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2화 〉@17. 게임의 규칙 - 상금을 획득하기 위해 여자들은 어떠한 대가라도 치룰 각오를 했다.
"그럼 우리 뭘 하면 될까?"
은지가 물었다. 조금전 승리로 세 개로 올랐던 동전이 이젠 둘로 줄었지만, 그래도 여유있는 표정이다.
대충 은지와 송아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진아를 잡을 생각인 모양이다. 벌써 몇 번이나 서로 눈길을 교환했다.
"그런 언니 하고 언니 하고 같이 앉으세요."
이제 원장 샘 같은 호칭은 쓰지 않는다.
그런 상하 지위에 연연히 않겠다는 의지의 표시겠지?
"알았어. 그럼."
은지가 송아의 곁으로 가서 나란히 앉았다.
둘 다 그다지 겁은 먹지 않았다.
애송이의 명령 따위...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어차피 두 분은 아저씨랑 붙여놔도 좋다고 할 거 아녜요?"
"풋!"
"들켰네."
"그니까 둘이 해요."
진아가 명령을 내렸다.
"뭘?"
"응?"
두 사람의 얼굴이 살짝 바꼈다.
"애무하고, 키스하고 서로 사랑하는 사람처럼 다정하게 안아주세요."
"원장님이랑?"
둘이 동시에 서로를 가리키며 물었다.
"당연하죠."
진아의 요구는 두 사람의 상상을 넘어선 것이 분명했다.
둘이 서로를 마주보며 난처해했다.
"뭐. 꼭 하실 필요는 없구요."
진아는 무척 의기양양했다.
장군 받아라!
정도의 얼굴이었다.
"아..."
"뭐..."
"꼭 시킨다면..."
"뭐. 못 할 거 까지야."
"그러게요?"
"우리 서로 알고 지낸지 꽤 됐죠?"
"맞아요. 한 번 쯤은 그런 것도 나쁘지는 않죠."
두 사람은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진아에게 오히려 충격을 주기로 한 것 같았다.
"그니까요. 어차피 우리 서로 알 거 다 알잖아요?"
"맞다니까. 우리처럼 친한 사이에 굳이 못할 것도 없지. 뭐."
두 여자는 만담처럼 서로 대화를 나누었다.
듣고 있으니 참 잘 맞는다.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진아의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장난이 아니다.
"그럼 그것만 하면 되는 거야?"
은지가 물어봤다.
그리고 진아가 무어라 대답도 하기 전에 둘이 서로를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하지만 둘 다 몸이 떨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던 모양이다.
간신히 입술만 대었다가 뜨거운 거라도 닿은 것처럼 서로 후다닥 멀어졌다.
"음..."
"좀 창피하기는 하다."
"그러네요."
그런 모습에 진아가 얼굴을 풀었다.
"쉽지 않죠?"
"뭐..."
"좀..."
그런데 정말로 그런 걸까?
어쩐지 난 그것도 연기처럼 보였다.
"그니까 힘들면 포기해요. 포기하면 편해져요."
진아는 이 한 번으로 둘 다 잡을 생각이었나 보다.
딴에는 회심의 한 수였었다.
"근데 은희 선생님이 해보니까 괜찮다고 했었지?"
"그렇죠?"
은지가 손을 뻗어 송아의 가슴을 만졌다.
"말랑말랑하니 좋다."
"정말?"
송아도 은지의 가슴을 만졌다.
"어... 좀... 느낌이 이상하다..."
"그죠? 왠지 부끄러워 지는데..."
그건 정말인 모양이다.
둘 다 얼굴이 빨개졌다.
"그래도... 꼭 못 할 건 아니고..."
"남자들이 왜 여자 가슴을 그렇게 좋아하는 건지 알 거 같기도 하다."
둘은 그러면서도 서로의 가슴을 어루만지고 킥킥거린다.
"가슴만 만지지 말고, 키스해요! 키스!"
진아가 뾰루퉁해서 외쳤다.
"가슴 만지는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다구요!"
"그럼 할까? 우리?"
"그래요."
둘은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입술이 부드러우니까 좋다."
"그죠? 남자랑 할 때랑은 좀 다르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진아의 얼굴이 무척 보기 좋았다.
또다시 입술을 삐죽거리는 것을 보니, 회심의 일격을 가볍게 피해가는 두 여자에게 패배감을 느낀 모양이다.
참 아쉬운 선택이었다.
만일 내게 설정 카드 < 개방 >이 없었다면, 두 사람이 꼭 못하지는 않았더라도 꽤 난처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진아는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다.
아니...
그보다는 독기가 모자란 거겠지.
지금까지 진아에게 가장 많은 기회를 주었는데, 그녀가 낸 임무는 그리 어려울 것이 없는 것들이었다.
뭐. 나도 그걸 기대하고 처음에 두 번을 그녀의 승리로 만들어주었다.
처음부터 막 달아오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은지와 송아에게 위기감을 느끼게 해왔다.
서로 부담없이 동전이 오가며 설겅설겅 진도가 나가게 할 수는 없지 않은다.
