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4화 〉@21. 풍전등화의 회사 생활
나로서는 그녀의 성향과 설정 카드 < 게임의 규칙 >에 운을 걸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욕심이라면, 이쪽에서 포기하지 않는 이상 먼저 포기할 이유가 없다.
물론 여기까지만으로 만족할 수도 있다.
3,200만 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그러니까 내 계획에서 아주 작은 위험이 있다면 바로 이 순간이다.
그녀의 욕망을 자극하면서도, 그녀가 포기하기 힘든 순간을 정하는 것.
그리고 난 주은이라는 여자의 욕심에 걸었다.
이걸 계속 한다고해서 그녀에게 손해가 갈 것은 없다.
몇 번을 하든 단 한 번만 더 이겨도 두 배인, 6,400만 원이 된다.
만일 두 번을 더 이길 수 있다면?
그땐 무려 1억 원이 넘어가는 엄청난 거금이다.
어지간히 마음이 약한 사람이거나, 바보가 아닌 이상 상대쪽에서 멈출 이유는 없다.
"뭐. 그렇게 하신다면야."
주은은 신이 나는 듯 웃고 있었다.
"그럼... 내가 벗을까?"
정 팀장이 내 눈치를 살폈다. 여기서 그녀가 벗으면 팬티 하나만 남는다.
"남자인 제가 벗죠."
난 하나 뿐인 팬티를 벗어버렸다.
"어?"
"아!"
두 남녀의 놀라움은 결이 달랐다.
주은은 마치 못 볼것을 보았다는 듯, 내 덜렁거리는 물건을 한 번 보고 눈을 돌려버렸다.
남자는 탄사에 가까운 눈빛을 보이고 눈을 돌렸다.
"허음..."
남자가 뭐라 말할지 고민하는 동안 정 팀장이 그의 손에서 동전을 빼앗아 가 휙 던졌다.
나온 눈은 앞.
그리고 나도 던졌다. 나온 눈은 앞!
"이제 뭔가 되려나 봐!"
정 팀장이 눈에 띄게 좋아한다.
"그럼 주은씨."
난 그녀에게 동전을 넘겼다.
"그럼..."
주은은 굳은 얼굴로 동전을 던졌다.
나온 눈은 앞.
"잘 해. 자기야."
남자 친구에게 동전을 던지며, 주은이 부드럽게 북돋워주었다.
"그래. 나만 믿어."
남자 친구가 호기있게 동전을 던졌다.
나온 눈은 뒤!
"아! 진짜..."
주은은 눈에 띄게 실망했다.
지금까지 거의 지지 않았기에 이번의 패배가 무척이나 서운한 모양이다.
"그럼 나도 벗을게."
남자가 일어나며 말했다.
"앉아."
주은이 남자 친구를 말렸다.
"응?"
남자 친구가 조금 당황해 그녀를 본다.
"뭐. 다들 벗었는데, 하나 쯤은."
그러며 그녀는 셔츠를 벗었다.
"괜찮아?"
남자 친구가 걱정스래 물었다.
"뭐. 정 팀장님은 전부 드러냈는데. 뭐. 이정도야 그냥 수영장에 온 거랑 다를 것도 없지 뭐."
주은은 씩씩하게 말하며 술잔을 비웠다.
"그래..."
남자 친구는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투로 술잔을 비웠다.
"그럼 내가 따라줄게요."
정 팀장이 주은의 잔에 술을 따르고, 남자의 잔에도 술을 따랐다.
"어때요? 계속 할 수 있겠어요?"
난 테이블 위의 돈다발을 주은에게 가까이 옮기며 두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
그 틈에 정 팀장이 내가 준 즐거워지는 사탕을 부수어 놓은 가루를 남자의 잔에 탔다.
가루는 금세 술에 녹아버렸고, 정 팀장이 그걸 남자 친구 앞에 가져 놓았을 때에는 흔적도 남지 않았다.
"당연하죠."
주은은 절대 포기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다시 동전을 던졌다.
"아! 진짜!"
주은이 짜증을 낸다.
"이제 그만..."
남자가 그 소리를 하다가 여자 친구의 매서운 눈초리에 입을 닫았다.
"계속 할 수 있겠어요?"
그녀에게 능글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물어본다.
명백한 도발이었다.
어때? 더 할 수 있어?
물론 나도 그녀도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룰은 단순하다.
그녀들이 이기든 지든 아무때나 포기할 수 있다.
하지만 지고서 그만둘 때에는 상금을 가져갈 수 없다.
상금을 가져가려면 이겼을 때에만 가능하다.
그러니까 주은들의 기대값은 테이블 위에 놓인3,200만 원이 아니라 그 두 배인 6,400만 원이다.
아마 주은의 연봉의 두 배 가까이 될 것이다.
여기서 포기하는 것은 6,400만 원을 버리는 것과 같다.
