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화 〉@15. 약혼녀가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부탁 하나만 들어줘."
"무슨 부탁?"
지아가 경계심을 드러냈다.
"싫다는 거 억지로 만나자 소리 같은 거 안 해."
"진짜지?"
"응. 너도 나 알잖아?"
"진짜. 그런 성격 싫어!"
지아는 정말로 토라진 목소리였다.
뭐가 싫다는 거지... 내가 뭔가 잘못했나?
"알았어. 영 말도 안 되는 요구만 아니면 들어줄게. 하지만 돈은 싫어. 부담돼."
"그냥 내가 주고 싶어서 그래. 받아줘. 그게 부탁이야."
"이... 바보 같아! 자존심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니지?"
"설마... 그런 사람 아니잖아? 그냥 충분히 그런 여유가 있어서 그래."
"여유? 맞다. 은희 언니가 그랬어. 오빠 주식 한다고. 그걸로 대박이라도 터트린 거야?"
"응. 그래서 예전에 너한테 못해준 거 조금이라도 해주고 싶었어."
"하아... 여튼 오늘은 알았어. 나중에 다시 이야기 하자. 근데 언니랑은?"
목소리의 톤이 바뀌었다.
"안했어."
"진짜?"
어쩐지 목소리가 밝다.
"좀 괴롭히기는 했지만."
"치이! 뭐가 다르담?"
"음.. 여튼 달라."
"진짜로 이상한 사람이야. 알았어. 그러면 더 많이 괴롭혀 줘."
"정말로 그걸 원해?"
"응. 오빠가 나쁜 남자이니까... 사랑하고 싶지는 않지만, 더 섹시한 건 사실이야."
"나도 지아가 나쁜 여자라서 훨씬 더 섹시해."
"차암... 우리 진짜 쓰레기다."
자조하는 목소리였다.
그런데 진짜 쓰레기라면 그렇게 자책하지도 않지 않나?
아니. 자기가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하고 있으니 진짜 쓰레기 같은 걸까?
"나. 진짜로 오빠가 좋아..."
뭔가 여운이 잔뜩 남아있는 말이었다.
정말로 그녀는 매력있는 여자이다.
"나 그날 당신이랑 하고 나서..."
지아가 말을 하는 동안 난 잠차코 들었다.
"그 사람이랑은 한 번도 같이 잠자리 안 했어."
누구에게 의리를 지키려는 걸까?
아마 그녀 자신도 모를 것이다.
"근데 넌 그동안에도 이여자 저여자랑 하고 다녔지?"
지아의 감정은 이 짧은 통화를 하는 동안에도 수시로 바뀌었다.
전에는 어땠더라?
조금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다른 사람과 함께일 때면 늘 평정심을 유지했지만, 나와 있는 동안엔 자신의 감정을 여과없이 내놓았다.
그녀의 말로는 내가 제일 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떤 사람들은 상대가 그렇게 구는게 싫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그녀가 내게만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게 좋았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녀가 그렇게 쉽게 감정이 바뀌는 것은 대개 나 때문이고, 내가 그녀에게 그만큼 큰 영향을 준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의 변화를 보고 있는 자체도 즐겁다.
마치 상대의 희노애락을 내가 맛보고 있는 기분이다.
"진짜... 대답 안 하는 거 봐! 나빠! 거짓말 안 하는 거 보다, 그게 더 나빠."
나도 안다. 때로는 약간의 거짓말이 관계의 유지를 위한 윤활유와 같다.
하지만 난 그렇게 하질 못한다. 어차피 내가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것을 나도 지아도 잘 알고 있었다.
"나 잘거야. 언니랑 밤새 잘 뒹굴어라! 흥!"
그녀는 그렇게 귀여운 투정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물론 난 여전히 모니터로 그녀의 행동을 볼 수 있었다.
잠옷으로 갈아입은 지아는 내게 받은 돈가방을 침대 한쪽에 던져놓고, 침대 머리에 쪼그려 앉아 한동안 묵묵히 있었다.
무척이나 심란한 얼굴이다.
도대체가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녀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전부 내 탓이다.
그녀의 행동이, 그녀의 갈등이, 전부 내 사소한 욕망에서 기인한 탓이다.
만일 내가 그녀를 캐스팅하지 않았다면?
그녀가 설정 카드 < 민감 >, 설정 카드 < 중첩 > 따위로 마약보다 더 강렬한 쾌락을 맛보지 않았더라면?
액티브 카드 < 호감 > 때문에 점점 더 내게서 헤어날 수 없는 것이 아니었더라면?
아마 그날의 일은 그저 한때의 실수로 끝났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난 그냥 내가 할 수 있다는 이유 만으로, 또 그녀를 갖고 싶다는 욕망 만으로 그녀를 옭아매고 있다.
