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10화 〉@28. 당신의 결혼식. 어느 신부 대기실의 풍경 (210/377)



〈 210화 〉@28. 당신의 결혼식. 어느 신부 대기실의 풍경

윤진이 백기를 들었다.


평생 원하는 것을 포기해본  없기 때문에 더욱 결핍을 참아낼 수 없는 것이다.

나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윤진의 얼굴이 대답을 하기 전보다도 더욱 창백했다.

스스로의 선택에 대해 여전히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일어서."
나은은  과장이 선택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았다.

윤진의 선택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에게 명령을 내렸다.

윤진은 의자에서 일어서 겁에 질린 얼굴로 나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내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냥은  돼요."
그녀의 얼굴은 마치 내게 애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말해."
윤진이 질문한 사람은 나였지만 대답은 나은에게서 나왔다.


"대신... 나한테... 내가 원하는 건..."
윤진은 나은에게 복종하는 반대급부를 명확하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


나은이 날 바라보았다.


그건 그녀가 결정할  있는 종류가 아니다.


나은이 쓴 웃음을 지었다.


사실은 그녀 또한 두 여자와 다를바 없다.

그러니까 윤진의 말을 듣고 이 상황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한 것이다.

사실은 세 여자 모두 내게 굴복한 자발적인 노예나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윤진과 정미에게 나은에 복종하라는 것은 실상은 노예들 사이의 서열 정하기에 불과한 것이다.


나은의 눈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방금전 그녀가 의기양양하게 바라보던 윤진이나 하 과장의 입장과 하등의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허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시 고개를 하 과장을 향해 돌리는 그녀의 얼굴은 다시 의기양양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여자를 자신의 아래에 놓을 수 있다는 것은 결코 나쁜 조건이 아니다.



"복종한다면 거기에 대한 대가는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거야."
윤진에게 그녀가 원하는 대답을 건내주었다.

그녀가 웃었다.

"그거면 충분해요."
윤진이 허리를 펴고 나은을 바라보았다.


"옷벗어."
나은은 기다렸다는 듯 윤진에게 다음 할 일을 말해주었다.

윤진은 그까짓 것 하는 표정으로 옷을 벗기 시작했다.


여전히 하 과장은 아무 표정도 없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녀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강제로 윤진의 부친에게 몸을 빼앗기고 지금까지 지내온 모양이다.

그뒤로는 그 남자의 비서 노릇을 하며, 상대의 딸에게까지 수모를 받으며 살아왔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딱히 나와 나은이 요구하는 상황이 이전까지와 다를  하나 없다.

하 과장에게 있어서는 단지 주인이 바뀌는 것 뿐이다.

아니. 주인이 늘어난다는 것이겠지.

여전히 윤진의 부친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상전이 하나 더 늘어날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과장이 고민하는 이유를  수 있었다.


윤진이 옷을 하나씩 벗었다.


마침내 마지막 남은 팬티까지 벗어 던지고 곧추 서서 윤진은 나은을 바라보았다.


벌거벗는  쯤이야, 여기 있는 어느 누구라도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앉아. 이 앞에."
나은은 의자에서 몸을 돌려 앉으며 바로 다음 명령을 내렸다.

윤진은 조금 멈칫하고는 나은의 바로 앞으로 와 주저앉았다.


"누가 그렇게 편하게 앉으라고 했어? 자기가 처한 상황을 생각해봐."
윤진도 바보는 아니다. 그녀는 나은의 말을 바로 알아들었는지, 나은의 발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핥아."
나은은 신발을 벗고 발을 윤진에게 내밀었다.

윤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다른 사람의 발을 핥으라고? 그게 말이나 돼?
그런 표정이 역력하다.

나은은 아무말도 없었다.

선택의 여지는 윤진에게 있었다.

윤진은 한동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단지 지금의 명령 때문만은 아니다.


이게 시작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 과장도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녀는 나은이 아니라 날 바라보고 있었다.



"굉장히..."
하 과장이 입을 열었다.


"나쁜 사람이네요. 당신."

"응."
내 생각에도 그렇다.


내가 이렇게 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나은의 요구는 윤진과의 섹스였지, 이런  까지 원하지 않았었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오게  것은 전부 내 탓이다.


그것도 그냥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즐거워보이시네요."
하 과장이 말을 이었다.