그녀의 재정 상황을 생각해보면 결코 쉽게 놓칠 수 없는 기회.
"당연하죠."
주은은 이빨을 악물며 대답했다.
"내가 벗을게..."
남자가 주은의 눈치를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됐어."
주은이 앉은 채로 스커트를 벗었다.
이제 속옷 차림의 그녀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꽤 괜찮은 모습이다.
"괜찮아?"
남자가 걱정스럽게 주은에게 물었다.
"그럼. 괜찮지 않고. 참 그런데 정말로 우리가 이기면 가져도 되는 거 맞죠? 나중에 울고 그러는 거 없기에요."
주은이 날 도발했다.
"물론이죠. 주은씨가 포기하기 전에는 절대 그만두지 않을 거예요."
"참! 그런데 두 사람 다 벗으면 게임이 끝나는 거 아냐?"
정 팀장이 아주 당연한 소리를 했다.
앞으로의 게임에서 계속 진다면 앞으로 세 번 만에 주은 커플은 벌거벗게 된다.
"뭐. 그렇게 되면 그때 가서 생각해보죠."
일부러 난 주은을 비웃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요. 그때 가서 보자구요."
주은도 호승심이 생겼는지, 내게 비웃음을 보이려 노력하며 술잔을 가져가 비웠다.
"잠깐 안주라도 먹고 하자."
정 팀장이 그렇게 말하고 다 식어버린 고기를 집어 입에 넣었다.
"자기도 먹어봐. 이거 꽤 괜찮아."
정 팀장이 생햄과 치즈를 싸서 내 입에 넣어주었다.
"흐흐..."
그리고 주은의 남자 친구가 우리를 바라보며 즐거운 듯 웃음을 지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정 팀장의 가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그걸 본 주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지금까지야 은근슬쩍 바라보고만 있었는데, 이제 와서는 아주 대 놓고 보고 있었다.
다른 여자의 가슴을?
주은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긴장되어 죽겠는데, 딴 여자의 가슴을 보면서 즐거워해?
당장에 호통이 터져나와도 이상치 않았다.
그리고 그때에 와서야 난 비로소 남자에게 캐스팅 카드 < 빼앗기는 남자 >를 사용했다.
지금까지는 주은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기 위해 그대로 두었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다르다.
비록 주은이 설정 카드 < 게임의 규칙 >의 영향 아래 있지만, 그 남자 또한 그래야 했다.
두 사람이 서로 마음이 상하는 일이 있어도 게임에 몰입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남자는 정신 없이 정 팀장의 가슴을 바라본다.
주은은 화가 나는 것을 억누르기 위해 벌컥벌컥 물을 마셨다.
하지만 남자 친구에게 화를 낸다거나 눈치를 주지는 않았다.
당장 급한 것은 이 게임에 승리를 하는 것이다.
무려 6,400만 원. 두번을 이기면 1억 2,800만 원이다.
사소한 분노로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는 결연한 의지가 그녀의 눈에 서렸다.
"그럼 다시 시작해요."
주은이 정 팀장을 재촉했다.
"잠깐만 쉬어. 우리."
정 팀장은 그러면서 내게 입을 맞춰왔다.
난 그녀의 입술을 거부하지 않고, 그 거대한 가슴에 손을 대고 살짝 주물렀다.
그리고 그 순간 난 마스터 카드 < 매의 눈 >로 향상된 주변 시력으로 주은이 입술을 깨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무척이나 약이 오른 모양이다.
나와 정 팀장의 다정한 모습을 한 번 보고, 남자 친구의 흐뭇해 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다시 입술을 깨문다.
하지만 여전히 화를 내어 판을 깨어버릴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남자 친구의 눈은 내 손에 쥐어진 정 팀장의 가슴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아마도 자기도 나처럼 이 가슴에 손을 대보고 싶다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그럼 이제 다시 시작해볼까?"
정 팀장이 동전을 던졌다.
앞이 나왔다.
내가 던졌다.
뒤가 나온다.
"아!"
정 팀장이 아쉬워하며 손뼉을 쳤다.
출렁!
남자의 얼굴에 흐믓한 미소가 떠올랐다.
"진짜로..."
주은이 짜증나는 얼굴로 남자 친구를 본다.
하지만 그냥 포기한 듯, 내게서 동전을 가져가 위로 던졌다.
앞.
"잘 해. 알았지?"
주은이 동전을 남자 친구에게 건내주며 신신 당부를 했다.
"응. 이겨야지! 우리가!"
남자 친구는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남자가 동전을 던졌다.
뒤!
"하!"
주은이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아깝네."
남자 친구가 웃으며 한 마디 던졌다.
그걸 본 주은의 얼굴은 마구 일그러졌다.
비겼는데 뭐가 좋아서 웃고 있는 거야?
그래놓고 아깝다는 게 마치 자기를 놀리려는 것으로 느껴진 모양이다.
