 앉아있는  과장에게서였다.

"허어..."
그리고 정 회장도 이유를 알  없는 탄식을 연신 내뱉는다.


"발기하셨네요."
하 과장이  회장이 입고 있던 가운 사이로 튀어나온 튼실한 물건을 알아차렸다.


"그래..."
정 회장이 힘없이 대답했다.

"죄송해요. 도와드리지 못해서. 다른 사람과 몸을 섞지 않기로 약속했어요."
하 과장이 예의 그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회장은 누구와의 약속인지 묻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없었다.



"대단하구만..."
다시 한참만에 정 회장이 회한으로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 대단한 사람이에요."
 과장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내려 아랫도리를 만지며 대답했다.

"잘 되었네... 잘 되었어..."

"죄송해요."

"아니. 내가 미안하지. 자네 같이 이쁜 사람을... 그 젊은 시절을  같은 노친네와 보내게 하다니. 내가 죽익 놈이지. 지금이라도 잘 된 거야."
이미 정 회장의 목소리에서는 원한도 악의도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근데 카메라는 누가 들고 있는 거지? 남자가 하나 더 있는 건가?"
분노가 가라앉은 이제서야 누군가가 찍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회장이 물었다.


"아뇨..."
 과장은 지금까지 그 어느때보다 훨씬 더 곤욕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걸 들고 있는 사람의 정체를 자신의 입으로 말하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그래... 저래서야 여자가 더 있어도  말이... 헉!"
카메라를 들고 있던 사람이, 나은에게 카메라를 넘겨주고 화면으로 들어왔다.

그 얼굴을 확인한  회장의 눈이 찢어질  커졌다.



"유... 윤진이? 쟤가 왜?"
 회장이 고개를 돌려 하 과장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됐어요. 어쩌다보니."

"그... 그렇다면..."
 회장은 다시 고개를 돌려 화면을 바라보았다.


"안돼..."
다시 사라졌던 분노가 피어오르려는 모양이다.

"아니야! 윤진아! 그건..."
하지만 정 회장은 화면으로부터 고개를 돌리지 못한다.


그저 안 돼를 연신 내뱉으며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점차 그의 얼굴에서는 고개를 들었던 분노가 사라져갔다.

"허어... 허엉..."
정 회장에게 눈을 돌린 하 과장은 남자가 요상한 표정으로 눈물을 떨어트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허어... 허어..."
남자의 표정은 슬픔이라기에도, 분노라기에도 어려웠다.


"어쩌면 그렇게도 행복해 하는 것이냐..."
정 회장의 얼굴에서는 점차 감정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을 내려놓는 다는 표정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하 과장은 다시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이 조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다.


내게 걱정마라는 소리는 들었지만, 설마 정말로  남자가 이렇게 변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모양이다.


하기는 누가 그걸 믿을 수 있을까?




"허어... 허허... 이젠..."
정 회장은 이제는 거의 인자함에 가까운 웃음을 지었다.

인정해버린 것이다.


자신이 결코 줄 수 없는 즐거움을 화면 속  남자는 자신의 정인에게, 그리고 자신의 딸에게 아낌없이 선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남자의 시선이 여전히 발기중인 자신의 물건으로 향했다.




"아!"
그리고 순간 남자의 표정이 바뀌었다.


아마도 적지 않은 죄책감이라도 느낀 것은 아닌가 싶었다.

"허업!"
남자가 숨을 들이쉬었다.


"회장님?"
심상치 않다 느꼈는지, 하 과장이 정 회장을 불렀다.

"헛! 허업!"
회장은 다시 숨을 들이쉰다.

"컥!"
그리고 다음 순간 눈이 뻘개지며 옆으로 쓰러지고 만다.


"회장님!"
다시 한  남자를 부르고, 하 과장은 급하게 전화기를 들었다.






"왜 그래요?"
나은이 내 표정을 보고 물었다.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윤진의 부친이 쓰러졌다는 사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

그나저나 자신의 부친이 쓰러진 이유가 그 동영상 때문이라는 사실을 윤진이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물론 하 과장이 함구하고 있으면, 윤진이   있을리는 없지만, 그래도 그냥 궁금한 것은 어쩔  없었다.



