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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8화 〉@25. 그녀가 없는 사이 그녀의 남자와 (188/377)



〈 188화 〉@25. 그녀가 없는 사이 그녀의 남자와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져있었다.


나은은 아마 자신이 그런 못된 청부를 한 순간부터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보다 훨씬 전, 내가 도연에게 탐을 낸 순간부터 정해진 일이다.




도연이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하루이틀 전의 일이 아니다.

그녀가 이 회사에 입사하던 때부터, 회사의 모든 남자들이 그녀에게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나 또한 그리 다르지 않았고.

물론 내게 이 능력이 생기기 전에는 딱히 그런 욕심을 채울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AV마스터의 힘을 지닌 이상, 그녀를 건드리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딱히 급하지 않았기에 그냥 있었을 뿐이다.



"내가 엄청난 짓을 저지른 거 맞죠?"
나은은 웃고 있었다.

"왜 그런 거지?"


"모르겠어요. 사실은  도연일 싫어하지 않아요. 착한 애는 아니지만, 나한텐... 좋은 동생이에요."
나은은 천천히 스스로의 감정을 더듬었다.


"아마도 내게 못된 본능이 있었는지도 모르죠. 질투를 했다거나... 도연이 무척 이쁘고, 좋은 사람을 만나 귀여운 사랑을 하고 있고... 그게 눈꼴이 시었던 게 아닐까요?"
지금 나은은 스스로를 혐오하고 있었다.


도저히 그녀가 도연을 이런 함정에 빠트려야할 이유를 찾지 못했고,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가 찾아낼 수 있었던 원인은 스스로의 천박함 뿐이었다.


"정말 그럴까?"

사실은 나도 확신할 수는 없다.


어쩌면 나은의 분석이 맞을 수도 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질투라는 감정은 때로 무서운 결과를 만들고야 만다.

이쁘고 행복한 동생에 대한 질투가 그녀의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었고, 그녀의 기억 속에 사라진 하룻 동안의 일이 남긴 감정은 그저 방아쇠가 되었을 뿐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와의 관계를 나누고 싶었던 거 아니야?"

"풉!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은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진짜... 오빤 자기 자신이 그렇게 대단한... 음..."
말을 하던 그녀의 표정이 바뀌었다.

"어... 음... 솔직히... 굉장한 경험인 거는 맞고..."


그녀가 생각하고 있을 것은 하나 뿐이다.

도연이 나은처럼 내 여자들  하나라면, 불행한 일일까?

"여자한테 행복은 섹스가 전부가 아니라고요."
나은은 내 말에 대항할 무언가를 찾아낸 모양이다.

"물론이지. 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며 살아가는 거. 그게 보편적인 여자가 원하는 행복이지?"


"잘도 아시네요."
나은은 여전히 그녀의 얼굴을 흘러내리는 그것을 혀로 핥고 있었다.

"정말 그런 걸 원해?"

"만약에 오빠를 독점할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그녀는 아직 미련이 남은 모양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이젠 돌이킬 수 없겠죠? 오빤 그런 남자였어요. 한 번 맛을 알고 나면 절대로 모르던 시간처럼 살아갈 수 없는... 생각해보니 끔찍하네요.
그리고... 오빠를 모르던 때와 알고  뒤를 비교해보면 확실히 지금이 낫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굉장한 걸 주고 있으니까요. 이제와서 오빠라 아닌 다른 누군가와  의미도 없는 섹스를 하며 평생을 살아가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어요. 오빠 말고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는다는  불가능해요."

한참 동안 자신에게 나의 의미를 규명하던 나은은 자리에서 일어나 수건을 찾아 자신의 얼굴을 닦았다.




"하지만 도연은 달라요.  적어도 행복했었어요."
일어나 서성인 것은 생각을 위한 것이었든 모양이다.


"그 아이에게 독약을 먹인 기분이에요. 아니... 차라리 마약에 가까울까? 진짜. 내가  그런 거지?"

"그러면 다음 의뢰는 없던 걸로 할까?"
도연의 일 때문에 혹시라도 심경의 변화가 생겼을까 싶었다.

"아뇨. 그건 아니에요."
나은은 다시 지독한 얼굴로 날 보았다.

"꼭 해주세요. 그렇게 해주면 정말 나 뭐든지  수 있어요."
나은은 이제 확실하게 깨달은 모양이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나은은 침대에 누워 생글거리며 내 물건을 구경하고 있었다.

"뭘 하는 거야?"

"보면 몰라요? 이쁜이를 보고 있어요."

