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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화 〉@27. 남자 친구가 겨우 2m 옆에 있는데... (202/377)



〈 202화 〉@27. 남자 친구가 겨우 2m 옆에 있는데...

"영민씨 도연이한테 너무 물러요. 그러니까 얘가 그렇게 막나가는 거라구요."
나은도 비슷한 생각인 모양이다.


"물르긴요. 그냥 좋아서 그런 건데. 하하."


"진짜. 웃지마. 나한테 못됐다고 하는 거잖아."
도연이  삐죽거렸다.

영민은 그걸 보고 또 도연을 달래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잔이 비었네요. 또 한  받으세요."
사람 좋은 영민은 도연은 물론이고, 자리의 모든 사람에게 신경을 쓰느라 바빴다.



"영민씨도 한 잔 받아요."
그리고 나은이 영민의 잔을 채웠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비웠다.

"잠깐만요. 화장실 좀..."
영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굴을 보니 꽤 술이 오른 것 같았다.


"안주 거리   가져올게."
나은은 주방으로 가버렸다.

"근데 뭐하러 왔어요? 이 시간에?"
도연이 삐죽이며 한 마디 던졌다.

"그거야 나은씨가 보자고 했으니까."


내가 나은의 이름을 거론하자 도연의 얼굴이 살짝 굳어버렸다.


이래저래 불편한  많은 모양이다.

"자꾸 오빠한테 술먹이지 말아요. 그렇지 않아도 술이 약한데."


"그래? 알았어. 조심하지. 근데 도연씨는 술을 잘하는 편 같아."

"남들만큼은 마셔요."
도연은 아까부터 나와 눈길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다른 방향을 보고 있을 땐, 또 날 빤히 바라보았다.

난 안주를 집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갑자기 도연의 손이 내 손을 잡아왔다.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자, 도연이 다시 내 눈길을 피한다.



"주말엔 뭐하느라 언니한테 연락  번 안 했어요?"
도연이 뾰루퉁한 얼굴로 물었다.


"할 일이 조금 있어서."

"그렇다고 전화 한 번 안 해요?"

"나름 사정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도연씨가 화가  거야?"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거니까 좀 잘 하면 안 되요?"


"그럴 생각이야. 언니 생각을 무척 많이 하네?"
여전히 도연의 손은 내 손을 가볍게 쥐고 있었다.

난 엄지 손가락으로 그녀의 손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도연의 얼굴이 조금 붉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녀는 더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기이한 열기에 휩싸인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뒤편, 주방 입구에서 나은이 엷은 미소를 띄우고 우리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나은은 도연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동시에 장난스러운 즐거움도 느끼는 모양이다.

"아까 회사에서..."
잠시 뒤에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왜 나 보고도 모른 척했어요?"

"응? 모르는 척 하기로  거 아니었어?"


"모르는 사이는 아니잖아요. 그냥... 그날의 일"

도연이 아직 말을 끝내지 못했는데, 화장실  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연은 화들짝 놀라며 손을 빼고 술잔을 잡았다.

"안주 할 게 별로 없다. 어쩌지?"
그리고 나은이 주방에서 빈 손으로 나오며 말했다.

"안주 없으면 어때. 그냥 있는 걸로 충분한데."
도연은 당황함을 감추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러게요. 영웅씨 막 오셨는데 조금 그러네요. 제가 나가서 뭐라도 좀 사올까요?"
도연의 남자 친구는 항상 남을 배려하는 성격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럴까? 그럼 나랑 같이 가요.  뭐 좀 살거 있는데."

"그러죠."


"그럼 나도 가."
도연이 또 둘만 남게 되는 것이 어색한지 일어나며 말했다.


"너까지 나가면 오빠 혼자 심심하잖아. 금세 오니까 말 상대라도 해드려."

"그래. 금세 올게. 앉아있어."

나은과 도연의 남자 친구가 그렇게 의기투합해서 각자 지갑을 챙기고 나가버렸다.

"하아..."
도연은 두 사람이 나가자 작게 한숨을 쉰다.


잠깐 동안 우리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앉아있었다.



"마실거예요?"
도연이 술잔을 들고 물었다.

"그보다 다른   먹고 싶은데?"

도연은 무어냐 묻는 대신 눈을 치켜들고 날 노려보았다.

"그날 일은 없던 걸로 하기로 했잖아요!"

"응? 무슨 일?"


"진짜 나빠요! 사람이 왜 그렇게 능글맞고..."
도연은 말을 하다 말고 한동안  노려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술잔을 잡고 벌컥벌컥 비워버렸다.


"하아... 나빠..."

그녀의 비어버린 잔에 술을 따리기 위해 술병을 들고 손을 옮겼다.

