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1화 〉@18. 고압적인 여상사가 내 아래에 깔려 울부짖던 야근하던 날. (131/377)



〈 131화 〉@18. 고압적인 여상사가 내 아래에 깔려 울부짖던 야근하던 날.



그러니까 원조 교제 이야기가 나온 거겠지.


솔직히 말해 그런 말을 퍼트린 여자가 누구인지 몰라도, 그렇게 탓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와 지연, 혹은 나와 수빈이 함께 모텔을 나오는 모습을 누군가가 보았다면, 그런 오해를 했다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일  똑바로 해!"
 팀장은 아직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는지, 그렇게 한 마디 하고 사무실을 나가 버렸다.

흠...
역시...


 사당동 매장 관련 업무를 자기가 한다는 거야?

 생각으론 당장 급한 것도 아닌데...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도...

정 팀장이 날 갈구면서 아직 그것도 처리 못했냐며 내가 맡은 업무를 가져간 것이  번 되는데...

노트를 펴고 기억나는 것을 정리해본다.


흠...


뭔가 이상하다.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어떻게?

잠시 고민을 하다가 전화기를 들고 112라 쓰여있는 이름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번 가고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K 사무실입니다."
나이를 알기 힘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의뢰를 하고 싶은데요."

"네. 말씀하세요."

"특정 인물에 대해 조사를 하려는데 어느정도까지 알아봐  수 있나요?"

"원하시는 것이 있다면 전부 샅샅이 찾아드리겠습니다.
전과나 금융은 물론이고 어제 누구랑 잤고, 오늘은 어떤 속옷을 입고 왔는지까지 확인해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러려면 비용이 문제이겠지요."


"비용이 어떻게 됩니까?"


"조사 대상에 따라 다릅니다.
일반인의 경우라면 그리 큰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경우, 예를 들어 정부나 대기업에서 고위직에 있는 사람이라거나 불법적인 일에 관련된 인사라면 비용 산정을 해 봐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난 정팀장의 이름과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그러니까 이 분의 일반적인 신변 조사와 금융 거래를 중점적으로 알아보라는 말씀이시죠.
어렵지 않습니다.
착수료는 300만 원입니다.
기본 조사 기간은 사흘이고요.
만일 조사 기간이 추가되면 하루에 100만 원씩 추가됩니다."

비싼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일주일이면 700만 원, 열흘이면 1,000만 원이라는 거금이 든다.

하지만 상대는 일반인이라면 사흘이면 어지간한 사항은 알려줄 수 있을 것이라 했다.


또 열흘 쯤 필요하다해도 지금의 내게 그 정도의 비용은 충분히 감수할  있다.

그런데 비용을 어떻게 지불하는 걸까?
계좌 이체?
그건 좀 싫은데...
그렇다고 직접 만나기도 싫고...


그때 안내가 나왔다.

- 정지혜에 대한 조사료로 300만 원을 출금합니다.



"아! 잠시만요. 지금 착수료 300만  송금 확인되었습니다.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고객님의 요청에 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객님."


마지막에 가선 남자의 목소리가 밝아졌다.
돈을 받아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그렇게 탐정 사무소에 일을 맡기고 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날 저녁 보라가 오기 전에 이번에 받은 기프트 카드  개를 사용해보았다.



우선 기프트 카드 < 개 목걸이 > 카드를 찢었다.


그러자 내 앞에 작은 상자 하나가 나타났다.

상자를 열자 붉은색과 검은색의  목걸이  개가 들어있다.

그리고 한편에는 작은 종이 쪽지 하나.

- 스마트 폰에 리모트 콘트롤 앱이 설치되었습니다.

흠. 뭐 자기 마음대로 남의 전화기에 앱을 설치하고 있어?

스마트 폰을 들어 화면을 보니 전에 없던 귀여운 강아지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앱이 하나 있다.

바로 알겠다.


앱을 실행시켜 본다.

두 개의 강아지 그림이 나타나 있다.

한 마리는 검은색 개 목걸이를, 다른 한 마리는 붉은 개 목걸이를 차고 있다.

검은색 개 목걸이를 찬 강아지를 눌러 들어가본다.


강도 조절. 1, 2, 3, 4, .....10
강도 저절이 무려 10단계나 된다.


그리고 밑에는 AUTO라 쓰인 버튼이.

제일 하단에는 Push 라 쓰여진 버튼이 있다.

그러니까 이걸로 강도를 조절하고 Push를 눌러 충격을 주는 모양이다.

뭐. 이걸 쓸 일이 있을까?

