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9화 〉@24. 청부 섹스. 저 여자를 따먹어 주세요.
"아! 학! 아니. 그게! 하윽! 어떻게! 으윽! 잠깐만요! 아앙! 안돼! 나 말 좀 할게! 헉! 헉! 하윽! 좋은데!"
나은이 그렇게 허둥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어쩐지 재미있어 죽을 것 같았다.
그녀는 내게 무언가 변명을 하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쾌락에 빠져 있었고, 그 명석한 머리는 전혀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윽! 윽! 잠깐만! 멈춰봐! 오빠! 하응!"
물론 난 멈출 생각 따위 눈꼽만큼도 없었다.
"흐응! 몰라! 이젠! 나도! 하악!"
그녀가 지금 무얼 말하고 싶은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즐거웠다.
"오빠! 저기! 영웅씨!"
애교섞인 명칭이 어느새 바뀌었다.
그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모양이다.
"저기요! 혹시! 나한테! 학! 복수하는 거에요? 흑!"
"복수?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지? 지금 즐기고 있는 거 아냐?"
"아니... 흐윽! 그게 아니고! 아! 앙!"
나은은 내 질문에 말문이 막혀버린 모양이다.
"아응! 몰라! 흑! 맘대로 해! 하악!"
더이상 그 질문을 하지 않는 걸 보면 지금의 쾌감을 부정할 수 없는 모양이다.
"흐윽! 아! 아! 간다! 간다! 가! 오빠!"
나은은 눈동자의 흰자위를 보이며 아주 장렬하게 절정을 맞이했다.
나은이 눈을 감고 쾌감의 여운을 느끼는 동안 난 기쁜 마음으로 그녀의 오르가즘을 지켜보았다.
"그래. 할 말이 있었던 거 같은데?"
그리고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우리의 대화를 다시 이어가기로 했다.
"하아.. 하아... 오늘 나 만난 거 정말로 복수하려고 한 거예요?"
"복수? 어떻게?"
"나 한 번 따먹고 버리면 그게 복수지 뭐예요? 쉬운 여자라고 생각한 거죠?"
심통이 난 얼굴이 되어 나은이 물었다.
"복수라... 지금 나랑 한 거 별로 안 좋았던 모양이네?"
"그런 아닌데..."
"그럼 좋았어?"
"좋은 건 사실이지만..."
"복수라면서 상대를 즐겁게 만드는 것도 있나?"
"어.. 음... 뭐 꼭 내가 좋을 걸 어떻게 알았겠어요? 그냥 먹버 할려고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런 거 같아?"
"무슨 대화가 그래요?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지?"
"복수하려고 한 거 아니야. 나은이한테 매력을 느낀 게 맞아."
"진짜죠?"
"응. 그리고 나은이 좋아할 것도 알고 있었고."
"무슨 자신감이 그렇게 넘치는 거예요?"
나은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정말로. 나랑 해서 느끼지 못할 여자는 세상에 없어."
"와! 오빠처럼 거만한 사람 태어나서 처음 봐요. 풋!"
나은이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을 이었다.
다시 오빠라는 호칭을 쓰는 걸 보니, 아무래도 내 질문으로 인한 두려움이 조금은 사그라진 모양이다.
"진짜 원래 그렇게 뻔뻔해요?"
"뻔뻔한 게 아니라, 알고 있는 거 뿐이야."
"좋아요. 그렇다고 해 둬요. 근데 뻔뻔한 것도 나쁘지는 않네요. 나 좀 안아줘요. 그냥 그렇게 보고 있지만 말고."
나은이 팔을 활짝 벌리고 말했다.
상체를 숙이자 그녀가 날 안고 입을 맞추었다.
우리는 꽤 길게 키스를 했다.
"그래. 그럼 한 번 말해봐. 어떤 이유로 나에 대해 그런 말을 하고 다닌 거야?"
키스가 끝나고 난 다시 그 이야기를 주제로 올렸다.
"사실은 사정이 좀 있었어요."
"사정?"
"예. 회사에 친한 동생이 있는데, 그 동생이 오빨 좀 싫어하거든요. 음... 아주 많이요. 그래서 뭐... 장단을 좀 맞춰주느라... 하하..."
나은은 슬쩍 눈을 피했다.
"아마도 도연이라는 친구지?"
"응? 알고 있었어요?"
"도연이 왜 그렇게 날 싫어하는데?"
"음... 그건 미안... 나 사실 남의 일을 그렇게 옮기는 거 조금..."
나은이 난처한 얼굴로 대답을 회피했다.
"그래. 말하기 불편하다면 묻지 않을게. 근데 단지 그것 뿐이야?"
나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어... 음..."
"질이 안 좋은 사람이 틀림없다고 했었지? 생긴 건 저래도 여자들한테 못되게 구는 종류의 인간이라 했었나?"
"하하... 꽤나 상세하게 알고 계시네요..."
