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7화 〉@22. 용의자 (167/377)



〈 167화 〉@22. 용의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흑!"
보라는 화난 표정으로  노려보다가 다시   터져 나온 신음에 당황하고 말았다.


"몸은 이렇게 솔직한데 말은 항상 다르네?"
보라의 몸을 들어 내 위로 올리고 삽입하며 말했다.


"더러운 자식. 읍!"
보라는 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참으려 노력했다.

지난 두달 동안 우리가 몸을 섞은 회수는 그동안 지나간 날짜보다 많을 정도이다.


그녀가 내게 익숙해진 것이 이상하지 않다.



"누가 너 같은 거랑..."
보라는 말을 잇지 못했다.

입을 열 때마다 터져나오는 신음을 참는 것 만으로도 힘겨워하고 있었다.


그녀의 상체를 끌어 당겨 입을 맞추려 할 때에도 입술을 떼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혀가 자신의 입술을 핥자 슬며시 입을 열어주었다.

내 혀가 그녀의 입으로 들어갔다.


보라는 팔로 내 상체를 끌어안으며 키스를 즐겼다.


키스를 끝낸 그녀는 다시 날 노려본다.

하지만 여전히 내 상체를 끌어안은 채로 하반신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적극적으로 나오니 더이상 아래에서 내가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하악!"
보라는 입술을 벌리고 신음을 내뱉는다.


날 바라보는 눈빛만은 여전히 매섭다.

그건 무척이나 기묘한 섹스였다.

 한 순간도 보라는 나에 대한 적의를 버리려 하지 않았다.



"나쁜 자식!"
틈만 나면 입을 벌려 날 욕했다.

"더러운 새끼!"


"너 같은 게  내 인생에 끼어든 거야!"

"너 따위가 아니었다면! 학!"

"으윽! 더러운 자식! 그것만 크면 다야?"

"미칠  같아! 하악!"

"왜 이렇게 좋은 거야? 나빠! 너 같은 자식한테 느끼고 싶지 않아! 흑!"

보라는 점점 더 자신이 느끼는 쾌감을 가감 없이 내뱉기 시작했다.

"흑! 죽을만큼 기분이 좋아! 학!"
그런 말을 터트리고는 날 노려보았다.



"미친거야! 내가... 흐윽!"


"너 또 나한테 뭔가  거지? 하악!"
평소와 너무나 다른 자신의 태도에 가장 놀라는 것은 보라였다.


"진짜로... 더러워!"
쾌감을 느끼면서 날 노려보며 눈물을 흘리는 이웃 부인을 지켜보는 것은 너무 강한 자극이었다.


 또한 이 쾌감에 중독되어버릴  같았다.




"흑! 죽고 싶어. 하악!"
아마도 그녀는 죽을 만큼이나  미워하는 모양이다.


아니면 자신의 남편을 그렇게나 사랑하고 있던지.

"흑! 왜 이렇게 좋은 거야? 나쁜 새끼!"

"아아! 너무 좋아서 머리가 이상해져! 제발! 그만해!"

"흑! 몰라 이젠! 이대로 영원히 있고 싶어! 학! 하악!"
보라는 이제 날 노려보는 것을 포기했다.

그리고 다시 날 끌어안고 키스를 해온다.


아마도 자신이 그렇게 말을 하고 있는 것이 무서워 그러는 모양이다.


"이제 쌀건데 어떻게 할까?"

"하악! 싸줘. 안에다. 가득! 학!"
보라는 모든 저항을 포기한 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했다.

"윽! 윽!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어! 아!"
보라가 절정에 다다라는 순간 나도 그녀의   가득 사정을 해버렸다.

"흑! 흐윽! 아아..."
보라의 절정은 길었다.


그녀는 내게 상체를 기울이고 한동안 절정의 쾌감에 빠져 있었다.




"흑! 흑! 흐윽!"
그리고 어느순간인가부터 터져나오는 소리는 절대 쾌감의 신음 따위가 아니었다.




"죽고 싶어..."

"죽고 싶을 만큼 내가 미운 거야?"

잠시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당신이 싫어..."
그녀가 한참만에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이 없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어."


여전히 그녀는 날 끌어안고 있었다.

그리고 사정이 끝난 후 아직 보라의 몸속에 머물고 있던 내 물건이 다시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들어있는 거라고는 오직 그거밖에 없는 거지?"
보라가 힐난하듯 내게 물었다.


"그런 걸지도..."
듣고 보니 딱히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바보 같은 사람... 하아..."
한숨인지 뭔지 모를 이상한 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걸 원하는 거지? 원하는 대로 해줄게."
그녀는 다시 내게 입을 맞추고 몸을 움직였다.

