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0화 〉@19.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너무 의심스럽다. (140/377)



〈 140화 〉@19.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너무 의심스럽다.



"갑자기 왜?"

"사실은 전부터 묻고 싶었어. 그 사람에 대해서."

"어떤?"


"나.  사람 조금 무서워."

흠...
은희가 그랬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물론 너한테는 좋은 사람인  알겠는데... 가끔은 섬찟할 때가 있어. 그 사람 꽤 완벽주의자라고 했었잖아?"

"응. 굉장히 꼼꼼한 사람이야. 물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힘들어하는  사실이야. 하지만 그만큼 성과를 올리니까, 그게 흠이라고는 생각 안 해."


지아는  남자에게 부채를 갖고 있기 때문인지, 열심히 변호를 해주고 있었다.


"그건 아는데... 솔직히 너희 회사에서 너 말고 그 사람 좋은 소리 하는 사람 없다며?"


"뭐. 나도 그냥 상사로 알고 지낼 때야 그랬지. 하지만 알고 보면 나쁜 사람은 아냐."
하지만 그녀는 슬쩍 내 눈치를 본다.

"난 신경 쓰지 마."
난 그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있었다.


더군다나 그 사람과 미래까지 포기하고, 내 여자들 중 하나로 만족하겠다는 여자에게 괜히 속좁게  필요는 없다.


그런데 은희의 말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너 그런말 한적 있지? 그 사람 미국에 있을 때, 약혼자 사고로 죽었다고."


이 소리는 처음 듣는다.
 당황해서 지아를 바라보았다.



"응... 그래서 한동안 굉장히 힘들어 했다고 하더라."

"난 그게 사실 조금 찜찜해. 같이 차를 타고 가다가 그런 거라며?"


"그래서? 설마 그 사람이랑 관련이 된 거라고 의심이라도 하는 거야?"

"아니. 지난번에 그 모텔에서도 그랬고..."


나도 어쩐지 은희의 말에 수긍이 갔다.
더군다나 지금도  남자 이집앞에까지 따라와 있다.
그리고  남자가 찾아보던 검색어들까지...



"됐어.  지금도 미안한데,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아."
지아가 선을 그었다.

"그래. 미안해. 괜한 얘기 꺼냈다."


"괜찮아. 언니가 나 걱정해서 그런  알아."
지아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신경 쓸 거 없어.  그 결혼  할 거니까."
지아는 방금 전의 결심을 털어놓았다.


"정말?"

"응. 평생 거짓말하며 살 수도 없는 거고... 지금이라도 여기서 매듭을 짓는 게 서로에게 나을 거야."

"그러면 너 방송국은?"

"설마 입에 풀칠은 하겠지."


"그럼 니가 책임 져야겠네."
은희가 날 노려본다.

"으응?"

"진짜로... 여튼  그런 줄 알았다면,  소리 안 꺼냈을텐데. 미안해."
하지만 은희도 내게 깊이 추궁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신경 쓰지마. 근데 언니 정말 생각 없어?"
지아는 다시 멈추었던 손을 움직이며 은희를 도발했다.

"너희끼리 재미있게 잘 놀아."


"나중이라도 마음 바뀌면  해."
소파에 앉아있는 내 위로 올라오며 지아가 말했다.

그녀는 손을 내려 내 물건을 자신의 몸 안으로 인도했다.




"진짜로... 말도 안 돼지..."
지아가 한 마디 하고 몸을 움직였다.

"오빤 가만히 있어. 내가  거야."
내가 그녀의 몸을 안으려 하자, 지아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뭔가... 복잡한 모양이다.



정말로 난 꼼짝도 하지 않았고, 지아 혼자서 재미를 보고 있었다.
어쩐지  귀여운 옛 사랑에게 잡아먹히는 기분이 들었다.




"하아..."
그리고 신음 소리가 흘러나온 곳은 내 옆이었다.


언제 풀러버린 걸까?
가운을 묶고 있던 끈이 흘러내렸고, 아래가 알몸이 된 은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소파 한쪽에 등을 기대고 앉아 다리를 소파에 올리고,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으음..."
즐거운 것은 지아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옆에 보지마."
지아가 손을 올려 내 머리를 자신에게 돌렸다.

그녀도 은희가 옆에서 하고 있는 행위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온전히 그녀에게 집중하길 원했다.


난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아까 보았던 것처럼 그녀의 눈은 촉촉하게 젖어있다.

"어째서 오빠 같은 남잘 사랑하게 된 걸까?"
그녀가 물었다.