그런 면에서 진아는 아주 잘 해 주었다.
"칫!"
진아가 혀를 찼다.
아무래도 포기한 모양이다.
"아저씨."
"네?"
"음... 선생님 말이 맞다. 말은 편하게 해도 돼요. 아저씨한테 자꾸 존대말을 들으니까 불편하다."
그녀가 태도를 바꾼 것은 방금전의 키스와는 관계가 있는 걸까?
"그래도 될까?"
"그렇다고 친한 척은 하지 마세요. 아저씨랑 친하고 싶지 않아요."
나와 친해지는 것은 남자 친구에 대한 배신 정도로 느껴질 것이다.
"그래. 될 수 있으면 말도 안 걸고, 비켜 있을게."
"꼭... 그러라는 것은 아니구요."
생각보다 훨씬 여린 아가씨였다.
도통 주체를 하지 못하네.
"여하튼 아저씨도 할 일이 있어요."
"그래. 말해봐."
"나 우선 술 한 잔 마시고 싶어요."
그녀가 비어있는 위스키 잔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녀의 눈빛을 보니 무얼 원하는 지 알 거 같았다.
왕게임 답게 내게 노예 노릇을 원하는 모양이다.
"잠깐만."
어느새 아이스 바스켓 안의 얼음도 다 녹아버렸다.
난 냉장고로 가서 얼음을 가져오고, 새 잔도 가져와 그녀를 위해 언더 록 한 잔을 만들었다.
"고마워요."
진아는 내가 건내준 잔을 받아 한 잔을 비워버렸다.
아무래도 방금 전에 나와 있었던 일이 계속 편치 않은 모양이다.
"아저씨."
"응?"
"이리와서 발 핥아봐요."
진아가 묘한 눈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마치 이런 요구까지 들어줄 수 있냐는 태도였다.
응?
이럴수가?
하는 눈빛으로 난 그녀와 그녀의 하얀 발을 내려보았다.
"아저씨는 거부권 없는 거 알죠?"
딴에는 대단한 명령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으응..."
난 여전히 주저하는 눈빛을 보낸다.
여기서 감사합니다! 하는 표정을 짓는다면 그녀가 얼마나 실망할 것인가?
"아 그래..."
난 그녀의 앞으로 가서 그녀 앞에 앉았다.
진아가 거만하게 오른발을 들어올렸다.
난 그녀의 발을 손에 들었다.
하얗고 귀여운 발이다.
전부 하늘색 패티큐어를 해 놓은 발톱까지 귀여웠다.
쭈뼛거리며 그 발을 얼굴로 가져왔다.
진한 비누 냄새가 풍겨온다.
조금전 욕실에 들어가서 깨끗히 씻고 나온 모양이다.
푹 젖어버린 아랫도리를 씻고, 잠시 울고 나서, 계획을 세우고, 발도 씻었나 보다.
귀여운데?
이거 말도 못하고...
난 그녀의 발에 입을 댔다.
"아!"
진아의 몸이 살짝 흔들렸다.
이걸 시킨 당사자가 더 힘들어하면 어쩌라고?
"이렇게 해줘?"
그렇게 말하고 그녀의 발등의 끝에서 끝까지 핥았다.
"아니면 이렇게?"
그녀의 발가락 하나를 입에 넣어본다.
"어? 아저씨!"
"응?"
"그걸... 왜?"
왜 하냐고?
"네가 시켰잖아?"
"그... 그래도..."
진아는 그렇게 말하고 어색하게 내 눈을 피한다.
"이런 걸 원했어?"
다시 발등에서 발목을 지나 종아리로 올라갔다.
"하악!"
진아의 자지러지는 신음을 배경 삼아 난 혀 끝으로 종아리를 지나 무릎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거기서 더 위로는 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허벅지 위로는 발이랑은 너무 멀다.
그래서 다시 내려온다.
"흐윽! 윽!"
진아가 몸을 부르르 떨고 있다.
난 그렇게 다시 발끝까지 오고서야 멈추었다.
"좋아?"
"조, 좋아서 그러는 거 아니거든요!"
"그래?"
이번엔 왼 발을 들었다.
그녀의 발가락을 입에 넣고 혀로 간지럽혀 본다.
"흑!"
확실히 그녀는 느끼고 있었다. 아까 내 위에 올라탔을 때보다 훨씬 더.
"느끼는 거지?"
"아니에요! 징그러워서 그래... 학!"
다시 발등에 입을 가져대자 그녀는 입을 막고 신음을 숨기려 했다.
"좋으면 좋다고 해도 돼."
"시... 싫어요! 아저씨 같은 사람 정말 싫어... 으윽!"
아마 그녀에게 적용된 설정 카드들이 이제 활약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싫다고 하면서도 내 혀가 닿을 때마다, 그녀는 몸을 떨고 신음을 터트린다.
"어머나? 이제 보니 진아가 제일 약았네."
그때 저쪽에서 송아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맞아. 못된 송아지가 부뚜막에 올라간다더니... 남자 친구가 알면 굉장히 서운하겠다."
