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화 〉@16. 복수에 몸을 맡긴 여자.
이 알 수 없는 미스테리를 풀어내는 것이 그녀에겐 무엇보다 중요한 모양이다.
"당신 말이 맞는 거 같아. 이런 느낌을 받았다면, 절대로 잊지 못할 거야..."
"겨우 그 정도를 가지고 놀라면 안 되지."
"응?"
수빈은 발기한 내 물건을 보았다.
"또? 또 할 거야?"
"응. 무서워?"
"아니. 알고 싶어. 당신이 말하고 있는 그 끝을..."
수빈의 얼굴엔 두려움 따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쾌락에 대한 기대감 뿐이었다.
"아! 미치겠어. 학! 당신 이상해! 뭐야! 왜?"
그리고 다시 삽입 1분 만에 그녀는 발광하기 시작했다.
"엉! 엉! 너무 좋아! 학!"
3분이 지났을 무렵, 그녀는 울고 있었다.
"으으윽!"
그리고 5분 경에는 이미 몸을 떨며 절정에 다다랐다.
"하아! 하아!"
수빈의 오르가즘은 꽤 오래 지속되었다.
"왜... 이렇게 좋은 건데?"
"어때? 아직도 날 강간범이라 생각하고 있어?"
"당신은 틀림없이 날 강간했어. 그 사실은 절대로 바뀌지 않아."
절정의 순간이 지나가면 바로 더할나위 없이 이성적인 여자로 돌아왔다.
"그럼 날 고발할 생각은 변함 없겠네?"
"이 경우는 고발이 아니라 고소야. 명확하게 내가 피해를 입은 사실을 신고하는 거니까."
그렇게 쫑알거리는 것이 하나도 밉지 않은 것은, 그녀가 이쁘기 때문이리라.
같은 말이라도 어떤 사람이 하는가에 따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완전히 달라진다.
다른 누군가가 그런 사소한 단어 하나까지 가르치려 든다면, 짜증이 밀려왔을 것이다.
하지만 수빈이 그렇게 말하는 동안 난 그녀의 귀여운 입술만 바라보고 있었다.
"키스해도 될까?"
수빈의 말이 끝나고 그녀에게 물었다.
수빈은 보일듯 말듯한 옅은 웃음을 짓곤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처음으로 삽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키스를 했다.
"하악!"
키스가 끝나고, 그녀가 다시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왜 키스만으로도 이렇게 좋은 건데요?"
말투가 바뀌었다.
뭐. 사실 난 그녀가 내게 반말을 한다해도 조금도 상관 없다.
아니. 사실은 그녀가 내게 욕설을 뱉어도 아주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그녀는 그만큼 이뻤다.
"진짜로 이상해요."
동그랗게 변한 눈으로 그녀는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한 번 더 해 주세요. 섹스 말고 키스요."
우리는 다시 입을 맞추었다.
나도 무척이나 행복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비교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키스를 하는 동안 그녀는 살짝 살짝 몸을 떨었다.
"으으으으... 말도 안 돼..."
수빈은 손을 내려 자신의 음부를 만져본다.
"학!"
짧고 날카로은 신음 뒤에 수빈은 눈쌀을 찌푸리며 날 봤다.
"인간은 이정도로 강한 쾌감을 느낄 수 없어요."
"어떻게 그렇게 단언하지?"
"나도 자위 정도는 해 봤어요. 뭔가를 안에 넣지는 않았지만,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것만으로도 여자는 충분한 쾌락을 얻어낼 수 있어요. 그래서 알아요. 내 몸이 느낄 수 있는 쾌락의 한도는 아마 기껏해야 클리토리스를 자극 할 때의 배 정도나 될 거예요."
음...
조금 너무 분석적 아니야?
이 여자 조금 이상해.
"근데 당신이랑 있으면서 내가 느낀 건 그런 수준이 아니란 말이에요. 무슨 약물이라도 사용하지 않은 이상은 말이죠. 하지만 그렇다기에는 내 정신이 너무 말짱해요."
말짱한 게 맞을까?
"특정한 종류의 약물이 그렇다고 하더군요. 도파민의 분비를 정상의 수십배나 증가시켜서 절대로 평범한 섹스에서 얻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해준대요.
아마 내가 지금 느끼는 것과 비슷할 거 같아요."
쫑알 쫑알...
사실은 그 입술이 너무 귀여워서 그녀가 하고 있는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믿을 수 없지만... 당신이랑 하고 나면 정말로 잊을 수 없을 거 같아요. 당신 말이 맞았어요."
그리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또 할 건가요? 아직 사정 안 했으니까 또 할 거죠?"
"하고 싶어? 아니면 궁금해서 그래?"
"머리는 알고 싶어해요. 그리고 몸은 하고 싶다고 하네요."
"그럼 부탁해봐."
