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7화 〉@24. 청부 섹스. 저 여자를 따먹어 주세요.
기프트 카드 < 불안한 스티커 >
- 몸에 부착하면 하루종일 불안한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 부착 부위는 꼭 맨몸이 아니라 의복이라도 상관 없습니다.
이 두 가지는 지난번의 < 간지러운 스티커 >와 비슷한 종류인 듯 싶다.
뭐. 어디에 써야 할 지는 아직 모르겠다.
기프트 카드 < 로마네 꽁띠 1945 >
-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생산된 부르고뉴 와인입니다.
- 아무리 큰 돈을 줘도 구할 수 없는 환상의 와인입니다.
흠...
이름만 들어본 술이다.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았다.
한 병에 6억 원에 팔렸다고?
아...
이건 당장에 아무 쓸모도 없는 물건이다.
나 같은 사람이 그런 고가의 와인 맛을 느낄리도 만무하고, 누구에게 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선은 그냥 보존해두기로 하자.
기프트 카드 < Aston Martin DB5 >
- 1965년 제작된 애스턴 마틴의 빈티지 카입니다.
- 썬더볼 (Thunderball)에 등장한 차량을 충실히 재현하였습니다.
- 방탄 차체와 방탄유리가 부착되어있습니다.
- 전기충격 보안장치가 내장되어있습니다.
- 스마트 폰에 설치된 앱으로 언제든지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Level 5 오토메이션으로 스마트 폰의 앱으로 자동 주행을 지시할 수 있습니다.
- 음성인식 기능이 내장되어있습니다.
- 전후방의 차량에 대한 전자 공격이 가능합니다.
도대체 이건 뭐지?
차가 나왔다는 것은 두 번째 문제이다.
1965년의 빈티지 차라는 것도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머지 설명들은 날 깜짝 놀라게 한다.
썬더볼에 나왔던 차?
그리고 말도 안 되는 기능들은 전부 뭐지?
이거... 타고 다녀도 되는 걸까?
궁금해서 다시 검색을 해보았다.
$1,500,000
클래식 자동차 사이트에서 엄청난 가격이 매겨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대체 내게 이 엄청난 것들을 주는 이유가 뭘까?
AV 마스터의 능력만도 대단한데, 로마네 꽁티에, 수십억짜리 자동차라...
물론 내 능력은 이런 물건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대단하다.
그래도 돈으로 환산되는 가치의 상품들을 보니 당황스러운 마음을 금하기 어려웠다.
이걸 써 봐? 말아?
고민을 하다가 카드를 찢었다.
설마 집 안에 자동차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겠지?
카드가 사라지며 내 손에는 구식의 자동차키가 하나 들려있다.
- 스마트폰에 해당 앱이 설치되었습니다.
언제나처럼 충실하게 안내해준다.
지연과의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서면서 주차장에 내려가 스마트폰을 켜고 앱을 확인해본다.
지도위에 그리 멀지 않은 곳에 DB5라 쓰여진 자동차 아이콘이 깜빡이고 있다.
그곳으로 걸어가보니, 조금전 검색해 보았던 베이지 색의 빈티지 자동차가 한 대 서 있었다.
정말이네.
사실 그동안 받아왔던 다른 기프트 카드에 비하면 대단할 것도 없었지만, 남자들이란 의례히 멋진 자동차를 보면 가슴이 뛰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열쇠로 문을 열고 차에 올랐다.
빈티지 자동차라 그런지 수동기어가 달려있다.
내가 수동 자동차를 몰아본 것이 언제의 일이더라.
어쩐지 자신이 없지만, 열쇠를 꽂고 시동을 걸었다.
부우웅!
생각보다 묵직한 소리가 날 반긴다.
운전은 생각처럼 어렵지 않았다.
어쩐지 삶에 즐거움이 하나 더 늘 거 같았다.
그날 오후에는 지연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더이상 내게 수빈의 일을 묻지 않았다.
내가 다른 여자와 만난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것이 싫은 것인지, 아니면 그걸 언급하는 것이 문제가 될까 두려운 것인지는 모르겠다.
"여름 휴가로 어디가 가고 싶어? 바닷가? 아니면 온천?"
"온천이요?"
지연이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역시 한국 사람들에게 온천은 어디까지나 나이든 사람들이 몸을 지지기 위해 방문하는 장소라는 이미지가 강한 모양이다.
"그냥 평범한 온천이 아니라 그 뭐지? 일본 만화에 나오는 그런 옛스러운 온천 같은 곳인 거 같아."
사실 카드를 보자마자 벌써 머리에 이미지가 그려졌다.
아마도 온천물. 그러니까 휴양을 갔다가 어떤 일이 생겨 난잡한 일이 벌어지는 그런 장르을 찍기 위한 장소일 것이다.
일본 말로는 료칸이라 했었지?
"바다요! 바다!"