"굉장히. 나은씨가 어떤 일을 벌일지 무척 궁금하거든."

"우리를 그냥 노리개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로군요."


"그렇다고 해두지."


나와 하 과장이 하는 말은 옆의 나은과 윤진도 듣고 있었다.

그녀들은 내 대답을 듣고 거의 동시에 얼굴을 굳혔다.

특히 나은의 얼굴이 더욱 그러했다.

윤진과는 달리 나은은 나와 그래도 어느정도의 감정이 교류한다 생각했었던 모양이다.


사실 나도 꽤나 그녀를 좋아하는 것은 맞다.


연인으로서 나은은 무척이나 매력있는 여자이다.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적극적이다.


 주변의 다른 여자들 같은 미인은 아니지만 늘씬한 키에 탄력있는 몸매도 가졌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그녀가 나와 다른 여자가 섹스를 하는 모습을 좋아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니까 나은이 내 인생의 파트너라면 다른 여자와의 관계는 결코 불륜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까 만일 딱 한 사람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은은 내가 마지막에 염두에  사람 중 한 명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런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그녀는  손에 들어왔고, 결코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내가 그녀를 노리개나 장난감처럼 여긴다해도, 그녀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다.



"지난 번에 말씀 드렸었죠. 나. 지금 그 사람... 정 회장의 노리개나 다름 없다고요."
하 과장이 말을 이었다.


"당신이 말한대로 지금 그 사람한테는..."

하 과장에게 정 회장과는 더이상 육체 관계를 이어가지 말라 말해놓았다.


하 과장이 두려워하는 것 같았지만,  걱정말라 이야기해놓았다.

그쪽은 조만간 처리할 생각이다.


"길어봐야 한두 주에요.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갈 지 모르겠어요. 당신은 그걸 해결해줄 수 있다고 하셨었죠?"


"물론이지. 이번 결혼식까지만 견뎌봐."

"결혼식이라면?"
윤진이 고개를 들고 날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 네 결혼식 말야."

"나. 결혼해요?"
윤진은 의아해했다.

"물론이지. 이제와서 결혼식을 취소할 생각이야? 하객들한테 민폐야."

"하지만 이 여자가..."
윤진은 여전히 나은이 자신의 결혼을 바라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난 관심없어."


윤진은 혼란스러운 모양이다.


이런 걸 강요하고 있으니, 당연히 결혼식도 취소라 생각한 모양이다.


"결혼은 예정대로 진행하도록 해."
윤진이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승준씨한테는 말 했어? 이 남자와 그런 관계가 되었다고?"
나은이 궁금한  물어보았다.


"그런 걸 뭐하러 말한단 말인가요?"
윤진의 목소리는 뾰족했다.

그리고 나은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하튼 내 인생은 이제 당신한테 달려있어요."
하 과장이 내게 말했다.

"언제나 휘둘리기만 하는 삶이네요."
하 과장이 쓰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당신은 굉장한  나한테 주니까요."
그녀는 날 바라보며 옷을 벗기 시작했다.

"만약에 나한테 선택의 여지가 주어진다면, 역시 당신 뿐이겠죠."
말을 하는 동안 그녀도 나체가 되었다.

결심을 마친 모양이다.

하 과장의 벗은 몸은 무척 멋졌다.

적당한 키에 육감적인 몸매, 그리고 굉장히 공격적인 가슴까지.


윤진의 부친이 탐을  것이 충분히 이해갔다.


"처음부터 나한테 선택의 여지 따위 없었던 거죠."
 과장은 내게 미소를 보내고, 나은의 앞으로 가, 윤진의 옆에 꿇어앉았다.

 과장이 나은의 발을 스스로 잡아가 입을 벌리고 물었다.

"이제 너도 슬슬 결정할 때가 되지 않았어?"
나은이 아직도 주저하고 있는 윤진을 내려보며 말했다.


윤진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올려 나은을 바라보았다.

나은은 일부러라도 그녀를 자극하려는 듯 윤진에게 냉기가 풀풀 넘쳐나는 웃음을 보여주었다.

윤진의 옆에 앉은 하 과장은 아주 정성껏 나은의 발을 핥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고귀한 여주인과 헌신적인 육노예가 따로 없다.

바로 곁에 있는 윤진도 함께 봉사를 한다면 아주 멋진 광경이 될 것이다.



