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5화 〉@23. 미래를 걸고 싸워야 하는 여인들.
여전히 힘이 전부 빠져버렸는지, 도연은 절호의 기회를 되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년이!"
정 팀장은 고통을 참으며 다시 도연에게 기어갔다.
하지만 도연의 이빨이 무서운지 조금전과 같은 행동은 하지 못한다.
대신 그녀의 몸을 뒤로 굴리고 그녀의 허리 위에 앉았다.
그리고 기어오며 주어온 딜도를 도연의 음부에 박았다.
안전하게 이길 방법은 그것 뿐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학! 하악!"
도연은 버둥거리며 아래에서 올라오는 쾌락에 저항했다.
하지만 이미 기운이 빠져버린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양보도 소용 없게 되었네."
내게 안겨 두 사람의 싸움을 바라보고 있는 나은에게 말해본다.
"어쩔 수 없죠... 그게 쟤 운명인가 보네요."
나은은 더이상 내게 어떤 증오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목숨을 양보한 도연에 대한 애처로움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학! 하응! 살려줘! 잘못했어요! 하앙!"
그리고 정 팀장 아래 깔린 도연은 쾌락과 절망을 함께 느끼고 있었다.
"아아! 가요! 나 죽기 싫어요! 하앙!"
난 나은의 몸을 옆에 내려놓고 정 팀장 앞으로 다가갔다.
정 팀장은 정신없이 딜도로 쑤시다가 날 보고 깜짝 놀란다.
"이제 비켜라. 네가 이겼다."
"아아..."
살아남았다는 감격으로 정 팀장은 눈물을 떨구며 손길을 멈추었다.
그리고 혹시라도 내가 결정을 번복할까 두려운지 재빨리 도연의 몸에서 내려 기름 투성이의 매트 위를 엉금거리며 기어갔다.
"살려주세요. 제발!"
애처롭게 외치고 있는 도연의 몸을 앞으로 돌렸다.
"아!"
도연은 자신의 위에서 내려보는 거구의 사나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살려주세요."
도연이 꺼낸 말은 다시 그것이다.
아무래도 이 여자의 정신 상태가 제일 위험해보였다.
난 그녀의 다리 사이에 아직도 꽂혀있는 딜도를 뽑았다.
그리고 대신 내 물건을 집어넣었다.
지금까지 아주 열심히 달궈졌고, 딜도로 쑤셔지며 안쪽까지도 온통 기름 투성이였기 때문에, 삽입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안쪽이 꽤나 조여온다.
일반 여자들과 비교하면 아마 절반도 안 되게 좁을 것 같았다.
"하으윽!"
도연은 바로 느끼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하윽! 학! 아!"
그녀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더 싸울 수 있어요. 제발! 학!"
싸워서 이긴다. 그러면 살아남을 수 있다.
난 도연의 애원을 무시하고 더욱 열심히 쑤셔넣었다.
"하앙! 안 돼! 지금은! 살아! 죽기 싫어."
"포기해라. 넌 졌다."
난 일부러 그녀에게 현실을 알려주었다.
"학! 아! 안돼! 하윽! 좋아! 으윽! 너무 좋아요! 앙! 죽을 거 같아요! 아! 죽어도 좋아! 하응!"
그녀가 내뱉는 말은 점점 바뀌어갔다.
"아아! 이제 모르겠어! 학! 좋아! 행복해! 무서워! 학!"
도연과의 섹스는 그리 길지 않았다.
"아! 아! 진짜로 가버려! 하윽!"
얼마 지나지 않아 도연은 자신의 쾌감을 표출하며 절정을 맞이했다.
"축하해야겠군. 네가 이겼어."
엉금엉금 기어서 내게 떨어져가 다시 바닥에 누워 숨을 헐떡이는 정 팀장에게 다가온 보라의 손에는 전화기 한 대가 쥐어져 있었다.
"투쟁심은 충분히 확인했다. 이제 다음 차례는 네 각오와 충성심을 확인해야겠지. 우선 전화기를 켜봐."
보라가 정 팀장에게 그녀의 전화기를 건내주었다.
정 팀장은 고분고분 비밀번호를 눌러 전화기를 켜서 다시 보라에게 돌려주었다.
보라는 잠시 그걸 살펴보며 말을 이었다.
"살고 싶겠지?"
정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목숨 값은 목숨으로 갚아야지. 네가 나가려면 널 대신 할 사람이 필요해."
보라의 말에 정 팀장은 화들짝 놀란다.
"어디 보자. 누가 좋을까?"
보라는 정 팀장 전화기에서 전화번호를 넘기며 대상을 찾아본다.
"대신하는 게 뭐죠?"
정 팀장은 물어보기도 무섭다는 듯 가까스로 기운을 내 물었다.
"널 풀어주면 우리는 손해를 보잖아? 그러니까 대신 팔 대상이 필요하지. 아. 앞으로 네게 시킬 것도 그런 것이야. 음... 이은재? 이건 누구지?"
