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화 〉@16. 복수에 몸을 맡긴 여자.
문득 아까 그 전진 캠프의 허브 믹스라는 것이 생각 났다.
다시 주방으로 가서 그걸 가져와 고기 위에 뿌렸다.
그리고 다시 한 입...
고기 위에 아주 살짝 뿌렸을 뿐인데 맛이 변했다.
완전히 다르게.
와!
고기의 맛이 이렇게 살아날 수가 있나?
그런데 이상하다. 조미료를 더했는데, 오히려 야생의 맛이 살아나는 느낌이다.
굉장히 특이한 경험이었다.
뭐라고 하지?
지금까지는 레스토랑에서 정성껏 조리해온 요리를 먹는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마치 야외에서 막 잡은 사냥감을 먹고 있는 느낌?
응? 그런데... 어쩐지 낯이 익다...
한 번 쯤 경험해 본 듯한...
아!
그랬다.
내가 오크가 되었을 때, 다른 오크들이 잡아온 고기를 그냥 불에 구워 먹었을 때 느끼던 맛과 비슷하다.
뭐지?
이 알 수 없는 기분은...
다시 한 점의 고기에 허브를 뿌려 먹었다.
그랬다.
그냥 고기를 먹고 있는 것 만으로 무언가를 경험할 수 있었다.
야생의 캠프에서 동료들과 바베큐를 하는 기분이 든다.
나만 이런 느낌을 받는 걸까?
난 보라의 개밥그릇 안에 남아있는 고기에 허브 믹스를 조금 뿌렸다.
다시 그녀가 날 노려본다.
보라는 고개를 가로 젖고 고기 한 점을 입으로 물어 상체를 세우고 고기를 잘근잘근 씹었다.
어쩐지 그녀가 지금 내 살을 씹고 있는 상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순간 그녀의 얼굴 표정이 바뀌었다.
무어라 형언하기 어려운 표정이다.
"어떤 맛이지?"
보라는 묵묵히 고기를 씹어 삼켰다.
"몰라. 이런 기분은 처음이야."
그녀는 맛이라고 하지 않고 기분이라고 했다.
"어떤 기분?"
"꼭 여름에 바닷가에 놀러갔다가 그릴에 바베큐를 해먹었을 때의 느낌?"
그런데 그녀의 눈가가 붉어졌다.
이런 무슨 추억이라도 떠올린 것인가?
"어디엘 갔었을 때의 기억이지?"
"남해... 바닷가의 팬션이었어..."
그녀는 아마 자신이 눈물을 떨군 것도 모르는 모양이다.
"즐거웠나보군?"
"너랑 이런 걸 먹는 거 보다야 훨씬."
아마도 남편과 딸과 함께 했던 여행의 기억인 모양이다.
어쩐지 고기 한 입이 그녀의 분노를 더욱 타오르게 만든 것 같다.
난 고기를 먹으며, 그녀가 아까보다 더 고기를 잘근 잘근 씹어 넘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우리는 그렇게 식사를 마쳤다.
암캐의 주인으로서 치우는 것은 내 몫이었다.
아무렴 개에게 식사후의 정리를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즐거운 식사가 끝나고, 난 그녀를 겁탈했다.
누가 뭐라해도 그건 겁탈이다.
보라의 질 안을 다시 정액으로 가득 채웠다.
어쩐지 요사이 보라는 전보다 훨씬 더 잘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아니면 신음을 참는 것을 포기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그걸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들켜버린 모양이다.
"이거 가져가."
난 보라에게 돈이 담긴 봉투를 주었다.
"전보다 더 많네..."
3,000만 원이 들어있는 동투는 열어보지 않아도 확연히 차이가 났다.
그녀와 새로운 영상을 만들 때마다 주는 게 귀찮아, 아직 지급하지 않은 개런티와 앞으로의 개런티를 합해 선지급했다.
생각해보면 돈을 찔끔 찔끔 나눠주는 것보다 이렇게 한 번에 주는 쪽이 받는 쪽에서도 나을 것이다.
"도대체 나한테 원하는 것이 뭐야?"
보라는 늘 그걸 궁금해했다.
이렇게 내게 돈을 받을 때면 더욱 그런 모양이다.
"지금이 딱 내가 원하는 거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
난 솔직하게 말했다.
"난 당신이 날 미워하는 게 좋아. 그리고 그런 당신을 개처럼 다루는 것도. 당신이 당신의 가족을 지키고 싶어하는 게 마음에 들어. 그런 한편으로는 나와의 섹스에 중독되어 가는 것도 너무 좋고."
내 말을 듣는 동안 보라는 무표정하게 있었다.
