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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화 〉@17. 게임의 규칙 - 상금을 획득하기 위해 여자들은 어떠한 대가라도 치룰 각오를 했다. (120/377)



〈 120화 〉@17. 게임의 규칙 - 상금을 획득하기 위해 여자들은 어떠한 대가라도 치룰 각오를 했다.



"이따가 또 할 수도 있어."


"그러면 나 안 받는다. 망측한 게임은 자기들끼리 해."

"은희 쌤이 안 받으면 더 심한 거 시킬지도 모르는데?"
은지가 놀리듯 말했다.

"그렇게 해요. 난 몰라요."


"은희 쌤 꼭 받아. 내가 이기면 진짜로 원하는 소원 하나 들어줄게!"
송아는 뭔가 생각해 놓은 장난이 있는 모양이다.


"알았어요. 그럼 생각해 볼게요."
은희는 그렇게 말하면서 입을 벌려  걸 입에 넣는 시늉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역시 은희 선생님 쿨하네."
적어도 진아는 우리의 관계에 대해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하지만 은지와 송아는 생글거리고 있는 나머지  사람의 마음속은 짐작하기 쉽지 않았다.

"그럼 이번엔 내가 먼저 할게요."
동전이 하나밖에 남지 않은 은지는 여전히 여유있는 표정으로 주사위를 손에 들었다.

하지만 그걸 손에 쥐고 바로 던지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긴장이 되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걱정 말아요. 이번엔 당신이 이길 거니까.


게임이 심화되기 위해서는 그녀가  필요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셋 다 살아남아 서로를 물어뜯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서로 비슷한 수준으로 오고가기만 하면 긴장감이 생기지 않으니, 한 사람을 궁지로 밀어넣을 필요가 있었고, 그게 은지였다.




"그럼 가요."
은지가 주사위를 던졌다.


나온 주사위의 합은 9.

은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아주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승리를 바랄 정도의 숫자이다.

그리고 진아가 던졌다.

합은 8.

송아가 던졌다.

"아!"


여자들이 모두 탄성을 내뱉었다.

나온 숫자는 9.


"동점이면 다시 던지는 거죠?"
송아가 물었다. 그녀도 조금 긴장했다.


"그래요. 송아 쌤이 먼저 던지세요."
은지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탐탁치 않은 표정이다.




"와!"
송아는 자신이 던진 주사위가 10이 나오자 환호성을 질렀다.

그녀는 자신이 거의 이겼다 확신하고 있었다.


드디어 한 명을 완전히 보내버릴 수 있는 순간이 왔다.

은지만 보내면 진아를 농락하는 것은 너무나 쉬울 것이다.

주사위의 승패는 그리 문제도 되지 않는다.


송아의 활짝 핀 얼굴엔 그런 심사가 그대로 나타나 있었다.

"음..."
은지는 아까보다 훨씬 더 진한 긴장이 서린 얼굴로 주사위를 집었다.


아무리 대범한 사람이라도 이  번의 주사위에 3,000만 원이라는 큰 돈이 걸려있으니, 아무렇지 않은척  수는 없을 것이다.

"힘내세요."
진아는 속도 없이 은지를 응원했다.

아니.
이런 상황이라면 놀리는 걸까?


여전히 그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뭐.
사실 남자 여자 사이에 서로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나이 차이가 대여섯 살 정도 차이가 나 버리면,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은 사실 외국인이나 다를  없다.


"갑니다."
은지는 스스로에게 힘을 주려는  기운차게 말하며 주사위를 던졌다.


또르르르...
주사위가 굴러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녀의 굳어진 얼굴에선 흔히 보기 어려운 긴장감이 흘러가고 있었다.



"와!"
"아!"
"아하!"
거의 동시에 두 개의 주사위가 멈추었다.
하나는 5, 또 하나는 6



"히유..."
은지가 얼굴을 풀고 편안한 얼굴이 되었다.
이제  사람에게 동전을 하나씩 받으면 다시 3개가 된다.
역전의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그럼 난 어떤 명령을 내릴까요?"
은지가 생긋 웃으며 송아를 바라본다.


"기대하고 있을게요."
자기가 저지른 짓이 있으니, 송아의 웃음은 어색하기만 하다.


"아..."
생각 없이 은지를 응원하던 진아도 이제는 사태 파악이  모양이다.


"은지 샘은 송아 샘이랑 틀리죠?"
겁에 질려버린 채 진아가 애처롭게 물어본다.



"그럼. 나라면..."
은지가 씩 웃었다.


"좀  제대로 해야죠."
그리고 날 향해 눈을 찡긋 거렸다.

뭘까?
나도 기대가 된다.

"우선 송아 원장님."

"네?"
살짝 긴장된 목소리.