이쁜이라니...
거기에 이름까지 붙이는  좀...



"진짜 신기하단 말이야. 그냥 커서 그런 것만은 아닌데... 그죠?"


"그런가?"


"네. 여하튼 굉장해요. 끔찍하고."

"이제 슬슬 출근 준비 해야겠다. 우선 씻어야겠는데?"

"도연이 나갔어요. 편하게 나가셔도 되요."
거실로 나가기 위해 옷을 입으려하는데 나은이 말했다.


"벌써?"


"얼마 안 됐어요. 나가기 전엔 영민씨한테 전화를 하더니 바로 나가더라고요."


흠.
어젯밤 그녀의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욕실에 들어가 씻으며 다시 캐스팅 카드를 사용하고, < 모니터 >로 도연을 따라가보았다.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었다더니 도연은 아직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회사 근처의 공원에 도착한 도연이 불편한 얼굴로 공원 벤치에 앉았다.


남자가 도착한 것은 그리고 조금 뒤의 일이었다.



"괜찮아?"
남자는 핼쑥한 얼굴의 도연을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어젠 술을 많이 마신  같더라."


"응. 괜찮아."
도연의 미소는 어딘지 어설프기만 했다.

"어제는 미안해. 내가 어떻게든 빨리 갔어야 하는데."

"사과하지마."

"응?"

"오빠가 사과하지 말라고."

"응? 아. 그래... 미안..."

"진짜로  그래? 오빠가 사과할 일이 아니잖아?"


"그런가?"
남자는 어쩔줄 모르고 어색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오빠가 잘못한 게 뭐가 있어? 회사 일로 늦는 거 나도 다 아는데. 마냥 짜증내는 내가 잘못한 거지."

"그래도 약속을 지키지 못한 거야 사실이니까..."


"싫어."
도연이 힘없이 한 마디 내뱉었다.

"아!"

"그런 오빠한테 짜증만 내는 내가 너무 싫어..."
도연은 당장이라도 울  같은 얼굴로 말했다.

지난 밤의 일이 그녀에겐 무척이나 죄책감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이 너무나 결연했다.


어쩌면 지난 밤에 있었던 일을 고백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너무 착하잖아. 오빠... 맨날 나만 못된 사람이 되고... 한  쯤은 화를 내도 괜찮잖아?"


"우리 처음에 약속했었잖아.  너한테 절대 화내지 않기로."

남자의 말에 도연은 허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언제든 싸우면 내가 사과하고, 네가 힘들면 내가 도와줄게. 넌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어. 난 항상 그럴 거야."

사랑 고백을 하는 남자라면 충분히 할  있는 말이었다.
 영원히 사랑할게. 언제까지고 너만을 위해 살아갈게.


그걸 지킬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것도 상대가 실수를 하고 잘못을 하는 것을 전부 받아들인다고?

바보이거나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거나 둘 중 하나이겠지.

"어제..."
도연이 다시 입을 연 것은 한참이 지난 뒤였다.


"미안했어. 자기가 보고 싶어서 그랬어."
결국 그녀는 거짓말을 하고야 말았다.

"그래. 정말 미안해. 다음부터는 내가 너부터 생각할게."
남자는 끝까지 도연을 다독거려주려 노력했다.



"이거 입어요."
샤워를 끝내고 나가니, 나은이 속옷을 꺼내 놓는다.


내가 자는 동안 나가서 사온 모양이다.


그뿐이 아니라 셔츠도 깨끗하게 다려놓았다.

꽤 사려깊은 여자이다.



"식사 준비 해놨어요. 간촐하니 대충 드시고 출근해요."
간촐하다기엔 제법 가짓수가 많았다. 찌개 하나 계란 말이와 고기볶음, 그리고 몇 개나 되는 반찬까지.

나은은 최선을 다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정성을 들인 만큼 맛도 있었다.

솔직히 말해  여자도 내게는 과분하다.

하지만 관계란 것은 잘 하는 사람에게 힘이 실리는 법은 아니다.



"그때 나 찍어준 사진들 있죠? 그것 때문에 팔로워가 세 배나 늘었어요."
그날 점심 시간 주은이 신이 나서 사진을 SNS에 올린 결과를 이야기해주었다.

"그게 그렇게 좋아?"

"당연하죠. 팔로워가 결국 고객님이 되는 거니까요. 전부가 그런 건 아니라도 적어도 잠재 고객이 늘어나는 것은 틀림없어요. 더군다나 팔로워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그것 만으로도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고요."

주은은 팔로워가 10만 단위를 넘어서면 협찬 광고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할 정도라 말했다.

