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화 〉@17. 게임의 규칙 - 상금을 획득하기 위해 여자들은 어떠한 대가라도 치룰 각오를 했다.
난 그렇게 내가 이 돈을 꺼내놓은 이유를 밝혔다.
"그러니까 차라리 이렇게 써버리는 게 나을 거 같아.
그러니까 날 도와준다 생각하고 받아주세요."
물론 핑계야 어떻든 상관 없다. 돈을 내놓는 사람이 위축될 필요는 하나도 없다.
"그... 그렇다면."
"진짜로 미안한데..."
"돈이 너무 크니까 무섭다."
어차피 그녀들에게 줘야할 돈이다. 은지와 송아에게는 지난번 시간 정지 때의 600만 원과 오늘의 300만 원을, 그리고 진아에게는 오늘분의 1,000만 원을 주어야만 한다.
그러니까 그녀들이 쓰게될 도박 자금은 진짜 자기 돈이다.
"그러니까 이걸 받으시고 나한테 받았다고 해주시면 되요. 송아씨?"
그녀가 여기서 가장 결단력이 있는 여자였다. 송아가 알았다고 하면 나머지는 끌려갈 것 같았다.
"아, 알았어요. 하지만 돌려달라고 하면 게임이 끝나고..."
"아뇨. 그럼 재미가 없잖아요. 그냥 받는 겁니다."
"알았어요."
송아가 얼떨떨하게 대답했다.
"은지씨?"
"뭔가 홀린 거 같은데... 이런 거 안 받으면 바보죠? 알았어요."
"진아씨?"
"네. 잘 받았습니다."
역시 어린 그녀가 가장 순수했다.
"자 아까 말했던 룰이요. 한 가지만 추가할게요. 왕게임이잖아요? 주사위를 굴려 왕이 되면 다른 사람한테 지시를 내리죠. 근데 그 지시를 따르지 못하면 탈락입니다. 가진 돈은 나머지 두 사람이 나눠가지고요."
"음..."
"음..."
송아와 은지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좋아요. 어차피 아저씨가 준 건데, 뭐 아무려면 어때요?"
진아의 결단이 가장 빨랐다.
"맞다. 영웅씨가 준 돈인데 뭐."
송아도 납득했다.
"근데 영웅씨는요? 우리 셋만 해요?"
은지가 물었다.
"난 이제 도박 안 해요. 행운은 한 번이면 족해요. 그리고 내가 끼어서 내가 다시 따면 어떻게 해요. 그건 진짜 재미 없잖아요."
내 말에 셋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왕 게임인데, 영웅씨가 빠지면 재미 없는데."
송아가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면 난 무조건 노예 할게요. 왕이 명령을 내릴 때 나도 포함하면 어때요?"
"그래도 돼요?"
은지가 반색을 했다.
"정말 착한 사람이네. 은희 원장님 말이 맞았다니까."
그렇게 생각해주면 나야 고맙고...
"좋아요. 그렇게 해요. 대신 약속은 지켜요. 시키는 거 다 하는 거예요. 영웅씨는 거부권도 없다구요."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거야?
불현듯 내가 엉뚱한 곳에 발을 디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먼저 돈을 200만 원씩 나눠야 할까요?"
진아가 말했다.
"그러지말고 이렇게 해요."
송아가 각자의 앞에 동전 다섯 개 씩을 놓았다.
"이건 모두 모아서 한 곳에 놓는 거예요."
그녀가 두 사람의 허락을 받고 3,000만 원을 모아서 테이블 한가운데 놓았다.
"이 동전 하나가 200만 원이고요. 자신 없는 사람은 그냥 손을 털고 나가면 되요. 어때요?"
"좋아요. 돈이 왔다갔다 하는 거 보다 그게 낫겠다."
"이기면 저거 전부 가져가는 거라구요?"
진아는 그만큼 놀라고도 또 놀란다.
그건 그렇고, 술이 취한 것 같더니 지금 보니 말똥말똥하다.
취한 척 한걸까?
아니면 큰 돈을 보니 취기가 가신 걸까?
그것도 아니면 설정 카드 < 게임의 법칙 >과 관련이 있을까?
"그럼 주사위는 어떻게 하죠? 하나? 둘?"
"음... 두 개로 해요. 만약에 두 사람이 같은 수가 나오면 둘이서 다시 던지기로 하고."
"좋아요."
내가 개입하지 않아도 여자들은 알아서 규칙을 만들어갔다. 난 주사위 두 개만 남겨두고 도로 회수해 왔다.
"그럼 진아 너부터 해."
은지가 주사위를 진아아게 넘겨주었다.
"아... 긴장된다."
"긴장해야지. 한 번 던지는 데 200만 원 짜리야. 진아 화이팅!"
은지가 진아를 북돋워주었다.
아직까지는 화기애애하다.
돈의 크기에 대해 실감이 덜 가는 모양이다.
하지만 조금 뒤에는 어떻게 될까?
너무나 궁금했다.
