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3화 〉@23. 미래를 걸고 싸워야 하는 여인들.
"악!"
나연의 주먹에 맞은 도연이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아악!"
퍽! 퍽!
도연이 연신 비명을 질렀지만 나은의 왼손은 쉬지 않았다.
"포기해. 널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나은은 거의 울먹이다시피 말했다.
퍽! 퍽! 퍽!
"악! 아파요! 아악! 그만! 언니! 악!"
싸움의 양상이 변했다.
이제 조금도 에로틱하지 않은 잔혹한 진짜 폭력이 시작되고 있었다.
퍽! 퍽! 퍽!
나은은 쉬지 않고 도연의 얼굴을 내리쳤다.
도연이 어떻게든 몸을 빼보려했지만, 체격의 차이가 너무 컸다.
단지 그뿐이 아니다.
나연의 몸은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여기저기 근육이 보였다.
아마도 운동을 해본 적 있는 몸인 듯 하다.
오른손을 봉해놓았어도, 여리여리한 도연으로서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오늘의 승자는 정해진 것 같아요."
내 곁에 다가온 보라가 나은의 일방적인 폭력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럴까?"
싸움이야 끝나봐야 알 수 있다.
저 구석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정 팀장의 눈빛은 아직 죽지 않았다.
똑똑한 여자이니만큼 지금 어떻게 싸워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흑! 살려주세요."
내 위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반 팀장이 애달프게 애원했다.
"움직여. 그렇게 멀뚱멀뚱 앉아만 있어서 어쩌자는 거야?"
보라의 냉랭한 말에 반 팀장은 두려움에 떨며 엉덩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발 부탁드려요. 아이가 있어요. 흑!"
그녀는 내 눈을 바라보며 애원을 멈추지 않았다.
"제대로 움직여. 사장님 기분을 망쳐버리면 중국으로 보낼 것도 없이 여기서 끝장을 보여주마."
"흑!"
보라가 한 마디 할 때마다, 반 팀장은 몸을 움찔거리며 두려움을 표시했다.
"그래도 몸은 튼튼한 거 같으니 제법 값은 받을 수 있겠어요."
보라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잔뜩 실려있었다.
나와 섹스를 하고 있는 이 여자에게 나누어줄 자비심 따위 조금도 없는 모양이다.
잠시 뒤 보라는 싸움터로 다시 돌아갔고, 반 팀장은 내 눈치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제발... 흑! 살려주세요..."
반 팀장의 애원을 귓등으로 흘리면서 그녀의 몸을 탐했다.
"언니! 아파! 흑! 살려줘!"
나은의 무자비한 폭력에 도연은 무방비하게 맞으며 애원할 뿐이다.
얼마나 맞았는지, 입술이 터져 피가 흘러내렸다.
"항복해. 이제 그만."
나은은 도연의 항복을 받아내는 것으로 이 무의미한 폭력을 끝내고 싶어했다.
"살려줘!"
도연은 조금도 항복할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이잇!"
나은은 왼손으로 내리치는 것을 멈추었다.
포기하는 것인가 싶었는데, 도연의 왼손에 연결된 오른손을 위로 들어올렸다.
그리고 두 손을 함께 사용해 도연의 목을 누르기 시작했다.
"언니... 켁!"
금세 숨이 막혀버린 도연이 버둥거렸다.
"그러다가 죽어! 제발 포기해!"
나은이 외쳤다.
"컥! 커..."
도연은 고개를 흔들었다.
"흑! 포기해! 흑!"
나은은 흐느끼며 도연의 목을 계속 눌렀다.
여전히 도연의 고개가 좌우로 흔들리는 걸 보면 그렇게 까지 힘이 들어가진 않은 모양이다.
"제발..."
나은은 도연의 목에서 손을 풀어버리고 말았다.
"허어!"
도연이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언니 살려줘..."
금세 숨을 되찾은 도연은 눈물로 가득한 얼굴로 다시 애원했다.
"아랍의 고객은 아마 관심이 떨어진 여자들을 맹수의 밥으로 산채 던져버린다고 했었지?"
그때 보라가 나은에게 한 마디 던졌다.
나은에게 싸울 의지를 돌려주려는 모양이다.
"하하..."
나은이 고개를 돌려 보라를 노려보았다.
"안 해. 씨발."
보라의 말이 오히려 역 효과를 보인 모양이다.
나은은 손을 아래로 떨어트리고 말았다.
"언니... 하아! 하아!"
아직도 숨을 헐떡이며 도연이 나은을 불렀다.
"내가 졌어. 항복할게."
나은은 이미 결심한 모양이다.
"미안해. 언니... 나. 살고 싶어..."
도연은 눈물을 흘리면 마지막까지 애원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 살아. 살아남아..."
나은이 손을 들어올렸다.
"항복... 그만할래..."
그렇게 나은은 결정적인 순간에 승리를 포기했다.
