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3화 〉@25. 그녀가 없는 사이 그녀의 남자와 (183/377)



〈 183화 〉@25. 그녀가 없는 사이 그녀의 남자와

도연의 손을 잡고 천천히 잡아당겼다.

그녀는 버팅기는 척 하면서도 서서히 내게로 끌려왔다.

잠시 뒤에 우리는 서로 숨이 닿을 만큼 가까이서 마주보고 있었다.



"지금 뭐하는 거예요?"
그렇게 말을 하고 있는 도연의 얼굴은 벌써 잔뜩 붉어져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결코 불쾌하다는 표정은 아니다.



"궁금해서 그래."

"뭐가요?"


"도연씨 나랑 오늘 처음 이야기를 나누는 거잖아?"

"그래서요?"
얼굴을 서로 마주한 상태에서 눈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조금은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렇게 부끄러워하는 거지?"

"하나도  부끄러워요."

도연의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어있는 것이 내 손으로 느껴졌다.


"정말?"


"손...  주세요."


"싫은데?"


"뭘 원하는 건데요?"
목소리가 조금은 뾰족해졌다.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뭔데요? 읍?"

난 그녀의 상체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다.


당황한 도연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아직 자유롭던 손으로 내 가슴을 밀쳤다.


틀림없이 처음엔 반항을 하려는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겨우  초도 지나지 않아 그녀는 눈을 감고 입을 열었다.

도연은 내 혀가 자신의 입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막지 않았다.

잠시 동안 그녀는 마치 인형처럼 그냥 얼어붙어 있었다.


아무런 말도 행동도 없었지만, 난 그녀의 주저함과 당황함, 그리고 죄책감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않았다.

 밀쳐내던 그녀의 손이 아래로 스스르 떨어지며 내 허리를 잡았다.

잡고 있던 다른 손을 놓아주었더니, 그 손으로는  등을 감싼다.

키스는 환상적이었다.


도연은 마치 오랜 시간 헤어졌던 연인인 듯 힘차게 날 껴안고 정열적으로 키스에 임했다.



우리의 입맞춤은 아주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아마도 분 단위는 훌쩍 넘어갔을 것이다.




"하아. 하아..."
서로에게 입을 떼고 도연은 다시 당황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왜... 그랬어요?"


"궁금해서."


"뭐가요?"

"도연씨가 날 좋아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

"아. 안 좋아해요!"
너무 오랜 키스를 끝낸 뒤라 그런지, 도연의 얼굴은 마치 술을 먹고 난 뒤처럼 붉게 물들어있었다.

"정말?"

"당신 같은 사람을 왜 좋아해요?"
여자의 강한 부정은 때론 강한 긍정일 때가 있다고 한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지금 도연의 태도는 너무나  말에 부합했다.



그녀가 내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날 나은과 함께 도연의 몸도 아주 잔뜩 범해주었고, 그녀는 울먹이며 쾌락에 빠져있었다.

그러니까 그녀가 내게 가진 호감은 결코 평범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을 것이다.

지금 도연의 얼굴에 떠오른 난감하기 짝이 없는 표정이 그녀의 심사를 대변해주고 있었다.

물론 그녀는 자신이 왜 내게 그런 감정을 지니게 되었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겠지만, 이미 일은 이루어진 뒤였다.

"내가 잘못 본 건가?"

"그래요! 어쩌려고 그런 거예요? 당신 나은 언니랑 사귀기로 했다면서요?"
죄책감 때문인지, 도연의 눈이 조금 붉어지려 했다.

"정말로 싫어?"

"싫어. 읍!"

다시 그녀를 끌어당겨 입을 맞추었다.


이번엔 바로 눈을 감고 입을 벌렸다.

 번째 키스도 좋았다.


조금전에 비해 약간 덜 거칠었고, 훨씬 더 따뜻했다.




"당신... 나빠요!"
도연은 정말로 울  처럼 날 비난했다.

"그런 거 같네. 잘못  거면 미안. 이제  할게."

"아!"
도연이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싫은 거야?"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왜... 사람을 놀리고 그래요?"
도연이 눈물을 떨군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했다.




"정말로 싫다면 다시는 안 할게."
붉게 물든 도연의 뺨은 굉장히 부드러웠다.

"싫어... 정말 싫단 말이야... 흑!"
도연은 손을 올려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는  손을 잡았다.


하지만 그걸 떼어내려 하지는 않았다.


그냥 그걸 잡고 있을 뿐이었다.

"흑! 나한테 왜 그러는 건데..."
그녀의 뺨에 대고 있던 손을 끌어당겼다. 도연의 얼굴은 마치 자석에 붙은 것처럼 내게 끌려왔다.


