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09화 〉@28. 당신의 결혼식. 어느 신부 대기실의 풍경 (209/377)



〈 209화 〉@28. 당신의 결혼식. 어느 신부 대기실의 풍경

"어젠 즐거웠어요?"
다음날 휴계실에서 만난 나은이 싱글거리며 내게 물어왔다.


"그쪽도 즐거웠던 것 같은데?"
도연과 즐기는 내내 내 전화기를 통해 현장의 상황을 생생하게 들었으니, 나은도 제법 원하는 것을 달성했을 것이다.

"그래도 옆에서 하는 것만은 못해요. 다음엔 우리집으로 와서 해요. 그리고..."
나은이 원하는 것은 도연과의 불륜 섹스가 끝나고 자신의 욕구도 채워달라는 것이리라.

"그건 그렇고... 도연이가 그렇게 된 거 아무래도 내 탓이겠죠?"

"아마도 그러겠지?"
 모든 사태의 원흉이 나라는 사실을 알릴  없었다.

아니.
상관없나?

이 여자들에게  능력을 말한다해도, 그녀들이  떠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비밀이든 그걸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다.

혹시 모를 사태에 당황하기는 싫다.

"오빠도 조금은 책임이 있어요."


"그렇지."


"오빠가 그렇게 잘 하는 게 아니었다면..."
나은은 주위를 둘러보고 손을 내려 내 물건을 잡았다.


"진짜 무섭다니까..."
나은의 얼굴을 보니 당장이라도 하고 싶은 모양이다.

지난밤 전화로 엿들으며 혼자 즐긴 것으로는 충분히 욕구가 채워지지 않은 모양이다.

"도연이가 영민씨한테 그렇게까지 할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어요."


"나도."
솔직히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


"정말 어쩌려고 그러는 걸까?"

"나은이는 어쩌려고 그러는 건데?"

"음... 몰라요. 우리 그냥 같이 지옥에나 떨어지죠. 뭐."
그녀는 어제 도연이 했던 말을 따라했다.

"참. 오늘 퇴근하고 할 일 없지?"


"오늘 해요?"
나은은 무척 기뻐했다.

"오늘은 다른 거."


"뭔데요?"
살짝 기운이 빠져 물어본다.

"지난번에 부탁한 거. 결과를 봐야지."

"아!"
나은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옛 남자 친구의 결혼 상대를 따먹어달라는 요청은 이미 들어주었다고 말해주었을 때보다 더욱 기뻐하고 있었다.



"보여줄 거예요?"
그녀의 눈빛에는 결코 정상적이지 않은 어떤 음습한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하지. 직접 보고 싶은 거지?"


나은은 입술을 옆으로 잔뜩 찢으며 웃고 있었다.

퇴근 뒤 우리는 강남의 한 호텔로 이동했다.

"여기서 만나기로 한 거로군요."

"그래. 알아서 적당한 곳에 있으라 했더니, 여기로 정하더군."

엘리베이터를 타고 21층에서 내려 그녀가 알려준 방으로 갔다.

"어때? 원하던 것을 손에 넣을 순간이 왔는데?"


"아직  모르겠어요.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나은은 살짝 긴장한 얼굴이다.

"그럼 들어가볼까?"
나은에게 잠깐 진정할 시간을 주고 나서 문을 두드리자 바로 안에서 문을 열어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안엔 두 여자가 서 있었다.

윤진과 하 과장이다.


"오셨어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두 여자 모두 기쁜 얼굴로 날 반긴다.

하지만 내 뒤를 따라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
"어째서?"
그리고 나은을 확인하고는 둘 다 깜짝 놀라고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과장님이라고 하셨었죠?"
나은이 인사한 사람은 하 과장이었다.


"어째서 당신이?"
그녀도 나은을 알고 있었다.

그건 조금 놀라운 일이었다.


나은이 두 여자와 이미 만난 적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나은과 전 남친, 그리고 윤진의 관계에 대해 알고 있는 것도 그리 많지는 않다.

윤진을 범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일 때, 그녀가  이쁜 여자라는 사실만 중요하게 생각했을 뿐이다.


그리고 하 과장의 경우는 윤진과 늘 함께라는 이유와 그녀 또한 제법 미인이라는 사실만이 중요했었다.

"당신이 왜 같이..."
하 과장보다 윤진이 더욱 놀란 모양이다.


"우선  앉을까?"

"이. 이리로 오세요."
하 과장이 거실 한쪽의 테이블로 우릴 안내했다.