하지만 남자에게 화를 내지는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이 게임을 이기는 것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머. 다행이다."
정 팀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남자가 건내주는 동전을 받았다.
동전을 건내는 순간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정 팀장의 손을 한 번 잡았다가 놓았다.
하필이면 그 순간 주은이 그걸 보고야 말았다.
"진짜!"
도저히 참지 못한 주은은 한 마디 내뱉고는 다시 잔에 물을 따라 한 잔 비워버렸다.
"그럼 내가 할게요."
정 팀장과 내가 동전을 던졌다.
우리는 모두 뒷 면이 나왔다.
주은이 아무말없이 내게 동전을 가져가 던졌다.
뒤.
남자 친구가 다시 동전을 던졌다.
앞!
"휴우..."
정 팀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 또한 이 게임의 승부에 무척이나 마음 졸이고 있을 것이다.
물론 자신의 돈은 아니지만, 그런 큰 돈이 오고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쉽지는 않다.
더군다나 우리가 지면 저 얄미운 여자에게 그런 엄청난 돈을 빼앗기고야 말 것이다.
"자기가 벗어."
주은이 차가운 눈으로 남자 친구에게 명령했다.
"응. 그래. 하하..."
남자 친구는 속도 없이 웃으며 하나 남은 팬티를 벗었다.
그리고 팬티 안에서 나온 것은 잔뜩 발기한 물건이다.
주은도 나도 그리고 정 팀장도 원인이 무언지는 잘 안다.
팔을 움직일 때마다 출렁이는 정 팀장의 가슴.
젊은 남자가 그걸 보고 아무렇지도 않으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하지만 주은의 입장에선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그게 드러나는 순간 그녀의 얼굴은 끔찍하리만큼 창백하게 변했다.
물론 그녀가 지금까지 그걸 모르고 있지는 않았으리라.
남자 친구가 앉아있는 동안에도 바로 옆에 앉아있던 주은은 줄곳 보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혼자 아는 것과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그것도 남자 친구가 발기한 상대에게는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았으리라.
그렇다고 남자 친구를 두고 자신이 벗을 수도 없었다.
그녀가 걸친 것은 겨우 팬티와 브래지어 뿐이다.
참담한 얼굴로 주은은 벌주를 마셨다.
남자 친구도 자리에 앉아 즐거운 얼굴로 술을 마셨다.
주은의 눈이 남자 친구의 아랫도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여기서는 안 보이지만, 아마 지금 열심히 덜렁거리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것도 건너편의 거대한 가슴을 보면서 말이다.
지금 주은이 느끼고 있을 수치의 감정이 얼마나 될지는 사실 가늠하기조차 어려웠다.
나 같아도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의 물건을 보고 넋을 잃고 보고 아래가 젖어버린다면 분노할 것이다.
하지만 용캐도 그녀는 분노를 다스렸다.
그것이 설정 카드 < 게임의 규칙 > 때문인지, 그녀가 지닌 욕망 때문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녀가 이제는 완벽하게 내가 쳐 놓은 거미줄에 걸려있다는 사실이다.
"그럼 계속 해요!"
주은이 정 팀장에게 다그쳤다.
"계속 그렇게 독한 술을 안주도 없이 먹으면 안 좋아."
"괜찮아요. 자기 혹시 취했어?"
"아니? 아무렇지도 않은데?"
남자는 즐거운 미소로 대답했다.
하지만 주은은 영 마땅치 않아보였다.
"괜찮아요. 계속 해요."
하지만 이 게임이 멈추는 것을 가장 원치 않는 것은 바로 그녀였다.
"그러면..."
우리가 동전을 던졌고, 주은이 따라 던졌다.
우리가 이겼다.
"포기를 해도 옷은 벗고 포기해야 해요!"
정 팀장이 웃음을 지으며 놀리듯 말했다.
"당연하죠. 근데 어쩌죠? 저 포기 안 할 거예요."
주은은 씩씩하게 웃으며 브래지어를 벗었다.
음. 꽤 보기 좋다.
그렇게 크다고는 할 수 없다. 아마 B에서 커봐야 C는 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몸에 그리 지방이 끼지 않아 슬림한 상체와 제법 잘 어울리는 이쁜 가슴이었다.
물론 내 옆에 앉아있는 정 팀장과 비교를 하면 빈약해보인다.
"괜찮아?"
남자가 웃으며 물었다.
"응. 뭐. 어때. 다들 벗고 있는데."
주은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방금전 그 남자가 주은을 말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남자는 자신의 여자 친구가 다른 남자 앞에서 가슴을 보이는 것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저 웃으며 건너편의 그 여자의 커다란 가슴을 한 번 보고, 자기 여자 친구의 가슴도 바라보고, 웃어버렸을 뿐이다.
술잔을 비우고 난 주은이 입술을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