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9화 〉@16. 복수에 몸을 맡긴 여자.
그래서 미안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어치우기로 했다.
이런 고통을 주고서도 내가 즐겁지 못하다면 정말 죄스러운 일이다.
손에 쥐고 있던 러브젤을 저리 던져버렸다.
여자가 고통스러워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직은 빠르게 움직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큰 고통을 주지 않고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뭐... 그리고 사실 이 아름다운 여자가 아파하는 모습이 굉장히 마음에 들기도 했다.
내게 이렇게 가학적인 성품을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제 그다지 놀랍지 않다.
난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수빈은 간간히 얼굴을 찌푸리는 것으로 고통을 표현했지만, 입을 꾹 다물고 더이상의 노여움도 표현하지 않고, 묵묵히 날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뭐랄까? 조금 특별한 느낌이다.
저항은 전혀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 표정없는 얼굴만으로 자신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를 표현하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없는 분노 때문에 나의 흥분은 더욱 커졌다.
하는 내내 난 그녀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너무나 매력적인 얼굴이다.
사실 난 여자의 웃는 모습을 좋아한다.
그렇게 이쁘지 않아도, 웃으면 우선 호감이 생긴다.
물론 이쁜 여자가 웃으면 더욱 좋다.
그런데 이 여자는 웃지 않아서 더욱 관능적이다.
정확히는 그녀의 나에 대한 미움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다.
"윽!"
그래도 때때로 고통을 참지 못하고 약한 신음을 내뱉는다.
수빈은 그 조차도 막으려 하지 않았다.
보라를 괴롭힐 때와는 전혀 다르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 한다.
하지만 이 여자는 너무나 분노한 나머지, 감정을 표현하는 것 자체를 잊은 모양이다.
그때즈음 그녀의 안쪽이 충분하게 젖어가고 있었다.
여자 몸의 신비로운 자기 보호 작용 때문일지, 아니면 그녀가 슬슬 느끼고 있기 때문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
"재미있어? 저항도 하지 못하는 여자 몸을 그렇게 유린하는게?"
그때까지 묵묵히 날 노려보던 수빈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낌이 오는 구나?"
난 알 수 있었다. 이 여자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입을 열었다.
"더러운 자식."
"어떤 기분인지 내게 말해주지 않을래?"
"더러워서 죽을 거 같아. 너 따위 쓰레기에게 처음을 주려고 지금까지 살아오지는 않았어. 처녀인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처음은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었어."
수빈은 담담하게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했다.
"그 좋은 추억의 상대가 미남이었으면 딱 좋았겠군."
내 말에 수빈은 입술을 깨물었다.
아까까지의 그녀에게 미남은 더할나위 없는 상대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나만큼이나 구역질 나는 변태 새끼에 불과하겠지.
"맞아. 그래. 미남이었으면 좋았을 걸..."
그래도 미적으로 미남이 나보다 나은 추억을 주었을 것이라 판단한 걸까? 아니면 날 도발하고 싶은 걸까?
하지만 아쉽게도 난 그런 도발 아무 상관 없다. 어차피 이 여자는 그냥 얻어 걸린 것이다.
"그러게. 미남이었다면 좋았겠군. 미안해 지네..."
"윽!"
수빈이 다시 입술을 깨물었다.
눈꼬리가 떨리고 있다.
분노?
아니. 그보다는 다른 감정이다.
드디어 신호가 온 모양이다.
"지금 이런 걸 말한 거야?"
수빈이 물었다.
"좋은 기분이 들고 있나보군."
"솔직히 어이가 없네... 이렇게 화가 나는데... 왜 아래에선 다른 느낌이 올라오는 걸까?"
수빈은 마치 남의 일이라도 되는 듯, 객관적으로 자신을 파악하려 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렇게 노력해봐도 소용없어."
내 말에 수빈이 날 노려본다.
"뭐가?"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남의 일이라도 되는 듯 스스로를 관찰한다해서, 네게 걸린 저주에서 벗어날 수는 없단 말이야."
"저주라고?"
수빈은 살짝 눈쌀을 찌푸렸다. 허를 찔렸다기 보다, 무언가 생각에 잠긴 모습이다.
"하기는 이건 저주라고 할 수 있겠네... 역시 인간은 육체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거겠지."
"열심히 철학적으로 사색을 해 봐. 조금 있으면 이성 따위 전부 던져버리고 나한테 계속 박아달라고 애원하고 있는 네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한 번 열심히 노력해봐."
수빈은 지지 않고 내게 비아냥거렸다.
"흡!"
하지만 내가 조금 힘차게 움직이자, 바로 반응이 왔다.