"똑같이 당해보셔야죠?"

"옷 벗을까?"
송아가 실실 웃으며 바지에 손을 댄다.

"음. 우선 송아 선생님은 그분한테 전화하시면서요."

"그분?"

"에이... 알잖아요. 그분. 송아 선생님 좋아하는 성실하신 분."


"진짜요? 성호?"
송아의 얼굴이 어색하게 굳었다.

자신이 던진 돌이 어떻게는 돌아올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하필 그 남자라고까지는 생각 못한 모양이다.

"그래요. 성호씨."
은지는 자기가 손에  무기를 결코 놓지 않을 모양이다.

"성호랑은... 그런 사이 아니야. 알잖아. 자기들이랑은 틀려."
정말로 꺼려지는 모양이다.

"그거 우리가  바 아니죠. 그렇지? 진아야?"

"맞아요! 음... 모르겠다."
진아는 당장 복수에 눈이 멀어 찬성표를 던지고는 너무했다 싶은지 바로 말을 바꾸었다.



"근데. 뭐  해야하는 건 아니잖아요?"
쫄리면 뒤져!
진아도 이제 이 게임의 묘미를 깨달았다.

이제 슬슬 술이 깨는 걸까?



"아! 진짜..."
송아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근데 영웅씨는 어떻게 그게 그 상태로 계속 가요?"
은지가 내게 물었다.

"이런 상황에선 나도 어쩔 수 없어요."
 일부러 어설픈 표정을 지었다.
생리 현상인 걸 어쩌나?



"진짜 대단하시다. 정말로 기대가 된다구요."
은지는 혼자 말하고 혼자 웃는다.


"음... 그러니까... 맞아 잘 됐다!"
그녀는 마치 지금 떠오른 생각인 것 처럼 입을 열었다.


"송아 선생님이 전화를 하는 동안 진아는 영웅씨 위에 앉아서..."


"네에?"
은지의 말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진아가 깜짝 놀란다.
그리고  바라보고,  기둥을 보고 고개를  돌렸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세요?"

"이상한 거 아니고. 그냥 영웅씨 무릎 위에 올라가서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허리를 가볍게 흔들면 돼.
송아 선생님이 성실한 친구분께 스트립 쇼를 보여주는 동안에 말이야. "



"네에?"
"네에?"

두 여자의 목소리가 동시에 튀어나왔다.

그냥 옷을 벗고 있는 것이나, 전화를 하며 옷을 하나씩 벗는 것이나  차이는 없지만, 송아 입장에선 다른 모양이다.


"그게 뭐예요? 내가 왜 저 아저씨 무릎에 앉아서 허리를 흔들어요?"

하지만 진아의 놀라움이 더 큰 모양이다.




"네가 말했잖아? 각자 알아서 선택하는 거지. 뭐."
은지는 우아하게 두 여자에게 칼을 휘둘렀다.


이걸 맞고 상처를 입거나, 혹은 게임을 포기하거나.

역시 나이 많은 여자들이 훨씬 독한 수를 쓰는 모양이다.

"아아..."
진아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으음..."
송아의 고민도 깊어졌다.

"알았어요. 할게요."
송아가 먼저 결정을 내렸다. 역시 담대한 여자였다.


"전화하면서 스트립 할게요. 어차피 그 자식 좋아할 거에요."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아마 좋은 친구인 모양이다.

송아는  남자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도 알고 있었고,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가 행할 행위에 따라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이제 완전히 달라지게 될 것이다.


그게 만약 자신의 선택이라면 상관 없지만, 타의에 의한 결과라면 아주 많이 복잡해진다.



"근데... 미안한데 나 전화하는 동안 조용히 좀 해줄 수 있어요?"
송아가 부탁을 했다. 다른 사람들이 했듯 장난치듯 할  있는 관계는 아닌 모양이다.

왠지 서로 숙연해졌다.




"그럼요. 진아. 어때 결정했어?"

"으응... 해요! 하면 되잖아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진아가 대답했다.




"대신 나도 조건이 있어요."



"응. 말해봐"
들어준다고는 안 했다.

"이거 그냥 게임이에요. 오빠한테 들키면  죽어요."

"그럼. 서로 비밀은 지켜줘야지."
용캐도 은지는 진아의 요구를 들어줬다.

뭐. 사실 이런 노골적인 장난을 외간 남자랑 하고 있으면, 서로 의리는 지켜줘야지.


"그럼 진아가 먼저 저리로 가."


진아는 주춤거리며 일어나서 내게 다가와 섰다.



"저... 그거 죽일 수 없어요?"
진아가 내 물건을 내려보며 말했다.


"이건... 생리 현상이라서..."

 말을 듣던 진아가 갑자기 내 손을 들어올리더니 콱 깨물었다.

