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화 〉@26. 엘리베이터가 멈추었다.
그리고 그걸 노려보고 있던 윤진의 손이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이번엔 아까처럼 팬티 위가 아니라, 팬티 안으로 들어갔다.
명백하게 그녀의 손은 자신의 급소를 더듬고 있었다.
윤진은 내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게 눈을 돌리라 요구하지도, 자신이 감추려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빤히 내 눈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흡!"
얼마 지나지 않아 윤진의 입에서 터져나온 신음은 아까보다 훨씬 더 컸다.
"하아!"
윤진은 자신의 신음을 감추려하지도 않았다.
"흡!"
그녀가 고개를 위로 치켜들었다.
벌써 느낌이 오는 모양이다.
하기는 지금까지 섹스를 하지는 않았지만, 하 과장과 내 관계를 지켜보았고, 벌써 한 번 자위까지 하고 난 뒤였다.
그녀가 느끼고 있을 흥분의 정도를 생각하면 저정도는 당연하다 생각이 든다.
"좀 더 강하게! 학!"
윤진의 사적인 쾌락은 전혀 모르는 하 과장은 가감없이 자신의 욕구를 마구 투사하고 있었다.
"흑! 더 세게! 아!"
그녀는 아마 좀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모양이다.
벌써 세 번째 같은 자세만으로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
난 그녀의 겨드랑이 사이에 팔을 넣어 하과장의 몸을 들었다.
"왜?"
하 과장은 섹스를 끝내는 것은 싫은 모양이다.
그녀의 몸을 들고 반대로 돌리고 뒤에서 삽입을 한다.
"흐윽! 아! 그렇게! 좋아!"
하 과장이 다시 즐거워한다.
"으으!"
그리고 그런 하 과장의 바로 앞에는 윤진이 자신의 아랫도리를 만지며 한창 쾌락에 빠져있었다.
"보지마!"
윤진이 하 과장에게 날카롭게 한 마디했다.
"하아! 하아!"
하 과장은 대답 대신 거친 신음만 내뱉고 있었다.
"흐으... 흐! 하! 하악!"
윤진은 하 과장에게 신경을 거두고 다시 날 바라보았다.
붉은 입술을 살짝 벌리고 혀를 내민 것을 보면 그녀가 원하는 것을 익히 짐작할 수 있었다.
"흑! 제길! 왜 이렇게!"
윤진도 자신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납득할 수 없는 행위,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쾌감에 그녀는 점점 무너져갔다.
"훅! 훅! 어! 어떻게!"
윤진의 눈이 커졌다.
"아! 박아줘! 하윽!"
윤진이 외쳤다.
하지만 아마도 내게 한 말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대로 그녀의 몸이 굳어버렸다.
벌써 절정을 느껴버린 모양이다.
"하아! 아... 윤진아... 하! 너도... "
하 과장은 말을 마치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 그녀가 하려던 말이 무언지 알고 있었다.
"흐윽! 진짜! 죽어도 좋아! 아아! 가요! 학! 아아아!"
하 과장이 소리쳤다.
윤진은 절정의 간극 속에 멍한 얼굴로 하 과장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좋아?"
"학! 미치겠어! 이건... 내가 알던 섹스가 아니야. 흐윽! 아! 가! 가! 가요! 나!"
하 과장은 그대로 앞으로 무너졌다.
나도 이번엔 그녀의 몸안에 사정을 했다.
그렇게나 원한다면 어려울 것은 없다.
윤진은 상체를 바닥에 붙이고 엉덩이만 위로 잔뜩 들어올린 채 헐떡이고 있었다.
내가 그녀의 몸에서 시원하게 사정을 하고 나서 만족스러워하는 녀석을 꺼내자, 그대로 하체로 바닥으로 떨어진다.
"암캐 같아."
"하아...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는데, 지금이라고 다를 거야..."
하 과장은 허탈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우리 아빠보다 좋단 말이지?"
윤진은 그렇게 말을 하곤, 자신도 어이가 없는지 살짝 얼굴을 붉혔다.
"미안... 어쩔 수 없어."
"빌어먹을 년."
윤진이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어버렸다.
"그 남자보다 좋아?"
윤진이 거론한 남자가 누구인지는 둘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솔직히... 비교도 안 돼. 물론... 내가 사랑한 사람은 그 사람이지만..."
"경훈 오빠가 훨씬 더 잘생겼는데? 저런 남자랑 하고 뭐가 좋은데?"
"몸이 그렇다는 걸... 참. 우리 윤진이... 경훈씨를 그렇게 좋아했었구나? 그냥 소녀의 호기심으로만 알았는데..."
"시끄러."
윤진이 다시 얼굴을 굳혔다.
"그래서 그랬던 거구나... 생각해보면 승준씨 경훈씨를 무척 닮았었어..."
"입 다물어!"
윤진은 지금까지의 그 어느때보다 험악하게 눈을 부라렸다.
아하!
이제 한 가지 수수께끼가 풀렸다.