사실 이 게임이 어떻게 될 지는 나도 전혀 알지 못한다.
내가 한 거라고는 그저 그녀들이 하려는 왕게임에 상금을 얹어준 것이 전부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은 전부 그녀들의 선택이다.
어차피 줄 돈이었고, 설정 카드 < 게임의 규칙 >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 알고 싶었다.
나로서는 대략 200만 원 정도의 투자가 전부이다.
그런데...
사실 게임의 규칙이란 것이 너무 모호하다.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상금의 크기에 따라 승부욕이 강해진다.
이 정도로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날까?
"그럼 할게요."
진아가 긴장된 표정으로 주사위를 던졌다.
두 개의 주사위가 굴러가다 멈추었다.
하나는 1, 다른 하나는 4
합이 5
"이거 높은 거 아니죠?"
진아가 울쌍이 되어 물었다.
"그래도 밑에 2도 있고, 3도 있고, 4도 있어."
은지가 놀리듣 말하고 주사위를 던졌다.
"어?"
"와!"
탄식과 환호가 갈렸다.
주사위의 눈은 1과 2 합이 3이다.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송아였다.
"그럼 내 차례네..."
기쁜 마음으로 주사위를 가져가 테이블 위로 굴렸다.
또르르르
톡!
나온 눈은 2
톡!
이번에도 2
합이 4.
"와아!"
신이 난 진아.
"이걸 지네..."
어이없어하는 송아.
"자 받아."
"진아가 오늘 운이 좋네."
은지와 송아가 각각 동전 하나씩을 진아 앞에 가져놓았다.
살짝 긴장감을 내비추었지만, 아직은 담담하다.
이제 겨우 첫 판이다.
"와... 하나에 200만 원이면 400만 원을 번 거야? "
진아가 처음으로 돈의 크기가 실감이 났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뭐 시킬 거야?"
"음... 그래. 얼음 녹이기요."
진아가 아이스 바스켓에 담긴 얼음을 가리켰다.
"저걸 입에 넣고 녹이세요."
굉장히 쉬운 요구였다.
"그래. 그럼."
송아가 안심이 된 듯 얼음 하나를 들어 입에 넣었다.
은지도 따라서 얼음 하나를 집으려 했다.
"아뇨. 그게 아니고 얼음을 입에서 입으로 옮기면서 녹여주세요."
진아가 웃으면서 말했다.
"응?"
"어떻게 하면 돼?"
"세 분이 얼음을 번갈아가면서 입에서 입으로 옮기면서 녹이라고요."
딴에 대단한 벌칙이라 생각했는지 진아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아! 난 또 뭐라고."
송아가 웃으며 내게 다가와 입을 가져 댔다. 내가 입을 열자 그녀는 자신의 입에 있던 얼음을 슬쩍 넘겼다.
차가운 얼음이 입에 들어올 때, 송아의 혀도 살짝 들어왔다 나갔다.
그녀가 야릇한 미소를 띄우며 떨여졌다.
잠깐 동안 얼음을 입에 넣고 있는데, 은지가 다가왔다.
"이젠 나한테 주세요."
은지가 입을 가져왔고, 내가 입을 벌리자, 왠지 그녀의 혀가 먼저 내 입으로 들어와 얼음을 톡톡 치다가 얼음을 가져갔다.
"응? 왜 아무도 창피하지 않은 건데요?"
진아가 다시 입술을 삐죽이며 물었다.
"이런게 창피한 건 아이 때나 그런 거지."
송아가 비웃듯 말했다.
"그럼 재미 없잖아요?"
"재미 있는데 뭐."
역시 아직 진아는 송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잠시 뒤에 은지가 내게 얼음을 넘겨주었고, 다시 조금 뒤에 송가가 가져갔다.
두 여자들은 그렇게 얼음을 주고 받으면서 매번 혀를 내 입안에 넣었다가 뺀다.
그럴 때면 우리는 서로 눈이 마주쳤고, 두 여자는 한 번도 그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아. 시시해."
결국 지시를 내린 진아만 실망하고 말았다.
"이번엔 나부터 던질게."
송아가 주사위를 잡았다.
"10? 10이면 굉장히 크지?"
6과 4가 나와 기뻐하는 송아. 그녀는 아마 뭔가 대단한 지시를 준비해 놓은 모양이다.
"두 번 연속으로 지면 그런데..."
은지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주사위를 던졌다.
또르르 굴러가던 주사위가 멈추었다.
"예에!"
5와 6. 11이면 이겼다고 봐도 된다 생각한 은지가 환호성을 질렀다.
"이번엔 지겠다..."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진아가 주사위를 던졌다.
6
그리고 다시
6
"와! 엄마야!"
진아는 자신의 믿을 수 없는 행운에 환호했다.
그리고 눈에 띄게 어두워진 은지와 송아.
"예! 예! 또 이겼어요!"
"그래... 너 잘났다."
"잘먹고 잘 살아라. 기집애."