주은이 말해준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그런 말을 할 때, 꼭 감정이 잔뜩 담겨있었다고 했었다.
주은의 말이 맞다면 단순히 동생과 장단을 맞추기 위한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의미였다.
내가 굳이 그녀에게 확인을 하려는 이유가 그런 것이었다.
나와 정 팀장의 사진을 찍어 보낸 누군가는 나 혹은 정 팀장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뭐. 나와 이미 몸을 섞은 이상 나은이든 도연이든 내게 적대할 일은 없겠지만, 누가 그랬는지는 알아야 했다.
나은, 도연 그리고 반 서희 팀장. 셋 중 누가 내게 가장 큰 원한을 가진 걸까?
"으음... 이거... 말 하면 나 미워하지 말아요. 네?"
나은이 어설프게 웃으며 말했다.
"미워할 이유가 없지. 그랬다면 지금 이러고 있지도 않았을걸."
"으음..."
나은은 조용히 상체를 일으키고 침대 맡에서 자기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비슷하게 생겼거든요. 당신... 그 사람하고."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며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이라?
"나 얼마전... 몇 달 전까지 사귀던 사람 있었어요. 사정이 있어서 지금은 갈라졌지만..."
어떤 감정이 잔뜩 실린 목소리로 말을 하며, 그녀는 스마트폰 화면을 내게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나은과 한 남자가 다정하게 서 있었다.
"닮았다고? 어디가?"
내가 보기에는 그냥 멀쩡하게 생긴 사내로만 보였다.
"키가 큰 거?"
억지로라도 나랑 비슷 한 점을 찾으라면 키가 크다는 정도?
170을 훌쩍 넘는 나은에 비해서도 한 뺨 이상이나 크니, 나 정도는 아니라도 꽤 큰 편인 듯 하다.
하지만 그걸 제외하면 그다지 비슷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생긴게 비슷하다는 게 아니에요. 이미지가 그래요."
나은이 우기기 시작했다.
"응? 이미지?"
그건 더욱 말이 안 된다.
남자는 꽤 호감형이다. 눈썹도 짙고 코도 날카롭다.
"뭐. 잘 보면 비슷한 점도 꽤 있어요. 눈매가 날카로운 거라든지... 조금 길쭉한 얼굴 형태라든지... 차갑게 내려간 입꼬리라든지..."
나은은 자신의 옛 남자와 내 공통점을 하나 하나 말해갔다.
근데 희안하게 그녀의 말을 듣고 있으니, 조금은 비슷하지 않은가 싶었다.
"그랬나?"
"예. 근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느낌이 되게 비슷하다는 거예요. 뭐라고 하지? 좀 무섭다고 해야 할까? 근데 알고 보면 또 따뜻한 남자이기도 하고..."
말을 하고 있는 동안 나은이 보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니라 그녀의 기억속 그 남자였을 것이다.
"나. 남자 보는 눈이 꽤 정확하거든요. 그래서 알아요."
"그래. 나랑 이 사람이랑 비슷해서 내가 싫었다는 거지?"
"네. 아주 나쁜 자식이니까요."
순간 나은의 눈에는 서릿발같은 한기가 감돌았다.
"내가 어떻게... 아니. 내가 한 일은 그만 두고 인간이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뭔가 맺힌 게 많은 모양이다.
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말을 묵묵히 들었다.
"물론 내가 그자식 군대가도 기다리고, 공부한다고 외롭고 힘들어 할때, 항상 옆에서 기다리고, 도와주고... 그런 건 둘째 쳐요. 꼭 어려울 때 사귀던 사람이랑 잘 되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요. 나도 그 정도는 안다고요."
말을 하다보니 열이 오르는지 나은은 잠시 숨을 골랐다.
"그래도 결혼하자 약속까지 해 놓고, 다른 사람이랑 사귀고 있는 건 좀 아니잖아요?"
그렇게 말하고는 눈에 눈물까지 글썽이는 걸 보니 그녀의 상처는 아직 전부 치료되지는 않은 모양이다.
"원래 올해 안에 결혼하기로 했어요. 같이 결혼식할 예식장도 알아보고... 그런데 그 와중에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하고 있었지 뭐예요? 진짜... 더러운 자식! 내 그럴 줄 알았어!"
"그래서 날 욕한 거야?"
납득이 갈 것 같기도, 말도 안된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처음엔 그냥 도연이랑... 합을 맞추던 건데... 어쩌다보니 감정이 이입이 되어서... 하하... 나도 모르게 꼭 그 자식 욕을 하고 있는 거 같더라구요. 바보 같았죠?"
나은은 혀를 낼름 내밀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고 나니까 당신한테 복수를 당해도 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딱히 원한이 있는 건 아니야. 그냥 궁금했던 거지."
나와 관련도 없는 사람이 뒤에서 흉을 보고 다닌다고, 엄청나게 상처를 받거나 하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그녀는 나와 같은 팀 사람도 아니다.