하지만 지연은 그런 장소에 대해 조금도 로망이 없는 모양이다.
"그렇게 하자. 참. 섬도 괜찮지?"
"그럼요. 섬에 가본 적 한 번도 없는데 잘 됐다."
지연은 마냥 기꺼워했다.
"참. 그땐 수빈 언니도 함께 가요."
그때 까지 언급하지 않던 이름을 다시 올렸다.
"정말 그래도 돼?"
"그럼요. 아무래도 이런식이라면 나 육변기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거 같아요."
어쩐지 수빈의 등장으로 지연이 조금은 긴장한 모양이다.
아무래도 그녀의 마음을 다독여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요즘 운동 같은 거 해요?"
지연은 금세 알아차린 모양이다.
"그런 거 같아?"
"음... 좀 탄탄해졌고, 지방이 없어졌어요."
그런데 그녀의 표정이 그다지 탐탁해보이지는 않았다.
"왜?"
"아저씨... 멋있어지는 거 싫어요. 그런 옷 입고 다니는 것두 싫구요. 왠지 멀어지는 거 같아..."
빈티지 차에 어울릴 것 같아, 기프트 카드로 받은 양복을 입고 나왔더니,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앞으로 나 만날 때는 그냥 예전처럼 하고 나와요."
어쩐지 그녀의 두려움이 무언지 알 것 같았다.
"그렇게 하자."
난 지연의 두려움을 날려버리는 방법을 하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녀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할 만큼 충분히 보내주었다.
저녁때가 되어, 지연을 집까지 바래다주고, 지아가 근무하는 방송국으로 갔다.
"주말도 없으면 힘들겠다."
"괜찮아. 잘리지 않은 게 어딘데."
지아는 약혼자에게 파혼을 선언하고도 여전히 방송국을 나가고 있었고, 일에도 조금도 지장을 받지 않은 모양이다.
그 사람은 지아에게 귀찮게 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까지 해주는 모양이다.
"그래서 더 미안해지는 거 있지?"
지아가 웃으며 말했다.
"근데 이 차는 왠 거야? 그리고 그 옷은 뭐고? 굉장히 잘 어울린다. 오빠가 고른 거야? 꽤 고급스러운데?"
지아는 차에도 옷에도 관심을 보였다.
"응? 그동안 뭘 한 거야? 몸이 왜그래?"
지아와는 거의 일주일이 넘게 만나지 못했다.
내가 바쁜 것이 아니라, 그녀가 퇴근도 못할 만큼 바쁜 때문이다.
"보기 좋다. 근데 그렇게 꾸미고 다니면서 또 얼마나 여자들을 만들려고?"
지아가 날 노려보았다.
아무래도 손안의 새에게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그녀들에게 호감을 얻기는 커녕, 오히려 긴장만 시킨 꼴이 되었다.
그래서 난 지아의 입에서 다른 소리가 나오지 않게 열심히 봉사했다.
그녀의 표현으로 입에서 단내가 나온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우리는 섹스를 했다.
그날 밤은 지아와 함께 보냈다.
그녀는 무척 피곤했는지, 내게 안겨 정신없이 잠이들어버렸다.
"근데 몸이 왜 이렇게 가쁜하지? 이상하다. 오빠랑 하고 나면 어떤 때는 막 푹 쉬고 난 것처럼 기운이 난다니까."
아침에 눈을 뜬 지아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물어왔다.
"서로 몸의 궁합이 잘 맞는 거지. 나도 너랑 하고 나면 개운해지더라."
"아냐. 뭔가 이상해."
지아가 눈가를 살짝 찌푸리고 날 빤히 바라보았다.
역시 그녀도 내게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느끼는 모양이다.
하기는 그걸 느끼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할 것이다.
"계속 그렇게 바빠?"
그녀에게 사실을 밝힐 수는 없으니, 그렇게 말을 돌렸다.
"우리 팀에서 맡은 기획 런칭이 얼마 남지 않았어. 그때까지는 집에도 못 갈 거 같아."
지아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약혼자를 등에 업고 팀장에 올라 맡게된 그녀의 첫 번째 프로젝트였다.
만일 결혼이 예정되로 진행되었다면, 이번 프로젝트가 충분히 실적을 올리지 못해도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남자와의 관계가 끊어졌으니, 절대로 실패해서는 안 된다 생각한 모양이다.
만약에 충분한 성과를 얻지 못한다면, 제발로 방송국을 떠날 각오까지 하는 모양이었다.
"이거 목에 하고 다녀."
"이게 뭐야? 응? 굉장히 이쁘네?"
지아는 내게 받은 작은 상자를 열고 안에 들어있는 목걸이를 꺼내들었다.
"묘한 보석이다. 이건 뭐야? 꼭 고양이 눈동자를 닮았네?"
"알렉산드라이트 캣츠아이라 그러더라. 왠지 너랑 잘 어울릴 거 같아서."