"진짜 사진 잘 나왔다. 주은씨 엄청 섹시해."
주은의 SNS를 들어가 최근에 올린 사진을 감상하던 나은이 말했다.

"그죠? 좋아요가 엄청 많이 달렸어요."

"그러면 사진 자주 찍어야겠네요. 이런 식이라면 금세 원하는 숫자 차겠다."

"참! 나은씨는 SNS  해요?"

"나도 전에 만들어 놓기는 했는데 그냥 다른 사람 구경하는 것만 해요. 사진도 올리지 않았고."

"왜 안 해요? 나은씨도 조금만 하면 금세 인기 얻을 수 있을 텐데?"


"뭐. 성격에 안 맞나보지."

"아깝잖아요. 나은씨 이쁘고 몸도 굉장히 좋은데. 사실 요즘엔 몸이 좋은 게 훨씬 더 좋은데..."

주은은 느닷없이 나은에게 SNS에 시간 투자를 하라고 졸랐다.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을 거 같아. 나은씨도 사진이 잘 받을 걸?"
나도 나은의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다.

주은의 말처럼 170cm를 훌쩍 넘는 나은의 늘씬한 몸매에서 흘러나오는 매력은 발군이다.

"오빠가 찍고 싶으면 나도 좋아요."
나은은 나와 사진 작업을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니. 알았다면 더 좋아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날 오후에는 주은과 나은, 그리고  팀장까지  여자를 모두 데리고 스튜디어오에서 촬영을 했다.


처음에는 평범한 사진을 찍었다.

세 여자들에게 회사에서 출시한 옷을 입히고 모델컷을 찍었다.

세 사람 모두 전문 모델은 아니라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도 나름 건질만한 사진이 나온 것 같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원하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꼭 이렇게 해야돼요?"
상의는 정장을 입고, 아래는 벌거벗은 채 카메라를 바라보는 나은이 항의했다.

"좋은데 뭐."

"이거... 너무 야하잖아요?"

"아니. 전혀. 아직 모자라."


"그리고 정 팀장님은 도대체 뭘 하는 거예요..."
나은은 발가벗은  소파에 앉아 쉴새 없이 자신의 아랫도리를 어루만지고 있는 정 팀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물론  팀장이 자의로 그런 행동을 하고 있을  없다.

내가 그렇게 시켰기 때문이다.

다른 여자들과 달리 그녀에게는 철저하게 마조 육노예의 길을 조련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맞는 것인지,  팀장은 부끄러워하면서도 내가 시키는 것을 한 번도 거부하지 않고 따랐다.

지금도 그녀는 다른 여자들이 경멸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즐기며 쾌락에 빠져있었다.


"도대체 여자가 몇이나 되는 거예요?"
나은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말하지 말아요. 알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금세 자신이 한 말을 취소해버렸다. 무언가 끔찍한 소리를 들을 것 같다는 얼굴이었다.


"포기해요. 포기하면 편해."
마찬가지로 상의만 걸친 주은이 웃으며 말했다.

"이사람 사진도 진짜 변태처럼 찍는다고."
주은은 아직도 그날의 촬영회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근데 결과물은 진짜 괜찮아요. 나. 내가 그렇게 섹시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처음 알았어요."

"학! 그건 섹시한 표정이 아니라 섹스하고 있는 표정 아니었어요?"


나은은 주은의 사진의 비밀을 알아차렸다.


"그러니까. 이거 사실은 그런 사진이나 다름없다구요. 사진 찍는 내내 섹스하다 찍었으니까."

"진짜... 이런  알았으면..."
나은은 나와 섹스를 할 때와는 사뭇 다른 표정이었다.

아마 카메라 앞에서 이런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무척이나 불편한 모양이다.


"좋아. 그렇게 하면 돼."
나은이 어색한 표정으로 자세를 취했다.

그녀의 아랫도리를 벗겨놓은 것은 섹시한 표정이 아니라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담기 위한 장치였다.

"그래. 다리를 조금 더 벌리고."
나은이 날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진짜! 오빠! 혹시 나도 저 정 팀장님처럼 되는 거야?"
내가  팀장을 대하는 모습을 보고 겁을 먹은 것이 틀림없다.


"두려운 거예요?"
내가 나은의 사진을 찍는 동안 내 앞에 무릎꿇고 앉아 내 물건을 입에 넣고 있던 주은이 비웃듯 말했다.


"자기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우리들... 꼴이 너무..."
나은은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침에 그녀의 집에서 나올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때는 그래도 우리의 관계에서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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