곧 우리의 얼굴이 다시 맞닿았다.

이번엔 가만히 있었다.

대신 도연이 내게 입을 맞춰왔다.


이번엔 어딘가 서글픈 키스였다.

그리고 그녀는 좀처럼 내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삐! 삐! 삐!
갑자기 현관문에서 도어록의 비밀 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연이 황급하게 내게서 입을 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입술 닦아요!"
그렇게 말하고는 후다닥 욕실로 뛰어들어갔다.




그녀가 사라지자마자 현관문이 열리고 나은이 들어왔다.

"맥주 사왔어요."
나은은 소파 위에 나 혼자 앉아있는 것을 보고 어색하게 웃었다.

들고온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그녀가 내 옆에 와서 앉았다.

"생각보다 빨리 왔네?"

"음... 생각해보니까..."
나은은 무언가 말 하기 어려운 것이 있는지, 날 쳐다보지도 않고 한참을 주저하다가 말했다.


"부탁한 거 취소할래요."


"왜?"

"좀 심한  같기도 하고, 나중에 서로 어떻게 볼까 싶기도 하고..."


나와 도연  사람만 두고 나가서는 마음이 바뀐 모양이다.
어쩌면 질투의 감정이 아니었을까?

그런 이유로 날 보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약속을 취소했기 때문일까?



"이미 늦었는데?"

"네? 무슨... 얼마나 됐다고? 설마 그 사이에 억지로?"


"그럴 사람 같아?"


"조금... 그럴 것도 같기는 한데."

음. 아무래도 난 나은에게 신뢰를 받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정말 그런 건 아니지요?"


"그랬다면 벌써 큰일 나지 않았을까?"

"하긴... 도연이 걔가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겠죠. 그럼 무슨 짓을  거예요?"


"비밀."


"진짜... 하아... 하여튼 정말로 늦었단 말이지요?"

"응. 이미 되돌릴 수 없어."

"나... 믿을 수도 없고,  믿을 수도 없고. 그럼 나 잘못한 거예요? 너무 빨리와서?"

나은에게 요구한 것은 30분 정도의 시간이었다.




그정도면 결과를 보기에 충분하다 생각했었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던 것은 아니다.


도연이 내게 호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지만, 그게 어느정도인지는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어떻게든 되겠지 싶었다.


사실은 나은의 말처럼 최후의 수단으로 그냥 덮쳐버릴 생각도 있었다.

어차피 도연과는 섹스를 한 이후이니 후환 같은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다.



"딱 적절하게 와줬어."


"나... 참... 입술에 빨간 것  지워요... 진짜... 진짠가 봐..."
나은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날 노려보다가 테이블 위의 티슈를 뽑아 내게 건냈다.

"그래?"
나은에게 받은 티슈로 입을 닦으니, 정말 빨간 립스틱이 묻어나왔다.


"생긴 거랑 어쩜 그렇게 달라요?"

"내가 뭘..."
조금 기가 죽어버렸다.

"아녜요... 오빠 참 순진하게 생겼다구요."


그게 아니라 여자랑 거리가 멀게 생겼다는 말을 하고 싶었겠지.

"하여튼 오빠 능력은  알았어요.  이상 뭐라고 안 할게요."
나은은 어쩐지 서운한 표정이다.


"하아... 괜한 말을 해가지고... 응? 그러고보니 사실 즐기는 거죠? 어쩐지 어제 밤에 말한  오늘 당장 한다고 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그녀가 눈치 챘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만일 나은이 요청하지 않았다면, 내가 요구했을 것이다.

어차피 도연은 내 타겟 안에 들어와 있었다.


주은과 함께 회사에서 제일 가는 미녀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야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비록 오해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이미  번 먹은 뒤인데.



"아니. 어디까지나 나은이 원해서 한 거야."

"뻔뻔스러워요. 오빠. 입에 침이나 바르고 말하시죠. 흥!"

그렇게  비난한 나은은 내게 입을 맞춰왔다.

우리는 짧은 키스를 나누었다.


역시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나은이 날 다시 노려본다.

"진짜... 겨우 15분도 안 된 거 같은데..."


아마도 부지런히 가서 맥주를 사서 황급하게 돌아온 모양이다.


그때 욕실 문이 열리고 도연이 나왔다.


안에서 화장을 고친 것인지, 그녀의 얼굴은 멀쩡했다.




"같이 좀 놀아드리라니까. 뭐 했어?"
나은이 순진한  물었다.


"그 오빠...  무슨 애야?"
도연은 오빠라는 말을 꺼내고는 흠칫 놀랐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놀란 사람은 그녀 뿐이 아니었다.

