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4화 〉@17. 게임의 규칙 - 상금을 획득하기 위해 여자들은 어떠한 대가라도 치룰 각오를 했다.
"근데 남자랑 여자랑 친구로 남는게 보통 힘든 게 아냐.
나도 몇 명 있었거든요. 아주 좋은 친구. 근데 친구가 아니더라."
송아가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그러니까요. 결국은 전부 속셈이 있더라고. 그래서 난 이제 남자들이랑 친구라고는 해도 진짜로 친구로는 생각 안 해."
은지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기는 두 사람 모두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을 타입이다.
"뭐. 어때요? 친구인듯 썸인듯 그러다가 애인도 되는 거고, 아니면 그냥 친구로 남고 그러는 거지."
진아는 아직 다른 여자들에 비해서 경험이 많지 못한 모양이다.
"그러니까 그냥 친구로 남는 게 쉽지 않더라구. 지금도 친구처럼 지내는 사람이 있는데... 술이라도 하게 되면 눈빛이 너무 달라져서..."
송아는 대학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남사친과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그때 놀러오셨던 분이죠? 그 굉장히 착하게 생기셨던 남자분."
진아가 송아의 남사친을 기억해 냈다.
"응. 맞아."
"맨날 똑같은 고민이야. 사람 좋은 거 같은데 사겨요. 그냥."
은지가 부축였다.
"전에는 착한 남자가 좋았는데, 요새는 그게 전부가 아니더라고."
송아가 머리를 저었다.
"착한 사람이 제일 좋던데. 나는."
진아가 말했다.
"그거야 진아씨 남자 친구가 잘생기고 착하니까 그런거지. 거기서 잘생기고 몸 좋은 거 빼고, 착하기만 하면 좋을 거 같아?"
"응? 그런가? 하하. 맞다. 남잔 잘생긴 게 제일이에요."
어쩐지 그녀는 뿌듯하게 말했다.
"잘생긴 것도 다 필요 없어. 나도 잘생긴 남자 많이 사겨봤어. 근데 아니더라."
송아는 단호했다.
"그럼 뭐가 중요한데요?"
진아가 물었다.
"밤에 잘 해야지."
"맞다니까. 그게 젤 중요해."
송아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고, 은지가 맞다며 동의했다.
은희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근데 왜 날 보면서 웃고 있는 거야?
"섹스요? 그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진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정말로 이 여자들은 내숭을 떨지 모르는 것 같다.
뭐 은지와 송아야 일부러라도 음담 패설을 자주 입에 꺼내놓고 있었고, 은희도 결코 밀리지 않았는데, 아직 어린 진아도 섹스 라는 단어를 꺼리지 않는다.
뭐 술이 들어가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직 취한 사람은 없으니, 술 때문만은 아니다.
"진아씨는 아직 어려서 몰라. 너도 5년만 있어봐."
은지가 말했다.
세 원장은 각기 편한대로 진아에게 존대를 하기도 하고, 편하게 부르기도 했다.
나이 차이도 있고, 수습 트레이너와 원장이라는 관계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그렇다고 막 대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나 뿐인 직원이라 그런 것인지, 막내 동생처럼 대해주고 있었다.
진아도 세 사람에게 큰 부담은 없어 보였다.
"나도 알 거 다 알아요. 뭐."
진아가 살짝 삐죽거렸다.
"나도 할 거 다 해봤다구요."
억울한 모양이다.
"그래? 할 거 다 해봤단 말이지. 그럼 우리 그거나 해볼까? 그렇지 않아도 진도가 안 나갔는데 말이야."
송아가 말했다.
"뭐요?"
"자. 지금부터 먹고 죽는 거예요."
송아는 갑자기 주방으로 가서 맥주잔과 소주잔을 잔뜩 가져왔다.
그녀가 맥주잔에 술을 채우는 동안, 은희가 소주잔에 소주를 따랐다.
그리고 은지가 맥주잔에 소주잔을 떨궈 폭탄주를 완성했다.
정말 술들을 좋아하는지 말도 하지 않고 딱딱 자신이 할 일을 한다.
그렇게 잠깐 동안 테이블 위해 열 개가 넘는 폭탄주가 만들어졌다.
"뭐 이렇게 많이 만들어요?"
진아가 물었다.
"흥을 돋구기 위해 게임이나 하자고."
"먼데요?"
진아가 잔뜩 궁금해 한다.
"그거 있잖아. 손가락 접기."
송아는 그 유명한 술자리 게임을 소환했다.
그거 한 사람 보내기 엄청 좋은 거 아냐?
"그래. 좋아. 그거"
은지도 찬성했다. 두 여자의 눈이 마주친 것을 보니 아마 목표를 확실하게 정한 모양이다.
"근데 손가락 다섯 개는 너무 많으니까 하나 걸릴 때마다 마시는 거다."
과격한 여자들이다.