윤진이 나은의 남자 친구와 결혼을 생각한 이유를.
그녀가 학생 시절 짝사랑하던 남자와 나은의 남자 친구가 닮았다는 거지?
그렇다면 아무 배경도 없는 그 남자에게 부잣집 영애가 반한 것이 이해가 갔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을 대신할 남자라...
"근데... 저 사람. 조금 닮지 않았어?"
하 과장이 윤진에게 던진 말은 나까지 당황하게 만들었다.
"뭐? 그게 말이 돼? 승준 오빠가 얼마나 남자답고 잘생겼는데! 눈은 장식이야?"
"생긴것은 그렇다쳐도... 남자다운 거나, 눈매라든지..."
하 과장은 지금까지와 달리 윤진에게 스스럼 없이 대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생각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윤진이 자신의 부친에게 오늘의 일을 말하는 것은 어차피 막을 수 없다 생각해서일까?
"진짜 가지가지한다. 눈매가 닮긴 뭐가..."
윤진이 도끼눈을 뜨고 날 바라보다가, 갑자기 창백해진 얼굴로 고개를 획 돌려버렸다.
"쓰.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
그니까. 닮긴 뭐가 닮았다는 말이야?
나도 나은이 보여준 사진을 몇 번이나 봐서 잘 알고 있다.
"그래. 더는 말 안 할게. 그런데 그걸 잘하는 건 틀림없어. 나 방금 정말로 섹스를 하다가 죽는다면 그거대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
"아주 미쳤구나?"
"그러게? 차라리 미쳤으면 좋겠어. 흑!"
감정이 북받쳤는지 하 과장이 울음을 터트린 모양이다.
"지랄. 누가 죽..."
윤진은 다시 욕설을 내뱉다가 말을 멈춰버렸다.
다른 사람의 사정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어보이는 그녀였지만, 여기서 나가면 자신의 부친에게 어떤 꼴을 당할지 알 수 없는 여자에게까지 죽냐 소리를 하긴 어색한 모양이다.
"관두자..."
윤진은 엘리베이터에 등을 기대고 늘어져버렸다.
잠시 뒤에 하 과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 다시 내 곁으로 왔다.
"좋았어요. 이번에도. 고마워요."
"내가 고맙죠."
우리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도 윤진은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나름 생각이 많은 모양이다.
한동안 그녀는 그렇게 멍하니 앉아있었다.
"언제 고치는 거야..."
하지만 그 성격이 어딜 가지 않았다.
다시 투덜대기 시작했다.
하 과장도 나도 그녀의 짜증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보다는 체력을 아끼는 편이 낫다.
"피곤해..."
갑자기 윤진이 엘리베이터 바닥에 그냥 누워버렸다.
하 과장이 일어나더니 옆으로 다가가 앉아서는 윤진의 머리를 자신의 허벅지에 올려놓았다.
윤진은 그런 배려를 거부하지 않았다.
그러고 있다 그녀가 잠이 들어버렸다.
하 과장이 어색하게 웃으며 내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도 그녀에게 웃음으로 답했다.
다시 시간이 흘러갔다.
"도대체 언제 꺼내줄 거야!"
잠깐 동안의 잠에서 깨어난 윤진이 다시 투덜대기 시작했다.
"너무 기운 빼지 마. 정말로 주말이 지나고야 알아차릴 수도 있으니까."
"진짜 재수 없는 소리 할래?"
"어디선가는 몇날 며칠 동안 구출되지 못해 거의 죽다 살아난 경우도 있다던데."
"진짜! 하아... 배고파."
사실 그녀가 김밥 두 줄을 먹고 나서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
"배고프면 이건 어때?"
난 봉투 안에서 초콜렛 바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어! 리스 초코?"
그녀의 눈이 빛났다.
자신이 좋아하는 간식을 보니 기운이 나는 모양이다.
윤진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 손을 내밀었다.
"공짜는 한 번이면 족해."
"응? 뭐라고?"
윤진이 날 노려보았다.
"김밥은 공짜였지만 이건 안 돼. 하 과장 말대로 언제 구출될 지 모르는데 너한테 나눠주기는 아깝잖아? 그러고보니 그 김밥도 아깝네."
"원하는 게 뭐야?"
"글쎄?"
"설마 저여자처럼 너랑 하자는 건 아니지?"
"그렇다면?"
"조까!"
윤진이 가운데 손가락을 힘차게 내밀었다.
"누가 초콜렛 하나 때문에 너같은 놈한테 몸을 줘? 미친 새끼."
하지만 그녀는 내가 초콜렛 포장을 뜯는 모습을 보고 눈을 잔뜩 크게 떴다.
정말 먹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녀도 사실을 알고 있다.
지금은 비상 사태이다.
정말로 언제 구출될 지 알 수 없다.
그러니까 먹을 게 있을 때, 먹어서 에너지를 축척해 놓아야 했다.
아그작!
난 그녀가 보는 앞에서 초콜렛을 깨물어먹었다.