"해주세요."
그녀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아! 아까 뭐라고 했었죠? 맞아. 박아주세요. 당신이 이겼어요."
그순간 그녀의 눈에 떠오른 감정은 틀림없이 육욕이었다.
그리고 그걸 이성이라는 가면으로 억지로 덮고 있었다.
우리는 다시 섹스를 했다.
이번엔 조금 오래했다.
"흑! 그만! 악! 나..."
그녀가 5분 만에 가버렸지만, 제발 멈춰달라고 애원했지만, 난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그녀가 오르가즘의 꼭데기에 있는 것을 알면서도 몰아붙였다.
"이런..."
수빈은 정신을 잃었다. 정말이다. 그리 오래는 아니었지만 잠시 몸이 축 늘어졌고, 입을 벌리고 멍하니 있었다.
"흐억!"
수빈이 정신을 차리며 격하게 소리를 내었다.
"하아... 나... 정말로 죽는 줄 알았어요... 다시... 다시는 그러지 말아요."
그녀의 눈가는 눈물을 흘린 자국으로 잔뜩 더럽혀져 있었다.
"그게 무서우면 안 하면 돼. 지금부터는 내가 널 강제하는 것이 아니니까."
그리고 난 그녀에게 협박으로 돌려주었다.
"나쁜 사람은 맞나 보네요."
수빈이 힘없이 날 바라보며 말했다.
"대충 알 거 같아요. 당신이란 사람."
"어떤 사람인데?"
"손에 넣은 여자를 편한대로 휘두르는 남자... 당신의 무기는 이 끔찍할 정도의 쾌락이겠죠. 그리고 당신한테 달아날 수 있는 여자가 있다면 난 존경할 거예요."
"그렇게 좋았어?"
"네. 내가 정말 바보였나봐요. 처음부터 발을 디디면 안 되는 곳에 발을 내딛고 말았어요. 그놈의 호기심이 뭔지."
"호기심이 있었다고?"
"도대체 그 미남이가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그게 뭔지 알고 싶었어요."
내가 틀렸다.
단순한 증오나 자포자기 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오히려 미남이가 한 말이 이 아름다운 여자에게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 컸던 모양이다.
하기는 그녀의 태도를 보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을 분석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너 한테 아직 말 하지 않은 게 있는데..."
"뭔가요? 설마 날 당신한테 중독시켜놓고, 또 다른 남자한테 넘기거나 한다는 건가요?"
"설마. 난 내 영역에 다른 남자가 들어오는 꼴은 못 봐. 미남이랑 같은 종류의 사람이 아니라고."
"그건 확실히 알겠어요. 당신은 포식자로군요."
"그래?"
"맞아요. 생긴 거랑 아주 잘 어울려요."
조금 억울했다.
평생 그렇게 살아오지는 않았다.
"그러면 말하지 않은 게 뭐예요. 혹시 내가 당신과 관계를 유지하려면 어떤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건가요?"
이 여자는 진심으로 날 무슨 악당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뭐. 그렇다면 그렇게 해주지.
"그래. 대가가 필요해."
"뭔데요?"
그녀는 다시 호기심으로 가득한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건 나중에 다시 얘기하지. 하지만 미리 경고는 해두지. 지금이 마지막 기회야. 아직은 도망칠 수 있어."
"아뇨. 늦은 거 같아요."
수빈은 힘없이 웃었다.
"난 금단의 열매를 먹었어요. 그리고 나 사실... 욕망에 약해요. 원하는 걸 얻지 못하면 참질 못해요. 갖고 싶은거, 이루고 싶은 것은 꼭 손에 넣어야 하죠. 그러니까... 정말로 항복했어요."
그래서 난 다시 그녀에게 그보다 더한 쾌락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우리는 그날 밤 몇 번이나 더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적용되는 설정 카드 < 중첩 > 때문에 수빈은 회가 거듭될수록 점점 더 강하게 중독되고 있었다.
수빈은 그러고도 세 번을 더 정신을 잃어버렸다.
나중엔 쾌락에 두려움을 가질 정도이다.
확실히 특별한 여자이다.
다른 여자들보다 훨씬 더 잘 느낀다.
그런데 정신을 잃어버릴 만큼 대단한 쾌감은 어떤 것일까?
대체로 여자들이 느끼는 오르가즘이 남자의 그것에 비해 크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지닌 설정 카드와 액티브 카드의 영향을 받는 여자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나로서는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녀가 느끼고 있는 쾌감에 대해 생각을 하다 문득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바로 내가 오크가 되었을 때 느꼈던 감각이다.
대단했지.
그리고 한편으로는 끔찍했었다.
내가 내가 아닌 것이 되어버린 느낌...
지금도 매일 몇 번 씩 그 느낌이 떠오른다.
