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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4화 〉@23. 미래를 걸고 싸워야 하는 여인들. (174/377)



〈 174화 〉@23. 미래를 걸고 싸워야 하는 여인들.

하지만 우리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보라의 눈이 증오로 가득했다.


내가 이 여자와 섹스를 하고 있다는 사실보다, 그녀와 입을 맞춘 것이 훨씬 더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니키타의 매서운 눈빛을 보고 있으니, 내가 명령만 내린다면 그녀는 정말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나은에게 죽음을 안겨주고도 남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윽!"
나은이 다시 신음을 내뱉는다.

여전히 그녀는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의 행동으로 인한 쾌감은 고스란히 그녀 자신에게로 돌아가고 있었다.



"어째서 포기한 거지? 죽음이 두렵지 않았나?"


"저 애를 사지로 몰아놓고 살아갈 자신이 없었어. 하윽!"
명쾌한 대답이었다.

"그런 식으로 살아남으면 뭘 해? 그게 죽은 거랑 무슨 차이가 있어... 흐윽!"
나은은 그런 종류의 사람인 모양이다.


주은은 그녀를 무척이나 계산적인 여자라 평가했었지만, 역시  사람의 본성은 위험이 닥쳐야 드러나는 모양이다.

나은은 계산적일 지는 모르지만,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을 해치면서까지 자신의 안위를 추구할 수 있는 여자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니.


어쩌면 도연이란 여자가 그녀에게 중요한 사람이었던지도...



"흑! 학! 너무 좋아! 윽! 더! 더!"
나은의 움직임은 시간이 가면서 점점  강하고 빨라졌다.


"지독한 약물이야..."
나은은 물론이고 이 방안 모두가 그렇게 알고 있었다.


나은이 그렇게 쾌락에 빠져있는 동안, 보라는 다시 다음 경기인 결승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나와 나은의 섹스를 보고 있는 것이 그리 편치만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야 유능한 요원으로서 실격이 아닐까?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하고 실소하고 만다.

"이제 이리로 와."
정 팀장과 도연을 함께 불러내어 두 사람을 마주보고 서게 했다.


정 팀장은 여유있어 보이는 표정으로 서 있었고, 도연은 아직도 숨을 헐떡였다.

나은의 주먹에 맞아 터진 입술에선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었고, 다리는 흔들거렸다.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 결말이 보이는  같았다.

명백하게 한쪽에 불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보라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공정한 스포츠 따위가 아니다.

룰을 정하는 것도 보라였고, 대전의 상대를 정하는 것도 보라였다.


적어도 이 순간 보라는 전능한 힘을 지니고 있었고, 경기에 임하는 여자들은 감히 그녀의 판단에 항의 따위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이번에는 수갑 따위도 사용하지 않았다.


키는  팀장이 살짝 작았고, 도연이 조금 더 마른 체구이니, 체급의 차이는 그다지 없다 보아도 될 것이다.


도연은 힘겨운 싸움을 끝내고 그다지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했지만,  팀장보다 더 어린만큼 체력에서 어느정도 여유가 있을 것이다.



두 여자는 보라가 시키는대로 각기 딜도를 상대의 몸속에 찔러넣었다.

"이제 싸워들 봐."
보라가 결승전의 시작을 알렸다.

싸움에 임하는 두 여자의 얼굴은 사뭇 달랐다.

정 팀장의 얼굴은 이기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가득했고, 도연은 잔뜩 겁을 집어먹은 표정이다.

하지만 두 여자의 눈이 각기 상대방의 눈에서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동일했다.

그렇게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았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는 않았다.


도연은 나은을 상대할 때처럼 애원해보아도 아무 소용 없을 것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정 팀장도 이 순간 어떤 말도 의미가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두 여자는 묵묵히 손을 놀렸다.

얼마 동안 각자의 몸에 꽂힌 딜도가 부지런히 왕복 운동을 하고 있었지만 둘 중 누구도 신음을 내뱉지는 않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적지 않은 쾌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참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참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핫!"
마침내 터져나왔다.
도연이 먼저 신음을 참지 못하고 내뱉었다.


그걸 본  팀장은 자신도 모르게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고야 말았다.


순간이었다.

도연이 갑자기 머리를 앞으로 힘차게 내리쳤다.


두 여자는 겨우 수십 센티미터의 거리를 두고 서 있었고, 싸움의 경험 따위 없는  팀장은 그 기습적인 공격을 도저히 피할  없었다.




"악!"
 팀장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도연은 고개를 들며, 정 팀장의 음부에 꽂혀있는 딜도를 손에서 놓아버리고, 두 손으로 정 팀장의 가슴을 힘차게 밀었다.


