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5화 〉@26. 엘리베이터가 멈추었다. (195/377)



〈 195화 〉@26. 엘리베이터가 멈추었다.

"진짜 아주 뒤집어 씌워도... 하다 하다... 그래서 우리 아빠가 널 강간하고, 니 애인을 불구로 만들었다고?"

"흑! 하아! 아아아... 진짜 굉장해! 믿을  없어."
하 과장은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리고 쉬지 않고 자신의 쾌감을 말해주었다.


"정말로... 이게 마지막이라 그래도 상관없어. 흐윽!"


"미친년. 누가 그렇다고 널 죽이기라도 한데?"

"흐윽! 미안해! 흐윽! 경훈씨... 흐윽!"
나와 섹스를 하고 있는 여자가 다른 남자의 이름을 불렀지만, 조금도 불쾌하지는 않았다.

이 여자와 어떤 관계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녀가 그 이름을 부른 이유가 섹스의 쾌감 때문에 나와 다른 남자를 착각한 때문도 아닌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 이름을 부를 때 정미는 더없이 슬퍼보였다.



"경훈? 설마 경훈 오빠?"


아무래도 아는 사람인 모양이다.


"그 경훈 오빠를 말하는 거야? 지금?"
윤진이 다급하게 물었다.


"학! 아아! 좋아! 미안해요. 당신. 흑!"


"대답해!  경훈 오빠가 맞냐고?"
윤진은 발악하듯  이름을 불렀다.


"맞아. 윤진이가 아는 그 사람."

"서로 아는 사람인 모양이군."
나도 궁금했다.


그런 이야기는 탐정 사무소에서 보내온 정보에 적혀있지 않았다.

"내가 사랑하던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윤진이 고등학교 때 과외를 해주기도 했었구요."

"경훈 오빠... 미국에  지 오래 됐는데..."
윤진이 힘없이 말했다.


"그래. 그랬지..."

"설마 당신 때문에, 우리 아빠가 불구로 만들고 미국으로 쫓아보내기라도 했다는 거야? 교통사고가 아니고?"


"미안해. 너한테까지 알릴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아아..."
어쩐지 윤진은 모든 걸 깨달아버린 모양이다.

"당신... 당신은 그 뒤에..."


"경훈씨가 소개시켜주었지. 좋은 분이라고. 좋은 일자리였다고... 하지만 하악! 아아... 정말로. 죽어도 좋아!"

"우리 아빠가 빼앗기라도 했다는 거야? 당신을 경훈 오빠한테? 그리고 사고까지?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
경훈이라는 사람이 윤진에게도 어떤 의미가 있는 이름이었던 모양이다.


"흑! 흑! 너도 알고 있잖아? 너희 아빠 냉철한 사람이란 거. 아니. 냉혈 동물이지. 흐윽!"
반쯤은 흐느끼며, 절반 쯤은 쾌락에 빠져 윤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냉철한 거 하고 냉혈한 거 하고 달라!"


"너 학교에서  거의 죽을 뻔하게 만들고, 너희 아빠가 어떻게 해결했는 지 기억 안 나? 하아..."

"그건... 그게  어쨌다고? 그년이 말을 안 들어서 그런 거잖아?"


"너도  아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는 거지? 으윽!"

"왜  일을 끌어들이는 건데?"

"그 아이 집안... 서울에서 쫓겨났어. 알고 있잖아. 냉혈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럴 수는 없잖아? 으윽!"


"자꾸 그 일을 꺼집어 낼거야?"


"미안... 여하튼 윤진씨 아버지... 그 남자가 그렇게  것은 틀림없어. 하아! 하아! 나한테 직접 말했어."
갈수록 하 과장은 힘에 겨워하고 있었다.



"거짓말이야. 경훈 오빠를 그렇게... 했을 리 없어."

"알고 있었지. 윤진이 네가 경훈씨한테 관심 있다는 걸. 하아... 학! 그것도 참을 수 없었던 거야... 하아!"
 과장이 날 바라보았다.


어느새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말라있다.


"뭐가 되었든 이제 상관없어. 전부 끝이야. 흐윽!"

"아빠가 널 죽이기라도 한단 말이야?"

"하아... 함 이사... 그 사람. 그쪽 출신이야."

"뭐? 아! 아..."
끊임없이  과장의 말을 부정하고 있었지만, 윤진도 그녀의 말에 곧잘 수긍해버리곤 한다.

아무래도 그녀의 말처럼 조금 이상한 사람이 이사로 있는 모양이다.


내게 전해진 정보엔 이런 이야기는 없었다.

당연하겠지. 회사의 비밀까지 알아달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윤진이라는 여자에 대한  알려달라는 정도였고, 회사에 관련된 것은 부차적인 것이다.

"함 이사 젊었을 때는 굉장했다더라. 아마 경훈씨도 그 사람이 거느린 자들이 관련되어 있겠지. 흑! 흑! 아! 이제 그만! 흑!"
하 과장은 다시 눈물을 떨구었다.