그러다가 검은색 개 목걸이를 들고 현관 앞에 놓아둔 보라 용의 개 목걸이와 바꿔 놓았다.


뭐. 얼마나 쓸모 있는지는 직접 눈으로 봐야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보라가 들어왔다.


현관에서 옷을 벗고, 목에 개 목걸이를 찼다.
기존의 것과 형태가 달랐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거기에 개줄을 차고 여느때처럼 기어서 내 앞으로 왔다.



"앞발."
명령을 내리자 그녀가 오른 손을 내밀고 혀를 내밀고 헥헥거렸다.

물론 얼굴엔 잔뜩 인상을 쓰고 있다.

"뒷발."
보라는 짜증을 감추지 않고 다리를 앞으로 들어올렸다.

"뒤로 돌아."
"일어서."
그렇게 계속해서 명령을 내려본다.


보라는 입술을 깨물고 열심히 시키는대로 했다.

귀여운 여자이다.

그런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녀의 얼굴에서 서서히 짜증의 흔적이 사라지고 있었다.

음... 아무래도 그게 작용하는 것 같다.

기프트 카드 < 개 목걸이 >
- 착용하고 있으면 왠지 복종하고 싶은 욕구가 상승합니다.


이거 꽤 재미있는 장난감이다.

하지만 보라에게 쓰기에는 어울리는 물건이 아니다.

난 절대로 그녀가 기꺼운 마음으로 복종하는 모습 따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명령을 멈추었다.



"헥! 헥!"
보라가 혀를 내밀고 미소를 띄우며 헥헥거린다.


내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강아지의 꼴이다.


안 되겠다. 이건.


스마트 폰을 들고 아까전의 앱을 켰다.

그리고 검은색  목걸이를 한 강아지를 선택했다.

강도 조절은 1로.


그리고 Push 버튼을 눌렀다.



"깽!"
보라는 강아지처럼 비명을 지르고 위로 한 번 뛰어올랐다.
얼굴 표정을 보니 무척 아팠던 모양이다.

이정도면 내게 욕설을 퍼붙겠거니...

하지만 보라의 반응은 내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달랐다.


"끼잉..."
그녀는  발에 얼굴을 비기기 시작했다.


마치 강아지가 주인에게 혼이 난 뒤에 주인에게 자기를 혼내지 말라고 빌고 있는 모습이다.

다른 여자에게 사용하면 재미있겠다.


난 그녀의 개목걸이를 풀어주었다.

개줄을 풀고 난 보라는 날 전보다 훨씬 더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이따위 장난 재미있어?"
그녀는 목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응. 굉장히."


"변태 새끼."

꽤 아팠던 모양이다. 요즘은 날 기쁘지 않게 하려는 이유에서인지 좀처럼 욕을 내뱉는 경우는 없었는데, 방금 전의 고통이 그녀를 원래의 그녀로 돌려놓은 모양이다.


이래서야 또 써보고 싶게 만들잖아?

난 증오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보라를 뒤로 돌려 한 번 박고 나서 그녀를 돌려보냈다.

다시 옷을 입고 현관을 나서는 그녀의 눈에는 어떤 감정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보라가 나가고 다시 기프트 카드 하나를 써보았다.

이번엔 기프트 카드 < 즐거워지는 사탕 >
카드를 찢자  손 안에 두툼한 원통형 케이스가 하나 들어와 있다.

마트에서 파는 자일리톨 껌 케이스와 비슷한 크기이다.


모양도 크게 다르지 않다.


뚜껑을 열어보니 알록달록한 사탕이 가득 들어있다.

보통의 사탕에 비하면  작다.
새끼 손톱의 반 정도나 될까?


이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라...

물론 이젠 기프트 카드의 효능은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항상 내가 기대한 이상의 효과를 보여주었다.


과연 얼마나 기분이 좋아진다는 걸까?


이건 내가 직접 먹어보고 판단해야겠다.

물론 보라를 대상으로 실험해볼 수도 있지만, 그녀의 기분을 좋게 하고 싶은 생각 따위 당연히 없었다.

많은 사탕 중에 파란색 사탕 하나를 꺼내 입에 넣었다.

바로 달콤한 맛이 온몸으로 퍼져가고, 상쾌한 향이 입안에 가득찼다.

음. 박하 사탕에 후르츠 사탕을 섞어 놓은 듯한 맛과 향이다.


사탕을 좋아한다면 누구나 반길 것 같았다.

그런데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이다.

갑자기 세상이 변했다.