도연의 손이 술을 따르고 있는 내 손 위에 가볍게 얹혔다.


조르르르...


잔에 술이 차는 동안  손등을 통해 그녀의 떨림을 느끼고 있었다.


잔에 술이 가득 찼다.

술병을 세우고 술병을 내려놓았다.


여전히 도연은 떨리는 손으로 내 손을 잡고 떨리는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우리는 서로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때로 눈빛은 말보다 더 명확하게 의사를 전달한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였다.

몇 초가 지났는지 모른다. 어쩌면 몇 분이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누가 먼저라고  것도 없이 우리는 상체를 숙였다.

도연의 입술이 닿는 순간 술내음이 살짝 밀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보드라운 입술이 느껴지고 그녀의 혀가 입안으로 들어왔다.


식탁을 마주하고 키스를 하다가 입을 떼었을 때, 도연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해있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녀의 마음속 갈등이 얼마나 심했던 것인지, 그녀가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도연은 어색한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갈등이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오래 가지는 않았다.


그녀는 식탁에서 일어났다.


도연이 식탁 옆을 돌아 내게 다가오는 동안 난 의자를 뒤로 빼고 그녀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도연은 당연한  내 무릎 위에 걸터앉았다.

 그녀의 상체를 감싸안고 입을 맞추었다.

도연도 팔로 내 몸을 안으며 적극적으로 안겨왔다.

키스를 하는 동안 스커트 안으로 손을 넣었지만 도연은 조금도 저항하지 않았다.

부드러운 허벅지를 어루만지다가 조금 더 위로 올라갔다.

손끝에 팬티가 젖어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서 좀 더 위로 올라가 팬티의 윗부분을 잡고 아래로 당겼다.


도연은 입을 떼지 않은 채 엉덩이를 살짝 들어  행동을 도와준다.

그리 어렵지 않게 그녀의 팬티를 벗길 수 있었다.


도연은 오히려 더욱 정열적으로 키스를 해왔다.


그녀도 지금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팬티를 바닥에 떨구고 다시 치마 안으로 손을 넣었다.

천천히 허벅지를 어루만지며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금세 그녀의 갈라진 틈을 손끝으로 느낄 수 있었다.

조금전 팬티 위로 만졌을 때보다 훨씬 더 촉촉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악!"
도연이 내게서 입을 떼고 머리를 뒤로 젖히며 탄성을 내뱉었다.


"흐음..."
그녀는 벌써 눈을 감고 느끼기 시작하고 있었다.

내 손은 그녀의 입구를 부르럽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리고 손가락 하나는 조금 위로 올려 클리토리스를 간지럽힌다.


"흐으읍!"
내 손길에 바로바로 반응하고 마는 도연의 입술을 감상하는 것이 즐거웠다.

"안 돼..."
도연이 힘겹게  마디 내뱉았다.


뭐가  된다는 걸까?

여전히  자리에 없는 두 사람에 대한 미안함을 버리지 못한 걸까?

그녀의 죄책감은 날 오히려 더욱 기쁘게만 할 뿐이다.


난 이 여자처럼 죄책감 따위 조금도 가지고 있지 않다.



"흐윽! 너무 좋아... 어떻게 해! 하아..."


도연의 몸은 그렇게 마냥 즐거워하고 있었다.

"나빠... 이건 아냐... 흐윽! 안 돼! 그만..."
도연이 고개를 들고 날 바라보며 말했다.


다시 머리를 치켜든 죄책감에 조금은 정신을 차린 걸까?

그동안 주변에서만 머물던 손가락을 그녀의 안으로 슬며시 밀어넣었다.




"아아! 나빠! 학!"
도연이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녀는 말리려 하지는 않았다.


"왜...  이렇게..."
도연은 말을 마치지 않고 내게 입을 맞춰왔다.


키스를 하면서 난 더욱 더 그녀의 안으로 들어갔다.


도연의 몸이 마구 떨려왔다.

너무나도 명백하게 느끼고 있었다.

"학! 학! 그만!"
그녀가 내게서 입을 떼고 치마 아래로 들어간  손을 잡았다.


아직도 쾌락과 죄책감 사이를 오가는 그녀의 눈빛을 바라보며 그녀의 요청을 들어주었다.

"이제. 그만. 더는 안 돼요."
도연은 아직도 쾌락의 잔재가 남은 얼굴로 날 거부했다.

"이건 잘못된 짓이에요. 나도 당신도 각자 사귀는 사람이 있잖아요?"

"난 상관없어."


"나쁜 사람... 당신은 원래 그런 사람인줄 몰라도,  아니에요."