"거짓말!"
윤진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니까 엘리베이터가 열리면 도망가야해요. 당신. 살고 싶다면. 하아..."
하 과장이 날 안타까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런 거라면 마지막치고는 오히려 축복일지도... 흐음!"

"그럴리 없어. 아빠가... 내가 좋아하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


"이제 그 짓 그만 좀 하면 안 돼? 짐승들이야?"
윤진은 오로지 자신의 슬픔에만 민감했다.

"짐승? 그것도 나쁘지 않지. 학! 아아..."

"더러운 년!"
윤진은 다시 욕설을 내뱉었다.

"경훈 오빠가 그렇게  걸 알면서도 아빠랑 붙어먹어?"
이젠 자신의 부친에 대해서도 꽤나 미움이 생긴 모양이다.

"살아야 했으니까... 그리고 살려야 했어...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경훈씨는... 흐윽! 아! 당신!"


 과장은 말을 하다 말고 내게 입을 맞춰왔다.

나도 그녀와의 키스를 반겼다.




"씨발... 말도  돼. 거짓말이야. 전부! 아악!"
윤진은 화를 참지 못하겠는지 비명을 질렀다.

"흑! 좋아... 아아... 우리 왜 이제야 만난 걸까요?"
하 과장이  부드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도 안 떨어져?"
윤진은 두 번째 절정을 이르고도 그대로 내 위에 앉아있는 하 과장에게 다시 비아냥거렸다.


"윤진씨... 윤진아. 이제 그만해. 나 그냥 "

"시끄러! 정신 사납단 말이야!"


"정신 사나운 건 우리쪽이다. 괜히 방해하지 말고, 입닥치고 있어."

"뭐어?"

"아니면 너도 끼고 싶어?"


"그걸 말이라고 해?"


"아까 보니까 우리 관계를 훔쳐보면서 아주 흠뻑 젖어버리던데?"


"읏!"
윤진은 그제서야 젖어버린 팬티를 생각해내고 다리를 움츠렸다.

"보지마!"


"너한테 신경 안 쓸 테니, 너도 우리한테 신경쓰지 마. 그렇지 않으면."

"않으면 뭐?"

"너도 함께하고 싶은 걸로 알지."


윤진이 날 노려본다. 하지만 전처럼 난리를 피우지는 않았다.

"근데 아직 사정  한  맞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다시 물었다.

"혹시 마음에 안  건가요? 내가? 별로 안 좋은 거죠?"


"아주 꼬리를 쳐라!"
윤진이 다시  마디 했다.

"너무 그렇게 몰아세우지 마요. 윤진씨"
하 과장이 서글프게 윤진을 바라보았다.


"서로 신경쓰지 않기로 하지 않았었나?"

"너. 자꾸 그따위로 해봐. 나가서 보자고."
하 과장이 그녀의 부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나서 윤진은 오히려 기세등등한 것 같았다.


"그런 나가서의 일이고. 지금 너희 아빠가 어디 있는데?"

"잇!"
윤진은 내 으름장에 바로 꼬리를 내렸다.

아무리 대단한 아빠가 있었도, 지금 당장 옆에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멍청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사실 돈을 많이 들이기는 했지만, 학종으로라도 서울 시내 명문 대학에 진학했을 정도니, 꼴통은 아닌 것은 틀림없다.


단지 부친을 믿고 마음대로 날뛰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성격이 문제이지.

당장 내 눈빛을 보고 주춤거리는 걸 보니, 전형적 강약약강인 듯도 하다.




"조금만 쉴게요. 계속 이러고 있으면 또 이상해질 거 같아."
 과장은 내 허락을 구하고 내려 앉았다.

"그런데 꽤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고장난 걸 모르는 건가?"

"주말이라 그런가 보군요."

"하아... 진짜. 나가기만 해봐. 전부 가만 안 둘테니까."


"그만 화 풀어요. 계속 그렇게 짜증만 내고 있어야 윤진씨만 힘들어져요."

하 팀장이 윤진에게 다가가 다시 어르기 시작했다.

"왜? 계속 둘이 들러 붙어 있으시지?"


"경훈씨 때문에 그런 거라면 미안해요."

"그니까 경훈 오빠 우리집에 다닐 때 둘이 그런 사이였다는 거지?"
윤진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말했다.

"그런 사이가 사귀는 걸 말하는 거라면 그래요. 우리 사귀고 있었어요."

"더러워. 퇘!"
윤진이 침을 뱉은 곳은 그나마 하 과장의 얼굴은 아니었다.


"오래된 일이잖아요."

"난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고!"

"미안해요. 정말로."

"그것도 모르고... 다들 날 감쪽같이 속여왔단 말이지... 허! 나 혼자만 그렇게 가슴앓이를 하고..."




잠시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흘러갔다.


"배고파"
윤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네. 배고플 때가 되었나 보다."
나와 관계를 할 때와는 달리  과장은 다시 윤진의 충실한 보호자 역할을 시작했다.