물론 난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바보 같아."
그리고 그녀는 날 끌어안았다.

우리는 입을 맞추었다.


"으음!"
옆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은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하악!"
지아도 지지 않으려는 듯 입술을 떼고 소리를 낸다.


그리고 점차 그녀의 움직임은 더욱 강렬해졌다.




"학! 하악!"
"아! 아아!"
이제 동시에 두 여자가 소리를 내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이 집이 방음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난 아까 은희가 올라오는 소리에 계단 위로 올라갔던 남자가 다시 내려와 이 집 현관 문에 귀를 대고 있는 것을 지켜보았다.

남자의 얼굴엔 무수히 많은 감정이 흘러가고 있었다.

물론 그것 만으로는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없었다.



"흑!"
오늘 최고의 절정을 맞이한 지아는 흐느껴 울고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녀의 눈물은 얼마나 커다란 기쁨을 누렸는지 알려주는 지표가 된다.

하지만 오늘은 어쩐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같았다.


"오빠. 아직도 사정  했어?"
지아가 미안한 듯 물었다.
아직 내 물건은 잔뜩 발기해서 그녀의 몸 안에 들어있다.


"괜찮아. 또 할 건데 뭐."

"진짜! 짐승 같아."
지아가 내게 눈을 흘겼다.
하지만 나쁘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하아... 하아..."
그리고 은희는 아직도 충분하게 높은 곳에 오르지는 못한 모양이다.

그녀는 머리를 조금 뒤로 젖히고 눈을 살짝 닫은 채, 우리를 바라보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언닌 아직 부족한 모양이네?"
아직 눈물이 말라붙지도 않은 지아가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도와줘?"

"흑! 오지마! 이년아! 오면 죽는다! 학!"
지아의 말소리가 자신을 향하자, 은희는 눈을 크게 뜨고 경고했다.

하지만 우리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는 전보다 훨씬  격렬하게 신음을 내 뱉었다.

"윽! 진짜! 하악! 변태 같아! 윽! 으윽!"
은희는 두 남녀 앞에서 자위를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운 모양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더욱  자극이 되는 모양이다.

지난번처럼 딜도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손가락만으로 스스로를 어루만지고 있는데도, 그녀는 부지런히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지아는 더이상 은희를 자극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그녀의 음란한 행동을 지켜볼 뿐이다.


"음..."
지아가 살짝 입술을 열었다.
어쩐지 은희의 모습을 지켜보며 다시 자극을 받은 모양이다.

사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좀처럼 있을 수 없다.

여자들의 오르가즘은 강렬하고 오랫동안 지속되지만, 한  절정에 오르면 한동안은 탈락감에 다시 자극하기 어렵기 마련이다.

어떤 면에서는 남자의 사정과도 비슷하다.

남자들이 한 번 사정을 하고 나면 다시 발기하고 흥분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듯, 여자들의 오르가즘도 구조적으로는 비슷하다.

성인물에서처럼 여러 남자와 번갈아 행위를 하며 점점 더 미쳐버리는 일은 어디까지나 픽션의 표현이다.



하지만 지금 지아의 몸은 설정 카드 < 민감 > 과 설정 카드 < 중첩 > 때문에 자극에 바로 반응을 해 버린다.


그러니까 그녀의 몸은 글자 그대로 성인물의 여주인공의 그것인 셈이다.




"하아! 하아!"
지아는 거친 숨을 내쉬며 내게서 일어났다.

지아의 몸에서 빠져나온 그 커다란 물건이 출렁거렸다.

"하아! 윽!"
은희도 그걸 보았다.

그리고 지아는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손으로 잡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부러 도발을 하고 있었다.

보고 있지? 갖고 싶지?

천천히 기둥을 손에 잡은 채 위아래로 흔들다가, 입을 열고 귀두를 넣었다.




"으윽!"
 전 보다 훨씬 더 강렬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은희가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녀는 욕망했다.


그리고 저항했다.



난 그녀의 그 욕망이 더 대단한 것인지, 아니면 그 인내가  대단한 것인지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다.

은희에겐 여전히 캐스팅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녀의 욕망은 내추럴이다.

그녀는 자신의 그런 모습을 우리에게 보이며 자신의 욕망을 나름의 방법으로 해소하고 있었다.

그리고 겨우 이 거리에서도 손만 내밀면 차지할 수 있는 순간을 참아낸다는 것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아니면 그녀의 말처럼 그저 변태일 뿐일까?


그녀는 나와 하는  만큼이나, 내게 자신의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즐거운 것인지도 모른다.