술을 그렇게 쌓아 놓았을 때부터 알아봐야 했다.
"해요. 그럼!"
수습 트레이너 진아는 뭣도 모르고 게임이라니 마냥 좋아한다.
"괜찮죠? 영웅씨도?"
"저야 좋죠."
"해요. 그거."
은희도 흥미있어 한다. 그녀도 은지와 송아와 눈길을 교환했다.
역시 어린 여자가 하나 끼어 있으니 타겟이 된 모양이다.
"다들 손 들을 들고 있다가 질문에 해당하면 손을 내리고 해당하지 않는 사람은 조용히 마시면 됩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손을 내리면 질문자가 마십니다. 다들 동의하죠?"
송아가 룰을 정했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부터 합니다. 그럼 손을 들어 주세요."
송아가 말하자 모두들 손을 들었다.
진아는 아직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고 신이 나서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난 사귀는 사람이 아닌 상대와 섹스를 해본 적 있다."
송아는 처음부터 화끈한 질문을 하고 손을 내렸다.
은지도 가볍게 손을 내렸고, 은희는 살짝 머뭇거리다가 손을 내렸다.
물론 나도 내려야 했다.
"응? 머가 그렇게 노골적이에요."
진아가 손을 든 채로 항의했다.
"그럼 자기도 그런 질문 하면 되잖아. 우선 마셔."
은지가 은근슬쩍 송아 편을 들었다.
"알았어요. 그렇게 한다는 거죠?"
진아가 투덜거리며 술을 마셨다.
"그럼 이번엔 나죠?"
진아는 이를 갈고 있다는 투로 거세게 외쳤다.
"나는 지금까지 집이나 모텔처럼 잠자는 장소가 아닌 곳에서 해본 적 있다."
아마도 그게 그녀의 비장의 수였던 모양이다.
진아는 의기 양양한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본다.
하지만 아무도 손을 들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어어... 보통 한 명은 나와야 되는데..."
당황한 표정으로 진아가 말했다.
"그런데 어디서 해봤기에 그렇게 자신만만했어?"
은지가 물었다.
"전에 다니던 체육관 샤워실에서요. 헤헤."
진아가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남자 친구랑?"
"그럼요. 오빠랑 막 사겼을 때 했어요. 원장샘은요?"
그녀는 송아에게 물었다.
"난 많지. 극장에서도 해봤고, 강의실에서 해봤고..."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음... 극장 뒷자리? 앞에 사람들이 있으니까 스릴 있었어."
"와. 그럼 은지 선생님은요?"
"난 병원에 입원해 있을때가 제일 좋았던 거 같아. 다인실이었거든. 나 말로 세 명 더 있었어. 은희 샘은?"
"음... 난 성인숖 화장실? 엄청 좋았어요."
그 말을 하는 동안 은지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아마 나와으 경험인 것 같다.
근데 그것도 섹스라 할 수 있었겠지?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영웅이는? 어디가 제일 좋았어?"
은희가 내게 물었다. 그녀는 싱글거리며 놀리듯 웃고 있었다.
"출근 시간 유흥가 건물 2층 계단?"
정말 흥분되었었다.
수빈이 아름다운 여자이기 때문도 했지만, 출근길 걸어가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릴 정도여서 꽤 스릴 있었다.
"아항! 계단도 좋지."
은지와 송아가 모두 납득하고 있었다.
"진짜? 언제야?"
은희는 정말 궁금한 듯 했다.
"어제 아침에..."
그리고 네 여자 모두 당황한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응? 뭐해? 자기가 마셔."
서로 할 말이 없어지자 은지가 폭탄주가 담긴 잔을 진아에게 밀었다.
"히잉..."
진아는 칭얼거리며 술잔을 비웠다.
그녀는 한번도 쉬지 않고 가볍게 폭탄주 한 잔을 비웠다.
"다들 술을 좋아하고 많이 마시나 봐요?"
"뭐 술로는 져본 적 없어요."
은지가 말했다.
"어지간하면 끝까지 살아남죠."
송아도 강자인 모양이다.
"난 이 두분한텐 못 이겨."
은희가 3등인 모양이다.
"원장쌤들이랑 마실 때 말곤 그렇게 죽을만큼 먹어본 적 없어요."
진아도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나름 다른 장소에선 강자인 모양이다.
그럼 이걸 먹고 취할 사람은 없는 모양이다.
"이번엔 은희씨"
"난 섹스를 하면서 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릴만큼 느껴본 적 있다."
은희의 질문은 명백하게 진아를 노린 것이다.
누가 봐도 그녀는 아직 섹스의 즐거움을 잘 알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진아와 함께 은지도 팔을 내렸다.
"어? 언니도요?"
진아는 의외라는 듯 은지를 보았다.
"그니까. 좋기는 한데, 이성을 잃을 정도까지는 아니었어. 근데 영웅씨도 그런 적 있어요? 남자는 보통 그정도는 아니던데?"