"으음... 하아! 솔직히 말해서... 너무 좋아. 빌어먹을 만큼 좋아."


보라가 날 바라보며 고백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어...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


"흑! 으윽!  돼!"

그리고 이번엔 방금전보다 훨씬 빠르게 가버리고 있었다.


"학! 하악! 그만..."
 번째 절정을  본 그녀는 내게서 몸을 일으켰다.

다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정액에는 신경쓰지 않고 샤워기로 가서 찬물을 틀고 몸을 맡겼다.


아무래도 너무 자극이 강했던 모양이다.

보라는 10분이 넘게 물을 맞고 그렇게 서 있었다.




나도 스파 욕조에서 나와 찬물로 몸을 씻었다.


기분 좋은 섹스를 하고 난 뒤에 샤워를 하고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약속 지킬 거지?"
샤워기의 벨브를 잠그고 그녀가 물었다.

"언제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적 있었나?"

"그래... 그랬었지."
보라의 얼굴에는 그다지 기쁜 표정이 떠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차가워진 표정으로 묵묵히 날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서 어떤 감정인지 읽기가 어려웠다.

욕실을 나와 우리는 마사지 룸으로 갔다.

내 요청에 따라 두 개의 마사지 베드를 나란히 놓고 마사지를 받았다.




평범하고 무난한 마사지였다.

민아가 내 몸에 아로마 오일을 발라주고 부드럽게 문질러 주었고, 아라가 보라의 몸에 같은 행위를 했다.

보라는 별다른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아라의 손에 몸을 맡겼다.

그녀들의 서비스를 받으며 빈둥거리고 있으니, 어느새 1시가 되었다.


- 호송 서비스가 완료되었습니다.

정확히 약속한 시간에 메시지가 왔다.



도대체 누구일까?


죄수 호송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을 인물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사실 탐정 사무실도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이쪽이 훨씬 더 궁금하다.


명백하게 범법을 저지르는 자들이다.

어쨌든 그자들과 얽혀서 좋을 거야 없겠지.




메시지를 받고 나서도 한동안 스파 클럽에 머물렀다.



"앞으로 돌아 누으세요."
보라가 시키는대로 앞으로 몸을 돌리기 위해 상체를 일으키고는 내 물건을 입에 물고 열심히 서비스중인 민아를 보았다.

보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다시 언제나와 같이 경멸의 눈으로 날 바라본다.

어쩐지 그녀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다행이다.

조금이나마 내게 갖고 있을 호감도 한순간에 날려버린 모양이다.

보라는 고개를 돌리고 마사지 베드에 누웠다.

아라가 그녀의 몸을 부드럽게 문지르다가 팬티를 벗겼다.

"지금 뭘?"


"그냥 있어."
하지만 내가 한 마디를 하자 바로 저항을 포기했다.


잠깐 그녀가 내게 고개를 돌리고 날 노려본 듯 하다.

하지만 다시 고개를 돌린 그녀는 눈을 꽉 감아버렸다.

"윽! 흑! 나쁜 새끼..."
얼마 지나지 않아 보라는 눈물을 흘리며 쾌락에 빠져버렸다.


"나쁜 사람 맞는 거 같아요."
언제 왔는지 모르게 안나가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그런 거 같지?"

"원래 나쁜 남자가 매력적인 법이죠."

"내가 매력이 있어요?"

"그럼요."
안나가 상체를 숙이고 내게 입을 맞춰왔다.

그런 소리 평생 처음 들어본다.

하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키스를 마치고 입을 떼는 안나의 얼굴에는 나에 대한 호감이 잔뜩 서려 있는 듯 했다.


물론 나에 대한 그녀의 감정을 믿을 수는 없다.

어떤 이유에서 이 여자들이  이렇게 대해주는 지는 여전히 미스테리이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다.

언제라도  반겨주고,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미녀들이 세상 어디엔가 존재한다는 것은 더할나위 없이 고마운 일이다.

결국 우리 다섯 사람은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보라는 그 어느때보다 더 자신의 쾌감을 마구 표출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미워했다.




스파 클럽을 나선 것은 메시지가 오고도 한참이 흐른 뒤였다.

그동안 그녀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 수 없어 두려움게 가득해 있었다.




그자에게 전화를 하고, 내가 지정한 여자들에게 캐스팅 카드 < 여배우 >를 사용하고, 액티브 카드 < 모니터 >로 여자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기에 난 여기서도 그녀들의 불안감을 아주 잘 느낄 수 있었다.



평범한 주말이었다.


도연은 느즈막히 일어나 전화기를 들고 메시지를 확인해보았다.