잠시 소파에 앉아 지아를 지켜보고, 빌라 아래에서 주차하고 있는 세단 속의 남자를 지켜보았다.
두 사람 모두 내 장난의 희생양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굉장한 죄책감에 쌓이지는 않는다.
지아의 말이 맞다.
난 예전의 그 착실한 남자가 아니다.
은희의 말이 맞다.
난 정말로 그녀들이 알고 있던 그 착한 남자가 아니다.
뭘까? 난 왜 이런 인간이 되어버린 걸까?
그냥 AV 카드란 것을 쓸 수 있기 때문에?
그럴까?
하지만 그렇다기에는 너무 그 힘을 마구 휘두르고 있다.
생각은 그리 길지 않았다.
무엇보다 난 지금의 내가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착한 남자보다, 내가 욕망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 내가 좋다.
그러니까 여하한 일이 있어도, 과거의 나로는 돌아갈 생각이 없다.
난 쓸데 없는 생각을 벗어던지고, 은희에게 돌아갔다.
그녀 옆에 누워 그녀의 몸을 안았다.
"흐응!"
은희는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내게 안겨왔다.
잠깐 동안 그녀를 먹어버릴까 고민을 해보았지만, 역시 관두기로 했다.
그녀를 먹어치우는 것보다, 그대로 두는 편이 훨씬 더 맛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니 아랫도리에서 아주 기분 좋은 느낌이 올라오고 있었다.
"앴어?"
은희가 내 물건을 입에 물고 생긋 웃으며 물어왔다.
"잘 잤어?"
"아니. 잘 못잤어?"
은희가 입을 떼고 불만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왜?"
"니 꼬추가 여기 있는데 어떻게 자?"
"그러면?"
"자다 깨다 자다 깨다. 그러다가 손으로 위로하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나도 알고 있다.
그리고 난 그걸 짐짓 모르는 척 했었다.
즐겁고 힘든 시간이었다.
"그럼 덮치지?"
"그러고 싶은 생각이 막 굴뚝 같았는데... 나쁜 자식!"
"응?"
"덮치는 건 남자가 해야지."
은희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얼마나 비참했는 지 알아?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나?"
"나도 참은 거야.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데."
"왜 참아?"
거의 힐난하는 어조였다.
"그게 우리의 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정말?"
"어. 난 니가 나랑 하고 싶어 미치는 꼴을 보는 게 너무 좋아."
난 솔직하게 말했다.
"진짜! 나쁜 놈이잖아? 친구를 그렇게 비참하게 만들고 싶냐?"
"우리가 친구일까?"
"어?"
은희가 얼어붙었다.
난 그런 그녀의 몸을 끌어올려 안아주었다. 그녀가 먼저 내게 입술을 포개왔다.
아침의 키스로는 아주 끝내줬다.
"하아..."
키스가 끝나고 은희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우리 그럼 친구 아니야?"
"맞아."
"뭐야! 진짜! 너 때문에 울 뻔 했잖아!"
진짜로 은희의 얼굴은 붉어져 있었다.
늘 그렇듯 여자들의 감정을 따라가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서로의 육체를 갈망하는 조금 이상한 친구."
그리고 난 다시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키스를 하면서 그녀는 내 자지를 정신 없이 어루만졌다.
난 손가락을 그녀의 질에 집어넣었다.
"흑! 으윽!"
은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얼굴을 떼고 움찔거렸다.
"학! 하악!"
그저 손가락으로 조금 만져주었을 뿐인데, 그녀는 마구 발정을 했다.
"그러니까 오늘은 마음껏 풀고 가."
"학! 뭐가 그러니까야!"
은희가 항변했다.
난 그녀의 몸을 들고 침대에서 일어나 소파로 갔다.
그녀를 소파에 앉히고, 그녀의 앞에 섰다.
"왜 자꾸 여기로 와?"
소파 뒷편의 벽 너머에 누군가가 귀를 대고 서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은희가 그렇게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는 것은 당연하다.
"이 상태가 좋으니까."
난 그녀에게 내 자지와 같은 크기의 딜도를 가져다 주었다.
은희는 잠시 고민하다 그걸 받고 자신의 안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덜렁거리며 서있는 내 자지를 입에 물었다.
"흐응!"
그리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내 자지를 열심히 빨았다.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아, 난 내 스스로 기둥을 자극했다.
"학! 하악!"
이런 것으로도 그녀에게는 충분히 자극이 된 모양이다.
은희는 두 손으로 힘차게 딜도를 쑤시면서 혀를 내밀어 귀두를 핥다가 거센 신음을 내뱉었다.
"윽! 으윽! 싸! 싸줘!"
은희가 애원했다.
난 그녀의 얼굴에 사정을 했다.
"윽! 더! 학! 아! 학!"