"난 당신이 나와 섹스를 한 뒤로는 당신 남편과는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점차 내 말이 그녀의 분노를 다시 타오르게 하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리고 밤에 자다가 문득 내 자지가 머리에 떠올라서 자기도 모르게 문지르고 있다는 사실도..."
"개새끼..."
"점점 자신이 없어져 가고 있지? 나와 섹스를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되지?"
"더러운 새끼..."
"그러니까 난 당신을 정말로 암캐로 만들고 싶어. 나와 섹스를 하고 싶어 발정이 나있는.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정을 지키고 싶어하는 보라 당신도 무척 좋아."
보라는 다시 눈물을 떨궜다.
내가 하고 있는 말 하나 하나가 사실인 모양이다.
"정말로 난 우리의 약속한 시간이 지나면 당신이 원한다면 더는 건드리지 않을 생각이야."
보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당신은 암캐가 될까? 아니면 다시 현숙한 주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왜?"
보라는 단말마처렴 외쳤다.
"왜? 왜 난데? 당신은 나 말고도 얼마든지 여자를 구할 수 있잖아? 거기 나보다 이쁜 여자도 얼마든지 있잖아?"
그녀는 스파 클럽의 여자들도 전부 내 여자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뭐.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
"세상 어디에도 당신 같은 여자는 없어. 당신은 나한테 하나 뿐인 암캐라고."
"흑!"
보라가 울고 있다.
정확하게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그리고 앞으로 그녀가 어떤 결정을 하게 될 지도 난 모른다.
더군다나 난 그녀와의 미래를 예측하고 싶지도 않다.
뭐. 세상엔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어야 더 즐거운 일도 있는 법이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백전 백승, 다음 경기도 무조건 이길 것을 알고 있다면, 신이야 나겠지만, 틀림없이 흥미는 떨어질 것이다.
진짜 재미는 승패를 조금도 예측할 수 없어 손에 땀이 날 때 오는 법이다.
난 손을 내밀어 보라의 입에 넣었다.
마치 잘 길들여진 애완동물처럼 그녀는 내 손가락을 핥고 빨았다.
"만약에 나와의 관계를 완전하게 청산하고 싶다면 그 손가락을 깨물어. 그러면 널 풀어주지."
난 그녀에게 관대함을 보여주었다.
"당신도 내가 말을 바꾸지는 않는 다는 걸 알지?"
보라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마치 온몸에 힘을 주어 자신의 입안에 있는 내 손가락을 깨물려 노력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결코 그럴 수 없다.
미안... 당신한테 말하지 못한 게 있어.
설정 카드 < 성역 >
- AV 마스터와 성관계를 맺은 배우는 AV 마스터에게 어떠한 종류의 위해도 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라는 자신이 날 깨물지 못하는 것을 스스로의 탓이라 생각할 것이다.
하... 더러운 새끼.
아무리 생각해봐도 난 더럽게 나쁜 놈이다.
"흑!"
보라의 슬픔은 내겐 기쁨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난 그녀를 몰아붙였다.
아마도 난 그녀가 날 미워하고 증오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마다치 않을 것 같다.
"갈 때 이것도 가져가."
난 보라의 가족을 위해 소고기 두 팩을 꺼내주었다.
생각 같아서는 전부 주고 싶지만, 보존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여기 아이스 박스에 넣어두었다가 다음에 더 주는 편이 나을 것이다.
절망감에 빠진 보라는 선선히 내가 준 돈과 고기도 함께 가지고 돌아갔다.
"우리 여름에 놀러 가요!"
지연은 회사에 사진을 찍으러 왔다가 함께 모텔로 가면서 내게 조르기 시작했다.
여름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지연은 나와 함께 어디라도 가보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님의 허락을 받기 위해서는 미리 준비가 필요하니 벌써 약속을 잡자고 했다.
"허락이야? 거짓말이야?"
"헤에... 원래 우리 때는 다 그래요. 다른 애들도 벌써 서로 이야기 되어 있거든요."
친구들끼리 서로의 알리바이를 만들어주기로 약속이 된 모양이다.
"그래. 나도 언제 휴가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 볼게."
지연과의 여행이라면 나도 기쁘다.
"그러면 나 요새 외박 못 해도 미워하지 않는 거죠?"
"내가 왜 널 미워해."
"그래도 난 아저씨가 한눈 팔까봐 맨날 걱정한다구요!"
한눈이야 늘 팔고 있지만...
아직 그녀에게는 다른 여자와 함께 하는 자리 따위 만들 생각이 없다.
"그럴리가. 내가 지연이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난 이 아이의 발랄함이 좋았고, 그걸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분간은 거짓말을 해야할 거 같았다.
"그래봤자 소용 없어요. 아저씨가 어떤 남자인지 이제 알 거 같으니까."
뭔갈 눈치 챈 걸까? 그녀는 더 이상 날 몰아붙이지 않았다.
