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5화 〉@22.6 용의자 (165/377)



〈 165화 〉@22.6 용의자

문득 수빈과 처음 만났던 날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녀는 어울리지 않게 법률에 능통했었다.


그리고 나한테 협박도 했었지...


우리 아빠한테 말해서 감옥에 가둔다고...

"하하..."
갑자기 식은 땀이 났다.


"무슨 생각하고 있는  알  같네요.  제대로 손에 넣지 못했다면 끔찍했을 거라 생각하는 거죠?"


"응."
어차피 난 이 소녀의 머리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 같다.
그러니 아무 소용도 없는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읽기 쉬운 남자에요. 당신. 그래도 좋아요."
수빈이 내게 입을 맞춰왔다.

우리는 함께 키스를 하고 일어났다.

"괜히 미안하네요. 오늘 밤 외롭게 두게 되서."


"날 뭘로 생각하는 거야? 이정도면 나도 할만큼 했어."


"지금 내가 하자고 하면 또 할 거잖아요?"

"응."


"진짜... 그러니까 또 하고 싶잖아요. 벗어봐요."


"아니. 그냥 들어가자. 아버지 집에 계신다며?"

"풉!"
수빈이 웃었다.


"진짜로 겁먹었어요?"

"응. 당연하지 않아? 상대는 국가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이라고. 그런  귀한 딸이 나같은 남자에게 몸을 놀리는 걸 알게 되면 가만히 안 있을  아냐?"

국회의원은 몰라도 검사장 출신이라면 없는 죄도 하루면 만들 수 있을 거 같았다.

"아뇨. 그렇지는 않아요. 아까도 말했지만 아빠 굉장히 합리적인 분이에요. 나에 대해서 신뢰도 깊으시고요."


역시 이 귀여운 아가씨는 머리는 좋지만, 아빠라는 존재의 무서움은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빠는 내가 선택한 남자라면 날 믿고 받아줄 거예요."


난 그녀와 내기할 수도 있었다.


수빈의 부친인 검사장 출신의 국회의원 나으리는 나란 남자가 자기 귀한 딸 주변에 얼쩡거리는 것을 알아차리면 당장이라도 무슨 조치를 취할 것이다.




"하지만 나 같은 남자한테 여자가 너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할게 되면?"

"그래도 마찬가지에요. 아빤  여자로 키우지 않았어요. 스스로의 일을 판단할 수 있는 한 사람의 인간이라 믿고 계신다고요."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을 좁히기 쉽지 않았다.



"당신은 믿지 못하겠나 보군요."

"응."

"알았어요. 그럼 내가 더 신경 쓸게요. 당신이 원할 때까지는 아버지한테 당신의 관계가 알려지지 않도록 할게요."

"그렇게 하는 게 좋겠어."

수빈은 자신의 부친을 그 누구보다 믿는 것 같지만, 난 세상 그 누구도 믿지 않는다.

세상에 완벽하게 이성적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 탐을 내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라도 이성 따위 멀리 던져버리고 감정 투성이가 되어 버릴 것이다.

그런데... 설마 그녀의 부친이 벌써 눈치를 채고 있는 것은 아닐까?

수빈을 보내로 돌아오면서, 난 그녀의 부친에 대해 검색을  보았다.

그녀가 말한 대로 나름 유명세가 있는 정치인이었다.

이제 2선이지만 미래가 촉망되는 유능한 사람인 모양이다.

두 번 정도 선거를 더 이긴다면 대선을 넘볼 다크 호스 수준은 되는 모양이다.


생각보다 상대가 너무 거물이라 꽤나 놀랐다.


그리고 혹시라도 내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의 관련을 의심해 본다.

음. 그런 아닐 것 같다.

그런 사람이 치졸하게 사진이나 보낸다고? 차라리 집에 마약을 숨겨놓고 마약 사범으로 만들거나, 더한 꼴로 만든다는 쪽이 훨씬 더 납득이 간다.

하지만 용의자 리스트에서 제외는 하지 않기로 했다.

우선은 탐정 사무소의 보고를 기다려 봐야 하겠다.




"지금 출근하세요? 영웅씨?"
아침 출근길이었다.

지하철 역에서 누군가가 아는척을 해 뒤로 돌아보니 조금 낯이 익은 얼굴이다.


"아. 예. 안녕하세요."
이름은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가 우리 회사 사람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저 모르시는구나? 저 나은이에요. 권나은. 인투유 팀에 있는. "
그녀가 손을 내밀며 내게 악수를 청해왔다.

놀라운 일이다.

회사를 다닌지 벌써  년이나 되었는데, 회사 근처에서 친하지 않은 여자에게 이런 인사를 받기는 처음이다.


"아. 나은씨였구나. 반가워요."


그녀는 미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몸매가 무척 매력적이고  키가 큰 여자였다.

