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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2화 〉@25. 그녀가 없는 사이 그녀의 남자와 (182/377)



〈 182화 〉@25. 그녀가 없는 사이 그녀의 남자와

다음날 오전에 탐정 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한 가지 의뢰를 했다.

나은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알아야 했다.


"알겠습니다. 3일 안으로 정리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참 그리고 말씀하신  사람을 쫓아다니는 사람들을 확인했습니다."


나와 정 팀장을 뒤쫓는 사람이 있었다는 보고였다.


그동안은 나타나지 않다가 어제는 나와 정 팀장 뒤를 쫓아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어제 나랑 정 팀장은 함께 있지 않았는데?


"두 팀이었습니다."


"팀이라고요?"

"예. 각기 2인 1조였습니다."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단순히 내게 원한을 가진 스토커가 아니었다는 말인가?


살짝 섬찟했다.

"누군지는 확인 했나요?"

"우리랑 비슷한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흥신소였다는 말에 난 오히려 안도했다.


무슨 범죄 조직이나, 수사원 같은 건 아닌 모양이다.



"나름 실력있는 곳입니다. 아직 의뢰주는 찾지 못했습니다. 지금 금융 기록 조회를 하고 있는데, 그걸로는 답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건가요?"

"뭐. 정 안되면  난폭한 수단을 사용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하."
사내는 별 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여하튼 조만간 확인하고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탐정 사무소의 정보는 거기까지였다.

어찌되었던  가지 확실한 것은 나와 정 팀장의 뒤를 쫓은 사람이  여자들  누군가는 아니라는 것이다.

평범한 여자들이 그런 사람들을  팀이나 고용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누군가가 날 노린다는 것은 너무나도 확실하다.


도대체 원하는 것이 뭘까?


당장은 탐정 사무소에서 범인을 확인해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응? 그건 그렇고 그 여자들... 전부 무고했던 거냐?

정말로 그녀들 중 아무도 정 팀장에게 보내온 사진과 아무 관련도 없는 거라면, 난 엉뚱한 사람들만 괴롭힌 셈이 된다.


쩝. 어쩔 수 없지.

나로서야 즐거운 시간이었으니...


딱히 그녀들에게 무슨 큰 트라우마 따위도 남은  같지 않으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점심 시간에 우리 사무실로 찾아온 사람은 둘이었다.

주은과 함께 나은도 와서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가자 졸랐다.

"오늘은 내가 살게요. 어제는 잘 얻어먹었으니까 내가 사게 해줘요."
그다지 어려울 것 없는 요청이었다.

여자들은 회사 근처에 어디가 맛있는지 잘들도 알고 있었다.


주은과 나은은 이미 상의를 끝낸 모양인지 회사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추어탕집으로 날 데려갔다.


"여자들도 이런 거 먹어?"

"못 먹을 게 어디있어요?"
나은이 웃으며 말했다.


"난 돈까스요."
주은은 못 먹는 모양이다.


그런데 추어탕 집엘 와서 돈까스라니, 그러려면 차라리 돈까스 전문점이 낫지 않았을까?


"많이 먹어요. 어제 힘 많이 썼으니까."
둘이 그러면서 웃는 모습이 아마 나때문이었나보다.


"그걸 어떻게 먹어?"
미꾸라지를 갈아 만든 추어탕이 나오자 주은은 얼굴을 찌푸렸다.


"한 번 먹어봐요. 보기보다 꽤 괜찮아요."

"우... 싫어요!"
주은은 단칼에 거절했다.

식사 시간은 즐거웠다. 이쁜 여자가 한 사람, 멋진 여자가 한 사람 눈을 즐겁게 하는 여자들과 함께 하는 식사가 나쁠리 없다.


"어제 잘 나가는 사람 곁에 있으면 자신도 잘 나갈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했었지?"
식사가 끝날 무렵 나은에게 물었다.

"네."


"그런데 내가 그렇게 잘 나가는 사람이었나?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잖아?"

"맞아요. 운이 좋았죠. 하지만 그거 굉장히 중요해요. "
흠... 과연 그럴까?


하지만 생각해보면 내 곁에 있는 것이 그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적어도 그녀에게 개런티는 톡톡히 챙겨줄 수 있다.

그것 만으로도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투자를 위한 자금을 만들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촉이 좋은 편인가?

행동력도 있고, 촉도 좋다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내 곁에 있어서 무얼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네."




"그런데 오늘 오후에 시간 있어?"
회사로 돌아와 주은을 보내고 나은과 잠시 휴계실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 뭐 할 건데요?"


"어제 부탁한  말야."

"아! 진짜로 해줄거예요?"