윤진도 하 과장이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그녀에게 강요된 상황은 윤진의 성향과는 정 반대의 것이었다.

일생 동안 그녀는 늘 지배자였다.


만일 다른 누가 자신에게 그런 행동을 해준다면 나쁘지 않겠지만, 막상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차마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한 번 결정을 내린 하 과장의 태도는 전혀 달랐다.

그녀는 진지하게 나은에게 봉사했다.

어쩌면 그녀에게는 달리 대단한 일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 고민만 하고 있을 거지?"
나은이 물었다.


"나한테 이런  보낼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지?"
갑자기 나은은 자신의 전화기를 건드리고 사진 하나를 띄워 윤진에게 보여주었다.


내가 앉아있던 자리에서도 아주 잘 보였다.


상체를 벌거벗은 한 남자가 브래지어만 입고 있는 여자의 가슴에 머리를 얹고 편안하게 잠이 들어있었다.

여자의 얼굴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진을 본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남자의 얼굴만으로도 충분했으리라.




"그건..."
윤진은 뭐라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직 사귀고 있을 때였던 모양이지?"

"예. 내가 아직 그 사람을 믿고 있을 때였어요."
나은이 대답했다.

"이 사진이 날아오고, 다음날  과장이란 사람... 근데 이름이 뭐지?"
나은은  과장이 핥고 있던 발을 치켜들며 물었다.

"정미. 정미라고 부르시면 되요."


"그래요. 여기 정미씨에게 연락이 오더군요. 긴히 할 말이 있다면서..."
미소를 짓고 있는 나은의 얼굴에선 더이상 과거의 상처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무척 정신없는 나날들이었어요. 믿던 사람은 다른 여자와 잠이 들었고, 저 여자는 그동안의 수고비라며 저걸 던져놓고 나갔어요."

"저런... 심했군."
윤진이 두려워하는 이유를 충분히  수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포기해."
나은이 윤진에게 경고하며 도발했다.

"해... 한다고."
하지만 그 도발은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 같다.


윤진이 나은의 오른쪽 발을 잡아들었다.


그리고 역겨움을 참을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고 혀를 내밀었다.

윤진의 혀가 자신의 발에 닿는 순간 나은은 아주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도발은 윤진을 포기하게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결정을 내리도록 강요하려는 의도였던 모양이다.




"고마워요."
나은이 날 바라보며 말했다.

 여자를 보고 있을 때와는 달리 포근한 감정으로 가득했다.


"마음껏 즐겨."

"키스해줘요."
나은의 요청을 들어주었다.

상체를 숙여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나은과 키스를 하는 동안 두 여자는 참담한 눈으로 나은의 발을 여전히 핥고 있었다.

"이제 자리를 옮길까?"
한참 동안 두 여자에게 발을 핥게 하고 나서 나은이 다음 지시를 내렸다.

윤진도 하 과장도 긴장한 표정으로 나은의 입을 바라보았다.




"욕실로 가. 둘 다. 아니. 누가 일어서라고 했지? 그대로. 그래. 그렇게 말야."
나은은 두 여자에게 기어서 욕실로 가라 명령했다.

우리는 여전히 식탁에 앉아 두 사람이 욕실로 기어들어갈 때까지 구경했다.

"잘 하는데?"
소질이 있는 것 같다.

"그런가요? 사실은  그동안  번이고 두 사람에게 복수하는 생각을 해보았어요."
나은이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하고 싶었던 것은 다 해도 돼."
육체의 쾌락에 굴복한 두 여자는 결코 어떤 명령이라도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알아요. 내가 말하는 것은 전부 따르겠죠."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나은 또한 그녀들과 하등 다를  없었다.

"이렇게 멋진 선물을 주셨는데, 내가 무얼로 보답을  수 있을까요?"

"음... 생각을 해보지. 나은일 누구에게 줄까?"
나은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래요? 누가 좋을까요?"
하지만 금세 미소를 띄우며 물어왔다.

오늘의 일은 윤진과 하 과장에게만 충격이 아니었을 것이다.

"도연에게 주면 어떨까?"

내 대답을 들은 나은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하하... 그건... 아시잖아요. 도연이 은근... 변태인데..."

"그러니까 말이야. 나은이가 한 짓을 알게 되면 도연이가 무척 즐거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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