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화 〉@15. 약혼녀가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난 오히려 이런 상황을 만들어 준 그녀에게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집에 가서 둘이 뭐하고 있나 생각하면 막 짜증나겠지?"
지아가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왜?"
"재미있잖아?"
뭐가 재미있다는 걸까? 그것도 설정 카드 < 참사랑 >의 영향인 걸까?
아니면 그녀의 숨겨진 자학적인 본능?
혹은 자책?
무어라해도 말이 되고, 또 어느 것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부가 복합된 것이라면 납득을 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오빠 오늘은 마음껏 즐겨."
지아가 내게 키스를 했다. 어딘지 그 깊은 눈 저편에서 아쉬움과 슬픔이 느껴졌다.
지아는 알고 있었다. 내가 예전의 그 착실한 그 남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마도 그래서 나름의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이리라.
"참. 나도 선물 있어."
난 가지고 왔던 작은 가방을 그녀에게 주었다.
"이게 뭐야?"
"집에 가서 열어봐."
"알았어. 그럼."
그녀는 내 선물에 대해서는 그다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언니. 나 가."
지아는 은희에게 다가가 그녀에게 입을 맞춰주었다.
"진짜로 우리 낼부터 서로 얼굴 어떻게 보냐."
"그니까! 하지 말았어야지. 미친년."
은희의 얼굴이 빨게졌다.
아무런 설정 카드나 액티브 카드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그녀의 반응이 아마 정상일 터이다.
"참. 언니 아침에 갈 때, 내 차 타고 가. 나 술마셔서 못 끌고 가. 낼 학원에 들를게."
지아가 가방에서 스마트키를 꺼내놓았다.
은희가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는 그렇게 모텔을 나섰다.
"하아..."
은희가 안타깝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쩐지 그녀가 나보다 지아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 지아한테 다시 사귀자고 안 했지?"
"그랬어야 하나?"
난 은희의 옆에 앉아 물었다.
"진짜... 남자들은..."
응?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지아가 원한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단 말이야...
항변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자신이 없었다.
난 정말로 지아가 무얼 원했는지 모르고 있었던 걸까?
"지아 너랑 헤어지고 한참 동안 힘들어했어."
그랬나? 나도 많이 힘들었었다.
"너랑 헤어지고 나서 무척 많이 변했고. 뭐랄까? 독해졌다고 할까?"
은희가 담담하게 지아에 대해 말했다.
"하긴... 너도 무척 많이 변했지."
"그런가?"
"진짜로. 너 예전에 지아랑 사귀고 있을 때랑 절대 같은 사람 안 같아."
"너도 변한 거 같은데?"
우리도 한참을 보지 못했었다.
"그러네... 그러고보니 다들 많이 변했다. 그땐 참 순수했는데."
"난 지금도 순수해."
"풋!"
은희가 웃었다.
"그 덜렁거리는 건 뭐고?"
그러네...
"너처럼 멋진 여자가 벌거벗고, 묶여서 놓여있는데 흥분하지 않으면 그게 남자야?"
"그니까. 너 예전엔 이런 사람 아니었다고. 읍!"
역시 은희는 내 키스를 거절하지 않았다.
"너 나 겁탈할 거야?"
입을 떼자 그녀가 물었다.
"겁탈?"
"겁탈이지. 이렇게 저항도 못하는 여자를 맘대로 농락하면 그게 겁탈이지 뭐야?"
그렇게 말하고 있는 은희의 얼굴은 욕망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풀어줄까?"
은희는 세차게 머리를 좌우로 저었다.
"아니. 나 오늘은 지아가 너한테 준 선물이야."
"좋아?"
"응. 내 의지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서."
목소리도 촉촉했다.
어쩌면 지아는 은희에게 선물을 주고 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의지랑은 상관 없다고?"
난 부풀어오른 은희의 젖꼭지를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
"하아!"
은희가 가냘프게 숨을 내쉬었다.
"하고 싶어?"
은희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지만 어느새 그녀의 머리는 위아래로 흔들리고 있었다.
"박아줘. 짐승처럼."
그녀의 목소리는 끈적거리고 있었다.
"미치겠어. 사실은 아까부터... 아니. 지난 번에 네가 우리 학원에 왔을 때... 아니야. 그날 이후로 너랑 하는 생각을 하루에 몇 번은 하고 그래."
난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한참 동안을 열정적으로 서로의 혀를 탐했다.
"하아... 하아..."
단지 입을 맞추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벌써 잔뜩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의 반응이 너무나 좋았다.
무엇보다 그녀에겐 내 능력을 하나도 쓰지 않고 있기 때문에 더 좋았던 것 같다.
난 그녀의 몸을 들어올렸다.