두 사람이 각기 동전을 하나씩 진아에게 주었다.
진아의 앞에는 이제 9개나 되는 동전이, 그리고 은지와 송아는 각각 3개씩 가지고 있다.
게임이 시작될 때와는 달리, 두 여자의 눈은 날카롭기 그지 없다.
지금까지 두 번 모두 너무나 드라마틱하게 승부가 갈린 탓에 감정이 고조된 것이리라.
"그럼... 어차피 원장샘들 어지간하면 안 창피한거죠?"
진아가 생글거리며 물었다.
"안 창피하기는... 게임이니까 열심히 하는 거지."
은지는 담담하게 말했다.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노골적이라고요. 두 분이서 영웅 아저씨한테 찝쩍거리는 거 모를 줄 알고요?"
진아의 말이야말로 노골적이던 모양이다.
은지와 송아가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어버렸다.
"여하튼 내가 야한 명령을 내린다고 두분이 별로 어려워할 거 같지 않네요. 그니까 어디 하고 싶은대로 해 보세요. 각각 5분씩 드릴게요. 두 사람이 각자 영웅 아저씨한테 자기를 홍보하세요. 그리고 아저씨가 한 사람을 선택해서 키스를 하세요."
"어머나! 매운맛이네."
송아가 웃었다.
"어쩜 그런 걸 시켜. 진아 이제 보니 못됐어."
두 여자가 당황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마음을 들켰다는 것도, 내게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것도 그리 개의치 않는 듯 했다.
"그럼 내가 먼저 할까?"
송아가 말했다.
"영웅씨 나 어때요?"
"멋진 분이죠. 매력있고, 미인이시고요. 몸도 정말 이쁘죠."
"아이. 솔직히 미인은 아니다."
송아가 그러고 살짝 수줍다는 듯 웃었다.
하지만 여기있는 모두가 그녀가 그렇게 수줍어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때요? 나도 영웅씨의 그 즐거움을 나누는 여자들 중에 끼어주실 생각 있으세요?"
"물론이죠. 송아씨처럼 매력있는 분을 거절하다니 그럴 리가요."
"둘이 너무 대화가 많아요. 아저씨는 이제 조용히 해요. 원장샘만 어필하세요."
진아가 다시 삐죽거리며 끼어들었다.
"알았어. 그럼. 저는요 솔직히 그렇게 이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남자들한테 꽤 인기가 있어요.
제 비밀이 뭔지 알려드릴까요?"
송아가 그윽한 눈으로 날 바라보며 말하는 동안, 진아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킥킥거리고 있었다.
난 대답을 할 수 었으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저. 무척 잘해요. 한 번도 상대를 실망시켜본 적 없어요.
영웅씨한테도 꼭 그걸 느끼게 해 드리고 싶네요."
송아는 아주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과 입술, 그리고 혀와 손의 놀림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나도 조금 기대하는 게 있고요. 영웅씨가 정말 그렇게 대단한지, 말 뿐인지 말이에요."
그리고 윙크까지 날렸다.
"어떻게 해! 진짜 느끼해!"
막상 그걸 옆에서 바라보던 진아가 죽으려 했다.
"그럼 내 차례네요."
송아가 자리를 비켜주고 은지가 내 건너편에 앉아 말했다.
"난 송아 원장님처럼 이쁘지도 않고, 그렇게 막 잘 한다고 자신할 수도 없지만요."
말을 하던 은지가 다리 하나를 올렸다.
그러자 원피스 아래로 검은색 팬티가 드러난다.
"저도 자신있는 것 하나 쯤은 있어요."
그녀는 다른 쪽 다리도 들었다.
이제 두 다리를 모두 번쩍 들고 있으니, 속이 아주 적나라하게 들여보인다.
하지만 그녀가 내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팬티 따위가 아니다.
"저 굉장히 유연해요."
은지는 씩 웃으며 두 다리를 겨드랑이 아래로 넣어버렸다.
지난번 은희가 내게 보여주었던 바로 그 포즈였다.
플라잉 요가 강사를 하기 전에는 오랫동안 요가를 했었다더니, 은지도 몸이 굉장히 유연하다.
그상태에서 허리를 더 숙이고 고개를 앞으로 내밀며 입을 살짝 벌렸다.
와우!
그걸 보고 있는 것만으로 벌써 유혹에 넘어갈 것만 같았다.
남자의 입장에서는 그보다 유혹적이기 어려운 포즈, 그러니까 막 박다가 꺼내서 바로 위로 올리면 여자의 입이 나온다.
지난번 은희가 내게 그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 난 정신을 놓고 그냥 해버릴까 무척 고민했었다.
지금도 내 전화기 안에 들어있는 그 사진은 아마 평생 버리지 못할 것이다.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이 넘어갔다.
"원장님!"
그때 진아가 소리쳤다.
"우리 같이 가르치는 사람이 그러고 섹시한 포즈로 유혹하고 그러는 거 진짜 싫어했잖아요?"
그랬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