"윽! 이건... 아파서 그런 거야."
수빈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항변했다.
난 그런 그녀가 갑자기 귀여워졌다.
하기는 아무리 냉철한 성격이라해도 이제 겨우 이십대 초반이다. 거기다가 지금 온갖 몹쓸 일을 다 격고 상상도 하지 못했을 상대에게 몸을 빼앗기고 있다.
"그런데 미남이 보다 연상이었나?"
"한 살."
"그정도면 동갑이나 다름 없잖아?"
"한때는 난 걔가 나보다도 어른스럽다고 생각했었... 흑!"
그녀는 불의의 신음을 내뱉고는 날 노려보았다.
"어때? 솔직하게 말해주지 않을래? 사실은 나랑 처음 하는 여자에게 이런 거 물어보는 건 처음이거든. 조금 실례잖아? 하지만 너한테는 물어봐도 괜찮을 거 같아서 말야. 넌 꽤 솔직한 성격인 거 같네."
"윽! 좋아. 솔직히 말해서 이런 느낌은 처음이야. 하지만 절대 미칠 정도는 아니야."
그녀는 입술을 깨물면서 때때로 숨을 멈추면서 가까스로 이야기를 끝냈다.
말을 끝내고 그녀는 다시 입술을 꼭 깨물었다.
붉은 색 입술이 더 빨개지고, 입 주변은 하얗게 변했다.
그러니까 그녀가 순순히 내 질문에 대답한 것은 나에 대한 호의 따위가 아니라 그녀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좋다.
지금 까지 이런 저런 여자들과 관계를 가져왔는데, 이 여자 같은 반응은 처음이다.
아마 이 아름다운 여인은 자신의 그런 반응이 오히려 날 즐겁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자지에서 느껴지는 질퍽함은 이미 충분할 정도였다.
그녀가 느낄 고통에 신경쓰지 않고 앞뒤로 움직여도, 조금도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었다.
이제 수빈의 몸은 완전하게 그녀의 제어를 벗어나 있다.
"흑! 흡!"
그렇게 거칠게 두 번 신음을 내뱉고, 수빈은 다시 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이러다가 입술에 피라도 나면 어쩌려고...
난 그녀에게 내 입을 가져대었다.
"부탁이니까... 이건 봐 주면 안 돼? 흑!"
수빈이 정중하게 키스를 거절했다.
"너한테 복수할 기회를 주지. 내 혀를 깨물면, 난 고통을 참지 못하고, 더 이상 하기를 포기할 거야."
"흥... 난 그런 위험을 감수할..."
다시 쫑알거리는 그녀의 입에 혀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난 내 눈과 붙어있는 이 멋진 여자의 눈이 다시 분노로 타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그녀가 오른팔로 내 목을 감아왔다.
솔직히 조금 놀랐다.
아직 그럴 정도는 아닐 텐데...
태어나서 처음 보는 미녀와의 키스도 아주 좋았다.
비록 그녀는 적극적으로 호응하지는 않고, 그저 내 혀를 받아주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걸로도 충분했다.
"하아... 하아..."
키스를 끝내고 그녀는 잠시 멍한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정말로 고민 많이 했어... 깨물어 버리면... 이런 짓 그만해도 되겠지? 하지만 네가 나한테 어떤 보복을 할 지 알 수 없잖아?"
그런 것 치고는 눈에서 벌써 독기가 사라져 버린 것은 어쩌고?
귀여웠다.
그래서 나도 몰래 씨익 웃고 말았다.
수빈은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내게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런 웃음 징그러워! 학!"
아마 그것이 시작이었던 모양이다.
그녀는 더이상 입을 열지 않았고, 터져 나오는 신음도 막지 않았다.
"학! 흑! 으윽!"
난 다시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고, 그 순간 너무나 커다란 만족감을 느껴, 그대로 사정을 해 버렸다.
"윽! 흑! 흐윽!"
수빈도 절정을 맞이했다.
그녀는 내게서 입을 떼고 눈을 감은 채 절정의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난 그녀가 마음껏 여운을 느낄 수 있도록, 그대로 두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눈을 번쩍 떴다.
처음 느껴진 것은 당혹감.
관계가 끝나고 나자 이제 이성을 되찾은 모양이다.
수빈은 잠시 입술을 깨물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날 노려본다.
무언가 정리가 된 모양이다.
"이게 전부였어? 흥 큰소리를 떵떵 치더니! 그래. 좋아. 그럼 이제 강간죄로 감옥에 갈 마음에 준비나 해."
아마도 그녀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자존심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녀의 얼굴엔 아까와 같은 독기는 남아있지 않았다.