윤진의 눈에 서슬 퍼런 분노가 깃들었다.
아작! 아작!
난 놀리듯 입에 든 초콜렛을 맛있게 씹어먹었다.
"정미씨. 이리와요."
정미가 내게 다가오자, 난 그녀의 입에 반절 남은 초콜렛을 넣어주었다.
하 과장은 초콜렛을 입에 물고 난처한 표정으로 윤진을 바라보았다.
"씨발. 누굴 그지취급하는 거야? 초콜렛 따위에 몸을 팔라고?"
윤진은 내가 그녀를 도발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
"단지 초콜렛 뿐이 아닌데?"
난 봉투를 열고 안에 가득 들어있는 간식이며 캔 따위를 보여주었다.
"아!"
"아!"
두 여자 모두 탄성을 질렀다.
세 사람이라면 하루는 충분히 먹고 남을 양의 다양한 먹을 거리들.
그것도 전부 초콜렛이나 쏘세지 같은 고열량의 음식들과 시간이 지나도 상하지 않을 캔 음료였다.
"이거면 아껴 먹으면 며칠이라도 버틸 수 있을 겁니다."
"다행이네요. 근데 단 거 좋아하시나 봐요."
"예. 좀 안 어울리죠?"
"아뇨. 그런게 어딨어요. 윤진씨. 이제 얼굴 풀어."
하지만 윤진의 얼굴은 조금도 밝아지지 않았다.
내 손에 들린 보고를 보니 더욱 그런 모양이다.
"기껏해야 이틀이야. 늦어도 월요일이면 고치러 올 거야. 사람들 출근해야 되는데 그때까지도 모르는 건 말이 안 돼. 아니. 오늘 당장 연락만 안 되도 아빠가 당장 사람들을 풀 거야."
윤진의 말은 아마 그녀 자신에게 하는 다짐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든지. 그런데 우리가 먹는 동안 구경만 하고 있을 수 있지?"
"나쁜 새끼. 겨우 그따위로..."
"물도 얼마 안 남지 않았어?"
윤진이 굳은 얼굴로 손에 들린 물병을 바라보았다.
이제 겨우 반도 남아있지 않은 물을 보니 갑자기 갈증이 몰려오는지, 그녀는 침을 삼켰다.
"한 번쯤 이런 경험도 좋겠지."
난 다시 포장지 안에서 그녀가 좋아하는 초콜렛을 하나 꺼냈다.
"어때요? 당신이라면 초콜렛 하나로 내게 무얼 해줄 수 있어요?"
"뭐든지요."
하 과장이 웃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난 그녀에게 그 초콜렛을 넘기지 않았다.
그녀의 손에 들어가면 다시 윤진에게 넘어갈 것이 눈에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내가 뭐든지 할게요. 윤진씨는 그냥 두세요."
"빌어먹을 년. 지 혼자만 즐긴다 이거지?"
느닷없이 윤진이 자신을 도와주려는 하 과장을 욕했다.
"윤진아..."
하 과장이 윤진을 부를 때면 늘 안타까움이 섞여있었다.
"착한 척 하지마. 어차피 너 나한테 잘보이려 그러는 거잖아? 빤한 속셈을 내가 모를 줄 알고?"
"그런... 미안... 흑!"
하 과장은 그대로 눈물을 흘려버렸다.
윤진의 말이 어느정도 맞다는 것을 실토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차피 넌 정미씨 봐줄 생각 조금도 없지?"
"흥! 내가 왜? 아빠 옆에 붙어서 단물을 빨아먹다가 이제와서 딴 놈이랑 붙어먹은 년을 왜?"
"그거 처음에 네가 시킨 거 아니었어?"
"시킨다고 다 해? 무슨 개새끼야?"
윤진은 사람을 열받게 하는데 굉장한 소질이 있었다.
만일 내가 그녀를 손에 넣는 것이 여반장이라 생각하지 않았다면 꽤나 혈압이 올랐을 것이다.
"그럼 어디 버틸 수 있을 만큼 버텨봐."
난 다시 초콜렛의 포장지를 찢었다.
"잠깐..."
그런데 윤진이 내 행동을 제지했다.
그녀의 눈을 보면 대충 어떤 생각인지 알 거 같았다.
"해달라는 대로 하면 나도 거기 있는 거 나눠줄거지? 저 여자처럼."
그녀는 하 과장과 동등한 대우를 바라고 있었다.
"물론이지. 시키는대로 하면."
"좋아. 이걸로는 버틸 수 없으니까."
윤진은 얼마 남지 않은 물 핑계를 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이글거리는 눈은 다른 것을 욕망한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줘. 그거."
윤진이 초콜렛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아니. 네가 먼저."
"뭘 하면 되는데?"
"우선 그 거추장스러운 것들부터 벗지."
"흥! 더러운 놈. 생각하는 게 뻔하지."
윤진은 그렇게 날 비웃으며 손을 뒤로 돌려 브래지어를 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