은희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조금도 반항하지 않았다.
그녀의 몸을 소파에 가져놓았다.
그녀의 두 다리를 좌우로 벌리고, 벌써 흠뻑 젖어버린 음부를 바라보았다.
"창피해."
은희의 붉어진 얼굴은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네가 보고 있으니까 굉장히 좋아."
난 그녀의 두 다리를 잡고 입을 가져대었다.
"학! 하악!"
겨우 입을 대었을 뿐인데, 은희는 몸을 움찔거리고, 거친 신음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만큼 흥분해 있다는 말이리라.
"하악! 좋아! 아!"
은희의 목소리는 충분히 컸다.
그러니까 소파 뒤의 벽을 넘어 저쪽 방에 들릴만큼 충분히 컸다.
한참 동안 침대에 누워있던 그 남자가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남자의 눈빛이 이상하게 빛나고 있었다.
남자는 다시 벽으로 다가왔다.
"학! 흐윽!"
솔찍히 난 여자의 음부를 잘 이해하지는 못한다. 안나나 민아 같은 스킬도 없다.
그래서 가볍게 입을 맞춰주고, 혀로 핥아보았을 뿐이다.
그걸로도 충분한 모양이다.
은희의 반응은 아까 이자리에서 지아와 섹스를 할때의 지아의 그것에 못하지 않았다.
남자는 굳은 얼굴로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단축 번호 1번을 눌렀다.
신호가 간다.
"여보세요?"
밝은 목소리로 지아가 대답했다.
"어디세요? 나요? 지금 지하철이요. 오늘 술을 좀 할 거 같아서 차는 안 가지고 왔어요. 마침 지아 언니가 쓴다고 해서 언니한테 키를 줬어요. 내일 다시 만나기로 했어요."
남자의 얼굴이 이상했다. 쉽사리 상대의 말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다.
"학! 아악! 좋아! 영웅아!"
남자가 지아와 통화를 하는 내내 은희는 마음껏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남자는 혼란스러운 모양이다.
그가 지아의 차를 따라온 것은 지아의 차가 회사 건물을 나온 뒤의 일이었다.
그리고 지아가 모텔의 주차장에 차를 넣어 두고 위에 올라오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그러니까 남자는 오직 차만 따라왔던 것 뿐이다.
"흑! 아! 미칠 거 같아! 박아줘!"
하필이면 두 여자의 톤도 비슷했다.
특히나 벽 하나 건너에서는 구별이 쉽지 않을 테지.
그렇다고 지아를 믿지도 못하는 모양이다.
남자는 계속해서 우리의 행위를 엿듣고 있었다.
이런... 어쩌다가 그 남자에게 의혹을 남겨놓는 짓을 하게 되었다.
이건... 우연일까?
지아가 의도한 걸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차를 두고 왔다는 것은 거짓말이 맞다. 하지만 그녀가 남자가 여기 있을 것이라 생각은 하지 못했을 터인데...
일이 꼬여 지아에게 알리바이를 만들어주고 만 셈이 되었다.
난 오늘 그 남자에게 충분한 굴욕을 맛보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래서야 의심과 확신 사이 그 어딘가에 놓이게 될 뿐이다.
"영웅아! 나! 학!"
은희가 내게 애원했다.
난 잠시 고민했다.
침대로 돌아가 아까 지아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과 다른 하나를 들고 소파로 돌아갔다.
"요즘 성인샵에 재미들었나봐?"
"흐응... 그 사람 장난감 사러 몇 번 가느라고. 재미있는 게 많더라. 학!"
난 귀엽게 생긴 로터를 그녀의 안에 집어 넣고 스위치를 켰다.
윙! 소리와 함께 진동이 시작되었고, 은희의 얼굴이 다시 고통스럽게 바뀌었다.
"하앙! 하! 좋... 아!"
"남자 친구랑은 여전하고?"
"어. 정말로. 나 그사람한테 일주일에 하나 정도 장난감을 사줘."
그러니까 남자용의 자위기구를 말하고 있다.
"이제 그 사람 거기에 완전히 중독되어버린 거 같아. 우리 더 이상 섹스도 안 해."
"그러면 서로 자위만 하는 거야? 그걸로도 만족해?"
"적어도 그 사람은. 하악!"
"너는?"
"너... 정말로 못 됐어. 흐윽!"
그렇다. 우리는 둘 다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날 얼마나 원하는 지.
"그래도 딱 좋아. 그정도가. 하아... 하!"
"그런데 나한테 해달라고 하는 거야?"
"나. 이렇게 묶여있잖아? 그니까 내 책임은 아냐."
상기된 얼굴로 웃으니 그렇게 이쁠 수 없었다.