진아의 마음을 후벼파는 한 마디는 은지의 것이다.
고개를 돌려보니 두 여자는 서로를 껴안은 채 우리를 보며 싱글거리고 있었다.
"그, 그런 거 아니거든요!"
진아가 항변했다. 그래서 난 다시 그녀의 종아리를 핥아주었다.
"으윽!"
"뭐. 어때. 게임인데. 그럴 수도 있지."
"맞다. 상금 핑계 되고 재미 한 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러고보니까 우리가 진아를 지금까지 너무 잘 못 보고 있었나 봐."
"맞아. 돈도 벌고 재미도 보고... 남자 친구만 모르면 그만이잖아?"
"진짜로! 학! 하악!"
누가 봐도 진아는 너무나 잘 느끼고 있었다.
두 여자가 자신을 비난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녀는 제대로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쉬지 않고, 종아리에서 발을 오가고 있기 때문이리라.
"근데 정말 좋은가 봐. 나도 저렇게 해볼걸."
"그러니까... 영웅씨는 저렇게 써야 하는 건데."
진아는 지금 항변도 하지 못할 만큼 느끼고 있었다.
확실히 이 여자의 성감대는 아랫쪽에 있는 모양이다.
"영웅씨. 나도 원하는 거 해줄 거죠?"
"그럼요. 노예는 언제라도 여왕님께 봉사하는 게 임무죠."
"하아... 하아... 자, 잠깐만요."
그리고 지금의 여왕님이 그만하라니 멈춰야겠다.
"지금 두 분 뭐 하세요? 여긴 신경쓰지 말고 할 일들 하세요!"
진아가 날카롭게 외쳤다.
"미안. 노예들이 너무 설쳤나 봐."
"자기야. 우리 다시 할까?"
여자들은 다시 서로를 안으며 입을 맞췄다.
그리고 한손으로 서로의 가슴을 어루만진다.
"이이!"
진아는 분노했다.
아무래도 연륜이 부족하니 그녀들을 이길 수 없는 모양이다.
"윽! 왜?"
그리고 난 다시 봉사를 시작했다.
재미있는 것은 그녀가 절대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며, 더는 날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제서야 더는 부정하기 어려웠던 때문일까?
그만큼 좋았던 때문일까?
"하아... 하아...."
한참 만에 우리는 서로의 임무를 마쳤다.
그리고 진아의 얼굴엔 살짝 눈물이 고여있었다.
"진아는 자기 혼자만 재미 봤네."
"그게 아니라 둘이서 재밀 본 거죠. 우리한텐 벌칙을 내리고 영웅씨한테는 상을 줬으니."
"그게 무슨 상이에요! 세상에 발을 핥으라면 굉장히 치욕스러운 거 아닌가요?"
"상이지. 남자한테 여자 발을 핥으라면 그건 상이야."
"아직 진아는 어려서 몰라."
둘 다 날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진짜로! 왜 하나도 안 부끄러워 하는 거예요?"
"부끄러웠어."
난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그런 걸로 부끄러우면 다섯 명이나 되는 여자를 거느릴 수 있겠어?"
"다섯 명이요?"
그 이야기를 했을 때, 진아는 잠시 잠이 들어 있었다.
"영웅씨 지금 만나는 여자가 다섯 명이래."
"네에?"
진아는 날 버러지 보듯 내려보았다.
"그거 진짜에요?"
"하하..."
아무래도 이 여자에게 쌓아올린 자그마한 호감도 이 한 번으로 날아가버린 것 같다.
"진짜! 짐승 같아!"
진아는 토라진 표정으로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진아도 좀 더 살아보면 알 걸. 그렇게 능력 있는 남자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흥! 하나도 안 대단하거든요! 그게 짐승이지..."
아까 우리가 함께 야한 말을 나눌 때에도 얼핏 그런 말이 나왔었다.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반응이다.
그러니까 잠시나마 그녀가 내게 호감이 생겼다가 싹 사라지는 모양이다.
"그럼 다시 갈까요?"
은지와 송아는 실컷 진아를 놀려먹은 것으로 승기를 확실하게 잡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까보다 더 여유가 있었다.
"다음번엔 진짜로 두고보자구요."
진아는 이를 갈고 있었다.
다시 주사위를 던졌다.
송아가 5, 은지가 7, 진아가 10이 나오며 다시 진아가 여왕에 등극했다.
다시 진아에게 기회를 주었다.
과연 이번엔 얼마나 대단한 명령을 내릴 수 있을까.
난 그녀가 좀 더 독해지길 원했다.
그래야 게임이 흥미진진해지지 않을 것인가?
음...
그녀를 보고 있으니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진아는 송아나 은희처럼 약지도 못하고, 독하지도 못하다.
뭔가 계기가 필요해...
난 세 사람에 대해 액티브 카드 < 증폭 >을 활성화시켰다.
캐스팅된 배우의 성적 도착은 극단적으로 증폭시키는 금단의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