"그쪽은 지금 알아보고 있고."
나은에게 옛 남자 친구와 결혼할 사람에 대해 알아보는 중이라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녀의 얼굴엔 아주 달콤한 복수의 미소가 걸렸다.


"그런데 정말로 도연에게도 그렇게 하고 싶어?"

"어... 음..."
나은은 잠깐 고민에 잠겼다.

과연 자신의 행위가 올바른지 고민하는 모양이다.


"예. 해줘요."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렇게 해볼까?"
난 나은이 해야 할 일을 알려주었다.

"하! 진짜..."
내 말을 듣고  나은은 얼굴에 인상을 쓰며 날 바라보았다.

그거...
비난하고 있는 거야?


"어쩜 그렇게... 사람이 나빠요?"

"나쁜 짓을 시킨 건 나은이 아니었어?"


"맞기는 하지만... 아! 몰라! 진짜 그 계집애 왜 그렇게 눈에 거슬리는지 모르겠어요. 하아..."


그거야 그만큼 못되게 굴었으니까...

대체 기억으로 기억이 조작되었지만 감정만은 남아있기 때문일 거라 말해줄  없어 아쉬웠다.

"알았어요. 그렇게 해요."

결국 나은은 자신의 감정에 손을 들어버렸다.
그런데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그녀는 조금 불편한 얼굴로 돌아갔다.




"진짜로 그러기로 한 거예요?"
도연은 나은이 해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응. 진짜지. 내가 거짓말 하겠어? 근데 이거 비밀이다. 너만 알고 있어야 해."

"근데...  남자... 괜찮은 사람 맞아요?"
도연은 그동안 자신과 함께 사람들에게 안좋은 소문을 내던 당사자와 나은이 사귀게 된 것이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래. 알고 보니 좋은 사람이었어."

"그리고 돈도 많구?"

"흣! 그런 말 어디서 하지마. 남들이 들으면 내가 무슨... 뭐. 맞기는 하지만. 여하튼  조심해."

"내가 뭐 바본가? 어쨌든 언니가 마음에 들면 좋은거죠."
여전히 도연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축하해줄거지?"


"그럼요. 이제 언니가 그 사람 잊어버리고 새로 출발하는 것만도 얼마나 잘 된 일이에요."

"그래. 언제까지나 과거에 매달려 있을 수야 없지."


"그리고 돈도 많구."
도연이 놀리듯 한 마디 했다.

나은은 살짝 짜증이 올라왔지만, 얼굴에 나타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래. 돈도 많고. 나 속물이다. 흥."
나은은 웃으며 가볍게 넘겼다.


"농담이에요. 여하튼 잘 된  맞아요. 앞으론 나도 나쁜  안 할게요."


"고마워. 역시 너뿐이야."
두 여자는 서로 다른 마음을 가지고 서로의 손을 잡고 마구 흔들었다.

"그런데 언제   같이 식사라도 하자."

"함께요?"


"그래. 맞아. 영민씨도 함께하자. 서로  좋은 감정 풀어버리고..."

"알았어요. 그렇게 해요."
도연은 마지막까지 그다지 밝은 표정을 보이지 못했다.

그녀의 마음을 알 길 없는 나은은 자신이 도연에게 저지르기로 한 나쁜 계획에 대해 더 이상 주저하지 않기로 했다.


"자기야. 오늘 언니네 집에 가서 같이 저녁 먹기로 했는데, 자기도 갈거지?"
퇴근 시간이 다 되었을 무렵 도연이 어리광 부리듯 남자를 졸랐다.

"응? 오늘 조금 늦을 거 같은데 괜찮아?"

"얼마나?"

"아직 끝나려면 한 시간 쯤?"


"그럼 우리 먼저 가 있을게 그리로 올래?"

"그러지."



나은과 도연은 택시를 타고 함께 나은의 집으로 갔다.


그녀들의 행동을 모니터로 지켜보던 나도 슬슬 준비를 하고 회사를 나섰다.




나은의 집은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녀에게 받은 주소를 따라 도착해 벨을 눌렀다.


"이제 오세요!"
나은이 포옹으로 반겨준다.

그녀와 안고 있으면서 본 도연의 표정은 모니터에서  때처럼 조금도 밝지 않았다.



"여기 앉아요."
나은이  소파로 데려가 미리 앉아있던 도연 옆에 앉혔다.


도연이 불편한 얼굴로 소파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인사해요. 우리 회사 도연씨. 서로 알고 있어요?"

"얼굴은 뵈었는데 아직 인사를 나눠본 적은 없네. 안녕하세요. 오늘 처음 인사하는 거죠?"