"어때요? 조금 나아졌어요?"
그 중요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윤진은 저 아래에서 윤진의 종아리에 올라타고 그녀의 오른발을 혀로 핥으며 물었다.

"좀 더 부드럽게 해봐."
나은은 방금전 하 과장의 모습을 지켜보며 머릿속에 넣어두었던 것들을 윤진을 통해 실습하고 있었다.


나름 재미있게 놀고 있는 두 여자를 바라보며  쓴 웃음을 짓고 말았다.


 과장의 대응이 빨랐던 모양이다.

침대에 쓰러진  회장은 그리 오래지 않아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바로 응급 처치에 들어갔고, 고비를 넘겼다며 VIP 병실로 옮겨졌다.


하 과장은 그 모습을 전부 지켜보며 아직 누구에게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정도라면 회장의 부인에게라도 연락을 취하는 것이 옳을 것인데, 하 과장의 입장은 다른 모양이다.


뭐. 나름 사정이 있는 것이겠지.



그리고 다시 한 시간 쯤 지나 정 회장이 정신을 차렸다고 한다.

 과장은 의료진과 대화를 나누고 병실로 들어갔다.


"아아아..."
이런.. 아직 제대로 회복이 된 것은 아닌 모양이다.

정 회장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지 어눌하게 하 과장을 불렀다.


"회장님..."
그 남자의 핼쑥한 모습을 보고 하 과장이 살짝 눈물을 흘렸다.

아무리 미운 남자라도 정은 남아있던 모양이다.


아까 정 회장의 태도를 보니, 그 남자가 하 과장을 어지간히 아끼고 있다는 사실을  수 있었다.

단지 노리개로 쓰는 여자를 대하는 태도는 결코 아니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아주 여러가지 사정이 있는 모양이다.

"미안해요. 흑!"
 과장이 눈물을 떨궜다.


 회장은 하 과장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남자의 표정에선 그녀에 대한 어떤 원망도 찾아볼 수없었다.


오히려 애정이 가득하고, 인자한 표정이다.


그러고 보니 노환인 부친이 딸을 볼 때 저런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과장은 그런 옛 연인을 바라보며 한참을 울먹였다.

잠시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에는 애정이 깃들어있었지만, 그건 남녀 사이의 정념과는 조금 달랐다.


"나한테 벌어진 일... 날 미워하시지 않는 거로군요?"
하 과장이 물었다.


정 회장은 푸근한 미소를 띄우고 고개를 끄덕였다.

"윤진이도요?"

 회장은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사람... 조금... 많이 이상한 사람이에요. 그죠?"

정 회장의 눈빛이 조금 가라앉았다.


나름 많은 생각이 스쳐가는 모양이다.


정 회장은 손을 내밀었다.

하 과장도 손을 내밀어 떨리고 있는 정 회장의 손을 잡았다.


 회장은 무언가 말을 하려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정 회장이  과장의 손 바닥에 손끝으로 무언가를 적었다.


"거스르지 말라고요? 알아요. 그럴 생각 없어요. 예. 뭔지 모르지만... 무서운 면도 있고요..."
하 과장이 쓴웃음을 지었다.


정 회장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음...
그런데 내가 무서운 사람이라고?

"혹시 내가 무서워?"
내 팔을 배고 누워 애정 가득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나은에게 물었다.

"당연하죠. 엄청 무서워요."
그녀는 잠시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뭐가?"


"오빠가... 날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어요?"


저 아래에서 내 물건을 입에 넣고 신이나있던 윤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 비슷한 모양이다.

하지만  과장이 말한 무서운 사람의 의미는 그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은데...

두 사람은 잠시 그렇게 필담을 나누었다.

역시 내가 걱정할 것은 없었다.


정 회장은 하 과장과 윤진을 걱정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나와 척을 질 생각은 없었다.


"빨리 나으세요. 이젠... 당신 곁에는 있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건강하셔야 해요."
하 과장에게 그 남자에 대한 애정이 있던 것은 확실했다.

그 남자가 자신의 연인을 불구로 만들었고, 자신을 억지로 강탈해 갔다는 과거를 생각하면 어쩐지 조금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는 것이 쉽게 단정지을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더라.