그녀들이 잡아놓은 호텔 방은  컸다. 어지간한 아파트 보다 큰 거실 옆으로 침실이 둘이다 딸려있다.

레지던스도 아닌 특급 호텔에 이런 스위트 룸이라면 제법 비쌀 것이다.


역시 부잣집 딸내미 다운 씀씀이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나와 나은이 나란히 앉고, 하 과장과 윤진이 우리를 마주 보고 앉았다.


테이블에 앉아서도 잠시동안 우리는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나은은 입을 씰룩거리며 웃음을 참고 있는 것 같았고, 윤진과 하 과장은 무언가 일이 잘못되어가고 있다 느꼈는지, 차마 입을 열지 못하는  같았다.


그래서 이들에게 삼자에 가까운 내가 입을 열어야 했다.



"서로들 아는 사이 같으니 통성명은 필요 없겠네."


"한 번 만난 적 있어요."
하 과장이 날 바라보며 말했다.

윤진은 고개를 가로저어 직접 만난 적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려 했다.


"그런데 두 분은 어떻게?"
윤진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고, 하 과장이 그녀를 대신해 계속 입을 열었다.


"여기 나은씨가 부탁했거든."

"뭐를요?"
윤진이 차마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널 범해 달라고."


내 대답을 들은 윤진과 정 팀장의 얼굴이 거의 동시에 창백하게 변했다.


설마 설마 하면서도 예상을 하고 있던 것일까?

하 과장이 주먹을  쥐었다.


윤진은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분노는 아닌 것 같다.


그보다는 두려움이겠지.

"그날 내가 엘리베이터에 탄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어."
 솔직하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럼 엘리베이터가 멈춘 것도 당신이..."
 과장이 물었다.


"그래. 그런 거지. 어때? 놀랐지?"
난 윤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왜... 왜요?"

윤진은 여전히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네가 나은씨의 남자를 빼앗았다며?"


"하... 하지만..."

"복수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야."

"맞아요. 복수하고 싶었어요."
나은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내말을 받았다.


그리고 들고 있던 가방을 열었다.


나은이 그 안에서 종이 봉투 하나를 꺼내자, 하 과장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그날. 나한테 이걸 주면서 그 사람이랑 헤어지라고 했었죠?"
나은이 그 봉투를 하 과장에게 내밀며 말했다.


하 과장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걸 바라보고만 있었다.




"필요 없다고 했었죠? 내가?"
나은은 봉투를  과장 앞에 내려놓으며 기분 좋게 웃었다.

"이걸 아직까지도..."


"내가 그걸 받고 기분 좋게 쓸 거라고 생각한 건가요?"

이제 조금은 나은의 원한이 이해가 갔다.

그런 수모를 당했다면, 충분히 이빨을 갈아왔을 수 있다.


"이걸 위해 우리를 그렇게... 시킨 건가요?"
정 팀장은 조금 서글픈 얼굴로 나은에게 물었다.


"나도 정확하게는 모르겠어요. 내가  원한 건지. 여하튼 나 혼자만 불행했던 게 너무 억울하더군요."
그렇게 말하고는 나은은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내가 불행하다는 건 아니에요."

"알아."
내가 원하는 대답을 주가 나은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여하튼 망쳐놓고 싶었어요. 두 사람의 행복한 일상을."
나은이 윤진을 바라보고 말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당신한텐 꼭 나쁜 짓을  것 만은 아니잖아요?"
나은의 말에 윤진이 얼굴을 붉혔다.

"어땠어요? 솔직히 말해봐요. 좋았죠?"

윤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오빠. 설마 하 과장과도?"
나은이 고개를 돌리고 내게 물었다.

"당연하지 않아? 저렇게 매력적인 여자를 내가 건드리지 않는 다는 게 말이 될 거 같아?"

"하아... 진짜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나은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내가 승준씨랑 결혼하는 걸 막으려고 했었던 건가요?"
윤진이 물었다. 조금전과 달리 이젠 원래의 거만한 성격이 묻어나오는 것 같았다.

"당신이 그 사람이랑 결혼을 하든 말든 상관 없어. 하지만 어느쪽이건,  사람에게서 더는 기쁨을 얻을 수 없을걸?"
나은의 노림수는 그런 것이었다.


육체의 기쁨을 주지 못하는 남자와의 결혼이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윤진처럼 막무가내인 아가씨라면 말이다.

"그럼... 결혼 안 하면 되겠네요."
윤진이 얼굴에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든가."
나은은 정말 어느쪽이든 상관없다는 투였다.