나은도 꽤 당황한 모양이다.

"그래. 와서 앉아. 너 좋아하는 다이어트 콜라 사왔어."


"응.."
소파로 다가온 도연은 주저하며  옆에 앉았다.


슬며시 팔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도연이 흠칫 놀라하지만 손을 빼지는 않았다.


잠시 그대로 있다가는 자신의 오른편에 놓인 쿠션을 가져와 나와 그녀가 잡고 있는  위에 올려놓았다.



"근데 무슨 이야기들 했어요?"


"그냥 아직 서먹해서... 그래도 말은 놓기로 했어."

"잘됐다. 참! 도연이 굉장히 이쁘죠?"


"그러게. 우리 회사에서 제일 미인인 거 같아."

나은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도연은 묵묵히 내 손을 만지고 있었다.


그녀의 작은 손에서 느껴지는 어떤 감정이 날 기분좋게 했다.




"거기들 앉아 있어요. 과일이라도 깍아 올게요."
다시 나은이 일어나자 도연이 화들짝 놀라며 내 손을 놓아버렸다.


나은이 주방으로 가버리고 도연은 다시 손을 쿠션 아래로 넣어  손을 잡았다.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도연은 나와 눈을 부딪치지 않으려는 듯 묵묵히 앉아 앞만 보고 있었다.


손을 뻗어 그녀의 뺨에 대고 내 쪽으로 돌렸다.

도연은 저항하지 않고 내게 얼굴을 향했다.

어쩐지 그녀의 눈이 떨리는  같았다.

우리는 그렇게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방에서는 부산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점점 끈적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다시 난 그녀의 얼굴에 댄 손을 잡아당겼다.

도연은 스르르 내게 다가와 입을 맞추었다.


주방에 있는 나은을 신경쓰며 우리는 키스를 나누었다.


그녀의 얼굴에 대고 있던 손을 내려 허리를 어루만졌다.

생각밖으로 도연은 상관치 않는다.

용기를 내어 조금 더 손을 내렸다.

그녀의 엉덩이를 가볍게 어루만지다 조금 앞으로 당겨 스커트를 지나 허벅지에 닿았다.

살짝 도연의 몸이 움찔거렸지만, 키스는 계속 이어졌다.

그녀의 저항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난 그 보드라운 허벅지를 어루만지며 키스를 했다.

"참! 영민씨 올 때 거의 되지 않았어?"
나은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오고, 그녀의 발걸음 소리가 뒤를 이었다.


"아직 안 끝난 모양이야."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리고 손도 쿠션에서 뺀 도연이 대답했다.


그때즈음 주방을 나선 나은이 거실로 나와 테이블 위에 쟁반을 내려놓고 내 왼쪽에 앉았다.


"둘이 진짜 서먹하다. 이거 드셔보세요. 사온지 며칠  거라 맛이 어떨지 모르겠다."
나은이 포크로 복숭아를 찍어 내게 주었다.


"참! TV라도 틀까?"
나은이 리모콘을 가져가 TV를 틀고 방송을 고르는 사이, 도연의 손이 다시 쿠션 안으로 들어왔다.


복숭아는 달고 맛있었다.

내 손을 더듬는 도연의 손길은 더 달콤했다.


"너 저거 좋아하지?"
나은이 개그맨들의 먹방 쇼를 틀었다.

"응. 그거 보자."
도연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고 있었다.


죄책감일까?
아니면 언니 몰래 하는 이런 행위가 짜릿한 걸까?



그때 나은이 내 왼손을 잡아왔다.

살짝 고개를 돌리자, 그녀가 굉장히 복잡한 의미가 숨겨진 것 같은 묘한 미소를 띄고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그녀에게 미소로 답해주었다.

나은은 다시 고개를 앞으로 했다.

세 사람은 묵묵히 TV를 보았다.

아마 셋 모두 각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은과 도연의 손을 함께 어루만졌다.

도연의 손은 자그맣고 부드러웠다.


나은의 손은 여자치고는  큰 편이었다.

손가락도 무척이나 시원하게 길었고, 매끈거린다.



어쩐지 두 여자의 손을 만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된다.


그때 나은이 웃음을 참느라 얼굴에 힘을 잔뜩 주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눈길은 내 아랫도리에 가 있었다.

음...
그녀석 주책없이 잔뜩 부풀어있었다.



이건 좀 안 좋은데?

분위기랑 어울리지 않아.



그때 어디선가 전화벨소리가 들려왔다.


도연이 내 손을 놓고 소파 저편에 놓았던 전화기를 들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