노려보고 있기는 하지만, 그건 어떤 증오와 결의에 찬 눈초리가 아니라 받은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 다고 떼를 쓰는 어린 아이의 칭얼거림 처럼 느껴졌다.
어쩐지 이제서야 그녀의 본모습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모습을 보여왔다고는 해도, 그녀도 겨우 갓 스물을 넘긴 어린 여자에 불과하다.
그런 그녀가 점점 더 귀엽게만 느껴진다.
"비켜. 당신은 싸움에 졌어. 이제 당신 인생도 끝이야."
칭얼 칭얼...
난 이미 알고 있다. 이대로 끝내도 그녀가 경찰에 연락따위 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잠시 그녀에게 입을 맞출까 고민을 해본다. 아마도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누가 끝이라고 했지? 아직 밤은 길어."
하지만 난 대신 그녀에게 거칠게 굴기로 했다.
그냥 그쪽이 훨씬 재미있기 때문이다.
"윽! 학!"
다시 삽입을 하고 겨우 1분도 지나지 않았다.
그녀는 내 몸을 끌어안고, 눈을 감은 채 열락을 즐기고 있었다.
"아아!"
내가 입을 가져대면 그녀도 입을 대고 호응을 한다.
"흑! 어떻게? 으흑! 아! 아아!"
그런데 수빈의 반응은 다른 여자들에 비해 조금 특별했다.
"학! 아! 당신... 당신 뭐야? 왜 이렇게 좋아? 흑!"
그러니까 나와의 관계에서 모두들 충분한 쾌락을 얻기는 했지만, 그녀는 좀 더 빨랐다.
그녀가 너무 이뻐서, 난 그리 오래 끌지 않고 사정을 해버렸다.
아마도 여태까지의 시간은 길어야 10분을 조금 넘었을 것이다.
그정도 만으로 수빈은 이미 완벽하게 쾌락에 몰두해 있었다.
더군다나 상황을 고려한다면 좀... 너무 빠르다.
"흑! 흑!"
이젠 그렇게 열심히 수다도 떨지 않고, 잠깐 사이에 절정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리 오래 하지는 않았다.
"으으으..."
아직 사정을 생각지도 않았는데, 수빈은 벌써 몸을 떨고, 절정으로 넘어가버렸다.
다시 그녀에게 여유를 주기로 하고, 그녀의 몸에서 내 물건을 뺐다.
...
생각처럼 그녀의 아래 침대 시트는 피로 여기저기 물들어 있었다.
거짓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긴. 그 상태에서 거짓말을 해야할 이유는 없다.
있다면 오히려 경험이 많다 했으면 몰라도.
수빈은 꽤 오래 경련을 했다. 아마 우리의 두 번째 섹스 시간보다, 그녀가 절정을 느낀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다.
"하아... 하..."
한참만에 여운을 마친 그녀가 다시 눈을 떴다.
그리고 날 바라본다.
아까와 같은 미움 따위 이제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냥 당황할 뿐이다.
잠깐 내 얼굴을 바라보다 당황해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날 본다.
"뭐야? 이... 이건 내가 아닌 거 같아..."
너무나도 쉽게 수빈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해버렸다.
"잠깐 씻자."
난 침대에서 일어나 그녀의 몸을 공주 안기로 안아들었다.
수빈은 반항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욕실로 들어가 따뜻한 물을 틀고, 수빈의 몸을 적셨다.
"지금 내가 겪은 거... 진짜 현실이야?"
무얼 말하는 걸까? 우리의 격렬했던 섹스? 아니면 그녀의 쾌감?
"좋았어... 당신 말이 맞았어. 엄청나게 좋아서 내가 더이상 내가 아닌 거 같았어."
내가 그녀의 몸에 비누칠을 하는 사이, 그녀는 생각에 잠겼다.
"이건 절대로 말도 안 돼. 난 처음이라고. 첫 경험에서 90%의 여자들은 고통만 느껴. 그리고 나머지 10%도 진짜로 쾌감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은 안 된단 말이야."
"경험도 없으면서 잘 아네?"
"첫 경험으로 생각해 둔 사람이 따로 있었던 거지, 성교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꽤 이상한 여자다.
남들과 부끄러움을 느끼는 부분이 꽤나 다를 것 같다.
"이런 느낌은 말도 안 돼... 확실히 당신 이상해."
그녀가 날 멀뚱 멀뚱 바라보는 동안, 난 그녀를 깨끗하게 씻기고, 수건으로 닦아주고, 침대에 올려놓았다.
아까 수빈이 피를 흘린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것에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