"네가 제일 나쁜 거 알아?"
"맞아. 내가 제일 나빠. 애인 있으면서 딴 남자랑 바람이나 피우고. 으윽!"
그 말을 할 때의 은희는 너무나 흥분해 있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불륜에 몸을 맡기는 이유가 그런 것이리라.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설 때 얻을 수 있는 쾌감은 일반적인 애정으로는 얻어내기 힘들다.
"그 사람이 날 사랑하는 걸 알면서 이용하고 있지. 흑!"
은희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사람도 그걸 알고 있고. 하아!"
아마도 은희는 상대에게 어떤 정복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나 지금도 너하고 지아한테 책임을 떠넘기고 있잖아?"
은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의 치부를 고백했다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쾌락 때문이었다.
"잘 어울려. 너한테."
난 솔직하게 말했다.
"그래?"
은희는 부끄러운 듯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 진짜로 오늘 니 마음대로 해. 흑! 아악!"
그 말을 하면서 무언가 안에서 터져버린 듯 은희는 마음껏 비명을 질렀다.
"하아... 하아..."
은희는 그 잠깐의 대화에서 충분한 오르가즘을 맛본 모양이다.
잠시 숨을 가쁘게 내쉬면서 축 늘어져 날 바라보았다.
"손 풀어줄까?"
은희의 몸 안에 넣었던 딜도를 빼주고 물어보았다.
"싫어."
은희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래."
대신 난 음료수를 가져다가 그녀에게 먹여주었다.
꿀꺽! 꿀꺽!
은희는 무척이나 목이 말랐던 모양이다. 정신없이 목구멍으로 넘겨버렸다.
"안아줘."
박아줘가 아니었다.
그래서 난 그녀의 옆에 앉아 그녀의 몸을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은희는 몸을 내게 기대고 편안한 듯 눈을 감았다.
저쪽 방에서 들려오는 신음 소리가 멎었다.
남자는 안절부절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남자는 몸을 일으켰다.
모텔을 나서 차를 몰고 질주했다.
한두 번 정도는 과속 카메라에 잡혔을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게 밟은 덕분에 남자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녀의 집 아래에 차를 세우고, 불이 꺼져있는 그녀의 집을 올려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평소와 다름없이 그녀는 발랄한 걸음으로 걸어와 집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창문에 불이 켜졌다.
남자는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지금 막 들어왔어요. 그러지 않아도 전화를 하려고 했었는데. 어떻게 알았어요? 설마 밑에서 기다리신 건 아니죠?"
남자는 조금 당황해서 횡설수설했다.
잘 자라고 말해주고 전화를 끊었다.
그날 남자는 차에서 계속 위를 올려보고 있었다.
두어 시간이 지나 창에 불이 꺼진 뒤에는 그녀가 다시 나오는 것은 아닌지 현관을 지켜보며 한 번도 눈을 떼지 않았다.
새벽이 되어 남자는 다시 모텔로 돌아왔다.
벽 앞에 서서 혹시나 무슨 소리가 나지는 않는지 기다렸다.
은희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오늘 그렇게 대단한 행위는 하지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꽤 지쳐버린 모양이다.
난 그녀의 두 팔을 풀어주고 그녀의 몸을 침대에 눕혔다.
잠시 혼자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오빠! 이거 뭐야?"
지아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무척 흥분해 있었다.
난 은희가 깨지 않게 다시 소파로 가서 앉았다. 모텔 방치고는 꽤 넓어 두 장소의 거리가 어느정도 되었다.
"말 했잖아. 선물."
"무슨 선물이 이렇게 큰데?"
"그냥 너 결혼식 준비하면서 필요한 데 있으면 쓰라고 조금 넣은 거야. 부담 갖지마."
"부담을 갖지 말라니. 그것도 한두 푼이라야 말이지!"
그러게... 그녀에게 준 가방 속에는 오만 원 권 뭉치가 20개 들어있다.
딱 1억.
지금까지 그녀에게 지급하지 않은 개런티와 앞으로의 개런티를 묶어서 한 번에 주어버렸다.
말하자면 개런티 선지급.
- 캐스팅하는 배우에 대해서 개런티의 선지급은 가능합니다.
- AV 마스터가 매출 하락에 대한 손해를 감수하기 때문에 지급 한도는 설정되어있지 않습니다.
친절한 안내는 그래도 된다고 했다.
"오빠가 이런 돈이 어디서 나? 언니가 그러는데 아직 그 회사 다닌다며?"
그녀가 물었다.
"아무렴. 아무 생각도 없이 주었을까? 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난 그녀에게 꼭 돈을 줘야 했다.
"진짜... 나 이러면 부담된단 말이야."