"내가 더 좋은 거지?"

"아냐!"


"솔직하게 말해도 돼."

"싫어! 당신 같은 남자 너무 싫어!"

"하고 싶지? 지금 당장?"

도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난 그녀의 몸을 들어올리고 소파로 갔다.

"하지마..."
내가 그녀를 소파에 눕히고, 바지를 내리는 동안, 도연은 말로는 거부의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내가 그녀의 스커트를 들어올리고, 삽입을 하는 동안에도  한 번도  밀쳐내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그녀의 안으로 집어넣고 나자, 팔로 나를 감싸안기까지 한다.


"두 사람 올 때가... 흡! 하아... 안돼... 미칠  같다. 으으... 이미 늦었나 봐. 학! 하악!"


도연은 결국 자신의 몸에 굴복하고야 말았다.

아니. 처음부터 결과는 정해져 있었던 모양이다.

"빨리. 아... 아니야. 이건..."

그녀의 혼란을 지켜보며, 난 마음대로 욕망을 채워갔다.


"학! 아! 그래! 엄마야! 오빠! 하악!"

"남자 친구랑 하는 것보다 좋아?"

"그런  묻지 마요! 흐윽! 어떻게 해! 아아!"

"내가 좋으면 나한테 와."
그녀의 반응이 너무나 재미있어, 난 계속해서 그녀를 괴롭혔다.

"싫어! 난 당신 싫어! 학!"
하지만 도연은 애정이 가득한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입술을 반쯤 벌리고 내 입술을 요구한다.


그녀에게 입을 맞추면서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하악! 안돼... 나 바람피우는 거 정말 싫어! 흐읍!"
입을 떼자 다시 도연은 끊임없이 마음속에 있는 말을 꺼낸다.

"오빠 너무 나빠! 학! 언니랑 사귀면서 어떻게 나랑 이러는 거야! 흐윽! 좋아! 오빠가 너무 좋아! 밤에 잠도  잤어요! 어쩔 거예요! 아아! 미쳤나봐! 학!"

액티브 카드 < 표현 > 때문인 모양이다.

다른 상대보다도 그렇게나 마음속의 갈등을 내뱉는 것은, 섹스의 쾌감보다 그 갈등이 훨씬  중대한 까닭이 아닐까?




"오빠! 아!  깊숙히! 안 돼! 이게 무슨 짓이야! 엄마야! 흐윽! 오빠! 나도 오빠랑... 아니야!"
그러니까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그런 생각이 오가고 있는 모양이다.

"거짓말이에요. 오빠! 언니한테 절대 들키면 안 돼! 학! 아! 너무 좋아! 흐윽! 계속 오빠랑..."
그녀의 그 혼돈이 너무 귀여워  관계를 멈추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모니터를 통해 지금 막 1층에서부터 걸어올라오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서 멈춰야 했다.

"왜?"
과격한 섹스를 멈추고 자신의 몸에서 빼고 있는 나를 보고, 도연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뾰루퉁한 표정으로 물었다.


"소리가 들렸어."
바지를 올리며 고개로 밖을 가리켰다.


"어? 아!"
도연은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커트를 펴고, 쪼르르 달려가 의자에 앉는다.

아직 여유가 있어서, 난 천천히 옷차림을 바로 하고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니까! 맞다! 맞아!"
그때 밖에서 나은의 목소리와 그녀가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무언가를 하고 있을 우리에게 경고를 해주려는 모양이다.


잠시 뒤에 도어록에서 삑삑거리는 소리가 났다.

"나도  취했나 보다. 집 비밀번호를 틀리고 그래?"
비밀 번호를 틀렸는지, 다시  번 버튼을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은은 무척 세심한 여자였다.

문이 열리고  사람이 들어왔다.


나은은 작은 봉투 하나를 들고 있었고, 남자는 술병이 가득  봉지를 들고 있었다.




"두 사람 뭐하고 있었어요? 둘이 뭐 재미있는 거라도 했어?"
나은이 나와 도연을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재미있었지. 도연씨 굉장히 궈엽네."


"재, 재미는 무슨 재미에요!"
도연은 아직까지도 붉어진 얼굴로 나은과는 눈이 마주치지도 못했다.

그래서야 오히려 의심만 살 뿐이지만, 그런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도연 같이 행동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무슨 술을 그렇게 잔뜩 사왔어?"
도연이 남자 친구에게 물었다. 어쩐지 퉁명스러운 감정이 묻어있는 것은 스스로가 찔리는 것이 있기 때문이리라.


"영웅 오빠 왔는데, 술이 얼마 안 남았잖아."
나은이 대신 대답했고, 영민은 언제나처럼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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