아마도 어지간한 남자 평균 키는 넘지 않을까 싶었다.




"이제 서로 인사 했으니, 앞으로는 아는 척 하기에요."
여자는 환하게 웃으며 한동안 내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어쩐지 먹이를 노리는 뱀의 앞에 서있는 기분이 들어 등에서 식은땀이 조금 흘렀다.

아니. 그냥 여름이라 그런 걸까?



"그런데 출근할  차는  갖고 다니시나봐요?"
회사를 향해 함께 걸어가며 그녀가 물었다.


"차가 너무 막혀서요. 운전하고 나오면 피곤하더라고요."


"그래요? 그냥 서민 코스프레 아니고요?"


"하하. 코스프레는요. 진짜 서민 맞아요."
대충 이유는 짐작이 갔다.

사실은 그녀가 내게 인사를 해올때부터 알았다.

주은이 퍼트린 소문이 벌써 효과를 발휘하는 모양이다.


"오늘은 영웅씨랑 알게 되서 반가웠어요. 언제 우리 함께 식사라도 해요."

회사까지 함께 들어와  여자는 그렇게 자기 마음대로 다음을 약속하고 사라졌다.



그날은 무척 이상한 날이었다.

회사에서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 몇 번이나 된다.


전부 상대방이 먼저 내게 인사를 걸어온 것이다.

더군다나 같은 사무실을 쓰는 팀원들도 평소에 비해 유달리 내게 친절하게 구는 듯 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고, 몇몇 여직원이 그랬다.

괜히 지나가면서  번이라도 더 말을 걸고, 하다 못해 미소라도 보냈다.

"영웅씨 같이 식사하러 가지 않을래요?"
점심 시간이 되자, 같은 팀 여직원 둘이 그렇게 내게 물어왔다.


살짝 난감했다.

주은의 행동으로 회사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알겠는데, 이런 반응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모르겠다.

"빨리들 가서 식사나 하고 와요. 영웅씨. 나 좀 봐. 아까 시킨 거 어떻게 됐어?"

날 구해준 사람은 정 팀장이었다. 그녀가 눈을 부라리자 내게 말을 걸었던 직원들이 꼬리를 내리고 사라져버렸다.

 팀장의 행위가 무례하고 선을 넘는 것은 맞지만, 그녀의 독재에 저항할만큼 용기 있는 직원은 하나도 없었다.

"고마워요. 그렇지 않아도 난감했는데."

"으응..."

정 팀장에게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그녀의 몸안에 넣어둔 로터를 가동시켰더니, 그녀는 금세 음란한 얼굴이 되어버렸다.

"흑! 그... 그만..."
지난번 사무실에서 섹스를 하다가 주은에게 들킨 이후로 정 팀장은 사무실에서 이런 행위를 하는 것에 굉장히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으윽! 누가 들어오면..."
그녀는 느끼면서도 혹시라도 누가 사무실로 돌아올까 두려워 고개를 돌려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 조심하면 되죠. 앉아봐요."
정 팀장은 바로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내 바지의 지퍼를 풀렀다. 그리고 팬티를 내리고 솟아오른 자지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두 손으로 기둥을 열심히 흔들며 서비스를 시작했다.

"빨리 싸면 안 될까?"
그녀가 잠시 고개를 들고 내게 물었다.

"노력해보죠."
점심 시간이라고는 하지만, 언제 사람들이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이라 더욱 짜릿했다.

그때 우리 사무실 문이 열렸다.

깜짝 놀란 정 팀장이 그걸 입에서 뺐다.

"괜찮아요. 계속해요."
난  팀장의 머리를 눌러 하던 일을 계속하게 했다.

또각또각 소리가 들리며 주은이  책상을 향해 걸어오는 동안 정 팀장은 그걸 입에 물고 있으면서도 당황해 계속 눈치를 보고 있었다.


"와! 간도 크다. 여기서 또 하는 거예요?"
바로 옆까지 다가온 주은이 책상 아래에 숨어있던 정 팀장을 보고 웃으며 물었다.

"굉장히 짜릿하거든. 이거."

"그러기는 하겠어요. 근데 이 시간에 이러다가 걸리면 그땐 선처고 뭐고 없을 걸요?"

"그러겠지?"

"흠... 근데 짜릿하기는 하겠다."
주은이 괜히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말했다.


"언제  번 너도 해보지."


"그럴까요?"
주은이 살짝 쑥스럽다는  말했다.



"참. 아침에 나은씨가 접근했다면서요?"
주은은 출근길에 있었던 일을 이미 알고 있던 모양이다.

"그러더라고."

"역시 손이 빠르다니까."
주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사람이야?"

"음... 눈치가 빠르고, 결단력이 있어요. 계산도 빠르고요."


"주은이 같은 사람인가보네?"