"회사 직원이요."
"그래? 이쁜가?"
정 팀장이 한동안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냥 평범한 편이에요."
"그래? 그럼 유하나? 이 여자는?"
"그... 그애도 그냥..."
"그렇게 전부 평범하다고 하면 그냥 넘어가 줄 거 같은거야? 꼭 이쁜 여자가 아니라도 돼. 루트야 충분하니까."
꿀꺽! 정 팀장이 침을 삼켰다.
살아나는 대가로 원한 것은 너무나 끔찍한 것이었다.
"그리고 꼭 여자가 아니라도 상관없지. 때로 건강한 신체를 가진 남자가 더 돈이 될 때도 있거든. 흠. 이주은? 이건 어떤 여자이지?"
"이쁘... 잘 모르겠어요."
정 팀장이 말을 흐렸다.
"이쁜가 보군. 그래 이 여자한테 한 번 전화를 해봐. 그리고 내일 오후 2시에 이리로 오라고 해. 할 수 있겠지?"
꿀꺽! 정 팀장은 다시 침을 삼켰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잠시 뒤 그녀는 보라에게서 전화기를 받으려 손을 내밀었다.
"할게요."
"아아... 태도를 보니까 별 상관 없는 사람인 모양이네?"
보라는 정 팀장에게 주려던 전화기를 도로 가져갔다.
그리고 다시 전화부를 넘겼다.
"영웅? 특이한 이름이로군. 그래 이쪽은 어떨까? 전화해."
보라가 전화기를 정 팀장에게 넘겼다.
하지만 조금전과 달리 정 팀장은 손을 내밀지 못한다.
"뭐하는 거지? 살고 싶지 않은 모양이야?"
"안돼요. 그건..."
정 팀장은 머리를 마구 흔들었다.
"전화를 못 하겠다면, 넌 탈락이다."
보라가 냉혹하게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 팀장은 손을 내밀지 못했다.
"이 남자가 소중한가 보네? 네 목숨보다?"
정 팀장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쯧. 어쩔 수 없지. 러시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겠군. 참. 그쪽 고객분은 더이상 관심이 없어지면 한 겨울에 발가벗겨 밖으로 쫓아내고 얼어죽는 모습을 지켜본다더군. 그러니까 눈 밖에 나지 않도록 열심히 해 봐."
보라가 놀리듯 한 마디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흑!"
정 팀장이 눈물을 터트렸다. 자신의 승리가 아무런 성과도 없이 사라져버린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흐윽!"
두려움과 허탈감으로 정 팀장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럼 네가 해볼까? 넌 싸우려는 의지도 있고, 머리도 좋은 거 같으니 차라리 나을 것 같아."
보라는 조금전 내게서 쾌락을 얻고 바닥에 누워 훌쩍이고 있는 도연에게 말을 걸었다.
"흑! 아! 하! 할게요! 제가 할게요!"
도연은 절망의 순간 하늘에서 내려오는 동아줄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그녀는 보라에게 받은 자신의 전화기를 켜고 자기 스스로 전화번호부를 열었다.
"아무라도 좋아요. 시키는대로 할게요."
도연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이 알고 있는 누구라도 팔아넘길 모양이었다.
"그럼... 김도아, 김영민... 그래 이 둘 중에서 누굴 고를 생각이야?"
보라는 도연의 여동생과 도연의 남자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아!"
갑자기 도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두 사람 모두 그녀에겐 소중한 사람인 모양이다.
"그 둘만 빼고요. 다른 사람은 누구든지 상관없어요. 제발!"
도연이 필사적으로 빌었다.
"결정해. 도아, 영민 둘 중 하나. 아니면 네 인생은 여기서 끝이다."
보라는 냉정했다.
"흑! 안 되요. 그건... 절대로 고를 수 없어요. 흑!"
도연은 머리를 가로저었다.
여동생도 남자 친구도 포기할 수 없는 모양이다.
"네년도 쓸모가 없군."
보라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도연이 그녀의 발을 잡고 매달렸다.
"제발. 다른 사람은 얼마든지 할게요. 살려주세요. 흑!"
"의욕은 있는데, 충성심은 모자라군."
말도 안 되는 핑계였다.
납치되어온 여자에게 무슨 충성심이야.
하지만 도연들에게는 정말로 절박한 기회였다.
보라는 도연의 손을 매몰차게 치우고 걸어갔다.
"제발."
도연의 애처로운 목소리를 뒤로하고, 보라는 나은에게 다가갔다.
"난 안 해."
나은은 결연한 표정으로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이미 충분히 예견한 일이었다.
회사 동료인 도연에게도 자신의 생존의 기회를 양보한 그녀였다.
"자신이 대단히 도덕적인 사람이라도 된다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군. 어디 사막에 끌려가서 그런 생각이 며칠이나 갈지 한 번 보지."