상대에 비해 훨씬 더 압도적인 체력을 가지고 있던 그녀에겐, 목을 졸라 죽이는 것 말고도 다른 선택의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나은은 자신의 친구를 나락으로 떨어트리면서까지 살아남으려 하지 않았다.
근성의 문제라기보다는 그녀의 성품인 모양이다.
"어쩔 수 없군. 그런 정신 상태라면 아무 도움도 되지 않겠어."
보라는 냉소적으로 나은을 비웃으며 그녀의 손에 묶인 수갑을 풀렀다.
그리고 반 팀장에게 했듯이,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내 곁으로 끌고왔다.
나은은 정말 모든 것을 포기한 모양인지, 아무 반항도 하지 않았다.
털썩!
보라가 나은의 머리채를 놓자, 나은은 힘없이 바닥에 굴렀다.
그렇게 보라가 내게 받치는 두 번째 제물이 도착했다.
"학! 하악! 너무 좋아! 어떻게 해!"
그때 즈음 반 팀장은 한창 절정에 다다르고 있었다.
"왜? 이렇게? 하윽!"
그녀는 죽음이라는 거대한 절망 앞에서 느끼고 있는 자신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흐윽! 죽을 거 같아! 좋아! 학!"
하지만 쾌락에 빠져버린 반 팀장은 더이상 쾌락의 원인에 궁금해하는 것은 잊어버린 채 허리를 뒤로 휘며 느끼고 있었다.
그녀와의 섹스는 나로서도 꽤 즐거웠다.
의자 양쪽으로 발을 올려놓고, 쪼그려 앉은 채 위아래로 몸을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격하게 흔들리는 그 풍만한 가슴을 바라보는 것도 좋았고,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도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도 공포와 쾌감에 빠져드는 감각 속에 오르내리는 그녀의 감정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미쳤어..."
내 앞에 엎어진 채로 나은이 고개를 들어 한 마디 했다.
"당신들 지옥에 떨어질 거야."
그리고 나를 향해 저주를 퍼부었다.
"좋지."
이런 쾌락을 누리고 난 뒤라면 지옥도 두렵지 않았다.
아무 즐거움 없이 세상을 두리뭉실하게 살아간다고, 천국에 발을 디딜 수나 있을까?
차라리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해보고 지옥에 떨어져 주지.
"아! 가버려! 어떻게!"
반 팀장이 절정을 느끼며 다시 상체를 앞으로 했다.
그녀는 기운이 빠져 내게 안겨왔다.
입을 앞으로 내밀고 있는 것은 아마 내게 키스를 원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난 반 팀장의 입맞춤을 받아주지 않았다.
반 팀장은 그대로 상처를 앞으로 숙이고 혀를 내밀어 정신없이 내 가슴을 핥았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엔 자신에게 부여된 그 끔찍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진 모양이다.
죽음의 공포를 잊을 정도의 쾌락이라니 설정 카드의 힘을 익히 알고 있는 나로서도 살짝 놀랄 정도였다.
아니. 어쩌면 그렇기에 더 할지도 모른다.
때때로 죽음의 공포로 성욕이 커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극도의 공포로 인한 스트레스는 뇌에서 도파민을 분비시키고, 행복감과 쾌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지금 반 팀장의 상태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학! 학! 하악!"
그녀는 무아지경의 상태로 극도의 쾌락에 빠져 자신에게 끔찍한 죽음을 선고한 당사자의 가슴을 탐닉했다.
"흐윽! 가! 가버려! 아아!"
마침내 그녀는 진정한 오르가즘에 도달했다.
그리고 나도 아주 충만한 쾌감을 느끼며 그녀의 몸안에 사정을 해버렸다.
"흑! 흐윽!"
반 팀장은 내 상체를 부여안은 채 절정의 여운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잠시 그녀의 절정을 감상하고 있으니, 내 물건도 무척이나 기쁜지, 몇 차례나 정액을 뿜어버렸다.
"흐윽! 흑! 허엉!"
얼마나 지났을까? 반 팀장은 다시 자신의 절망적인 현실을 자각했는지, 그대로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무래도 이러다가 다시 내게 애원을 시작할 것 같아, 난 그녀의 축 늘어진 몸뚱이를 들어 자지에서 뽑아버리고, 옆으로 던져버렸다.
털썩!
기운이 빠진 반 팀장의 몸뚱이가 바닥에 뒹굴었고 벌어진 가랑이 사이에서 진한 액체가 흘러내렸다.
처참하면서도 동시에 퇴폐적인 아름다움이 함께 하는 장면이었다.
"만족하셨어요?"
나와 반 팀장의 클라이막스를 지켜보던 보라가 내게 다가와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들어 날 올려보며 물었다.
"좋군."
보라의 얼굴을 잡아 끌어 그녀에게 키스를 해주었다.