조금은 죄책감이 들었다. 아마 그만큼 이 아이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지연이]
- 아저씨. 혹시 미남이한테 전화 안 갔어요?
다음날 그녀에게 메시지가 왔다.
- 응? 미남이가 왜?
[지연이]
- 아까 나한테 아저씨한테 할 말이 있다고 자꾸 전화 번호 알려달라고 했어요. 쓸데 없는 짓 하지 말라고 했는데, 걔가 나쁜 생각 하고 있는 거 아니라고 자꾸 그래서 알려줬어요.
[지연이]
- 나 잘못한 거 아니죠?
- 그럼. 걱정할 거 없어. 미남이 나 미워하지 않는 거 알잖아.
[지연이]
-그러기는 하지만...
- 괜찮아. 나도 미남이가 동생 같은데 뭐.
거짓말이다. 난 잘생긴 동생 따위 하나도 필요 없다.
그리고 바로 미남에게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형이랑 술이라도 하고 싶단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해 보았지만, 딱히 안 될 것은 없었다.
사실 캐스팅 카드 < 빼앗기는 남자 >를 사용하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알고 싶기도 했다.
그러니까 미남이는 내 앞으로의 일을 위해 시범 케이스로서 아주 중요한 인물이다.
우리는 시내의 한 술집에서 만났다. 이번엔 미남이가 먼저 나와 있었다.
그리고 자리에는 한 여자도 함께였다.
그러니까 지난번과는 정 반대로 미남이 여자와 함께였고, 난 혼자였다.
뭐야? 이 자식? 설마 여자를 자랑하려고 날 불렀나?
그런데 그 여자 자랑할만큼 이뻤다.
미인이다.
굉장히 잘생긴 미남과 너무 잘 어울린다.
가슴은 지연보다 작지만, 그래도 결코 작은 가슴은 아니다.
지연이 너무 큰 것일 뿐이다.
가슴을 제외하고는 이 여자의 승리.
키도 크고, 적당한 가슴과 몸매도 밸런스가 잘 맞는다.
무엇보다 얼굴이 그렇다.
아름다운 여자.
눈이 달렸다면 누구라도 그녀를 보고 나처럼 생각할 것이다.
어디 기획사에 소속되어 있다거나, 아직 데뷔하지 않는 걸그룹의 센터 멤버라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인사드려. 내가 말했던 그 형님. 내가 제일 존경하는 분이야."
미남이 여자에게 말했다.
그리고 난 살짝 쑥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수빈이에요. 미남한텐 말씀 많이 들었어요."
그녀는 활기차게 인사를 해왔다. 그리고 말이 끝나자마자 미남을 바라본다. 마치 자기가 잘 했느냐는 듯한 표정이다.
대충 보고 있으니, 그녀의 눈에서 마구 꿀이 떨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 두 사람 아주 잘 어울린다."
솔직한 심정을 말해주었다.
"그런가요?"
미남은 별 대수롭지도 않은 듯 대답했고, 미녀의 얼굴은 정말로 그래요? 하는 감정이 잔뜩 실려있었다.
"사귄지 얼마 안 된 모양이네?"
난 넌즈시 두 사람 사이를 물어보았다.
지연에게 그런 비참한 꼴을 당하고, 겨우 한 달도 안 되어서 이런 미인을 데리고 나타났으니,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맞아요. 이제 일주일 됐어요. 우리가 알고 지낸 건 굉장히 오래 됐는데..."
그 아름다운 여자는 미남과 자신의 사이를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 했다.
대학에 오기 전에도 친분이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미남을 좋아했었다는 이야기도 꺼냈다.
보통이면 그런 말을 하지는 않을 텐데...
정말로 좋아하나 보다.
하지만 웃기는 것은 미남의 행동이다.
수빈이라는 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미남은 단 한 번도 그녀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건...
마치 사귀는 사이라기 보다는 여자가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관계였다.
"미남이 굉장히 똑똑하고 잘생겼잖아요. 그래서 내가 막 따라다녔거든요. 근데 미남이는 맨날 수업들으면서도 나 보고도 무시하고..."
서운한게 좀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이쁜 여자는 평생 자기를 거절하는 남자를 만나보지 못했을 텐데...
응? 근데 같은 수업을 들어?
미남은 누구나 다 아는 그 명문학교를 다니는 엘리트인데...
이 여자는 이렇게 이쁘고 그 학교를 다닌다고?
"같은 과야?"
"아뇨. 얜 다른 과예요."
미남이 쿨하게 말했다.
"사실은 미남이랑 같은 수업 들으려고..."
무슨 사생팬이냐?
미남이 너 정말 잘 나가는 남자였구나?
이런 미인이 쫓아다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