"이리 와요"
 과장을 불렀다.

"배 많이 고파요?"


"조금요. 벌써 출출할 때가 된  같아요."

"그럼 잠깐만요"
나는 아까 내려놓았던 비닐봉지를 열고 준비해온 것을 꺼냈다.


하 과장은 내 손에 들린 둥그런 기둥 모양으로 말린 포장지를 보고 살짝 놀랬다.


"출출할 때 먹으려고 사  거예요. 이걸로 배나 가볍게 채워 보도록 하죠."


내 손에 들린 김밥 포장은 겨우 두 개.

그중 하나를 하 과장에게 주었다.


그녀는 포장을 풀고 바로 윤진에게로 갔다.

"배고프다고 했죠? 먹어요."
 과장은 내게 받은 김밥을 통째로 윤진에게 넘겼다.


윤진은 슬쩍 내 눈치를 보고는 바로 그걸 받았다.

"하 과장도 같이 먹어요."
그녀의 마음이 조금은 통한 걸까? 최소한의 미안함은 아는 걸까?
윤진이 손에 들린 김밥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됐어요.  참을만 해요. 꼭꼭 씹어먹고 힘내요. 언제 구출될지 모르니까 억지로라도 다 먹고요."

윤진은 별 말 없이 묵묵히 김밥을 주어 먹었다.



"왜 안 드세요?"
하 과장이 물었다.

"그렇게 배가 고프지 않아서요. 거기 모자라면 이것도 먹을래?"


"왜 자꾸 반말인데?"


"그쪽이 먼저 반말하지 않았던가?"

윤진이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나중에 후회하지나 말지."
하지만 김밥을 손에 넣을 기회를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윤진이 내 손에서 김밥을 빼앗아가고,  과장은 그녀가 안쓰럽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윤진은 김밥 두 줄을 전부 먹어치웠다. 눈치를 보니 혹시라도 다시 빼앗길까 걱정되어 나중엔 꾸역꾸역 집어넣는  같았다.

그리고 내게서 받아간 2개의 물통도 벌써 하나는 완전히 비워버렸다.


"이리 와 봐요."
하 과장을 불렀다.

그녀가 다가오고  다시 비닐 봉지 안에서 도시락 두 개를 꺼냈다.


"어?"
윤진이 그걸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이건..."


"나중에 먹으려 했는데, 생각해보니 우리도 먹고 기운을 내야   같아서요. 이번엔 저쪽은 배가 부른 거 같으니 우리끼리 먹읍시다."

처음부터 이렇게 할 예정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놀리기 위해서 두 종류의 식사를 준비했다.

"하지만..."
하 과장이 윤진을 바라본다.


씩씩거리는 걸로 보아 딱히 도시락이 먹고 싶다기보다 놀림을 당한 것은 눈치챈 모양이다.

그녀가 먹은 것은 편의점에서 가장 저렴한 김밥이다.

그리고 내가 꺼내놓은 것은 반찬들이 제법 실한 고급형 도시락이다.



"더 두면 상할 수도 있으니 빨리 먹어요."

"예..."
하 과장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도시락을 받았다.

"같이 먹을까요? 윤진씨?"

"됐어."
윤진은 심통이 잔뜩 난 표정을 지우지 않았다.


 과장은 불편한 표정으로 도시락을 비워갔다.
하지만 버티려면 체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던 모양인지, 꼭꼭 씹어가며 먹었다.

생각보다 심지가 굳은 여자 같았다.


단순히 상사 딸의 뒷치닥거리로 정신없는 여자로만 생각했었는데, 그녀의 태도를 지켜보니 평범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진이  남자에게 말을 하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다 말하면서도 삶의 의지를 잃지는 않은 모양이다.


어쩌면 나름 방법을 간구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을 먹고 나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하 과장은 잠깐 윤진의 안색을 살피고는, 다시 내게로 다가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윤진이 못마땅한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았지만 이젠 싸울 기력마저 떨어져버린 모양이다.



"근데. 정말로 왜 사정을 안  거예요? 내가 마음에 안 들어요?"
하 과장이  물건을 손에 쥐며 물어왔다.


"그럴리가요. 당신 처럼 멋진 여자가 마음에 들지 않을리 있어요?"

"그럼 우리 다시 한  해볼까요?"
하 과장이 내 위로 올라타며 말했다.


"하... 진짜. 잡것이네."
윤진이 참지 못하고 한 마디 내뱉었다.


하지만 하 과장은 벌써 내 물건을 손에 잡고 자신의 안으로 집어넣고 있었다.


"흐윽! 진짜. 크다. 어떻게 이렇게 클 수가 있는 거지? 아!"
쉬는 동안도 흥분이 완전히 가라앉은 것은 아닌지, 그녀의 아래는 적절하게 젖어있었다.


"흡! 굉장해!"
그녀는 아까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쾌락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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