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화 〉@17. 게임의 규칙 - 상금을 획득하기 위해 여자들은 어떠한 대가라도 치룰 각오를 했다.
"어때? 나?"
송아가 속옷만 걸친 상태로 물었다.
"이쁘다.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좋아?"
"응. 좀 얼떨떨하긴 하지만... 혹시 술 마셨어?"
"응. 조금."
"괜찮은 거야?"
"그럼. 아주 괜찮아. 왜? 내가 술에 취해서 이러고 있는 걸까봐?"
"아닌 거 같네. 다행이다. 근데 갑자기 왜?"
"말했잖아. 너한테 미안해서 그랬다고."
"그런 말 하지 말라니까..."
남자는 무척 당황한 모양이다.
그럴 테지. 누구라도 마찬가지 아닐까?
"진짜로. 나 사실 네 감정을 이용해 온 거 사실이잖아. 네가 날 좋아하는 거 알면서, 나 힘들 때만 너한테 투정부리고... 넌 나 다른 사람 만나는 거 알면서도 조용히 기다리기만 했었지.
이럴 줄 알았으면 한 번 같이 자주기라도 할 걸."
"송아야..."
감동을 받았다기보다는 정말로 어리둥절한 말투였다.
대충 어떤 사람인지 짐작이 갔다.
그러니까 은지의 말처럼 성실하고, 진아의 말처럼 착한 남자인 모양이다.
여자로서는 곁에 두고 싶기는 하지만, 사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
그러니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남자 사람 친구...
언젠가를 위해 남겨 놓는 스페어...
어쩐지 나도 모르게 동질감이 들었다.
"이젠 더 이상 말하지 마. 자꾸 그러면 나 전화 끊는다."
송아는 다시 옷을 벗기 시작했다.
브래지어를 벗어버리고 팬티에 손가락을 걸고 아주 천천히 내린다.
"송아야."
남자의 목소리는 어딘지 처절하다. 아마도 그가 원했던 선물은 아닌 모양이다.
"쉬!"
송아가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댄다.
"하지마... 그러지 않아도 돼."
남자는 송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말리려 했다.
쓸데 없이 착한 남자.
그러니까 인기가 없지.
송아는 모른척 팬티를 벗어내린다.
"고개 돌리지 마. 똑바로 날 봐."
송아가 말했다.
"왜?"
"다 보고 나면 다음에 내가 상을 줄게."
"응?"
남자의 목소리가 바뀌었다.
"혹시..."
"너랑은 안 사겨. 그건 포기해. 너도 알잖아. 나랑 너랑 너무 안 맞아."
송아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나긋했다. 하지만 그녀가 하는 말들은 너무나 차가웠다.
"처음부터 그걸 이야기 해줬어야 하는데..."
어쩐지 그녀의 목소리엔 회한이 잔뜩 깔려있다.
"그래도 같이 자줄게."
"내가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냐."
남자가 거칠게 말했다.
어쩐지 울고 있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아냐. 남자들은 다 똑같아. 너도 나랑 자고 나면 그렇게 될 거야."
"나 화낸다!"
"알았어. 화내지 마.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게 그냥 나둬. 응?"
송아는 마치 어린 아이를 달래듯 부드럽게 다독거렸다.
"그래..."
남자는 어딘지 포기한 듯한 태도로 대답했다.
그리고 마침내 송아는 팬티를 발끝에서 빼냈다.
그녀는 그걸 휙 던져버리고 허리를 비틀면서 소파에 앉았다.
아직 그녀의 쇼는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하아! 하아!"
신음 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은 진아였다.
우리는 서로 코를 마주대고 있었다.
내 기둥은 그녀의 복부에 살짝 닿아 있었고, 그녀의 엉덩이는 내 무릎 위에 올라있다.
진아로서는 무척이나 치욕스러운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그녀는 천천히 허리를 흔들었다.
"누, 눈 감으면 안 되요?"
진아가 말을 할 때마다 그녀의 입김이 내게 닿는다.
솔직히 말해 나도 참기 힘들 정도로 자극 받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그녀의 몸을 들어올려, 내 자지 위에 꽂아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난 신사다. 절대 강제로 할 생각은 없다.
음...
아니. 적어도 오늘은 신사이다.
여자가 셋이나 되잖아?
그니까 신사인 것처럼 행동하자.
"그런 요구 하면 안 돼."
은지가 진아의 귀에 속삭였다.
"왕은 나라고. 자꾸 그러면 난이도를 높인다."
"하!"
은지의 말에 진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계속 움직여야지. 그러고 멈춰있으면 무효."
은지의 협박에 진아는 어쩔 수 없이 몸을 움직였다.
으음...
좋았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귀여운 여자에게 이런 서비스...
아마 랩 댄스라고 했지?
미국의 스트립 클럽에서 스트립 댄서에게 돈을 지불하면 받을 수 있는 그런 거.