"알았어요. 여하튼 당신 덕분에 난 오빠를 알게 되었으니, 나로서도 나쁠  없어요. 고맙네요."
윤진은 나은을 도발하려 했다.

그리고  과장도 슬며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들로서는 손해 본 것이 없다는 것 같았다.

"자. 이제부터가 중요한 건데."
그리고 내가 그녀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녀들의 전리품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그녀들이 내 전리품이 되어야 한다.



"당신들한테는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도록 하지."
난 윤진과 하 과장을 번갈아가며 바라보면서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아니 나은까지 세 여자 모두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앞으로 두 사람의 주인은 나은씨야. 두 사람은 나은씨가 시키는 대로 해야해."

"네에?"
"뭐라고요?"
"진짜요?"

두 여자와 한 여자의 반응이 명백하게 갈렸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윤진이 당장 내게 따지려 들었다.


하지만 나와 눈이 마주치자 기세등등하던 태도를 바로 버리고 말았다.

"그게 싫다면 우리는 지금 이 방을 나가도록 하지. 서로 다시는 보지 않는 거야."

 말을 듣던 윤진과 정미 모두 얼굴이 다시 새하얗게 변했다.



"선택해. 아! 그것도 싫다면 윤진이 아빠한테 이르는 것도 괜찮겠네. 아주 무서운 사람이라고 했었지? 어쩌면 날 잡아다가  앞에 꽁꽁 묶어 가져다 줄지도 모르겠네. 나은씨는 어딘가 묻어버리고."

"네에?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은이 깜짝 놀라며 날 바라보았다.


"윤진이 부친이 암흑가에 발이 넓은 모양이야. 그러니까 잘못 보이면 우리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도 있다고."

"진짜요?"
나은은 정말로 깜짝 놀란 모양이다.

"정미씨. 어때? 자기 여자를 겁탈했다는 걸 알면 날 가만히  두겠지?"

하지만 그건  여자에게 전혀 선택의 여지에 들어가지 않았다.

둘 모두 고개를 가로 저었다.




"두 사람에게 선택할 시간을 주지. 천천히 생각해봐."
여자들을 두고 난 테이블 앞에서 일어났다.

 과장과 윤진은 불안한 눈으로 나를 쫓고 있었다.


나은은 흥미 진진한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방금전의 협박은 그다지 먹히지 않은 모양이다.


하긴. 번듯한 기업 총수가 암흑가 사람이라면 누가 그걸 곧이 믿을까?


호텔 방은 무척 고급스러웠다.

난 거실 한쪽에 놓인 정수기로 가 물컵에 물을 따랐다.


 잔의 물컵을 들고 다시 테이블로 돌아가니, 윤진과 하 과장은 여전히 고민에 빠져있었다.

사실 누구라도 그런 고민을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라 자신이 연인을 빼앗은 여자의 아래로 들어가 시키는대로 하라고?


아무리 내가 그녀들에게 엄청난 쾌감을 준다 해도, 그걸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 과장의 경우도 그리 다르지 않다.


자신이 수모를 준 상대라는 것도 물론 문제는 되지만, 애초에 그다지 관계도 없는 여자의 소유가 되어 시키는대로 하라고?

두 여자 모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고 나은은 이 상황을 아주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가져온 물컵 하나를 나은의 앞에 놓고, 다른  잔은 내가 들고 마셨다.

나은은 미소를 지우지 않고 물컵을 손에 쥐었다.


그녀도 목이 말랐나 싶었는데 그녀는 물컵을 든 손을 앞으로 내밀고 하 과장의 머리 위에 가져가서 손을 돌려 안에  물을 아래로 흘려내렸다.


주르륵!
 과장의 머리가 물에 젖는다.

"잘 생각들 해봐요.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테니까."
나은은 득의양양하게 여자들에 경고했다.

그말을 듣고 있으니, 그녀가 준비한 것이 무얼지 궁금해진다.


윤진의 눈이 떨려왔다.

상대는 자신에게 원한을 가진 여자이다.

누구라도 다가올 험악한 상황을 머리에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물을 맞은 하 과장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조금씩 어깨가 떨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녀의 얼굴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아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다시 시간이 흘러갔다.


그리고 나은은 그 시간을 흠뻑 즐기고 있었다.

"할게요."
먼저 선택을 한 쪽은 윤진이었다.


지난번에도 그녀는 정미에게 엉덩이를 맞으면서도 내가 주는 쾌락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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