남자 친구에게 온 메시지가 두 개, 그리고 이런저런 메시지들도 여럿 와 있다.


남자 친구는 오늘 지방에 내려간다는 모양이다.


다녀와서 다신 연락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보고 도연은 잔뜩 인상을 쓴다.

이런 날 자신과 시간을 보내주면 얼마나 좋을까?


짜증이 난 도연은 전화기를  던져버렸다.

그리고 한동안 침대에서 빈둥거린다.




그렇게 TV를 틀어놓고 한가한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갑자기 벨이 울린다.

찾아올 사람은 없는데?

궁금해하며 나가서 현관 옆의 인터폰으로 밖을 확인해본다.



"누구세요?"


"김도연씨? 검찰입니다."
밖에 서있던 양복을 입은 남자가 꺼낸 말은 도연으로서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었다.

"네? 검찰이요?"

"예. 김영민씨 아시지요?"
당황한 그녀는 밖의 남자가 이어서 내뱉는 소리에 깜짝 놀라 황급하게 문을 열었다.


그리고 상대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녀는 정신을 잃어버렸다.



선글라스를 쓴 남자 뒤에 대기하고 있던 택배 유니폼을 입은  남자가 정신을 잃은 도연을 가지고  가방에 넣어, 마치 접이식 카트에 얹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공동 주택을 빠져나왔다.


택배 기사들이 사라지고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집에 들어가 그녀의 전화기를 챙기고, TV를 껐다.


혹시나 가스 렌지에 불을 켜놓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고, 방마다 전부 점검했다.

마지막으로 집을 나오면서 문을 잠그는 것은 잊지 않았다.

혼자 사는 집이 확실했고, 달리 찾아올 사람도 없는  같았다.


도연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그녀의 실종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여자가 들어있는 커다란 짐가방이 건물 밖에 세워진 택배마크가 쓰여진 트럭에 실렸다.


지나가는 사람들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선글라스를 낀 남자와 두 사람의 택배 기사는 각기 두 대의 차에 타고 집앞을 떠났다.



그리고 거의 같은 시간에 나은이라는 여자도 또 다른 사내들에게 납치되고 있었다.

이번엔 검찰이 아니라 가스 검침원이었다.

무방비하게 문을 열어준 나은은 바로 정신을 잃었다.





같은 시간 반서희는 전화를 받고 있었다.


"예? 지금요? 알았어요. 그렇게 하죠."
주말에 걸려온 회사 상사의 전화가 그렇게 기분 좋을 수는 없었지만, 그녀는 고분고분 지시를 따랐다.

"나 좀 나갔다 와야  거 같아. 회사에 일이 생긴 모양이야."
전화를 받고 얼마 후 평소처럼 꾸며입고 집을 나선 그녀는 회사 근처에서  사람에게 납치되었다.


그리고 그냥 길을 지나가는 것 같던 한 남자가 그녀의 차를 몰고 어디론가 떠났다.



여자들의 뒤를 모니터로 지켜보니 굉장히 전문적인 일당이었다.

그녀들  누구도 납치 당하고, 정신을 잃기 전까지 조금도 의심을 하지 못했다.

나라도 그 자들을 만나면 순식간에 그런 꼴이 되어버릴 것이 분명했다.

평범한 인상의 남자들이었다.


한 사람도 험악한 인상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원래 이런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일까?


그렇다면 꽤나 커다란 조직이다.

내가 본 사람만도 열 명이 넘는다.


더군다나 그녀들에게 전화를  사람까지 생각하면...


도대체 어떤 조직이야?


궁금증은 커져갔지만, 동시에 그들과는 얽히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거의 동시에 네 팀이 각각 네 여자를 감옥으로 운반해왔다.


여자들은 얼굴에 안대가 씌워져서  팔은 뒤로 묶인 채로, 각기 다른 방에 집어넣어졌다.



죄수 호송인들이 사라지고, 감옥엔 다시 정적이 다가왔다.


얼마나 지났을까?


여자들이 하나씩 정신을 차렸다.



"아!"
누군가가 소리를 낸다.


그걸 들은 다른 여자들이 몸을 떤다.



"누구 없어요?"
여자가 소리를 지른다.

"누구세요?"
그 목소리를 듣고 다른 여자가 용기를 내어 물어봤다.

"거기 사람 있어요? 나 좀 묶인  같은데 풀어줄래요?"


"나도 묶였어요."


"혹시 도연이?"
한 여자가 다른 여자의 목소리를 알아차렸다.

"누구? 나은 언니?"


"그래. 나야. 너도 잡혀왔어?"

"응. 집에 있다가. 검찰이라고 했는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