물론 난 그걸 다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코스튬 카드는 내게 귀속되어 있는 것이고, 대기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오크로 변신해서 그 느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그 끔찍하게 커다란 물건을 받아들일 여자가 세상에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이다.
여자들의 질은 신축성이 뛰어나 몇 배로 확장이 된다고 하지만...
하기는 서양의 포르노를 보면 정말로 그만큼 커다란 물건을 넣는 여자들도 있더라.
그런데 정작 더 큰 문제는 내가 그 쾌락을 감당할 수 있는 가 하는 것이다.
난 아마 이성을 잃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니. 우선은 생각하지 말자.
대기 시간이 지나면 그때 가서 생각해보자.
난 완전히 지쳐 잠이 든 수빈을 안고 잠을 청했다.
꽤 즐거운 밤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내 손에 들어왔다는 생각에 사실 미칠듯이 기뻤다.
아침에 눈을 뜨니 그녀가 여전히 내 품에 안긴 채, 날 말똥말똥 바라보고 있었다.
"도망가지 않았네?"
"사실은 엄청 고민했어요. 당신 말이 맞아요. 도망칠 수 있을 때 도망가야 했어요. 아마 세 번째 정도가 한계였던 거 같아요. 근데 왜... 그렇게 궁금했을까요?"
수빈의 목소리에선 어제의 그 날카로움 따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럼 이젠 내 건가?"
그렇게 말하며 난 일부러 징그럽게 웃었다.
수빈이 그걸 보고 픽 웃어버렸다.
"생각해보니까 당신 정말로 나쁜 사람은 아닐 거 같아요."
"그래?"
"음... 모르겠어요. 그런 생각이 들만큼 좋았나 보죠."
수빈은 조금은 창피하다는 듯 얼굴을 붉혔다.
그런 모습이 너무 귀여워 난 입술을 내밀었다.
하지만 수빈은 고개를 돌려 그걸 피해버렸다.
이런... 조금 창피하잖아.
"아침 수업은 언제부터야?"
조금 머쓱해져 그녀에게 물었다.
"10시에 있는데... 안 들어가려고요."
"그래? 난 이제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데... 피곤하면 더 쉬다가 나중에 나올래?"
"같이 나가요."
수빈은 나와 함께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난 그녀의 멋진 몸을 씻겨 주었고, 수빈은 조금도 반항하지 않았다.
"또... 커졌네요?"
수빈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너무 이쁘니까."
그녀의 미모를 칭찬하는 말들이 수빈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아마도 그녀는 평생 그런 말고 함께 자라왔을 것이다.
"풋!"
하지만 예상 외로 그녀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거 알아요?"
"뭐?"
"나한테 다가왔던 남자 중에 당신이 제일 못났어요."
음...
"그런데 참 신기하네요."
수빈은 발기된 내 물건을 손에 잡았다.
"이걸 보고 있으니까 나도 흥분이 되요."
수빈은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들여보았다.
"하고 싶어?"
"네. 근데 참아볼래요. 참을 수 있는지 궁금해요."
"그렇게 하자."
난 그녀를 안고 욕실을 나왔다.
수건으로 그녀를 닦아주고, 드라이어로 머리도 말려주었다.
그동안 수빈의 얼굴은 수시로 바뀌었다.
"괜찮아?"
"괜찮지 않아요. 힘들게 참고 있으니까 말걸지 말아요."
조금 미안했다.
그녀가 유혹에 지지 않게 도와주기 위해 나도 최선을 다했다. 우선 불이나케 옷을 입었다.
수빈도 주섬주섬 어제 자신이 던져놓은 옷을 입었다.
"이쁘네."
"그런 말 하지 않아도 나 이쁜 거 잘 알아요."
"붙임성은 없구나?"
"당신이 좋은 건 아니니까요. 사실은 미워요. 많이요."
수빈은 다시 입술을 깨물었다.
쯧...
정말 참을 수 있는 걸까?
"참. 아까 내가 했던 말 있지."
"대가요. 말해보세요."
"우선 한 가지. 내가 주는 것은 무엇이건 거절하지 않는다."
난 그녀에게 돈을 꺼내 주었다.
"뭔데요? 이거?"
그녀는 오만 원 권 여섯 뭉치를 보고 살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액수가 너무 크다라는 감정은 아니었다.
"용돈 정도로 생각해. 나와 만나다보면 가끔 이렇게 줄 거야."
"용돈 치고는 너무 많은데요? 설마 돈으로 유혹하는 건 아니고..."
"그냥 내 성벽이라고 생각해. 난 나랑 잔 여자들에게 돈으로 대가를 지불하면 마음이 편해져."
"알았어요. 그럼."
수빈은 살짝 어깨를 으쓱하고는 돈을 받아 가방에 넣었다.
정말로 용돈을 받는 수준의 태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