잠시  남녀는  때 애정을 지녔던 사람들로서 할 수 있는 진심을 내보였다.

그러다가 정 회장의 얼굴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그리고 다시 하 과장의 손에 무언가 적었다.

"알았어요. 지금 허 변 부를게요. 걱정말고 좀 쉬세요."


하 과장은 그자리에서 바로 전화를 해서 누군가와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무언가  회장이 전부터 지시한 것들이 있는 모양이다.

하 과장은 남자에게 필요한 것을 챙겨 오라 말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전화기가 울렸다.

"응. 그래.  되고 있어? 어? 그래? 잠깐만."
난 그녀가 겪은 일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처럼 대답을 하다가, 그녀가 말한대로 윤진을 바꿔주었다.


"응. 뭔데?"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윤진은 귀찮다는 듯 그녀에게 물었다.


"뭐? 아빠가? 지금 어디야? 알았어. 지금 갈게."
윤진이 허겁지겁 전화를 끊고 날 바라보았다.

"아빠. 아빠가..."

"무슨 일 있어?"
나은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빠가 쓰러지셨대요.  가봐도 돼죠?"


"그걸 질문이라고 해? 빨리 가야지."
나은이 대답했지만, 윤진은 벌개진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빨리  사람한테 전화해서 같이가. 함께 안 가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그리고  남자 똑똑하니까 무슨 일이건 잘 처리할 것이다.

아무래도 윤진은 조금 어린 대가 있어 보호자가 필요했다.


그런 역할로 오늘의 다른 주인공인 그 신랑이 아주 제격이다.

"그럼... 나 가볼게요."
윤진은 내 허락이 떨어지고서야, 내 위에서 일어나 허겁지겁 옷을 걸쳤다.

"차암... 무슨 일이래?"
나은이 걱정스래 말했다.

"저기. 오빠.  지금 또 하고 싶다고 하면 나쁜 년일까요?"
하지만 다른 여자들이 전부 사라지고 나니, 다시 독점욕이 머리를 치켜든 모양이다.


"윤진이 부친을 한 번이라도  적 있어?"

나은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그리고  말의 의미를 알아차린 그녀는 황급하게 내게 달려들었다.


윤진과 새신랑이 병원에 도착한 것은 30분 쯤 뒤의 일이었다.


윤진은 울먹이며 병상에 누워있던 부친의 손을 잡았고,  과장은 지금 벌어진 일과 앞으로의 일을 새신랑과 의논하고 있었다.




1시간쯤 뒤 정 회장의 부인이 병원에 도착했다.
하 과장이 그녀에게는 가장 늦게 연락한 때문이다.




"지금 상태가 어때?"
그녀는 고까운 얼굴로 하 과장에게 물었다.


"안정은 되었고, 회복중이십니다."

"알았어. 비켜봐."

"저.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데? 꼭 지금 해야해?"

"회장님의 지시입니다."

"그래. 나중에 하자고."


"지금  변호사도 와 계십니다. 잠깐이면 되니 우선 말씀만 들어보세요."

정 회장의 부인은 무척이나 기분 나쁜 표정으로 하 과장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변호사와 함께라는 말에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따라 어디론가 갔다.

"그래. 할 말이 뭐야?"
하 과장이 그녀를 데리고 간 곳은 놀랍게도 정 회장이 쓰러졌던 바로 그 호텔, 그리고 바로  방이었다.


새삼 그녀가 달리 보였다.


보통의 여자라면 비밀스러운 장소가 필요해도, 그 곳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 방은 두 사람의 밀회를 위해 장기로 빌려놓은 곳인지도 모른다.


일부러 그런 걸까?

아무래도 그렇겠지?


한데 회장의 부인은  사실을 알아차리지는 못한 모습이다.


호텔 방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급스러운 양복을 입은 사내가 서류 가방을 들고 들어왔다.

  변호사인 모양이다.

"이건 그전부터 회장님께서 지시하셨던 사항입니다."
대답을 한 것은  과장이 아니라 급하게 끌려온 변호사였다.


"뭔데요?"


"우선 이걸 보시지요."
변호사는   되지 않는 서류를 꺼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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