하기는 나도 그런 관계가 나쁘지는 않다.

그녀가 원한다면 언제까지고 서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서로의 모습을 보는 것으로 만족할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악!"
그리고 이 순간 쾌락에 빠져있는 사람은 한 사람 더 있었다.

지아는 한 손을 내려 자신의 클리토리스를 건드리며 즐기고 있었다.

그녀 또한  변태적인 행위에서 즐거움을 얻고있었다.



"윽! 으윽!"
그러니까 은희에게 내 자지를 보여주고, 은희가 그걸 바라보며 욕구에 휘말린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지아는 참기 어려울만큼의 쾌락을 느끼는 모양이다.



결국 그녀의 선택을 올바랐다.


금세 방안은  여자가 뱉어내는 신음으로 가득찼고,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지아도 은희도 충분한 만족감을 얻고 절정에 다다랐다.


"하아... 하아... 좋아..."
얼굴에 내 정액을 잔뜩 묻힌 지아가 눈을 살짝 위로 치켜뜨고 만족을 표현했다.



"으으... 죽을  같아..."
은희는 소파에 몸을 거의 눕히고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학! 학! 너희 아직도 날 보고 있어?"


"응."
지아가 발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창피해 죽을 거 같아. 하아... 하아..."


"거짓말."

"진짜야..."
은희의 목소리가 조금은 먹먹하다.

조금 울었던 모양이다.

그녀도 지아처럼 절정의 순간에 눈물을 흘리는 타입이다.


그런데 지금의 눈물이 쾌감 때문인지, 혹은 그녀 말처럼 창피함 때문인지는  수 없었다.

"키스해줄까?"
지아가 놀리듯 물었다.


"미친년..."
은희가 힘없이 지아를 욕했다.

그리고 지아는 은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은희는 지아의 입맞춤을 받아들여주었다.

"진짜... 너희랑 있으면 내가 너무 힘들어..."
하지만 그녀의 말에 원망 따위의 감정을 찾기 어려웠다.


"나도 힘들어. 왠지 언니랑 있으면 자꾸 괴롭히고 싶어진다니까."
지아가 웃으며 대꾸했다.

"하아... 말을 말자. 진짜로 여기서 니가 제일 변태 같아."

은희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무엇보다 지아는 유일하게 내가 지닌 설정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

그렇게 격렬한 시간이 끝나고 우리는 다시 소파에 편안하게 앉아 대화를 나누었다.


"근데. 그 결심 진짜인 거지?"
은희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응. 정말로."


"그러면 됐어. 나도  위해서는 그쪽이 나을 거 같아. 물론  경력에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애정도 없는 결혼보다 낫지."

"맞아."


은희는 알고 있던 모양이다. 지아에게 그 남자에 대한 애정은 없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지아도 인정을 했다.

사실 그리 놀랍지는 않다.

지아는 무척 계산적인 여자였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애정이 없는 결혼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그걸 포기하는 것이 훨씬 더 놀라웠다.

"그런데  진짜 각오는 한 거야? 이 자식 그 남자보다 조금도 나은 거 없는데?  남자는 적어도 바람은 안 피우잖아?"
은희는 내게 조금의 신뢰도 갖지 못한 모양이다.


뭐... 내가 저지른 짓이 있기야 하지만...
은희 자신도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는  수 없을 텐데...


"나도 알아.  오빠를 믿어서  결혼 그만둘 생각인  아냐."
지아가 날 흘겨보며 말했다.

"그건 어디까지나  사람과 내 문제야."
그렇게 지아는 선을 그었다.

그녀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짐작이 간다.


아마 그편이 그녀 자신을 위해서도 우리의 관계를 위해서도 낫다는 판단일 것이다.

"그래. 더 이상은 말 안 할게."
은희도 무언가 알아들은 듯 하다.


"그럼 우리 자자.  피곤해."
지아는 꽤 지쳐보였다.

아마 오늘 한 이야기를 그동안 꽤나 고민해온 모양이다.

지아와 은희는 다시 욕실로 들어가 씻고 나왔다.

"그럼 나 먼저 잔다. 둘이서 남은 욕구를 풀어."
지아는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으며 침대에 누웠다.

"나도 잘 거야."
은희는 날 바라보지도 않고, 지아의 옆에 누웠다.


"그럼 넌 소파에서 혼자 자."
두 여자는 갑자기 의기투합해서 서로를 끌어안고 내게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렸다.

아무래도 오늘밤은 정말로 혼자 자야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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