 팀장의 몸이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뒤를 이어 도연이 암사자처럼 도약했다.


나은과의 싸움에서 그렇게나 나약했던 모습은 간데 없고, 마치 숙련된 전사의 몸놀림을 보는 기분이었다.




찰싹! 찰싹!
발랑 자빠진 정 팀장의 몸위로 올라간 나은은 연거푸 그녀의 뺨을 때렸다.

도연의 그 얇은 팔과 자그마한 손을 생각하면 주먹질이 그리 의미 없다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정 팀장은 아직 정신이 들지 않았는지 그렇게 몇 대나 뺨을 맞고 있었다.

찰싹! 찰싹!
그걸로는 모자란지 도연은  손으로 정 팀장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죽어! 죽어!"
도연이 당황해 바둥거리는  팀장에게 외쳤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조금전 나연과의 싸움에서 보여주었던 무기력한 모습이 믿어지지 않는다.


어쩌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전부 작전이었는지도 모른다.

도연은 자신이 나은에게는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은이 사실은 겉보기처럼 강인한 여자는 되지 못한다는 사실도.


그래서 그녀의 무자비한 폭력에 힘으로 맞서는 대신, 애원으로 초지일관 한 것은 아닐까?




처음엔 나은에게도 승리에의 욕망이 있었다.
당연하다 네 사람 중  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니 나은의 행동을 비난할 수는 없다.

만일 도연이 같이 힘으로 맞서 싸웠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상황은 지금과는 전혀 반대가 되지 않았을까?




도연은 그런 싸움을 포기하고, 애처롭게 메달렸다.

그리고 나은은 자신의 생존을 포기했다.

결과적으로 그 싸움에서 도연은 단순한 승리 뿐이 아니라, 다음 상대가 될 정 팀장의 방심이라는  하나의 중요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진정으로 계산에 능한 것은 나은이 아니라 도연이라는 말이 된다.



"죽어! 죽어! 제발 죽어!"
도연은 정신없이 외치며 정 팀장의 목을 눌렀다.

그녀의 악귀같은 얼굴을 보니 그저 항복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이 싸움을 끝낼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물론 세상  누구도 그런 도연을 욕할 수는 없다.


진심으로 그녀는 자신의 목숨이 걸린 싸움이었다.

그리고 생존이 걸린 싸움에서 상대에게 자신의 미래를 양보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니까 도연에겐 살아남을 자격이 아주 충분히 있었다.


"켁! 케액!"
정 팀장이 고통스럽게 신음을 뱉어냈다.



도연의 도박은 성공한  같았다.

만일 조금전 그렇게 엉성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팀장은 그렇게 방심하지 않았을 것이고, 싸움의 양상은 지금과 사뭇 달랐으리라.

도연은 아마 어떻게 싸울지도 생각을 해 두었던 모양이다.


방심하게 하고, 쓰러트리고, 목을 조른다.


단순한 계획이다.
하지만, 단순한만큼 실행도 쉬웠을 것이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 상대가 자신에게 방심하는 한 순간 뿐이었다.


그리고 이제 승리의 순간이 눈앞에 다가왔다.




"이겨... 계집애... 흐윽! 너라도 살아남아. 하윽!"
쾌락의  가운데에서도 도연에게 신경이 쓰였는지, 고개를 돌려 싸움을 지켜보던 나은이 한 마디 했다.


"속은 것 같지 않은가?"
내가 물었다.

"영악한 아이니까. 학! 아아... 죽을 거 같아..."
나은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모양이다.

"흐윽! 이젠 안 돼! 머리가 하얗게... 으윽! 아! 아! 아!"
나은은 이제 더는 도연에게 신경을  여력이 없는 모양이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내게 입을 맞춰왔다.


난 입을 열어 나은의 혀를 받아주며, 싸움을 지켜보았다.



"죽어! 제발! 빨리 죽어버려!"

하지만 그녀가 계산하지  한 것도 있었다.


두 여자는 온통 미끌거리는 오일 투성이였다.
방금전 나은과의 싸움에서 도연은 저항을 포기했었다.


그렇기에 나은은 그리 힘들이지 않고 도연의 목을 누를 수 있었다.


하지만 정 팀장은 아니었다.

당황하다 쓰러져 몇 차례나 뺨까지 맞고, 목을 졸린 정 팀장은 잠시 어떻게 대응을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했었다.