단지 지금 이 여자는 스트립 댄서가 아니고, 그녀의 자의도 아니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어때요? 즐거운가요?"
은지가 이번엔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러네요."
"하아!"
진아가 다시 신음을 내뱉는다.
아무리 불쾌한 상황이라해도, 혹은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자극을 받는 모양이다.
내게 캐스팅된 그녀는 어떤 종류의 자극도 성적으로 받아들이고 반응한다.
"진아씨 흥분했어? 지금?"
은지가 넌즈시 물어본다.
못된 사람이네.
이건 웃을 수도 없고...
은지씨 화이팅! 속으로만 외쳐본다.
"무, 무슨 소리를 하세요?"
"목소리가 너무 크잖아? 송아 선생님 난처하게 하려고 르개?"
"아... 아니..."
"또 안 움직이네?"
은지가 진아의 허리깨를 밀어 조금 떨어져있던 우리 사이를 밀착시키며 말했다.
"흐윽!"
진아가 난처한 소리를 내고 눈이 다시 땡그래졌다.
"진짜로 좋은가 봐?"
은지는 계속해서 진아를 자극했다.
아마 진아를 몰아붙여 대충 포기하게 만들 생각인가 보다.
아니면 그냥 재미있는 거든지.
"하아..."
진아가 입술을 열고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난 그녀의 아래가 지금 말로 표현하기 힘들게 젖어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생각보다 물이 많은 여자이다.
그러고 보니 남자 친구와의 관계에서는 그다지 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 것처럼 말했었는데...
이렇게 감이 좋은 여자를 다루지 못한 것을 보면, 상대도 그리 경험이 많지는 않은 모양이다.
"조금 도와줄까요?"
은지가 말을 하며 손을 올려 내 귀두를 잡았다.
"은지 씨가 왕이었죠?"
"그러네? 내 맘이란 거죠?"
은지는 서슴지 않고 귀두를 자극했다.
"뭐... 뭐하는 거예요?"
역시 이번에도 놀라는 것은 진아였다.
"그러다가... 싸... 싸면 어떻게 해요?"
이 낯선, 짐승 같은 남자가 자신의 몸위에 사정한다는 생각을 하니 겁이 덜컥 난 모양이다.
"내 맘이야. 영웅씨가 허락했거든."
은지는 아주 맛이 들었다.
"하지마요..."
진아가 울 것 같이 말했다.
"쉬이..."
은지가 그렇게 말하며 진아의 얼굴을 내게 밀었다.
둘이 대화하느라 잠깐 떨어졌던 얼굴이 마주쳤고, 이번엔 아예 입술까지 닿았다.
"그러고 있어. 입도 벌리지 말고."
은지가 속삭였다.
진아는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입술을 서로 마주한 채 앉아있었다.
사각! 사각!
은지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쾌감이 몰려온다.
진아는 눈을 꼭 감고 살짝 몸을 떤다.
그녀가 지금 언떤 느낌일지는 잘 알 수 없다.
하지만 나와 맞닿은 입술이 살짝 벌어지는 것을 보아서는 그녀는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하아... 하아..."
"내 몸 어때?"
송아가 물었다.
그녀는 지금 소파에 앉아 다리를 펴고 스마트 폰 저 편의 상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름다워..."
남자는 거의 울먹이듯 말했다.
"정말?"
"응..."
여전히 기운이 없다.
"나랑 자고 싶어?"
"응? 그렇긴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나랑 사귀는 건 안 돼. 하지만 같이 자는 건 괜찮아. 알잖아? 나 당신한테 어울리는 여자 절대 아냐. 당신은 좀 더 착하고, 순수한 여자가 어울려."
"아니. 그건 아냐."
그런 말을 할 때면, 남자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단호했다.
"나. 너랑 안 자도 돼. 그러니까 그냥 기다릴 수 있어. 니가 정말로 내 마음을 알아줄 때까지."
"너도 알잖아. 나 어떤 여자인지. 나 지금까지 누구랑 오래 사귄 적 없어. 만약에 우리가 사귄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거야."
"그건 니가 잘못된 사람만 만나서 그런 거야."
"정말? 자신 있나 봐? 몰랐네? 지금까지 성호가 이렇게 단호한 거 한 번도 못 봤는데."
"니가 원한다면 단호한 사람 될 수 있어."
"훗. 그래. 알았어. 어쨌던 내 몸 구경은 잘 했지?"
"응... 그래..."
"고맙다고 안 해?"
"고마워."
"아니. 내가 고맙지. 지금까지... 그럼 잘 자."
그녀는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전화기를 가져와 바로 끊어버렸다.
"하아... 하아..."
아마도 진아는 눈을 감아버린 것이 가장 큰 패착이었을 것이다.
시각을 포기하면서, 그녀의 감각은 청각과 촉각으로 분산이 되어버렸다.
이제 그녀는 내 물건을 더욱 잘 느끼게 되었다.