"안녕하세요."
도연이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뭐야? 너무 어색하잖아?"
나은이 우리 둘 사이를 편하게 해준다며 괜히 이런 저런 이야기를 꺼냈다.


"참.  마실까? 우리? 맥주?"

"난 그냥 콜라로 줘요."

"난 맥주가 좋겠네요."

"잠깐만 있어요."
나은이 주방으로 가버렸다.


"항상 멀리서만 봤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뵙기는 처음이네요. 근데 가까이서 보니까 훨씬 더 이쁘시네요. 전부터 지나칠 때마다 굉장히 미인이라 생각은 했었는데."

"그러셨어요?"
도연이 살짝 억지 미소를 지었다.

"예. 도연씨가 우리 회사 제일 이쁘신 분이잖아요."


"그정도는..."

"그런데 나은씨랑은 제일 친하시다면서요?"

"네. 나은 언니가 너무 착하고 좋은 사람이잖아요."

"어쩌지? 집에 맥주가 있는 줄 알았는데 하나도 없다."
그때 다시 나타난 나은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그냥 콜라로 괜찮아."


"아니. 잠깐만 있어요. 내가 금세 사올게요. 어차피 살 것도 있고."


"그럼 나도 같이 가."
도연이 일어나며 말했다.
나와 단 둘이 있기에는 불편한 모양이다.




"넌 그냥 있어. 너까지 가면 영웅씨 혼자 심심하잖아."


"어? 응? 어..."
엉거주춤하게 일어서던 도연이 다시 앉아버렸다.




"금세 올게.  사람만 있다고 이상한  하지 말고."
나은이 농담처럼 한 마디 던지고 나가버렸다.


"이상한 짓은... 진짜!"
나은이 사라지자 도연이 손으로 얼굴에 바람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러게요. 이상한 짓은. 하하."

"저기..."
도연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진짜로... 나은 언니가 좋아하는 분인 거는 알겠는데..."


"예."

"저는 그쪽이랑은 조금..."

"조금?"


"친해지고 싶은 생각 없거든요."
도연은 날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말했다.

"내가 싫은가 봐요? 내가 무슨 잘못한  있어요?"

"아뇨. 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
도연은 계속해서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럼 괜히 주는  없이 미운 사람?"


"그런 거 아니에요."
도연이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음. 미움을 받는다고 해도, 이유는 말해주는 게 좋지 않아요?"

"여하튼 그렇다구요. 나은 언니한텐 말하지 말아요."

"도연씨가 나 미워하고 있다는 거 말이에요?"

"미워하는거... 여하튼요. 언니가 친하게 지내라고는 했지만, 나 아무래도 무리에요. 그러니까 언니 있을 때만 조금 친한척 해주면 고맙겠어요."


"그리고 언니 없을 때면 서로 모르는척 하자구요?"

"네에..."
도연이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음... 그런데 왜 내 얼굴을 마주치지 않아요? 보기도 싫은 거?"

"그런  아니거든요."
도연이 도전적으로 얼굴을 들었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잠시 우리는 서로의 눈길을 교환했다.


그녀가 말한 것처럼 밉다거나 싫은 감정 따위가 실린 눈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무언가 간절한 감정이 담겨있었다.

어쩐지 그녀의 눈길을 받고 있으니 기분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바로 눈을 돌려버렸다.



"당신... 좀 무섭게 생겼어요."
도연이 가까스로 핑계 하나를 만들었다.


"좋아요. 정 그렇다면 원하는대로 들어줄게요."

"후우..."
도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은. 음. 나은씨가 돌아올 때까지는 나랑 놀아줘요."

"네?"
도연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뭘 해달라고요?"


"그냥 서로 바라보며 편하게 이야기 하는 거? 그정도는  수 있죠?"

"어... 음..."
도연도 자신이 너무 무례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녀는 힘겹게 고개를 들고 날 바라보았다.


"이러면 됐죠?"

"고마워요. 아. 근데 도연씨 나은씨보다 어린 거 맞죠?"

"네."


"그럼 말은 놓아도 되죠?"


"그러세요. 그럼."

"그래.  됐다. 사실 도연이처럼 이쁜 여동생이 있었으면 했거든."

"여동생 아니에요."
다시 그녀가 눈길을 피하려 했다.


"그래? 내가 보긴 여동생 같은데?"
말을 하며 난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어? 어... 어... 왜 이래요?"


"도연씨 나랑 친하게 지내기 싫다고 한 거, 사실은 내가 싫어서 그러는 거 아니지?"

"그게 무슨 말인데요?"
도연은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려 잡아당기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엔 그다지 힘이 들어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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