하지만 고통에 못이긴 그녀가 몸부림을 치기 시작하자, 도연의 작은 두 개의 손은  목표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앗!"
외마디 아쉬움의 한탄성이 그 기습의 결과를 대변해주었다.


몸을 비틀며 목을 빼낸 정 팀장은 팔을 크게 휘둘렀다.


퍽!
"악!"
도연의 턱에 꽂힌  팀장의 럭키 펀치에 비명을 질러버렸다.

그리고 다시 몸을 돌리며 도연의 아래에서 빠져나온 정 팀장이 몸을 일으켰고, 도연은 고통을 참으며 싸움의 의지를 다시 다독였다.

두 여자는 약속이라도 한  함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다시 동시에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서로의 몸을 잡고 힘겨루기를 하던  사람은 매끈거리는 기름에 한꺼번에 나동그라졌다.

여자들은 쉬지 않았다.

넘어진 상태에서도 서로에게 달라붙어 뒤엉켜 서로를 때리고, 팔을 잡고 늘어진다.




마땅한 싸움의 기술 따위 없는 기름 투성이의 벌거벗은 두 여자가 마구 엉켜 난장판의 활극을 벌이고 있었다.

그게 바로 진정한  파이팅이었다.




그리고 나은은 절정에 이르르고 있었다.

"학! 하윽! 그만! 이제 가버려! 학!"
그만이라고 하면서도 그녀는 움직임을 멈추지 못했다.

쾌락을 담당하는 중추 신경이 그녀에게 쉬지 말라고 명령을 내리는 모양이다.




"크윽! 아! 아!"
나은이 오르가즘을 느끼는 순간 나도 그녀의 몸속에 사정을 했다.

쾌감의 끝에서 몸이 굳어버린 나은을 끌어안고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아주 만족스러운 섹스였기에 그녀에게 상이라도 주고 싶었다.


나은은 입을 열어 내 혀를 받아주었다.



"죽어!"
정 팀장이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며 도연의 몸위로 올라탔다.

도연은 몸을 마구 비틀며 빠져나오려 했다.
그때였다.
 팀장이 힘차게 손바닥으로 도연의 엉덩이를 내리쳤다.


찰싹!
아주 찰진 소리와 함께 도연이 비명을 질렀다.

찰싹!
다시 한 번 정 팀장이 엉덩이를 내리쳤다.

"하지마! 미친 년아!"
도연이 도망가며 소리를 질렀다.


"어디서 어린게 욕설이야!"
정 팀장이 엉금엉금 기어가는 도연을 쫓아가다 미끄러졌다.
도연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다.


두 여자는 서로 손바닥으로 상대의  여기저기를 마구 내리쳤다.



"하아! 하아!"
"학! 학!"
그러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두 여자는 이제 기운이 완전히 빠져버렸는지, 상대를 때리는 손에도 힘이 들어가있지 않았다.

찰싹! 찰싹!
하지만 승리에 대한 의지만은 놓지 못해겠는지, 여전히 힘없이 상대의 몸을 마구 내리치고 있었다.

"그래서야 어디 끝장을 볼 수 있겠어. 아무래도 승자는 없는 것 같군."
두 여자의 힘없는 공방을 지켜보던 보라가  마디 했다.

두 여자의 얼굴에 다시 공포의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야!"
그리고 정 팀장이 마지막 힘을 다해 발길을 질렀다.

거의 누워있던 상태에서 휘두른 발에 무슨 대단한 힘이 있으랴만은,  뒤꿈치가 도연의 턱을 스쳤다.

조금 전에도 정 팀장의 주먹에 턱을 맞고 쓰러졌던 도연은 이번에도 턱을 맞으며 뒤로 발랑 넘어져버렸다.

그걸 본 정 팀장이 엉금엉금 기어가 도연의 위에 올라탔다.


그녀는 조금전 자신이 도연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온 것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배에 올라타는 대신 도연의 목 위에 엉덩이를 얹었다.

"케엑!"
도연이 컥컥거리기 시작했다.

"죽어!"
정 팀장은 그걸로는 만족을 못하겠는지 도연의 뺨을 내리쳤다.


"켁! 켁!"
도연이 버둥거렸다.

정 팀장은 몸에 살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자신보다 마른 도연의 목을 누르기에는 충분했던 모양이다.


"죽어! 죽어버려!"
정 팀장의 눈은 정말로 살의로 가득했다.

"악!"
그때 도연이 안간힘을 써 머리를 앞으로 숙이며 정 팀장의 허벅지를 물어버렸다.


고통을 이기지 못한 정 팀장이 옆으로 나뒹굴었고, 도연은 숨을 헉헉 내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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