"뭐에요? 줘도 안 먹어요?"
은지가 내 귀에 속삭였다.
난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거 같았다.
우리의 입술이 닿아있고, 진아는 입술을 벌리고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럼 다음 순서야 너무나도 당연하지 않은가?
하지만 난 참았다.
오늘의 컨셉은 신사이다.
음... 말이 안 되나?
그때 은지가 진아의 머리와 내 머리를 잡고 힘을 준다.
빨리 키스를 하라는 거지.
그리고 넘어온 것은 진아의 혀였다.
아마 자극이 충분히 강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녀는 팔을 들어 내 목을 끌어안았다.
이렇다면...
이걸 거절하는 것도 신사가 할 일은 아니다.
난 그녀의 몸을 살며시 끌어안았다.
은지가 눈치껏 내 귀두에서 손을 치웠다.
진아가 열정적으로 혀를 넣고 움직인다.
이거... 너무 좋다.
우리는 한참 동안 키스를 나누었다.
"아!"
진아가 눈을 뜨고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지 알아차렸다.
"뭐! 뭐하는 거예요?"
그리고는 내게 떠넘긴다.
"미안... 진아씨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나도 모르게..."
난 신사다. 신사답게 그녀의 죄를 뒤집어 썼다.
"풋!"
은지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어머나. 진아가 우리보다 손이 빠르네. 진짜 선수는 거기 있었나봐?"
방금전까지 서글픈 스트립 쇼를 하던 송아는 발랄한 목소리로 진아를 놀렸다.
"그러니까 말이에요. 이러다가 우리 완전히 닭 쫓던 강아지 꼴이 되겠네."
은지도 진아를 괴롭히기 위한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는다.
"몰라요!"
진아가 허둥지둥 내 허벅지 위에서 일어나 욕실로 달려갔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내 허벅지를 적신 무언가가 이야기 해주고 있었다.
"냉장고에 혹시 콜라 같은 거 있나요?"
난 송아에게 물었다.
"내가 가져다 줄에요."
송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집애 정말 흥분했나 봐?"
은지는 내 허벅지 위의 액체를 눈치챘다. 그녀는 테이블 위에서 티슈를 뽑아 그것 닦아주었다.
"근데 오늘은 확실히 이상하다. 진아... 그런 아이 아니에요."
조금 미안한지 진아를 변명해준다.
"게임 때문이죠. 뭐."
"하하. 그렇죠? 근데 그것만은 아니고, 그래도 영웅씨한테 조금은 흔들렸나 봐."
"에이... 아닐 거예요. 남자 친구도 있는데."
"영웅씨는 남자 있으면 절대 손 안 되는 사람이에요?"
"글쎄요?"
"이제보니 영웅씨 진짜 못된 사람인가 보다. 처음엔 그냥 순진하기만 한 줄 알았는데..."
벌써 눈치 챈 걸까?
"둘이서 무슨 얘길 그렇게 해요?"
어느새 돌아온 송아가 내게 얼음과 콜라가 담긴 잔을 내밀었다.
"영웅씨한테 진아한테 남자 친구가 있으니까 손대지 않을 거냐고 물어봤어요."
"그래서요?"
송아가 흥미롭다는 듯 날 바라보았다.
"글쎄요."
역시 난 똑같은 대답을 했다.
"진아씨가 그런 생각도 없는데, 그런 가정을 하고 싶지는 않아서요."
"나쁜 사람이네."
송아도 똑같은 말을 했다. 역시 연륜이 있는 여자들에겐 들키고야 마는 모양이다.
"그죠? 내가 봐도 그래요."
"좋아요. 이따가도 그렇게 말하는지 보자고요."
송아와 은지는 웃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날 이용할 흉계를 꾸미고 있는 모양이다.
"이제. 해요!"
욕실에서 나온 진아는 아까와는 달리 무척이나 활기가 있었다.
아무래도 무언가 다짐을 하고 나온 듯 했다.
하지만 눈가가 붉은 것으로 보아 마음 고생이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나에 대한 혐오일까?
남자 친구에 대한 죄책감 때문?
경쟁자인 은지와 송아에 대한 분노였을까?
아마 모두 다 맞을 것 같았다.
"내가 먼저 던질게요. 주사위."
그녀가 호기있게 주사위를 손에 잡았다.
그리고 힘차게 던졌다.
첫 번째 주사위는 3
두 번째 주사위도 3
6이라는 숫자가 결정된 순간 진아의 얼굴은 실망으로 가득했다.
"어쩌면 좋아? 마음을 독하게 먹고 나왔는데?"
송아가 진아를 비웃어주었다.
그래?
독하게 먹었다...
난 진아의 독심이 궁금했다.
그리고 이어서 던진 은지는 5, 송아는 3이 나오며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되었다.
"예에! 예!"
진아가 주먹을 쥐고 힘차게 흔들었다.
그래서 뭘 준비해 온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