마치 어린 시절 유원지에  있는 기분이 든다.


뭔지 모르지만 마냥 즐겁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음...

행복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좋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그냥 정체를 알 수 없는 행복감에 도취되어 있었다.

마냥 좋았다.
이대로 세상이 망한다해도 아무런 상관 없을 것 같았다.

아니. 사실은 그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돌이켜보니 그랬었던 것 같다.

문득 TV로 눈이 갔다.

시시껄렁한 시트콤이 방영되고 있다. 평소라면 눈길도 주지 않고 채널을 돌렸거나 TV를 꺼버렸을 것이다.


근데 재미있다.

무슨 내용인지 모르지만 엄청나게 재미있다.


등장 인물이  마디 할 때마다 웃겨 죽을 것 같았다.


정신없이 시트콤을 본다.


혼자서 마구 웃어댄다.


시트콤이 끝나고 광고가 나왔다.


재미있다.

왠지 모르지만 그 광고도 재미있었다.

그렇게 난 아무 생각도 없이 TV에 몰두했다.

하나 하나가 전부 즐겁고 재미있었다.

그렇게 계속 시간이 지나갔다.


갑자기 생각이 돌아왔다.


뭐지?

방금 뭐였지?

당황해서 시계를 본다.

사탕을 먹고 나서 두 시간이 흐른 뒤다.


그러니까 난  시간 동안이나 아무 생각없이 마냥 즐거워했던 것 같다.


이거...


위험하다.


그냥 즐겁게 해주는 정도가 아니다.

마치 금기의 약물을 복용했을 때와 비슷할 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 방금전의 일들을 돌아본다.

씨익...

나도 모르게 웃고 있다.


머릿속으로 방금전 보았던 시트콤이나 광고 따위가 아주 생생하게 하나하나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그 순간을 기억하니 다시 기분이 좋아진다.


씨발...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대체 이게 뭐야?

끔찍할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정말 그 순간에는 세상이 멸망하건, 옆에서 누가 죽어가건 상관 없이 행복했을 것 같았다.



이건... 봉인이다.


함부로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틀림없이 굉장히 즐거웠고, 그 기분도 그대로 남아있지만, 위험하다는 것만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날 밤은 좀처럼 잠이 들기 힘들었다.

아까 즐거워지는 사탕을 먹었을 때의 기억이 계속 남아있어, 나도 모르게 히죽거리고 광고 따위를 생각하다가 덜컥 겁을 집어먹고...


혹시라도 이걸 계속 먹는다면?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정체가 뭘까?


무슨 성분이 들어있는 거지?

여하튼 적어도 난 다시는 먹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용할 생각도 들지 않는다.


틀림없이 굉장한 즐거움을 주는 것은 맞지만, 후유증과 중독이 우려된다.


기프트 카드로 받은 선물 중에서 가장 위험한 물건이었다.

만일 이걸 사용한다면 아마 그 대상은 내가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다음날 일이 끝나고 오늘 길에 논현동에 들렀다.

스파 클럽이 있는 건물에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이트 카드 < 블루 라군 >를 대었다.

엘리베이터는 지하로 내려간다.


지난번 감옥이 있던 지하 8층을 지나 지하 9층에 멈춰 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 앞은 복도가 나있다.

복도를 따라 여러개의 문이 보인다.


그중 가장 처음 만난 문 앞에 영어로 The Blue Lagoon이라 쓰여진 작은 간판이 하나 붙어있다.


여기가 맞는 모양이다.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들어가보니 가죽으로  소파와 테이블이 놓여있는 꽤 넓은 응접실이 나온다.



그리고 내가 들어온 문의 반대편으로는 다시 여러 개의 문이 있다.

저곳 중 하나가 그 섬인 모양이다.


여전히 빌딩 지하에 무슨 섬이 있다는 것인지는 이해할 수 없다.

테이블 위에는 작은 책자가 하나 놓여있다.


아마 블루 라군이란 장소에 대한 설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을 열기 전에 우선 소파에 앉아 그 책자를 읽어본다.



- 블루 라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언제라도 방문하셔서 호적한 휴식을 즐기세요.

블루 라군은 대양 한가운데의 고립된 섬입니다.


- 기온은  좋습니다. 옷을 벗고 살아도 추위는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너무 덥다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 섬의 한가운데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맑은 물로 가득한 작은 호수가 있습니다.


- 호숫가에는 몇 사람 쯤 편히 쉴 수있는 작은 오두막 한  있습니다.

- 섬 곳곳에 과일들이 항상 열려있는 다양한 나무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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