은지가 내게 물었다.
"제가 워낙 그걸 좋아해서요."
딱히 할 말이 없다. 오크로 변해서 섹스를 하면 이성을 잃어버린다 소리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풉!"
은희가 웃음을 터트렸다.
"진짜. 너가 그렇게 말하니까 되게 웃겨. 좀 안 어울리기도 하고."
"잘 어울리지 않나?"
진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맞아. 영웅씨 좀 순수해 보였는데."
나이가 많은 여자들은 은희의 말을 이해한 모양이다.
"마시자. 우리 패배자들끼리."
은지가 진아에게 술잔을 주며 말했다.
"계속 나만 마시는 거 같아."
이젠 진아도 자기가 타겟이 된 걸 눈치챈 모양이다.
"난 지금까지 동시에 두 명 이상의 이성과 사귀어 본 적 있다."
은지가 질문을 던졌다.
진아가 머뭇거리고 손을 내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응? 다들 그런 적 있다구요? 다들 나쁜 사람들이네..."
"그러게. 영웅씨도 나쁜 남자였네."
송아가 그러면서 웃었다.
"진짜 은희 샘은 그런 사람 아닌 줄 알았는데."
진아가 다시 투덜거리며 술잔을 비웠다.
벌써 폭탄주만 네 잔 째이다. 이제 슬슬 오지 않으려나?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 게임을 하고 있는 중이지...
물론 설정 카드 < 게임의 규칙 >은 적용되지 않고 있다.
아직 캐스팅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쓸까?
분위기도 좋은데?
아니. 지금도 나쁘지 않다.
우선은 이대로 즐겨보자.
"이제 영웅씨."
"음. 나는 성인숍에 가본 적 있다."
"못됐어."
은지가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진아를 바라 보며 말했다.
"그러게. 영웅씨 일부러 진아씨만 노리나 봐."
은지도 합세했다.
자신들이 한 행동은 쏙 빼놓고 내게 떠넘겼다.
"진짜루... 다들 나만 가지고..."
진아가 투덜거리고 다시 잔을 비웠다.
"나 취하게 만들고 무슨 짓들을 하려고 그러는데요?"
진아가 송아를 바라보며 물어봤다.
"무, 무슨 짓은..."
그런데 어쩐지 송아가 찔려하고 있었다.
"수상해..."
진아는 그다지 생각을 하고 말한 것 같지는 않다.
"내가 할 차례지? 난 한 번에 둘 이상의 이성과 섹스를 해보았다."
송아는 진아가 더는 말을 못하게 하려는 듯 급하게 질문했다.
이번엔 나와 송아만 손을 내렸다.
"이제 점점 흥미진진해 지네요."
그렇게 말하면서 은지는 웃고 있었다.
"그러네요. 송아 선생님 언제 해봤어요?"
은희가 술잔을 손에 들고 물어보았다.
"그런 거 정말로 하는 사람도 있어요? 어땠어요?"
진아는 흥미있어 한다.
"최악이었어. 아주. 한 남자랑 하는 거랑은 완전히 달라. 꼭 짐승들이랑 하는 거 같았다니까."
송아가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근데 왜 했어요?"
"한 번만 하자고 하도 졸라서. 나도 궁금하기도 했고. 근데 넌 하지마. 진짜 흑역사야. 그러고 나서 걔랑 헤어졌어. 막 정이 떨어지더라. 남자 둘이 붙어서..."
송아의 표정을 보니 정말로 좋지 않은 기억이었던 듯 싶다.
하긴... 여자들 그런 거 좋아하는 사람 정말로 드물다.
"근데 영웅씨는 별로 나쁜 기억이 아니었나 봐요?"
은지가 내게 화살을 돌렸다.
"하하... 사실 남자들은 그런 거 좋아해요."
"와! 짐승."
진아의 나에 대한 평가는 이번으로 확실하게 바닥을 치는 것 같다.
"그지. 그런 건 남자들이나 좋아하지."
송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은희도 은지도 비슷한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다시 진아의 차례가 되었다.
그녀는 바로 질문을 하지 않고, 잠시 망설였다.
"난 성인이 되서도 자다가 이불에 오줌을 싸본 적 있다."
진아가 한참 동안 고민했던 질문을 던지고 손을 내렸다.
물론 손을 내린 사람은 그녀 한 사람 뿐이다.
"그거 자폭하는 거 아냐?"
은지가 웃으며 물었다.
"몰라요. 다들 나쁜 사람들이니까 상관 없어요."
진아가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다들 자길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판을 깨려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죽여서 술자리에 흥을 돋웠다.
"그럼 어른들끼리 한 잔."
네 명이서 잔을 비우는 동안 진아는 의기양양하게 웃고 있었다.
"은희씨 차례."
"음... 이걸 할까 말까? 아! 몰라! 난 동성과 키스... 아니 섹스를 해 봤다."
은희가 폭탄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