벌써 스무 날 쯤 전에 받은 기프트 카드였다.
기프트 카드 < 캣츠아이 목걸이 >
- 고양이의 눈을 닮은 알렉산드라이트 캣츠아이로 장식된 목걸이입니다.
- 황제의 보석이라 불리우는 알렉산드라이트 때문인지, 목에 걸고 있으면 사람들의 주목을 받습니다.
- 착용한 사람의 카리스마가 약간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지연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신의 위치가 조금 애매해진 탓에 팀원들 사이의 리더십이 흔들릴까 두려웠던 모양이다.
아마 그녀에게 필요할 것 같았다.
함께 아침을 먹고, 그녀를 방송국에 데려다주었다.
"어디 내려줄까? 좀 먼 데가 낫겠지?"
다른 사람들이 볼까 싶어 내가 먼저 그런 제안을 했다.
"괜찮아. 그냥 회사 앞에 내려줘."
지아는 전혀 두렵지 않은 것 같았다.
방송국 정문 앞에 차를 세우자, 차에서 내리기 전에 내게 입을 맞추고 차문을 열었다.
어쩐지 자신감이 차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렇게 일요일에도 두 여자와 사랑을 나누었고, 두 개의 영상을 추가했다.
이번주는 이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또 보네요."
회사 근처의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걸어가고 있는데, 누군가가 인사를 해 돌아보니 그 여자였다.
나은이라 했었지.
"좋은 아침!"
가벼운 인사를 하니, 그녀가 성큼 내 곁으로 다가왔다.
"우리 언제 식사할까요? 지난번에 약속했었잖아요."
그녀가 물었다.
응? 그런데 지난번에 약속이라기보다는 그녀가 일방적으로 했던 말이 아니었나?
"그래요. 그럼. 언제가 좋을까요?"
"쇠뿔도 단김에 빼랐다고, 오늘 어때요?"
그녀가 씩 웃으며 물었다.
"그러죠. 그럼. 점심 시간에 볼까요?"
"점심은요. 저녁 때 봐요. 우리."
그녀는 무척 적극적이었다.
"그럴까요? 어디서 뵐까요?"
"전화 번호 알려주세요."
나은은 내 손에서 전화기를 빼앗다시피 가져가 자기 번호를 입력했다.
그리고 자기 전화기에 벨이 울리는 걸 확인하고 내게 돌려주었다.
"오후에 메시지 보낼게요."
"알았어요."
확답을 듣고 난 나은은 성큼성큼 걸어가버렸다.
"당신 이따가 나은씨 만나기로 했다면서요?"
점심 시간에 주은이 사무실로 찾아와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
"회사가 작으니까 소문도 빨리 퍼진다구요."
"그정도인가?"
아무리 작아도 수십 명이 넘는데 무슨 학교도 아니고 그렇게 소문이 빠르게 퍼진다는 것인지 놀라웠다.
"사실은 당신이 요즘 제일 핫하니까 그래요. 다들 당신한테 관심이 많다구요."
"그랬군."
좋은 일일까?
"근데 정말 만날 거예요? 나은씨?"
"왜? 문제라도 있어?"
"음... 그 여자 굉장히 "
"굉장히 뭐?"
"아니다. 뭐 상관 없겠네."
주은은 너털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말하니까 궁금하잖아? 굉장히 뭐? 그리고 상관 없는 건 왜?"
"궁금해요? 궁금하면 500원!"
주은이 손바닥을 펴며 웃었다.
"그게 언제적 유행이라고..."
하지만 난 그녀의 손 위에 지폐 하나를 올려놓았다.
난 이 여자가 돈에 그렇게 집착하는 것이 싫지 않았다.
"뭐라고 할까? 나은씨 좀 계산적이거든요. 당신한테 접근하는 것도 그런 거죠. 뭔가 떡고물이라도 떨어지지 않을까 해서요. 어쩌면 오늘 식사하고 나서 당장 유혹에 나설지도 몰라요. 그리고 한 번이라도 잠자리를 같이 하면 무슨 짓이라도 꾸밀 수 있는 여자구요."
나도 그녀에게 동감했다.
"그리고 괜찮다는 건... 당신이랑 그렇게 한 번 코가 꿰이면 눈물 흘리게 될 사람은 다름 아닌 그 여자라는 거죠."
"그래?"
"아주 큰 코 다치게 될 걸요."
주은은 아주 고소하다는 듯 웃고 있었다.
"별로 좋아하는 사람은 아닌가보네?"
"음... 맞아요. 사실은. 나랑은 좀 안 맞는 거 같아요."
"동족혐오인가? 그거?"
"진짜로. 당신 나한테 너무 말 막하는 거 알아요?"
주은이 삐질거렸다.
"이따가 저녁때 아르바이트 할 생각 있어?"
그 한 마디에 주은의 얼굴 표정이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