보라는 주저하지 않고 발길을 돌렸다. 이제 남은 사람은 하나 뿐이었다.
"할게요! 누구든지 좋아요!"
반 팀장은 기다리고 있던 보라의 방문을 기꺼워했다.
"그럼 이건 누구지?"
전화기를 열고 두 사람은 전화번호부를 하나하나 읽어가며 상의했다.
명백하게 반 팀장은 이 기회를 결코 놓치려 하지 않고 있었다.
다른 여자들에 비해서도 그녀에게 얹혀진 무게가 너무 달랐다.
"얘. 얘가 제일 이뻐요. 나이도 어리구요. 얜 키도 크고 몸매도 좋아요."
보라가 묻지 않아도 반 팀장은 자신의 전화기에 저장되어있는 친지들의 장단점을 전부 이야기하고 있었다.
"누구한테 하면 되지요? 몇 명이라도 상관없어요."
그녀가 얼마나 필사적인지 모두 알 수 있었다.
"그럼 이 사람은?"
"제 남편이에요."
반 팀장의 목소리가 조금 갈라졌다.
"이 사람이면 되나요?"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남편에게 그다지 애정이 없는 모양이다.
하기는 그럴 수도 있다. 부부 사이란 것이 항상 사이가 좋을 수만은 없다.
때로는 부부 사이가 가장 나쁜 경우도 있었다.
"진심인가보군."
"예.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제발."
반 팀장은 당장 전화를 하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 같았다.
"그래? 그러면 한 번 진심인지 보자고."
보라는 전화기를 가져가 화면을 끄고, 다른 전화기를 들어 조금전 기억한 번호를 누르고 스피커 폰으로 바꾸고 반 팀장의 입앞에 가져갔다.
"여보세요."
신호가 몇 번인가 울리고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반 팀장은 목소리의 주인을 바로 알아봤다.
"여보. 나..."
반 팀장의 목소리는 물기로 가득했다.
"미안해. 이제 못 돌아가."
하지만 반 팀장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나 기다리지 말고 은혜랑 잘 살아. 미안해!"
반 팀장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그럴 줄 알았어."
보라는 조금도 놀라지 않고 전화기를 회수했다.
어차피 진짜로 전화를 건 것도 아니다.
아까 반 팀장의 남편과 잠깐 통화를 하며 녹음한 파일을 재생한 것 뿐이다.
"흑!"
반 팀장이 눈물을 흘렸다.
"나보다는 잘 키울 거야... 흑!"
반 팀장은 더이상 보라에게가 아닌 자기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 사람만 아니었다면... 시키는대로 했을 거야. 하지만 그 사람은 안 돼. 아무리 미워도 애 아빠를 팔 수는 없어. 흐윽!"
반 팀장이 악을 쓰듯 외쳤다.
"흐엉!"
"흑!"
그리고 눈물이 전염병처럼 여자들 사이에 퍼져나갔다.
"이렇게 됐습니다."
보라가 내게로 다가와 보고했다.
"수고했어."
난 보라를 잡아 끌어 품에 안아주었다.
"이걸로 된 건가요?"
보라가 물었다.
"응. 아주 충분히."
이번 행사로 내가 원하던 것은 전부 얻어냈다.
어떤 종류로건 내게 적대적인 여자들을 모아놓고, 그녀들을 한계까지 몰아붙여서 과연 어떤 종류의 여자인지 알아보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그리고 그녀들과 섹스를 해서, 내게 더이상 해를 입히지 못하게 하는 것이 그 두 번째 목적이다.
그리고 섹스를 통해 호감을 쌓는 것이 세 번째 목적.
마지막으로 캣 파이트 라는 장르물을 찍는 것이 네 번째 목적이다.
응? 생각해보면 순서가 거꾸로였던가?
뭐. 상관은 없다.
여하튼 내가 원한 것은 전부 이루었다.
부수적으로 보라를 통해, 그녀가 날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내게 결코 위해를 입힐 수 없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정 팀장이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날 위험에 빠트리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래저래 얻은 게 많다.
이젠 슬슬 정리를 해야할 거 같았다.
"허엉! 허엉!"
고문실의 여기저기에서 여자들은 폭풍처럼 울고 있었다.
"저기 저 여자를 데려와."
난 보라에게 나은을 가리켰다.
생각해보니 아직 일이 전부 끝나지는 않았다.
겨우 한 번 씩 밖에 못 했다.
적어도 각기 세 번씩은 해 줘야 내게 충분한 호감을 쌓지 않겠는가?
절대로 그녀들과 더 하고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니...
AV 마스터가 되고 나서 단순히 정력만 강해진 것은 아닌 모양이다.
나 스스로 놀랄만큼 욕망 또한 강해졌다.
그날 난 내 욕심을 충분히 채우고 나서야 행사를 마무리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