정액의 범벅이 되어서도, 은희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도 쉽게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
사정을 하고 나서 1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발기한 물건을 보는 은희의 얼굴에는 기묘한 욕망으로 가득했다.
"더! 더 싸줘! 학!"
그리고는 입을 크게 벌렸다.
난 그녀의 입안에 귀두를 넣고 다시 싸버렸다.
꿀꺽! 꿀꺽!
은희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전부 먹어치웠다.
"학! 하아! 앙!"
그녀는 충분히 만족한 표정으로 절정을 알려왔다.
벽 저편에 남자는 기묘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새벽이 되어 그녀의 방에 다시 불이 켜진 것을 보고 차를 몰고 다시 모텔로 돌아와 방문을 살짝 열어놓고, 우리 방이 열리는지 염탐하던 남자는 다시 여자의 신음 소리가 들리자 벽에 붙었다.
어젯밤과 다를 바 없는 여자의 난폭한 신음을 들으면서, 그는 난폭하게 머리를 헝크러트렸다.
아쉽게도 난 그 남자의 마음을 읽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얼마나 복잡한 생각에 빠져있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제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믿게 될까?
모르겠다.
한 번 사람의 마음에 또아리를 튼 의심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하아... 하아..."
은희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아직도 나랑 하고 싶어?"
"어!"
은희가 힘차게 대답했다.
"그래도 이걸로 됐어. 니 말이 맞아. 너랑은 하면 안 돼. 이걸로도 이렇게 죽겠는데..."
은희가 웃으며 말했다.
"진짜로... 가까이 해선 안 될 남자야."
말을 하면서도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몸속에 박아놓은 딜도를 움직이고 있었다.
아직 정말로 충분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부탁이 있어."
"응?"
"저기 내 전화기좀 가져와줘."
어제 술을 마시던 테이블을 가리켰다.
"335678"
전화기를 가져오자 그녀가 스마트폰의 비밀 번호를 알려주었다.
난 시키는대로 스마트폰을 열었다.
"지금 내 모습 어때?"
그녀가 물었다.
"멋있어. 그 어느때보다."
정말이다. 내가 싸지른 정액으로 더럽혀진 탓에, 그녀의 그 아름다움은 덮혀버렸지만, 그것이 내 것이란 생각을 하니 그보다 아름다울 수는 없다.
"솔직히 말하면 추하지? 더럽고?"
은희는 웃으며 그렇게 물었다.
"응. 그래서 더욱 좋아."
"나도 좋아. 이런거. 너한테 이런 꼴 보여주고 있으니까 졸라 쪽팔린데, 졸라 짜릿해. 학!"
여전히 그녀의 손에는 딜도가 들려있다.
"찍어줘."
그녀가 요구했다.
은희는 늘 날 놀라게 한다.
내가 지닌 설정 따위 하나도 적용되지 않으면서, 내가 아는 그 어떤 여자보다 음탕하다.
어쩌면 이 여자를 먹어치우는 쪽이 훨씬 더 재미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그녀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사진을 몇 장 찍고, 동영상도 찍었다.
내가 찍고 있는 동안 그녀는 딜도로 자신의 보지를 쑤시며 마치 소처럼 울부짖었다.
정말로 내게 보여지는 것이 창피하고, 동시에 자극이 되는 모양이다.
"흑! 학! 흐으으!"
그녀는 진정한 절정을 맞이했다. 몸을 부르르 떨며 눈물을 떨구었다.
"하아... 나 좀... 이제 씻으러 가야지..."
난 그녀의 몸을 안고 가서 깨끗하게 씻어줬다.
은희는 마치 착한 아이처럼 내게 자신의 몸을 맡겼다.
우리가 옷을 입고 모텔방을 나왔을 때, 우리 옆방의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따라 나왔다.
실내에서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은희와 내가 엘리베이터에 타고, 그 남자도 탈 것 처럼 하다가 다시 몸을 돌려 돌아갔다.
"응?"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자 은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왜?"
"방금 전에 여기 타려던 남자."
"아는 사람이야?"
"아니...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무서워? 나랑 모텔에서 나가는 거 아는 사람이 볼까봐?"
"바보냐? 그런 게 아니고."
"그러면?"
"아냐... 아닐거야. 그 사람이 여길 왜..."
은희는 꽤나 찝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참. 나 너한테 부탁이 있어."
"뭔데? 말해."
"언제 시간 나면 우리 학원 사람들하고 밥이나 먹자."
그녀의 얼굴엔 의미 모를 장난기가 돌고 있었다.
"복수냐?"
"그 기집해 아주 엄청 화내겠지?"
은희는 결코 원한을 잊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내 입장은?
어째서 이 여자는 날 지아에 대한 복수의 도구로 사용하려는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