보라는 행복과 질투가 섞인 표정으로 내게 입을 맞추었다.
키스를 하는 동안 그녀는 두 손으로 반 팀장과 내 흔적으로 더러워진 기둥을 잡고 움직였다.
그녀의 충성이 마음에 드는지, 조금 기운이 빠져버리려던 그 놈이 다시 빳빳하게 일어섰다.
"훌륭하네요."
키스를 마치고 보라는 미소를 지으며 언제 사정했냐는 듯 불끈거리는 그 물건을 내려보았다.
"그럼 바로 다음으로 넘어갈까요?"
"그렇게 하지."
몸을 일으키며 보라는 자신의 손에 묻은 정체 불명의 흔적을 핥았다.
난 그녀의 눈에서 지독한 욕망을 읽을 수 있었다.
니키타는 내가 알고 있는 보라와는 너무나 달랐다.
보라라면 결코 다른 여자의 애액을 자의로 입에 넣지 않을 테지.
한 여자의 두 가지 면목을 맛볼 수 있다니!
그런 면에서 코스튬 카드는 굉장한 선물이었다.
보라는 증오의 눈빛으로 날 노려보고 있는 나은의 몸뚱이를 잡아 끌어 내 위에 앉혔다.
조금 전 도연과의 싸움에서 지니고 있던 모든 기력을 전부 써버린 모양인지, 나은은 억지로 의자 위에 쪼그려 앉은 자신의 음부에 내 물건이 닿아있는데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정말로 전부 포기한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자신의 자유는 물론이고,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까지도 도연에게 양보했다.
"넌 죽음이 두렵지 않은가보지?"
그녀에게 삽입하기 바로 직전 질문을 던져보았다.
"퇘!"
나은은 아직 기운이 남아있는지 내게 침을 뱉었다.
기가 살아있는 그녀를 보고 있으니, 어쩐지 그녀가 이 방안의 승리자인 듯 느껴졌다.
"이년이?"
발끈한 보라가 그녀에게 폭력을 행사하기 위해 손을 들었지만 내가 눈짓으로 말리자, 그녀는 억지로 화를 참고 손을 내렸다.
"언제까지 그렇게 당당한지 한 번 보도록 하지."
그녀의 몸을 아래로 내리며, 보라의 정성스러운 손놀림으로 활기를 되찾은 그 물건을 나은에게 쑤셔넣었다.
"윽!"
나은은 입술을 깨물며 날 매섭게 노려본다.
"나쁜 새끼..."
그녀의 증오로 가득한 눈빛을 보고 있으니, 무척이나 즐거워졌다.
"그렇게 멈춰 있어서 뭘 하려는 거지? 제대로 봉사를 해!"
보라가 매섭게 한 마디 했다.
나은은 날 노려본 채 몸을 움직였다.
분노를 참을 수는 없지만, 반항을 해 일부러 고통을 감수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나은의 움직임은 그렇게 능숙하지는 못했다.
섹스에 경험이 적은 것인지, 아니면 의자에 올라와 움직이는 것이 어색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그녀는 쉬지 않고 몸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여전히 나를 노려보는 눈빛은 조금도 죽지 않고 있었다.
"읏!"
나은은 자신도 모르게 짧은 신음을 내뱉고 당황해한다.
내게서 느끼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다.
"읍!"
하지만 그녀의 몸은 자신의 제어로부터 벗어난 상태였다.
나은은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대로라면 결국은 조금전의 반 팀장처럼 정신없이 쾌락에 빠져버릴 것을 알아차린 모양이다.
"계속 움직여. 멍청한 생각 하지 말고."
보라가 나은의 머리채를 잡고 다시 협박했다.
나은이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번엔 조금전보다 오히려 격렬하다.
나를 노려보는 것도 포기했다.
잔뜩 찌푸리던 표정도 포기하고 무표정하게, 갈곳을 잃은 눈으로 내 머리 위를 바라보며 열심히 움직였다.
아마도 그녀는 쾌락에의 저항마저 포기한 것 같았다.
"학! 하읏!"
신음을 참으려 하지도 않았다.
차라리 빨리 끝내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아... 학! 씨발... 좋아...하앗!"
저항을 포기한 나은은 빠르게 느끼기 시작했다.
"흑! 좋아. 존나 좋아! 아! 학!"
제대로 느끼기 시작한 그녀는 상체를 내게 숙이며 팔로 내 목을 감싸안고 내게 입을 맞춰왔다.
어딘지 이 여자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반 팀장의 경우처럼 밀쳐내지 않았다.
그녀의 혀가 내 입안으로 들어왔다.
마치 서로에 애정으로 충만한 연인처럼 우리는 키스를 나누었다.
한동안 키스를 이어가던 나은이 고개를 뒤로 했다.
그녀는 어떤 의미인지 종잡을 수 없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적어도 조금전과 같은 증오의 눈빛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