"아!"
 아팠다. 하지만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다.
여자 아이의 투정이라 생각하면 오히려 귀엽게만 느껴진다.

더군다나 이렇게 귀여운 아가씨가 하체를 벗은 채 날 내려보고 있으면 더더욱 그렇다.




"왜 안 작아져요? 우리 오빠는 조금만 구박하면 작아지던데..."
진아의 목적은 그것이었나 보다.

"하하... 미안..."
폭행의 피해자인 내가 오히려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쩜. 오히려 더 커진 거 같은데?"
은지가 놀렸다.
그녀는 진아를 괴롭혀 그녀가 포기하길 원하고 있었다.

"하앙! 진짜로! 아저씨 정말 싫어요!"
진아는 발을 동동 굴렀다.


"어쩔 거야? 역시 힘들겠지?"
은지는 집요했다.

"해요! 한다구요! 해!"
진아가 내 무릎 위에 앉았다.

그 모습을 보고 은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확실하게 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리고 송아도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가더니 스마트 폰 거치대를 찾아 들고 돌아왔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방금전까지 은지가 앉아있던 장소로 옮겨 앉는다.

그러니까 나의 정면이다.

딱히 내게 보여주려는 의도보다는 거기에서 카메라를 조금 돌려도 다른 사람이 카메라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스마트 폰을 조절해서 카메라에 자신이 잘 잡히는지 확인한다.


"확인해 볼래요?"
송아가 물었다.

"송아 샘 그런걸로 장난 안칠 거 알아요."
은지가 여유있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곤 내 위에 앉아 있는 진아의 상태를 확인한다.

"좀 더 올라가. 서로 복부와 가슴 그리고 코를 마주대고."
은지의 지시는 세심했다.

진아는 입술을 깨물고 소파 위로 올라와 쪼그리고 앉았다.
 자지의 한쪽에 그녀의 복부가 닿았다.


"꺄아!"
진아가 진저리를 쳤다.


하기는...


이 귀여운 여자가 내게 호감 따위 갖고 있을 이유가 전혀 없으니, 그런 반응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사실 이정도라면 벌써 포기했어도 이상치 않다.

지금도 진아는 눈을 찔끔 감으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었고, 고개를 앞으로 내밀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다.

"아저씨."
진아가 눈을 뜨고 말했다.


우리 사이는 겨우 한 뼘도 떨어져있지 않았다.

"다음엔 내 앞에 나타나지 마세요. 아저씨 또 보면 나 막 화낼거예요."

정말로 내가 그렇게 미운 걸까?
아니면 남자 친구에 대한 미안함 때문일까?




"응. 조심할게."

"진짜... 말이나 못하면..."
진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얼굴을 가져왔다.

이제 우리는 은지의 주문대로 코를 맞대고, 가슴을 마주대고, 하복부를 붙이고 있었다.

"잠시만... 이러면 정작 중요한 장면을 못 보잖아."
은지는 나와 진아의 머리 방향을 살짝 틀어주었다.


내가 정면의 송아의 모습을 볼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이다.

음...
배려인가?

그보다는 송아를 괴롭히기 위한 장치로 날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잘 보이죠?"


"네."

"나. 이제 전화해요. 다들 조용히 해줘요."
그리고 송아가 전화를 걸었다.

"송아?"
수신음이 들려오고 저쪽에서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웬일로 화상 통화?"

"그냥 얼굴 좀 보고 싶어서. 근데 지금 뭐해?"

"그냥 집에 있어. 넌?"


"나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송아는 상대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용건을 말했다.

"응? 그래. 뭔데?"

"전에 니가 말했잖아. 나랑 좀  발전적인 사이가 되고 싶다고."


"응? 으응... 부담 준 거 미안해."

"아냐. 사실은 내가 나쁜 거야. 니 마음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면서 모른척하고, 이용만 해왔잖아."

"그런  하지마."


"참. 그래서 너한테 선물 하나 주려고."
송아는 길게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그녀는 스마트폰을 준비해둔 거치대 위에 올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동안 너한테 한 번도 제대로 대해준 적 없어서 정말 미안해."
그러면서 송아는 바지를 벗었다.


"어?  해?"

"입 닥치고 구경이나 해. 바보야."
송아가 한 마디 하자, 정말로 상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천천히 송아는 바지를 벗었다. 그리고 셔츠를 벗었다.

그리고  위에 앉아있는 진아가 어색하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송아의 스트립 쇼를 구경하고 있는 나와 달리, 진아는 오직 나만 보고 있을 뿐이다.


아마 그래서 더욱 어색하겠지.

"코만 붙여요. 입술이 닿으면 안 돼요."
그녀가 속삭였다.

난 눈을 깜빡이며 알았다는 표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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