"내가 뭐가 계산적이에요?"
주은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도연씨랑 함께 회사에서 당신을 제일 꼴보기 싫어하던 사람이고요."


응? 왜? 난 그 여자의 존재 조차 그다지 모르고 있었는데.

"뭐라고 했더라?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고 했었던가?"
주은은  여자가 내 험담을 꽤 했다고 말해주었다.

"회사에 당신 같은 사람이 있으면 분위기가  좋아진다 소리도 했고요."

왠지 모르지만 난 그녀에게 찍혀있었던 모양이다.


이유 없이 날 미워한다면, 나와 정 팀장의 관계를 어쩌다 발견하고 그런 사진을 찍어 보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계산적인 여자란 말이지?


돈 냄새를 맡고 내게 접근을 하려는 것도 이해가 간다.

"남자 친구는?"

"없어요.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요. 하지만 모르죠. 자기 사생활 같은 거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리고 도연씨가 날 싫어한다고 했지?"
주은이 말한 사람 중에 가장 신경이 쓰이는 사람이  여자였다.


"음... 도연씨는 당신을 진짜로 싫어하나 봐요. 전부터 느낀 건데, 당신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꼭  마디씩 했어요."


"그래? 대체 이유가 뭘까? 혹시 아는 거 있어?"

"아뇨.  다들 수다 떨 때 자기 속내 같은 거 밝히고 그러는  알아요? 그냥 하고 싶은 말만 꺼내는 거지."

하기는 학창 시절과는 다르지.



그때 사무실 문이 다시 열렸다.


들어온 사람은 문희였다.



"안녕! 문희씨!"
주은이 그녀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고, 거의 동시에 난  팀장의 입에 사정을 했다.

"뭣들 해요? 밥 먹으러 안 가요?"
문희가 또각거리며 내게로 다가오는 그 짧은 시간 정 팀장은 마지막으로 한 번 자지를 빨아들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팀장님도 계셨네요?"
문희가  팀장을 보고 살짝 놀라며 자리에 멈춰섰다.




"근데 거기서 뭐하고 계셨어요?"


"스타킹 올이 나갔나 봐."
정 팀장이 어울리지 않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동안 난 급하게 바지의 지퍼를 올렸다.


"그럼 제가 하나 드릴까요?"

문희는 발걸음을 돌려 자신의 책상으로 향했다.

 팀장이 그녀의 뒤를 따라가 문희가 주는 스타킹을 받았다.

"고마워. 그기고 영웅씨 내가 시킨 거 오늘 꼭 끝내놔요. 이번에도 또 늦으면 가만히 않둘테니까."
정 팀장에 내게 눈을 부라리고 사무실을 나갔다.


"점심 식사들 안 해요?"

"그렇지 않아도 영웅씨랑 같이 가려고 했었는데. 영웅씨가 그쪽 팀장님한테 뭔가 지시받을 게 있는 모양이라 기다리고 있었어요. 문희씨는 벌써 식사하고 온 거예요?"

"아뇨. 같이 식사하기로 한 사람들이 선배가 또 팀장님한테 깨지고 있다고 해서 한  와봤어요."

역시 착한 문희양이다.

"그럼 우리 함께 식사하러 갈까요?"

"두 사람 할 얘기 있는 거 아녜요? 괜히 방해하고 싶지 않은데요?"


"괜찮아요.  거 아녜요. 같이 가요."
주은이 문희와 시간을 끌어주는 동안 아랫도리를 추스리고 일어나며 문희에게 권유를 했다.

"그래요. 그럼."


"뭐 먹을까요? 우리."

"시간도 애매한데 빨리 먹을  있는 걸로 해요. 에그 샌드? 어때요?"


그렇게 문희양과 주은을 따라 그녀들이 선택한 계란 샌드위치를 먹으러 갔다.

"근데 요즘 주은씨 영웅 선배랑 함께 있는 게 자주 보여요.  사람 혹시?"
문희가 호기심이 잔뜩 서린 눈으로 물었다.

"그런 거 아녜요. 우리 비즈니스. 어디까지나."
주은은 날 보고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흐응? 그렇단 말이지요?"
어쩐지 문희양은 잘 믿지 못하겠다는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참! 비키니 팀 도연씨 있잖아요."
문득 주은이 아까 이름이 나왔던 여자를 입에 올렸다.

"그 귀여운 사람이요?"
문희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인 모양이다.


"도연씨 왜요?"

"도연씨랑 유미팀 영민씨랑 사귀는 사이 맞죠?"


"응? 그거 진짜 맞아요? 나도 그런 거 같았어요."


"그죠? 아무래도 두 사람이 이상하더라니까. 같이 있는게 자주 보이고..."

식사를 끝내고 돌아올 때까지, 주은과 문희는 서로 죽이 맞아 쉬지 않고 떠들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두 사람이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주 똑 닮았다.

아니... 여자들이 보통 그랬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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