그저 날 따라다니면서 사진을 찍을만큼 원한이 깊은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여하튼 그렇게 되었어요. 그니까 당신이 진짜로 날 먹버해도 원망은 안 할게요."
"먹버라니.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그야... 내가 해 놓은 일도 있고... 당신한테 잘 보일려고 열심히 떠든게 무산된 거 같기도 하고..."
나은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게 아니라 여기서 그냥 두면 내가 먹버하는 게 아니라, 나은이가 날 먹버 하는 거지."
"응?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은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왔다.
"넌 방금 아주 신나게 즐겼잖아? 왔어? 안 왔어?"
"오... 오선생이요?"
나은은 오르가즘이란 단어가 어색했던 모양이다.
"응."
"왔죠. 오기야... 솔직히 그렇게 대단한 건 처음이었는데..."
"근데 난 아직 만족 못 했는데? 그러니까 여기서 끝내면 너만 즐긴 거 아냐?"
"무슨... 응? 아직 사정 안 했어요? 지금 또 하려구요?"
그녀는 달려드는 날 보고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했다.
"와우! 진짜... 어떻게?"
우리의 두 번째 섹스가 끝났을 때, 나은은 처음보다도 훨씬 더 놀라했다.
"무슨 남자가 그렇게 잘 해요? 생긴거랑 너무 다르잖아요?"
"응? 내가 왜? 어디가 어때서?"
왠지 그녀의 말에 조금 마음이 상했다.
"그쪽으로는 좀 순진할 거 같았단 말이에요..."
나은이 엉뚱한 말을 한다.
"순진하다는 게?"
"그 있잖아요. 힘은 좋은데, 경험은 그렇게 많지 않아서 제대로 못 다루는..."
"혹시 예전 남자 친구가 그랬던 모양이지?"
"어... 음... 그러니까..."
정곡을 찔린 모양인지, 나은은 말을 잇지 못했다.
"나랑 옛 남자랑 헷갈려?"
"그건 아닌데..."
나은이 고개를 푹 숙였다.
"나. 사실은 남자 사귄게 그 자식 한 명 뿐이거든요..."
시원시원한 행동과 다르게 경력이 대단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스무 살 때 처음 만났어요. 난 그 자식 하나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는데..."
첫 남자와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하다가 배신을 당했으니 그녀가 쉽게 해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이제는 이해가 된다.
"여튼... 내가 틀렸네요. 헤헤..."
나은이 어색하게 웃었다.
"미안해요."
"뭐가?"
"이런 자리에서 옛남친 얘기 꺼내는 거 매너 없는 짓이잖아요."
"괜찮아. 그 정도를 가지고 매너 없다고 하면 안 되지."
"고마워요. 근데 진짜 죽였어요. 막 이게 마지막 섹스라고 해도 여한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와! 오선생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이런 걸 줄은 몰랐네."
나은은 조금 마음이 풀린 모양이다.
"근데 말 나온 김에 물어보는 건데, 그 남자 그렇게 양다리를 걸치다가 나은이한테 들킨 거야?"
"음. 아뇨. 난 꿈에도 몰랐어요. 그자식이 말해줄 때까지는 말이에요. 어느날 갑자기 그러더라구요. 이젠 날 놓아주겠다고. 그리고 헤어져서 나가는데, 밖에 여자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나중에 전화해서 따졌죠. 무슨 짓이냐고? 솔직히 말하더라구요. 자기 회사 사장 딸이래요."
나은은 입술을 깨물었다.
"야망을 위해 나은일 버렸다는 거로 들리네?"
"나한테 그랬어요. 자긴 내가 아직도 좋데요. 하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나? 나쁜자식!"
그녀는 다시 씩씩거렸다.
그런 원한이라면 결코 쉽게 잊혀지지 않으리라.
"그럼 그 원한 잊을 수 있게 해줄까?"
내가 그녀의 얼굴을 잡으며 말했다.
"어떻게요? 나랑 사겨줄 거예요?"
나은은 자신의 욕심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아니. 대신 다른 걸 주지."
난 다시 그녀의 몸을 탐했다.
"아니. 아니. 이건... 하앙!"
나은이 절정에 다다르는 시간은 갈수록 짧아졌다.
마지막에는 겨우 5분 정도만에 완전히 느껴버렸다.
그보다는 절정의 여운을 느끼는 시간이 오히려 더 길었다.
한참 동안 나은은 정신도 차리지 못하고 허덕거렸다.
"하하... 오빠 말이 맞았어요. 원한이고 뭐고 진짜로 아무 생각도 안 났어요. 지금도 그러네요. 진짜. 그 자식이랑 헤어지지 않았다면, 이런 느낌 몰랐을 거 아녜요? 평생."
"난 거짓말은 안 해."
"이제 좀 씻으러 가고 싶어요."
나은이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갔다.
난 잠시 전화기로 메시지를 보내고 따라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